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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 모델로 인기 모으는 노부부 양재봉·김옥산 ‘40년 사랑’

기획·김유림 기자 / 글·이자화‘자유기고가’ / 사진·조세일‘프리랜서’

입력 2007.11.22 17:57:00

7년째 함께 CF 모델로 활동 중인 노부부 양재봉·김옥산씨를 만나 뒤늦게 CF 모델로 데뷔한 사연, 40년 넘게 유지해온 부부금실에 대해 들었다.
CF 모델로 인기 모으는 노부부 양재봉·김옥산 ‘40년 사랑’

부부금실이 좋은 양재봉·김옥산 부부는 아직까지도 거실 벽면 한 가운데 결혼사진을 걸어 놓고 있다.


“아들아~ 아무것도 필요 없다. 연속극은 옆집 가서 본다.” 노부부가 아들에게 고장난 텔레비전을 보여주며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KTF Show 광고 ‘대한민국 보고서, 고향 부모 방문 편’이 요즘 인기다. 더욱 흥미로운 건 광고 속 노부부가 실제 부부라는 것. 자연스러운 연기와 코믹한 애드리브로 이미 광고계에서 이름을 알린 양재봉(69)·김옥산(59) 부부는 “요즘 들어 알아보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까지 일반인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두 사람은 이미 업계에선 중견 모델이다. 양재봉씨는 광고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10년 넘게 꾸준히 활동해왔고, 아내 김씨도 7년차 모델로 현재 CJ홈쇼핑 전속모델로 일하고 있다.
“광고 모델로 활동한 지는 꽤 됐는데 이번처럼 인기를 얻기는 처음이에요(웃음).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재미있다고 말하니까 기분 좋습니다. 제 친구들은 대부분 일선에서 물러나 조용히 노후를 보내고 있는데, 저는 이 나이에도 사회활동을 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하죠.”

남편 따라간 CF 오디션장에서 감독 눈에 띄어 광고 모델 시작
평생 전업주부로 살던 김씨가 모델로 데뷔할 수 있었던 건 남편 덕분이다. 광고 모델 오디션을 보러 가는 남편을 따라 오디션 현장에 갔다가 CF 감독의 눈에 띄어 그 자리에서 모델 제안을 받은 것. 김씨의 온화한 분위기가 감독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줄곧 남편에게 광고 모델로 함께 활동할 것을 권유받아온 김씨는 감독에게 직접 제안을 받자 처음으로 용기를 내 촬영에 임했다고. 현재 김씨는 할머니 모델 중 단연 섭외 1순위로 지금까지 촬영한 광고만 해도 대한투자신탁·테크노마트·국제전화00700·한화그룹 등 스무 편에 이른다. 3년 전에는 가수 조PD의 ‘친구여’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보시는 대로 제 안사람이 참 고와요. 웬만한 모델보다 훨씬 예쁘죠. 다른 모델들과 촬영을 할 때마다 ‘우리 할멈이랑 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결국 기회가 온 거죠.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안 하겠다고 하던 사람이 지금은 저보다도 인기가 많아요(웃음).”
두 사람이 함께 광고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지난해 겨울 방영된 이동통신회사 LG텔레콤의 ‘기특하다 17마일리지’ 광고가 부부의 첫 공동 작품이라고 한다. 당시 광고는 집안에 커다란 나무 목욕통을 들여놓고 목욕을 하던 노부부가 아들의 휴대전화요금 마일리지로 일본으로 온천여행을 간다는 내용이었다.
양재봉씨는 지금까지 많은 광고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중 기억에 남을 만한 광고는 ‘저 꼬마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앉으세요’라는 카피를 남긴 교통 캠페인과 그가 삭발을 하고 스님 연기를 했던 생녹차 광고, 탤런트 송채환과 함께 출연한 검은콩우유 광고, 가수 김태욱과 연기한 임산부용 철분제 광고가 있다. 지난해까지 6년 동안은 홈쇼핑 고정 모델로도 활동했다. 광고 뿐 아니라 영화에도 출연한 경력이 있는데 한·일 합작 영화 ‘서울’과 이병헌·수애 주연의 ‘그해 여름’에도 출연했다. 또한 그룹 부활의 7집 수록곡인 ‘안녕’ 뮤직비디오와 각종 재연 프로그램에서 등장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수를 따져보면 공중파 텔레비전 광고 13편, 드라마 15편, 영화 3편 등 총 30여 편에 이른다고.

CF 모델로 인기 모으는 노부부 양재봉·김옥산 ‘40년 사랑’

늦은 나이에 방송일을 시작한 그가 광고주들에게 사랑받는 모델이 된 데는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고 한다.
“어떤 작품이든 출연을 하려면 오디션을 봐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생기 있어 보이고자 옷차림 하나에도 신경을 써요. 또한 분장을 해서 얼굴색도 좋게 하고, 현장에서 요구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연기를 보여주려고 노력하죠(웃음).”
사실 그가 작품에서 대단한 연기를 선보이는 건 아니라고 한다. 심지어 대사가 전혀 없을 때도 있는데 이럴 때는 스스로 재미있는 대사와 생동감 넘치는 즉흥 연기를 선보인다고. 이번에 화제를 모은 Show 광고도 원래 대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만 적혀 있었는데 그가 현장에서 나머지 대사와 동작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간혹 감독님 중에서 즉흥적인 연기를 싫어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럴 땐 대본에 있는 대로만 연기를 하죠. 하지만 이번 Show 광고는 감독님이 다양한 애드리브를 좋게 받아들여 주셨어요. 어쩐지 찍을 때부터 반응이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들더라고요(웃음).”
그는 연기자로 활동하기 전까지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했다고 한다. 어릴 적 그의 집에 하숙을 하던 국악단원에게 악기 연주를 배워 스물다섯 청년시절부터 50대 중반까지 밤무대에서 활동한 것. 말솜씨도 좋아 행사 진행을 맡기도 했다는 그는 잠시 무대를 떠나 비디오가게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결국 무대로 다시 돌아갔다고 한다. 방송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여러 행사에서 사회를 볼 때 게스트로 종종 참석했던 최성호 전 영화협회회장이 그를 추천해준 덕분이라고.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연주를 하고 사회를 본 경험이 순발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로의 연기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는 두 사람은 지난 66년 결혼, 40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다고 한다. 평생을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두 사람은 서로를 “참 착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남편이 예전에 돈을 참 잘 벌었어요. 웬만한 사람들은 ‘밴드’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 경기도 파주 기지촌에 들어가서 밴드 활동을 하면서 연주비와 팁을 포함해 하루에 5천원씩 벌기도 했어요. 보통은 팁이 10원, 20원 하던 때였으니 매우 큰돈이었죠. 남편은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의고 힘들게 살았던 터라 돈 욕심이 많을 법도 한데 정반대였어요. 길을 가다가도 힘들게 사는 집이 있으면 쌀을 사다주고, 돈도 주곤 했죠. 한번은 이 양반이 돈을 잘 준다는 소문이 나서 동네 사람들이 집으로 찾아와 ‘돈 좀 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니까요(웃음). 지금까지 가족과 주위 사람들만 챙기면서 살아온 착한 사람이에요.”
아내 김씨 또한 남 도와주기 좋아하는 남편을 원망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아내를 보며 “심성이 비단처럼 고운 사람”이라며 “지금까지 큰 소리 한번 내지 않고 두 아들 잘 키우고, 알뜰하게 살림 꾸려온 아내가 고맙다”고 말했다.

CF 모델로 인기 모으는 노부부 양재봉·김옥산 ‘40년 사랑’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Show’광고 한 장면.


부부금실 좋기로 소문난 두 사람은 각자 스물여덟, 열여덟 나이에 처음 만났다고 한다. 당시 아내는 고등학생이었는데 그가 파주에서 밴드생활을 할 때 김씨가 작은집에 놀러왔다가 우연히 만났다고.
“교복을 입고 친구와 걸어가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고 천사 같던지, 그날부터 아내를 엄청 따라다녔어요(웃음). 제가 세 살에 아버지를, 아홉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형님, 누님과 단출하게 살았는데, 이 사람 집에 갔더니 식구들이 참 많더라고요. 워낙 첫눈에 반하기도 했지만 가족들과 ‘알콩달콩’ 사는 모습이 좋아보여서 꼭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김씨 부모는 두 사람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다 그가 밴드생활을 한다는 점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그는 일년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파주에서 김씨 집이 있는 서울을 오가며 구애작전을 펼쳤고 김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시트콤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두 사람의 나이 차 때문에 김씨를 두 번째 아내로 오해하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구차하게 설명하는 것이 싫었다는 부부는 지금도 거실 벽면에 자신들의 결혼사진을 걸어두었다.
“부부가 한 번 베개를 같이 베기 시작했으면 누가 먼저 세상을 뜨기 전까지는 끝까지 함께해야죠. 저희는 아마 죽을 때까지 이렇게 손 붙잡고 함께할 겁니다.”
부부는 현재 큰아들 식구와 함께 살고 있다. 네 살, 두 살배기 손녀들과 지내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큰 행복이라고 한다. 큰아들과 둘째 아들 모두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밴드활동을 하는데 각각 건반과 색소폰을 연주한다고.
“사실 두 아들이 공무원이나 기술자가 되길 바랐어요. 그런데 큰아이는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잘 치더라고요. 피아노 선생님이 되려고 했지만 대입이 뜻대로 되지 않아 제 친구의 부탁을 받고 업소에서 밴드활동을 시작했어요. 둘째도 마찬가지로 제 친구와 인연이 닿아 색소폰을 불고 있죠.”
그는 지난해까지 6년 동안 홈쇼핑에서 먹는 제품을 광고한 탓으로 살이 많이 쪘다고 한다. 건강을 생각해 다이어트 중이라는 그는 지난해 아들이 거금을 들여 사준 실내 자전거로 하루에 50km씩 달리며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고. 아내 역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데 매일 스트레칭을 하고 식사 때마다 배가 부르지 않을 만큼만 먹는다고 한다. 또한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것만큼 좋은 건강관리가 없다고 말한다.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시트콤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정말 잘할 자신이 있거든요(웃음).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일만큼 보람되고 행복한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동아 2007년 11월 5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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