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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부부 살아가는 이야기

결혼 30주년 맞은~ 송대관·이정심 부부 인터뷰

글·김유림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07.11.23 10:03:00

송대관·이정심 부부는 젊은 시절 한국과 미국에 떨어져 살면서 갈등을 겪은 뒤 더욱 단단한 가정을 꾸리게 됐다고 한다. 얼마 전 큰아들을 장가보낸 송대관·이정심 부부에게 30년 결혼생활과 잉꼬 부부 비결을 들었다.
결혼 30주년 맞은~ 송대관·이정심  부부 인터뷰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 인근에 자리한 가수 송대관의 자택에 들어서자 두 마리 진돗개가 꼬리를 흔들며 마중을 나온다. 방금 텃밭에 해충퇴치용 소독약을 뿌리고 왔다는 송대관은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트레이닝복 모자를 동여맨 채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정원 가꾸는 걸 좋아해 쉬는 날이면 집안 곳곳에 있는 감나무 석류나무 자두나무 포도나무 등을 직접 관리한다는 그는 마당 한가운데 탐스러운 석류가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석류나무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부인 이정심씨에게 “남편과 함께 텃밭을 가꾸냐”고 물었더니 이씨는 손사래를 치며 “저이가 키운 채소와 과일로 요리만 할 뿐 농사일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가끔 남편이 나이 들면 시골로 내려가자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차라리 압구정동으로 가겠다’고 농담을 해요. 나이 들수록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야 기를 충전할 수 있잖아요(웃음). 조만간 둘째 아들까지 장가가고 나면 집에 남편과 저 둘만 남을 텐데 지금부터라도 둘이 재밌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어요.”

“새아기가 보낸 이메일 읽을 때 아들이 장가갔다는 게 실감 나요”
송대관·이정심 부부는 지난 8월 큰아들 진형씨를 장가보내고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작은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큰아들 내외는 결혼식을 올린 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원래 생활터전인 미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송대관은 “며칠 같이 지내면서 정을 쌓고 싶었는데, 며느리가 공부하는 학생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현재 아들 진형씨는 미국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 중이고, 며느리는 시카고 노스웨스턴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지난해 아들이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준다고 한국에 데리고 왔는데, 보자마자 제가 한눈에 반했어요. 수수한 모습이 사랑스럽더라고요. 사실 결혼은 내년 여름에 새아기가 공부를 다 마치면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계획을 수정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순식간에 해치웠죠. 결혼식 올리기 보름 전 공연차 뉴욕을 방문했는데 새아기가 시카고에서 혼자 저를 찾아와서는 ‘결혼시켜주세요’ 하더라고요(웃음).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바로 서울에 있는 아내한테 전화를 걸어 식장을 알아보라고 했죠.”
송대관 가족은 큰아들이 두 살, 작은아들이 한 살일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는데 부부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도 두 아들은 미국에 남아 공부를 계속했기에 막상 가족 모두가 함께 보낸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러기에 두 사람은 아들을 장가보내면서 새 식구를 맞는다는 기쁨과 함께 왠지 모를 허전함도 느꼈다고. 며느리와 자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는다는 이씨는 “새아기가 보낸 편지를 읽을 때 우리 아들이 장가갔다는 게 실감 난다”며 미소를 지었다.
송대관·이정심 부부는 지난 76년 일본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송대관이 공연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 그의 안무를 담당한 무용가의 제자였던 이씨가 공연 뒤풀이에 참석하면서 인연이 시작된 것. 당시 이씨는 이화여대에서 고전무용을 전공하다 3학년 때 일본으로 건너가 현대무용을 배우고 있었다. 이씨를 보고 첫눈에 반한 송대관은 일본에 머무는 내내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데이트 신청을 했고, 처음에는 싫다고 뿌리치던 이씨도 결국 그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결혼 30주년 맞은~ 송대관·이정심  부부 인터뷰

8월 말 결혼식을 올린 큰아들 내외는 현재 미국에 살고 있으며 내년쯤 한국에 들어와 살 예정이라고 한다.


“피부가 뽀얗고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가 갑자기 전라도 사투리로 말을 하는데 얼마나 우습던지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웃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남편은 제가 자기를 좋아해서 그런 줄 알았다는데 저는 전혀 마음이 없었죠. 데이트 신청을 해도 몇 번이나 바람을 맞혔는데, 어느 날은 머리끝까지 화가 난 남편이 전화기에 대고 온갖 욕이란 욕을 다 퍼붓더라고요. 태어나서 그렇게 심한 욕을 들어보기는 처음이었는데도 이상하게 그 모습이 오히려 남자다워 보였어요. 그때부터 방학 때마다 만나면서 데이트를 했죠.”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씨 집안에서 반대가 심했던 것. 당시 송대관은 ‘해뜰 날’로 이름을 알린 인기 가수였지만 여전히 단칸방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가난한 청년이었고, 이씨의 가족은 미국 이민을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이씨 부모의 눈을 피해 몰래 낚시터로 여행을 떠났고 그날 큰아들을 갖게 됐다고.
“집안에 감금당한 채 전화도 받지 못하고 있는데 마침 조카가 전화를 받아서 바꿔줬어요. 중국집으로 나오라고 해서 오랜만에 만났는데, 독한 중국술을 마시면서 펑펑 우는 남편을 보니 마음이 약해지더라고요.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저도 부모님 뜻에 따라 남편과 헤어질 생각이었거든요. 결국 남편의 우는 모습을 보고 ‘이 남자면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고, 부모님을 설득해 결혼에 성공했죠(웃음).”
이후 이씨의 가족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고 두 사람은 팍팍한 현실에 부딪히며 힘든 신혼을 보내야 했다. 결국 부부는 80년 젖먹이 두 아들을 데리고 미국 이민길에 올랐다.
“일을 끝내고 아내가 운영하는 분식점에 왔는데 종업원들 틈에 섞여 지친 표정을 하고 있는 아내를 보자 불현듯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기회의 땅’이라 외치는 미국으로 떠나자는 결심이 섰죠. 둘째가 태어나고 얼마 안 됐을 땐데, 어머니는 여동생에게 부탁하고 할머니한테는 ‘미국 공연 갔다 온다’고 거짓말을 하고 한국을 떠났어요.”

가수 꿈 버리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와 부부가 5년간 떨어져 살아
그가 미국에서 처음 시작한 일은 카펫가게 창고 관리였다. 아침 8시 재단사들이 일을 하러 모두 떠나면 창고 셔터를 닫아버려 하루 종일 어두컴컴한 곳에서 생활해야 했는데 점심때 집에서 싸온 도시락 뚜껑을 열면 쥐들이 달려들어 공포에 질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결국 한 달도 못돼 회사를 그만두고 편의점에 취직한 그는 그곳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영어도 익히고, 미국 생활에 점차 적응해나갈 수 있었다. 그 후에도 접시닦이, 세탁물 배달 등을 하며 하루를 한달처럼 열심히 산 송대관 부부는 이민생활 3년 만에 기념품 가게를 차렸다. 하지만 하루에 물건 하나를 팔기도 힘들 정도로 장사가 되지 않았고, 가게를 얻으면서 낸 대출금 이자도 제때 갚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부부는 업종을 바꾸기로 결심했는데, 그 과정에서 건물주에게 고소를 당할 뻔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샌드위치 가게를 차릴 요량으로 밤마다 몰래 싱크대 공사를 했는데 그게 문제가 됐어요. 어느 날 건물 관리인이 오더니 ‘주인 허락 없이 기물을 파괴하면 고소를 당하고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고 엄포를 놓더라고요. 그땐 정말 앞이 캄캄했죠. 결국 먼저 이민 와 있던 친구한테 부탁해 상황을 설명했는데 그 친구가 건물주한테 ‘잘 몰라서 그랬다. 저 친구가 한국에서는 유명한 가수였다’면서 사정을 했어요. 그랬더니 주인이 제가 가수였던 걸 입증해보라고 하더라고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각종 시상식에서 받은 트로피, 상장, 가수 활동하면서 찍은 사진 등을 가지고 다시 사장실을 찾아갔죠. 다행히 천운이 따랐는지 사장이 흔쾌히 공사를 진행하라고 했어요. 나중에는 저희 가게를 위해 건물 앞에 무료로 광고물까지 만들어줬죠(웃음).”

결혼 30주년 맞은~ 송대관·이정심  부부 인터뷰

점심때면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세 바퀴나 돌아 설 정도로 샌드위치 가게가 잘됐다고 한다. 결국 부부는 샌드위치 가게를 5개나 열었고 나중에는 그걸 다 처분해 대형 슈퍼마켓을 차렸다. 송대관 부부는 그 뒤 요리 솜씨가 좋은 부인 이씨 덕분에 식당을 운영해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먼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니까 삶이 안정되고 아이들 키우는 재미도 컸죠. 평일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하다가도 주말만 되면 아이들과 집 앞 잔디도 깎고 여행도 다니면서 즐겁게 살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다시 가수를 하겠다며 혼자 서울로 돌아가면서 뜻하지 않은 불화가 생겼어요.”
당시 부인 이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 부동산 사업을 하며 승승장구할 때였는데, 송대관은 미국 생활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못다 한 꿈을 이뤄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결국 아내를 설득해 88년 혼자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계획대로 음반을 취입하고 노래 ‘혼자랍니다’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석 달은 버틸까’ 싶어서 보내줬는데 1년이 가고 2년이 가도 돌아올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서로 자신이 있는 곳으로 들어오라고 힘겨루기를 했죠. 그러는 동안 저희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특히 한인 사회에서 저희 부부가 이혼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죠. 그때까지도 ‘나만 아니면 된다’ 하는 생각으로 버텼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친오빠가 ‘송서방이 호텔에서 누구와 만났다더라’ ‘대구에 사는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더라’ 하고 얘기를 전하니까 배신감에 몸이 떨리면서 당장 이혼해야겠다는 생각에 남편한테 전화를 걸어서 이혼서류를 보내라고 했죠(웃음).”



“힘든 시기 지나고 나니 한국에 자리잡기를 잘했다는 생각 들어요”
사실과 다른 소문 때문에 곤혹을 치른 건 송대관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아내의 전화를 받고 화가 난 송대관은 이씨의 친정오빠에게 소문의 출처를 물었는데 어이없게도 말의 근원은 미국으로 먼저 이민 간 이씨의 친언니였다고 한다. 온갖 소문에도 흔들리지 않고 태연하기만 한 동생이 걱정이 돼 자극을 주려고 소문을 지어낸 것.
“그 언니가 바로 MBC 앵커 김주하 시어머니예요(웃음). 당시 언니는 몇 번이나 ‘너 사는 거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제가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사는 걸 안타까워했거든요. 언니는 지금도 미국에 사는데 주하가 시이모라고 저한테 참 잘해요. 반말도 서슴없이 하는데, 하루는 농담 삼아 제가 ‘넌 버릇없이 왜 반말을 하니?’ 했더니 ‘에이~ 정 있고 좋잖아. 왜 존댓말 해줘?’ 하면서 웃더라고요.”
친언니가 벌인 해프닝으로 오히려 부부간의 신뢰가 더욱 단단해진 두 사람은 93년 이씨가 서울로 오면서 다시 함께 살게 됐다. 하지만 이씨는 처음 한국에 들어와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은 매일 늦는데다 주변에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없어 심한 우울증을 앓았던 것. 송대관은 그런 아내에게 강아지 네 마리를 선물했고 이씨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다시 생활의 활력을 얻었다.
“힘든 시기를 지나고 나니까 지금은 그때 돌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나라에서 내 나라말 쓰면서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해요. 또한 남편이 지금까지도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활동하는 걸 보면 다른 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평소 남편의 무대의상은 물론 헤어스타일, 피부 관리까지 도맡아 해주고 있는 이씨는 콘서트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고 한다. 올해로 5년째 가수 태진아와 함께 ‘송대관 vs 태진아 라이벌 콘서트’라는 타이틀로 전국 투어를 벌이고 있는데, 이씨는 콘서트가 끝난 뒤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을 위한 앨범 판매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지금도 콘서트 무대에서 한 번에 스무 곡 이상을 부를 정도로 체력을 유지하고 있는 송대관은 운동과 소식으로 건강을 지키고 있다. 또한 화면에 조금이라도 얼굴이 부어 보이면 그날로 바로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등 체중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고 한다. 그에게 “오랫동안 인기 가수로 활동하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그는 “아내 덕분에, 그리고 관객들에게 ‘촌놈 스타일’ 그대로 다가간 게 전부”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여성동아 2007년 11월 5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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