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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영혼 들여다보는 눈빛 가진 ‘진주귀고리 소녀’

2007. 07. 12

영혼 들여다보는 눈빛 가진 ‘진주귀고리 소녀’

베르메르, 진주귀고리 소녀, 1665~66, 캔버스에 유채, 44.5×39cm,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이그림은 베르메르의 그림 가운데 가장 유명한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지요. 그림의 구성은 단순합니다. 어두운 배경으로부터 소녀의 옆모습이 고운 보석처럼 솟아난 초상화입니다. 이 소녀가 누구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처럼 청초하고 어여쁜 소녀가 누구일까, 어떤 삶을 살았을까 궁금해집니다. 소녀가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보면 볼수록 정이 가고 친근하게 느껴져 더욱 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별다른 장식은 없지만 상큼하게 어울리는 노란색과 파란색의 터번. 빼어난 미모는 아니지만 이목구비가 반듯한 얼굴. 거기에 소박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진주귀고리가 은은한 빛을 발합니다.
미술과 관련된 용어 중에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게 있습니다. 프랑스 소설가 스탕달이 이탈리아에서 한 여인의 초상화를 보고는 무릎에서 힘이 빠지면서 황홀경을 경험했다는 일화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아름다운 그림을 보노라면 때로 미칠 듯한 흥분이나 황홀경, 심지어는 우울증이나 전신마비가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가리켜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합니다.
‘진주귀고리 소녀’는 사람들에게 스탕달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한 그림입니다. 그만큼 화가의 솜씨가 뛰어나다고 하겠습니다. 생명이 없는 화폭에 진정한 생명을 불어넣은 그림이니까요. 소녀의 눈빛이 지금도 살아서 우리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그림과 영화는 둘 다 시각에 의존하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닮았습니다. 영화는 색채의 구사와 빛의 표현, 구성 등에 대해 그림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뛰어난 명화나 화가를 영화에 담는 경우도 많이 생겼지요. 베르메르의 작품 말고도 렘브란트, 카라바조, 반 고흐 등의 작품이 영화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 기자와 미술 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미술서 집필과 강연, 아트 경영 및 마케팅에 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러시아 미술관 탐방기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어린이를 위한 미술관 소개서 ‘이주헌 아저씨의 날아다니는 미술관 여행’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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