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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정윤숙 기자의 Shopping Essay

화장품을 쇼핑하는 천재적 기술

일러스트·정윤숙

2008. 03. 12

화장품을 쇼핑하는 천재적 기술

저는 화장품 쇼핑을 할 때 남들(피부 좋은 사람들^^)보다 2~3배쯤 고민한 후 구입하는 사람이에요. 제 피부는 워낙 스트레스에 약한 체질이라 조그마한 자극에도 피부에 쉽게 염증이 생기고 잘 낫지도 않거든요. 피부과부터 에스테틱까지 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늘 그때뿐이고 시간과 돈이 아까울 정도로 회복이 안 되는 것이 문제였어요. 의사에게서 “여드름이 그만 올라와야 다른 치료를 할 수 있을 텐데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듣고부터는 여드름이 나지 않도록 평소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피부관리를 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패션뷰티팀에 있다보니 화장품에 관해선 누구보다 많이 안다고 자신하지만, 워낙 변화무쌍한 피부를 타고난 덕에 제 피부에 딱 맞는 제품을 고른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에요. 인터넷 쇼핑을 하다가 가장 눈에 띄는 문구는 “여드름에 좋은~”, 사용후기 중 “제가 여드름 피부인데 써보니 좋아요”라는 문구만 읽어도 귀가 솔깃해진답니다. 제가 화장품을 고르는 기준은 피부 타입에 얼마나 잘 맞느냐는 거예요. 여드름이 자주 나는 피부이다보니 아무래도 오일프리 제품이 가장 눈에 들어와요. 그렇다고 모든 제품을 여드름 전용 타입으로 쓰면 피부가 건조해질 뿐 아니라 저항력도 약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어 그 이후부터는 재생크림이나 보습크림도 발라준답니다. 요즘 주력하는 아이템은 피부 자극이 없으면서도 산뜻한 느낌을 주는 식물 성분 토너와 여드름을 막아주는 에센스, ‘수퍼 울트라 메가톤급’ 보습력을 자랑하는 수분크림이죠. 지난번에는 피부가 좋아지고 싶은 열망에 피부 재생과 보습에 좋다는 금가루가 섞인 토너를 썼는데, 피부가 또 뒤집어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어요. 이제 나이도 있으니 이런 제품을 써야 할 것 같아 피부 타입과 맞지 않는 제품을 바른 것이 화근이었죠.
얼마 후 제게 맞는 토너를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을 헤매다가 자극 없고 트러블을 예방하는 식물 성분이 든 제품을 발견했어요. 기쁜 마음에 사용후기를 읽어보았는데 ‘기적의 제품’까지는 아니어도 평이 꽤 좋았어요. 그런데 가격을 보는 순간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죠. 토너 100ml가 5만~6만원대. 양이 적은 것도 그렇지만 그 가격에 구입해 어떻게 화장솜에 마구 부으며 쓸 수 있겠어요. 유기농 제품이라는 것, 사실 피부에는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유기농’이라는 단어 하나로 솔직히 너무 비싼 값을 치러야 된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아 씁쓸했답니다. 몇 년 전, 우연히 알고 사용하게 된 유기농 화장품이 있었는데 그때는 가격대비 품질 좋은 제품이라 여기며 꾸준히 사용했어요. 정식 수입되지 않아 해외배송 사이트나 면세점에서 구입해 썼죠. 그런데 정식 수입되고부터는 패키지가 바뀌면서 가격도 껑충 뛰더라고요.
저처럼 피부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은 피부에 좋다는 건 무조건 눈길이 가게 마련이에요. 화장품으로 피부가 좋아지는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화장품 쇼핑에 열을 올리게 되거든요. 아무리 열심히 투자해봤자 타고난 좋은 피부 못 따라가는 게 슬픈 현실이지만 말이죠(매달 피부 좋은 연예인을 만나면서 내린, 인정하기 싫은 슬픈 결론이랍니다). 몸이 아픈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피부 나쁜 사람들도 피부가 좋아진다는 말 한마디에 혹해서 화장품을 사버리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곤 해요. 하지만 어떤 광고 문구에도, 피부 좋은 연예인의 광고에도, 아무리 좋다고 쓴 사용후기에도 현혹되지 말고 내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만이 천재적인 화장품 쇼핑을 하는 방법이 아닐까 해요. (이건 사족이지만, 피부과에서 하는 여드름 치료는 왜 보험이 안 될까요? 여드름은 대인 기피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심각한 병인데 말이죠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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