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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임혁필·박정애 부부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기획·김유림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조세일‘프리랜서’

입력 2007.10.24 11:13:00

네 살배기 딸을 키우는 개그맨 임혁필이 자신의 육아체험을 담은 만화에세이를 펴냈다. 올겨울이면 두 아이의 부모가 되는 임혁필·박정애 부부가 들려준 아이로 인해 감동했던 특별한 순간들.
개그맨 임혁필·박정애 부부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개그맨 임혁필(35)은 네 살배기 딸 혜성이와 외출을 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딸이 귀엽다”며 한마디씩 하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아빠를 닮지 않았다’는 말이 가장 듣기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얼마 전 만화로 된 육아에세이 ‘Feel, So Good’을 펴내 신세대 아빠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아내 박정애씨(30)가 아기를 낳기 전 진통하는 모습, 그가 처음으로 갓난아기를 안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모습 등 초보 부부의 생생한 육아체험기가 담겨 있다. 그의 그림솜씨는 인터넷을 통해서 이미 알려진 바 있는데, 그는 3년 전부터 자신의 미니홈피에 ‘만화책’이란 폴더를 만들어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을 올려왔다. 청주대 서양화과를 나온 그는 개그맨으로 데뷔하기 전 만화가로 활동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을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해두고 싶었어요. 갓 태어난 아이의 탯줄을 자르던 순간, 아이가 첫 걸음마를 떼던 날, 그리고 아이가 저를 처음 아빠라 부른 날 등 아이를 키우면서 감동을 느꼈던 특별한 날들을 평생 기억하고 싶거든요. 이 책이 아내와 아이에게 영원히 기억에 남을 만한 선물이 되면 더욱 좋고요.”

개그맨 임혁필·박정애 부부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그림 솜씨가 남다른 임혁필은 최근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을 담은 만화 육아에세이를 펴냈다.


임혁필은 평소 씻는 걸 싫어해 결혼 초에는 아내에게 자주 핀잔을 받았지만, 아빠가 된 뒤에는 손을 자주 씻는 습관이 생겼을 정도로 아이를 끔찍하게 위한다고. 집에 돌아와서도 아이부터 찾는데 “아빠~” 하고 달려오는 아이에게 뽀뽀 세례를 퍼붓는 그를 보면 부인 박씨는 은근히 서운한 마음도 든다고 한다. 박씨는 “혜성이가 태어난 뒤 나는 뒷전으로 밀렸다”며 눈을 가늘게 뜨고 남편을 쳐다봤다.

“아내가 아이에게 젖을 물린 채 함께 잠든 모습이 가장 아름다워 보였어요”
박씨는 아이를 낳고 한동안 산후우울증을 경험했다고 한다. 혼자 하루 종일 갓난아기를 돌보느라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던 것. 하지만 임혁필은 그런 아내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했다고 한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새벽에 집을 나가 밤이 돼서야 들어오길 반복하며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고.
“지금 생각해도 그때 아내한테 잘 못해준 게 미안해요. 누구나 다 겪는 일이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아내는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더라고요. 육아에 대한 부담은 물론이고 아이 낳고 몸매가 회복되지 않아 더욱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죠. 사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모델 못지않은 날씬한 몸매였거든요(웃음).”
처음에는 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육아에 직접적으로 동참하지 못했다는 그는 아이가 백일이 지나고 목을 가누기 시작할 무렵부터 아이를 돌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저귀를 가는 일만큼은 아내에게 떠맡겼다고. 그는 “아이가 아무리 귀여워도 똥 묻은 기저귀는 차마 못 보겠더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내 박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유 수유를 했다고 한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다 보면 아이와 함께 잠이 드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남편의 눈에는 그 모습이 가장 아름답게 보였다고.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는 아내가 안쓰러우면서도 아이가 엄마 품에서 젖을 먹는 모습은 보고 또 봐도 감동적이더라고요. 하지만 아내는 가슴을 드러내고 자는 게 민망하다며 창피해하더라고요. 제가 아무리 ‘숭고한 모습’이라고 해도 동의하지 않는 눈치예요(웃음).”
임혁필·박정애 부부는 아이의 성장과정을 유심히 관찰해오면서 가슴 철렁했던 때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아이가 말을 못하는 신생아일 때는 어떤 의사표현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이의 반응에 즉각 대처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른 적이 많다고.
“처음에는 아이의 눈이 어딜 쳐다보고 있는지 가늠을 하지 못했어요. 어떨 땐 눈이 모아져 있고, 또 어떨 땐 벌어져 있고…. 우리 아이만 이상한 건 아닌가 걱정도 됐죠. 결국 책을 보고 나서야 신생아는 물체를 40도에서 90도 이내에서만 볼 수 있고 최소 2개월이 지나야 180도까지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웃음).”
아이의 백일잔치는 방송국 사람들과 함께 떡을 나눠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당시 KBS ‘개그콘서트’에 출연하고 있던 그는 공개녹화에 참석한 방청객들에게까지 백설기를 돌려 축하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백일떡은 많은 사람이 나눠 먹는 게 좋다고 해서 아이디어를 낸 거였는데, 방청객들이 나중에 ‘개그콘서트’ 게시판에 ‘떡 잘 먹었다. 아이 잘 키워라’ 등 아이의 앞날을 축복해주는 덕담을 많이 남겨줘 어떤 팬레터보다도 반갑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딸아이와 함께 목욕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스킨십을 하면서 부녀간의 사랑을 쌓을 수 있고, 아이 또한 아빠와 목욕하면서 장난치는 걸 가장 좋아한다고. 그는 “아이가 조금만 더 자라면 ‘내가 언제 아빠랑 목욕했냐’며 시치미를 뗄 날이 올 것 같다. 그러기 전에 자주 목욕을 해야겠다”며 웃었다.

“딸아이와 함께 목욕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해요”
개그맨 임혁필·박정애 부부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현재 아내는 둘째를 임신 중이다. 두 사람은 결혼 전 아이 욕심이 많지 않았지만 혜성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주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고 둘째 갖기를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12월 말 출산 예정인 아내는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와 많이 다르다”며 벌써부터 둘째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첫째 때보다 입덧이 심했어요. 덕분에 몸무게는 많이 늘지 않았지만 대신 금방 피곤해지더라고요. 숨쉬기가 곤란할 때도 있고, 저녁이 되면 배가 돌덩이처럼 자주 뭉치기도 하고요. 힘도 얼마나 센지 배를 찰 때 느껴지는 강도가 첫째 때에 비해 훨씬 강해요. 혜성이는 임신 중에 크게 힘든 줄 몰랐는데, 둘째는 어떤 아이일지 참 궁금해요(웃음).”
임혁필 부부는 아이가 잠자리에 든 이후 종종 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러나 번번이 방해라도 하듯 잠에서 깨 울기 시작하는 아이 때문에 ‘분위기’ 있는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도 혜성이를 재우고 나서야 아내와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 둘째가 태어나면 또다시 전쟁이 시작될 테니 그 전까지라도 평화가 지속되길 바랄 뿐이죠(웃음). 사실 혜성이를 보고는 다들 순한 편이라고 얘기해요. 둘째가 태어나도 지금처럼 말 잘 듣고 동생도 예뻐해주면 좋겠어요. 저도 이번에는 첫째 때에 비해 잘할 자신이 있어요. 처음에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기만 하면 아내에게 다 떠넘겼는데 이제는 아기의 울음소리만 들어도 배가 고픈 건지, 기저귀를 갈 때가 된 건지 감이 잡히거든요.”
캠퍼스 커플로 만나 5년 넘게 연애하다 2002년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은 결혼 후 크게 다툰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특히 아이 앞에서는 절대 큰 소리를 내지 않기로 약속했기에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꾹 참았다가 나중에 감정을 추스르고 대화를 시도한다고. 물론 불쑥 말이 먼저 튀어나올 때도 있지만 아이의 놀란 표정을 보면 더 이상 싸움을 하지 못하고 서로의 눈을 피한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진짜 어른이 돼가는 것 같아요. 아이가 부모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자란다고 생각하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안되겠구나 싶죠. 아이가 부모에게 큰 기쁨을 주듯이 부모 또한 아이에게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하나도 아닌 두 아이의 부모가 됐으니 더 현명한 부모가 돼야죠.”

여성동아 2007년 10월 5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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