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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진성훈 기자의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 2

자연 속에서 뛰놀아요! 신나는~ 야외 놀이

기획·한정은 기자 / 글·진성훈‘한국일보 기자’ / 사진·조세일‘프리랜서’ || ■ 도움말·권오진(아이 양육 전문가, ‘아빠의 놀이 혁명’ ‘아빠의 습관 혁명’ 저자)

2007. 07. 18

지난달부터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라는 제목으로 ‘여성동아’에 글을 쓰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보인 반응은 대부분 “아내나 아이들에게는 ‘여성동아’를 절대 보여주면 안 되겠네”라는 것이었다. 최근 들어 야금야금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좋은 아빠 되기 운동’에 자신까지 끌려들어가기가 두렵다는 것이다. ‘그럼 나는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시작했으니 좋은 아빠가 된 거구나’라고 생각하며 자신하고 있을 무렵, 태욱이 유치원에 다녀온 아내로부터 또다시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아이들이 가족 그림을 그려 게시판에 붙여 놨는데, 태욱이가 그린 그림은 한눈에도 꽤 잘 그린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각 가족 구성원들에 관한 설명 중 나에 대해서는 “아빠는 집에서 쉬어요”라고 써놓았다는 것. 내가 쉬는 날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을 자거나, TV를 보는 모습이 태욱이 눈에는 그렇게 비쳤나보다. 아이들과 재미있는 놀이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확고히 하게 됐다.
이 달에는 양육 전문가인 권오진 단장이 아이들과 함께 야외에 나가 할 수 있는 놀이를 알려주었다. 여름휴가로 해변에 놀러 가 즐길 만한 놀이들인데, 바닷가까지 나갈 시간을 만들지 못해 가까운 한강시민공원을 찾았다. 햇볕이 뜨거운 탓에 아이들에게 선크림을 발라주고 집을 나섰다. 평소 아이들과 나들이를 나가면 비싼 돈 들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할 일을 다했다는 생각에 아이들 손에 솜사탕이나 아이스크림 따위를 들려주고, 나는 돗자리를 깔고 누워 낮잠을 청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잠을 자는 대신 아이들과 간단한 놀이를 했다. 정말 간단한 것이었지만 아이들도 무척 좋아했고,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풍요롭고 행복한 나들이가 되었다.

신발 멀리 던지기 “자~ 신발을 멀리 던지는 사람이 이긴다!”
자연  속에서 뛰놀아요! 신나는~   야외 놀이

맨 먼저 한 놀이는 신발 멀리 던지기다. 아이들과 함께 잔디밭에 일렬로 서서 반쯤 벗은 신발을 앞으로 힘껏 던지면 된다. 권 단장은 이 놀이는 아빠의 힘조절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빠가 아이의 신발보다 멀리 가지 못하도록 살살 던져야 아이가 이기면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태욱이의 신발이 발 바로 밑에 떨어지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할 수 있어, 잘 하고 있어”하며 기운을 북돋아주길 서너 차례, 태욱이도 감 잡은 듯 곧잘 앞으로 던졌다. 똑바로 앞을 향해 던질 수 있게 된 태욱이의 얼굴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이 놀이는 아이들의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고 공간 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태연이는 신발을 손으로 잡고 던지도록 했다. 손으로 던져도 태욱이가 발로 하는 만큼 나가지 못했다. 오랜만에 동생에게 이긴 게 기분이 좋은지 태욱이가 얼른 다시 자기 신발을 주우러 간다. “우와~ 태욱이가 1등이다.” “아빠, 또 해요!” 유치원에 다닌 지 4개월째에 접어들어 제법 친구가 생긴 태욱이는 요즘 들어 부쩍 1등, 2등, 꼴찌라는 순위에 신경을 쓰는 눈치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태욱이 1등’을 말해줬다. 이날 태욱이는 태어나서 가장 많은 1등을 차지해서인지 자신감 넘쳐 보였다.

준·비·재·료 운동화나 스포츠 샌들, 슬리퍼 등
놀·이·방·법
1 기준선을 그려놓고 아빠와 아이들이 일렬로 선다.
2 신발을 반쯤 벗은 상태로 발을 힘껏 앞으로 차 신발을 멀리 던진다. 아빠와 실력 차이가 많이 나면 아이는 손으로 던지게 한다.


페트병 축구 “축구 선수처럼 페트병을 힘껏 차봐~”
자연  속에서 뛰놀아요! 신나는~   야외 놀이

다음으로는 페트병 축구를 했다. 잔디밭이건 모래밭이건 어디서나 할 수 있는 놀이로 아이들이 지칠 때까지 뛰어놀 수 있고, 짧은 시간에 많은 에너지를 쓰게 돼 운동량도 충분하다. 페트병은 공보다 가볍고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하는 것 같다. 태욱이는 페트병 축구를 좋아했고, 잘했다. 축구선수 못지않은 순발력을 보여줘 아빠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걸 왜 몰랐을까?’하며 진작 이렇게 놀아주지 못한 것이 후회될 정도였다. 아이가 골을 잘 넣지 못하면 골대의 폭을 넓혀 도와주고, 이번 놀이 역시 아이가 아빠보다 한 골이라도 더 넣도록 도와야 한다. 페트병에 물을 약간 넣어 병을 차는 순간 찰랑거리는 느낌과 소리를 듣게 해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재·료 1.5ℓ빈 페트병, 깡통이나 막대기 4개, 2m 길이의 줄 2개
놀·이·방·법
1 깡통이나 막대를 세워 골대를 2개 만든다. 잔디밭이라 잘 보이지 않는다면 골대 양쪽에 줄을 묶는다.
2 아빠와 아이들의 골대를 각각 정한 후 페트병을 차면서 상대방 골대에 먼저 골을 넣는 쪽이 이긴다.

모래 높이 쌓기 “누가 누가 빨리 쌓는지 시합해보자~”
자연  속에서 뛰놀아요! 신나는~   야외 놀이

다음으로는 모래 높이 쌓기를 했다. 놀이를 시작하기 전 아이들에게 신발을 벗게 했다. 맨발로 자연을 느끼게 하고 싶어서였다. 바닷가라면 좀 쉽겠지만 건조한 놀이터 모래는 쌓아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두 손으로 모래를 모아 가운데로 보내는 방법을 알려줬다. 모래 쌓기는 욕심으로 되는 게 아니라 바닥의 면적이 넓을수록 높게 쌓을 수 있다는 원리를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쌓아야 하는 높이를 너무 높게 정하면 아이가 지칠 수 있으니 30~50cm 정도로 정한다. 권 단장은 다른 놀이와 마찬가지로 모래 쌓기도 아빠가 너무 빨리 쌓아 아이의 기를 꺾으면 안 된다고 했다. 만약 아빠와 아이의 속도 차이가 많이 난다면 아빠는 발로 쌓고 아이들은 손으로 쌓으면 된다. 모래를 쌓던 태욱이가 갑자기 목표 지점을 정해놓은 끈을 잡더니 자기가 쌓고 있는 모래 꼭대기에 닿도록 쑥 잡아 내렸다. “아빠, 내가 이겼어요!” “그래, 아빠가 졌다!” 아이의 엉뚱함에 또 한 번 웃었다.
준·비·재·료 막대기 2개, 2m 길이의 끈 1개
놀·이·방·법
1 양쪽에 막대기를 박아놓고 끈을 30~50cm 정도 높이로 묶는다. 막대기가 없을 때는 주위의 시설물을 이용해도 좋다.
2 동시에 모래를 쌓기 시작한다. 묶어놓은 끈까지 모래를 빨리 쌓아 올리는 사람이 이긴다.



페트병 물총싸움 “아빠의 신문지 모자를 공격하라!”
자연  속에서 뛰놀아요! 신나는~   야외 놀이

마지막으로 온 가족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물총놀이를 했다. 이 놀이는 여름철 무더위를 식히기에 더없이 좋은 놀이다. 페트병은 큰 것보다 500㎖ 짜리를 준비해야 아이들이 가볍게 들 수 있다. 각진 것보다는 둥근 것, 손으로 쉽게 눌러지는 페트병이 아이들이 갖고 놀기에 좋다. 페트병을 식구 수에 맞춰 준비하고 뚜껑 한가운데 작은 못으로 조그만 구멍을 뚫으면 완성이다. 아이들에게 총이나 칼 같은 공격적인 장난감을 사주기 싫어하는 나 같은 아빠에게는 총처럼 생기지 않은 페트병 물총은 반가운 재료다. 물을 가득 담고 목표물을 향해 페트병을 누르면 물줄기가 시원스럽게 뻗어나간다. 물이 뻗어나가는 정도를 보며 적당히 구멍을 조절한다. 머리에는 신문지로 만든 배 모양의 모자를 썼다. 태욱이와 태연이에게 신문지 모자를 씌웠더니 피터팬에 나오는 후크 선장같이 멋있었다. 페트병 물총으로 모자를 쏘아 맞춰 먼저 떨어뜨리는 사람이 이기는 것. 비비탄이 나가는 위험한 총이 아니니 온몸으로 물을 맞아도 다칠 염려가 없다. 태욱이, 태연이에게 페트병 하나씩을 쥐어주고는 물총놀이를 시작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공격하라~”를 외쳐대니 놀이 내내 아이들에게서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물총놀이를 하려면 아이들이 물에 흠뻑 젖을 때를 대비해 수건이나 여벌의 옷을 준비하고, 여벌의 페트병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준·비·재·료 500㎖ 페트병, 못, 신문지, 수건
놀·이·방·법
1 페트병을 준비해 못으로 병뚜껑 가운데에 구멍을 낸다. 구멍 크기는 물이 뻗어나가는 정도를 보고 적당하게 조절한다.
2 신문지를 접어 모자를 만든다.
3 각자 신문지 모자를 쓴 후 상대방의 모자를 공격해 찢어뜨리면 이긴다.
‘여성동아’ 김명희 기자와 남편 진성훈씨 가족

자연  속에서 뛰놀아요! 신나는~   야외 놀이
김명희 기자와 진성훈씨는 대학 동기로 만나 사랑을 키워오다 2002년에 결혼한 6년 차 부부로 태욱(5)·태연(4) 두 남매를 키우고 있다. 맞벌이부부라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시간을 쪼개 즐겁게 놀아주려고 노력한다. 요즘에는 아이들이 밝고 착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으로 부부가 함께 육아방식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며 고민하고 있다.
남편 진성훈씨는 한국일보 기자로 틈날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며 시간을 보내기 위해 좋아하는 술도 줄일 만큼 가정적인 아빠다.

태욱이 태연이는…

자연  속에서 뛰놀아요! 신나는~   야외 놀이
태욱이는 올해 유치원에 입학한 다섯 살 남자아이. 또래에 비해 체구도 작고 성격도 소심하며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다. 그래도 마음 씀씀이가 착해 동생에게 양보를 잘하는 착한 오빠. 네 살 태연이는 오빠와 달리 무척 활달하고 사교적이다. 모든 일에 빠지지 않고 끼어드는 열성파. 오빠하고 열 번 싸우면 아홉 번은 이긴다.

놀이를 마치고…

아이들과 모처럼 제대로 된 나들이에 성공한 날, 아이들은 밤이 되자 평소보다 쉽게 잠에 빠져들었다.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궁금해지면서 내심, 낮에 아빠와 뛰놀던 행복한 순간을 꿈꾸며 아빠를 기억해줬으면 싶다. 그래서 태욱이가 다음에 유치원에서 그릴 가족 그림에는 이런 설명이 붙었으면 좋겠다. “아빠는 나랑 물총놀이도 하고, 축구도 해요. 아빠는 정말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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