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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부부 살아가는 이야기

결혼 30주년 맞은 오미연·성국현 부부 인터뷰

글·김수정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8.03.21 15:02:00

오미연·성국현 부부는 결혼 후 교통사고와 강도, 납치사건 등으로 잇단 시련을 겪은 뒤 더욱 단단한 가정을 꾸리게 됐다고 한다. 오는 4월 결혼 30주년을 맞은 두 사람에게 결혼생활과 화목한 가정의 비결을 들었다.
결혼 30주년 맞은 오미연·성국현 부부 인터뷰

경기도 일산에 있는 오미연(55)의 집에 가면 ‘황송요구르트’를 먹을 수 있다. 직접 발효시켜 만든 요구르트에 사과·대추·잣·크랜베리 등 20여 가지 토핑을 넣은 것인데, 몇 해 전 가족의 아침식사 대용으로 오미연이 개발했다고 한다. 오미연이 만든 요구르트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남편 성국현씨(60). 아침식사뿐만 아니라 간식으로도 먹는다는 성씨는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은 아내 덕분에 갈수록 젊어지는 것 같다. ‘황송요구르트’라는 말도 내가 지은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아내는 매일 ‘고기 먹지 마라, 술 마시지 마라’며 제 건강을 챙겨줘요. 예전에는 그 말이 잔소리로 들렸는데 지금은 고맙게 느껴져요. 혹여 제가 술 마시고 들어오면 ‘나중에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도 안 돌봐줄 거야’라며 으름장을 놓죠(웃음).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릴 때면 아내 말이 떠올라 ‘술집 말고 밥집으로 가자’ ‘조미료 넣지 않는 식당으로 가자’고 권해요.”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은 오미연은 감기에 걸렸을 때도 약 대신 복분자즙을 주고, 매일 2ℓ이상의 물을 마시게끔 한다고. “앞으로 30년은 더 살아야 하지 않냐”는 오미연의 물음에 “30년을 살되 당신과 함께 살아야지”라고 화답하는 성국현씨. 오는 4월 결혼 30주년 기념일을 맞는 두 사람은 그 약속을 꼭 지키자며 얼싸안았다.
“벌써 30년이라니….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하는 긴 세월이지만 돌이켜보면 시간이 참 빨리 흐른 것 같아요.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낳은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 아이들이 시집·장가갈 나이가 됐다는 게 신기해요.”

청바지 입은 모습이 매력적이었던 아내, 옆모습이 조각 같았던 남편
결혼 30주년 맞은 오미연·성국현 부부 인터뷰

두 사람은 지난 77년 성국현씨가 운영하던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우연히 성씨를 본 오미연은 “우리나라에 저렇게 조각 같이 잘생긴 남자가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 TV를 잘 보지 않아 오미연이 탤런트인 줄 모르던 성씨 역시 40kg이 채 되지 않는 늘씬한 몸에 청바지를 입은 오미연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디자이너로부터 정식으로 서로를 소개받은 두 사람은 교제를 시작했다.
“그냥 예쁘다고만 생각했지 연예인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더니 아내가 ‘TV도 안 보냐’며 드라마 ‘신부일기’에 나온다고 말하더라고요. 당시 주목받는 스타였는데도 제가 몰라보니 서운한 감정이 들었을 거예요(웃음).”
스타와 일반인의 만남이라고 해서 남의 눈을 의식한 적은 없다고 한다. 2년간 연애하면서 성씨는 매일 아침 오미연을 방송국에 데려다주고 연극무대에 설 때는 단원들이 먹고도 남을 만큼의 음식을 싸오는 지극정성을 보였다고. 하지만 고지식한 편이던 성씨의 아버지는 “딴따라와 결혼하려거든 이 집에서 나가라”며 결혼을 완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결혼 30주년 맞은 오미연·성국현 부부 인터뷰

“그랬던 아버지가 막상 아내를 보고는 태도가 달라지셨어요. 어른을 공경할 줄 알고 꾸미지 않은 아내의 모습에 반해 오히려 서둘러 결혼날짜를 잡으셨죠. 결혼한 뒤에도 아내가 연기와 집안일, 어느 것 하나 소홀히 여기지 않자 방송생활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해주셨어요.”
하지만 오미연도 아이가 생긴 뒤에는 조금씩 지쳐갔다고 한다. 크고 작은 일로 자주 다투게 됐고 “그만 살고 싶은 순간도 찾아왔다”고.
“팥이 안 든 빵이 맛없듯, 부부싸움이 없는 신혼생활은 정말 밋밋할 거예요. 물론 남편과 다툰 뒤 일주일 넘게 대화를 안 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공인인 만큼 이혼만은 절대 안 된다’며 마음을 다잡았죠.”
하지만 지난 87년 오미연이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두 사람은 큰 시련을 맞았다. 당시 임신 중이던 오미연은 전신에 심한 중상을 입었고, 그 충격으로 셋째딸 예원양(21)을 조산한 것. 태어나자마자 뇌수종으로 대수술을 받은 예원양은 수술후유증으로 천식에 시달렸고, 오미연 역시 몸이 회복되지 않아 활동을 중단했다. 설상가상으로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자 이를 참지 못한 성씨가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섰다.
“당시 보험회사에서 정한 여배우의 정년이 45세였어요. 이를 납득할 수 없어 법적대응을 했지만 1심에서 졌죠. 억울한 마음이 들어 2년여 동안 연예인협회를 오가며 자료조사를 하고 판례를 찾은 끝에 여배우 정년을 60세로 올려놓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교통사고는 불운의 시작에 불과했다. 집안일을 도와주던 가정부가 갓 돌을 넘긴 예원양을 납치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집에 강도가 들이닥친 것. 맏이 영철군(28)과 둘째 지영군(23)은 학교에 가고 없었지만, 목욕탕에서 물장난을 치던 예원양은 그 사건을 목격했다고 한다.
“줄에 꽁꽁 묶인 채 이불을 뒤집어쓰자 예원이가 ‘엄마 뭐하는 거야?’ 하고 묻더라고요. 몸 약한 아이가 놀랄까봐 ‘아저씨들과 술래잡기를 하는 거야’라고 답했어요. 강도들이 남편의 목에 칼을 대고 협박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끼쳐요. 다행히 현금만 뺏기고 가족 모두 무사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혼자 화장실에 들어갈 때도 겁이 났어요.”

잇따른 불운으로 이민 떠나 캐나다에서 8년간 머물러
계속된 악재로 더 이상 한국에서 살 자신이 없었던 두 사람은 지난 90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하지만 적응이 빠른 아이들, 남편과 달리 오미연은 연기자가 아닌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천직이라고 여기던 연기를 그만두고 온전히 주부로 지내는 점 또한 그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5달러가 아까워 세차를 직접 하고, 아이들에게 패스트푸드를 먹이는 게 싫어서 도시락을 두 개씩 싸줬어요. 8년간 그곳에 살면서 남편 사업이 잘되고 아이들도 잘 자라줬지만 ‘연기자 오미연’은 점점 사라졌어요. 그런 제 쓸쓸함을 가족들이 이해해줬고 때마침 한 방송국에서 드라마 출연을 제의해와 활동을 재개했죠. 남편은 2년 동안 캐나다에 더 머물면서 아이들 뒷바라지를 했어요.”
성씨는 “2년 동안 캐나다에서 살림을 하다 보니 아내의 고충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매일 똑같은 반찬을 만들어주니까 아이들이 밥을 잘 먹지 않아 찬밥이 자꾸 늘었어요. 반찬 투정하는 아이들 모습에 화가 났죠. 그러다 문득 ‘살면서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때가 언제였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을 당연하게 여기고 아내가 다려주는 와이셔츠를 별 생각 없이 입었던 게 미안했죠.”
이후 다시 한국에 자리 잡은 두 사람은 더욱 단단한 가정을 꾸리게 됐다고 한다. 두 사람에게 “계속된 불운을 서로의 탓으로 돌린 적이 있냐”고 물으니 “단 한번도 없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힘든 일이 닥치면 상대를 위로하는 말조차 조심스러워요. ‘괜찮아질 거다’ 속으로 되뇌며 묵묵히 사는 거죠. 그러는 동안 상처는 아물고 서로를 더 의지하게 되더라고요.”

결혼 30주년 맞은 오미연·성국현 부부 인터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잘 자라준 영철·지영·예원 3남매는 오미연·성국현 부부에게 단비 같은 존재라고 한다.


두 사람은 3년 전부터는 건강 관련 회사를 함께 경영하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두터워졌다고 한다. 최근에는 두 아들에게 사업을 전적으로 맡겼다고.
“가족끼리 사업을 한다고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집에서도 사업 얘기를 할 수 있어 우리는 편하지만 아이들은 짜증을 내거든요(웃음). 아이들에게 물건 배달하는 일부터 가르쳤어요. 아버지가 사장이라고 해서 결코 봐주는 법이 없죠. 오히려 제대로 못하면 다른 사원들보다 더 심하게 혼내요.”
“평소에는 아이들과 함께 어묵에 정종 한잔 기울이는 다정한 아빠”라는 성씨와 달리 오미연은 조금 무뚝뚝한 편이라고 한다. 외국생활을 오래한 아이들이 부모에게 간섭받는다고 생각할까봐 “엇나가지만 않는다면 무조건 지켜본다”고. 가끔씩 아이들과 마찰이 생기면 “내가 쟤네 나이 때는 무엇을 원했지?” 하고 스스로에게 물으며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린다고 한다. 그는 “부모의 말에 순종하는 맏이, 여리면서도 고집이 센 둘째, 애교 많지만 요즘 사춘기가 와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막내 등 세 아이의 성격이 저마다 달라 아이들을 대하는 데도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테면 휴일인데도 급한 볼일이 생겨 나가려 하면 영철이는 자기도 으레 가야 하는 걸 눈치 채고 후다닥 준비해요. 지영이는 미적거리다가 ‘왜, 가기 싫으냐’고 다시 물으면 그제야 옷을 주섬주섬 입고…. 막내는 조금만 감정을 건드려도 눈물을 흘려서 조심스러워요. ‘다 큰 처녀가 어쩌려고 그래’ 하고 혼내기도 하는데, 제 눈에는 아직도 아기 같아요(웃음).”
오미연·성국현 부부는 이야기를 하는 도중 앨범을 가지고 와 사진을 보여줬다. 2년여 전 찍은 가족사진인데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은 모습으로 아이들과 해맑게 웃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동년배 부부에 비해 결혼·출산이 늦어 아직 할머니가 되지 않았지만, 몇 해가 지나면 사진 속에 사람들이 꽉 들어차겠죠. 그때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뛰어요.”



“인자한 어머니 역 맡아 건강한 가족 모습 보이는 게 꿈”
오미연은 지난해 드라마 ‘사랑하기 좋은 날’을 끝낸 뒤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자전거에 치이는 장면을 찍다가 허리를 크게 다쳐 지금은 건강회복에만 힘쓰고 있다고.
“한손으로 세면대를 짚고 세수를 했을 만큼 허리가 안 좋았어요. 물리치료사가 제가 서 있는 자세와 발 모양을 보더니 ‘하이힐을 당장 벗으라’고 조언하더군요. 앞코가 뾰족한 구두를 신었더니 둘째 발가락이 엄지발가락 위에 놓일 만큼 모지외반증도 심했거든요. 당시에는 ‘하이힐은 절대 못 벗는다’고 말했지만 ‘그래… 이제 나도 늙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외출할 때 건강구두를 신어요.”
그는 예전에 비해 한가해진 틈을 타 남편이 한달에 두 번 지방출장을 갈 때 꼭 따라나선다고 한다. 특별한 여행은 아니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 부부금실이 더 좋아졌다고.
“함께 DVD를 보면서 옛 추억에 잠기기도 해요. 남편이 나이가 들수록 ‘수고했다’ ‘당신이 최고다’ 같은 말을 자주 하는데 그때마다 감동을 느끼죠. 오는 결혼기념일에는 골프를 좋아하는 남편과 여행을 좋아하는 제 의견을 반영해 골프여행을 가려는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쑥스럽지만 아이들과 함께 작은 파티도 열고요.”
오미연의 꿈은 인자한 어머니 역을 맡아 건강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는 “드라마에서 불완전한 가족이 자주 등장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한 드라마 PD에게 ‘조건만 보고 결혼한 뒤 고부갈등 생기는 가정, 사소한 말다툼이 크게 번져 이혼에 이르는 가정이 주로 나와서 아쉽다’고 말하니 ‘그렇게 안 만들면 시청률이 안 나와요’ 하며 겸연쩍게 웃더라고요(웃음). 하지만 결혼해서 30년 정도 살다 보니 ‘그 정도의 시련이나 갈등 없는 집이 어디 있을까’ 싶네요. 오히려 실제 그런 위기를 겪고 있는 가족들이 제 연기를 보면서 갈등이 더 악화되지는 않을까 걱정돼요. 되도록 건강한 웃음을 주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새해 소망을 물었다.
“젊었을 때 기타를 좀 쳤는데 올해 다시 배워보려고 해요. 손이 굳고 눈도 침침해져서 배우는 데 오래 걸리겠지만 멋진 연주 솜씨를 가족들에게 꼭 보여줄 거예요(웃음).”

여성동아 2008년 3월 5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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