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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 사람의 도전

정현숙 성공 스토리

전업주부에서 월 매출 5백만원 올리는 영업사원으로~

기획·송화선 기자 / 글·최지영‘자유기고가’ / 사진·조세일‘프리랜서’

2007. 07. 23

결혼 뒤 6년간 주부로 살다 2000년 도서대여점을 열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정현숙씨는 현재 교원 L&C 리빙 플래너로 일하고 있다. 정씨를 만나 사회경험 없던 주부가 영업사원으로 성공한 비결에 대해 들었다.

정현숙 성공 스토리

정현숙씨(38)는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시아버지 모시고, 두 아이를 키우며 사는 전업주부였다. 사업을 하는 남편과 알뜰살뜰한 가정을 꾸리며 살던 그가 부업에 눈을 돌린 건 아이들이 자라면서 조금씩 여유시간이 생겼기 때문. 그가 처음 시작한 건 살림과 병행할 수 있는 도서대여점이었다.
“2000년에 도서대여점을 열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낮 시간엔 주부 손님이 많은데, 제가 워낙 얘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같이 소소한 가정사를 털어놓으며 수다를 떨다 보니 단골이 늘더라고요. 그러다 한 아주머니로부터 ‘교원’에 대해 알게 됐죠. 전집류 등을 방문판매하는 주부사원을 모집하는데, 책도 좋고 주부가 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요.”
주부사원이 되면 아이에게 좋은 책을 싸게 사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 정씨는 바로 회사를 찾았고, 교육 과정을 거쳐 2001년 (주)교원 주부사원이 됐다. 한동안은 도서대여점과 도서 판매를 병행했지만 “엄마가 너무 바쁘면 아이가 상실감을 느낄 것 같아” 도서대여점은 곧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때 친하게 지낸 분들이 서로서로 사람을 소개시켜줘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었어요. 또 제가 전업주부로 6년간 지냈으니 다른 주부 마음을 잘 알잖아요. 서로의 고충을 얘기하고 아이 키우는 얘기하다 보면 저절로 친해져서 한 분 한 분 소중한 고객이 됐죠.”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고 조근조근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누구라도 그와 수다를 떨다 보면 마음의 문을 열 수밖에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근함과 편안함, ‘주부다움’이 바로 그의 무기. 정씨는 “한번은 아파트 단지에서 길을 잃은 채 울고 있는 아이의 집을 찾아줬다가 아이 엄마와 친해져 ‘언니 동생 사이’가 되기도 했다”며 “그 ‘언니’와는 지금도 온 가족이 서로 왕래하며 지낼 만큼 친한 사이”라고 말했다.

“주부로서의 경험과 친근함이 비장의 무기예요”
이런 탁월한 친화력 덕분에 그는 빠른 시간 안에 우수 사원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입사 1년 만에 지구장이 됐고, 2005년엔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정씨는 본부장 취임 첫해 높은 실적을 올려 포상을 받기도 했다.
“다른 판매사원들을 보면 고객에게 상처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전 그런 적이 없습니다. 고객을 영업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친구로 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죠. 책을 판매할 때도 판매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좋은 것을 권해주는 친구의 마음이 되려 했어요. 그렇게 하면 처음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듯 보이지만 언젠가 서로의 마음이 통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일의 성공도 따라오거든요.”
이처럼 정씨가 주부사원으로 승승장구하는 데 도움이 된 건 가족들. 특히 지난 2002년 재혼하면서 집을 옮긴 시아버지는 그전까지 정씨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었다고 한다.
“아침이면 구두를 깨끗이 닦아서 현관에 가지런히 놓아주시고, 대문 앞까지 가방을 들어주시곤 했죠.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제가 퇴근할 때까지 돌봐주셨고요. 옛말에 홀시아버지 모시는 것만큼 고된 일이 없다는데 제 경우는 완전히 달랐어요. 정말 편하고 좋았거든요.”

정현숙 성공 스토리

정현숙씨는 “엄마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자녀교육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두 아이도 정씨에겐 큰 힘이 됐다.
“한번은 고객과의 약속이 취소되고 이런저런 힘든 일이 있어 좀 일찍 퇴근했는데 큰아이가 ‘엄마, 회사 그만뒀어요?’ 하고 묻더라고요. 그 말에 깜짝 놀라서 이후로는 근무시간을 철저히 지키게 됐죠(웃음).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출퇴근 때 옷 입는 스타일에도 더 신경을 쓰고요.”
평소 오전 8시에 출근하고 오후 7시쯤 퇴근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5학년·4학년생인 두 아이를 키우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종종 사원교육 때문에 지방 출장을 갈 때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언니나 이웃들이 아이들을 돌봐준다고.
“조금만 눈을 돌리면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부업이 많아요. 엄마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게 교육적으로 좋기도 하고요. 우리 아이들은 제 출장이 좀 뜸하다 싶으면 ‘엄마, 왜 요새는 연수 안 가요?’ 하고 물어볼 정도로 제 일을 존중해줘요(웃음). 그런 기대와 격려 덕분에 더 열심히 일하게 되죠.”
도서판매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정씨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주)교원이 새로 출범시킨 생활·문화기업 교원 L·C(Living·Care)에 ‘LP(Living Planner·리빙 플래너)’로 지원한 것. 회사 측의 권유가 있기도 했지만, 정씨 본인도 새로운 영역에서 능력을 펼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한다. LP는 교원 L·C가 판매하는 정수기·비데 등의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직책이다. 그는 이전의 경력으로 보면 지점장급 대우가 가능함에도 초급 판매원부터 시작하기로 결심, 사후관리만 한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에게 교원 L·C가 생산하는 화장품, 기능성 속옷 등을 소개 및 판매하는 영업사원 몫까지 해내고 있다.
“본부장으로 있을 때 사실 나이가 어려서 힘든 점이 없지 않았거든요. 저나 아래 계시는 분들이나 서로 마음고생이 심했죠.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 이상 기초부터 새로 밟아 올라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뛰고 있고요.”
지난 5월 LP로 첫걸음을 내디딘 그는 보통 한 달에 30~45가구를 다니는 다른 신입사원들과 달리 65가구를 방문해 LP 가운데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방문고객 명단을 받으면 먼저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 방문내용을 알리고 전화로 다시 확인하는 방식으로 일정을 짠 덕분이라고.
“고객을 만나면 주부 특유의 친화력으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얘기를 나눴죠. 상품 소개도 열심히 한 덕분에 첫 달에만 5백60만원의 매출을 올려 회사로부터 포상을 받았어요(웃음).”
영업 비결을 묻는 친구나 후배를 만나면 늘 “욕심 부리지 말고 모자라는 듯, 손해 보는 듯 살아라. 그러면 돌고 돌아 다 나중에 돌아온다”고 말한다는 정씨는 “앞으로도 지금 같은 자세로 고객을 친구처럼 대하며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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