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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뒷얘기

작고한 재벌 총수 J회장 혼외 두 딸 1백억원 재산분배 신청 내막

글·송화선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7. 06. 22

작고한 한 재벌 총수의 혼외 딸들이 유산 분배에 문제를 제기하며 1백억원대 조정 신청을 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01년 친생자확인소송을 통해 이미 1인당 50억원씩 유산을 받은 이들이 새롭게 조정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작고한 재벌 총수 J회장 혼외 두 딸 1백억원 재산분배 신청 내막

작고한 모 대기업 창업주 J회장의 혼외 딸들이 유산 분배가 잘못됐다며 법원에 조정을 신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고인의 유언장 공개와 유산의 추가 분배를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은 언론을 통해 혼외 자녀가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은 조정 단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정을 신청한 이들은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창업주의 두 딸 B씨(28)와 C씨(26). 혼외 자녀인 이들은 지난 2001년 창업주의 사망 직전 친생자확인소송을 제기해 친자 관계를 인정받고 상속에도 참여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이 받은 유산은 1인당 50억원. 이때 B씨와 C씨는 다른 상속자들과 상속재산협의분할계약을 맺고 이 상속액을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당시 합의한 액수에 문제가 있다며 법원에 조정을 신청한 것. 이들이 추가로 요구한 유산은 1인당 50억원으로, 둘이 합쳐 1백억원이다. 이번 조정 신청의 상대방은 J회장의 부인과 자녀, 이미 세상을 떠난 자녀의 배우자와 그들의 자녀까지 줄잡아 20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이들이 이미 유산 상속이 끝난 지 6년이 지난 이 시점에 조정을 신청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0년대 활동했던 탤런트 K씨의 두 딸 “가족 안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 조정 신청”
조정을 신청한 B씨와 C씨는 70년대 중반 활동한 탤런트 K씨(53)의 딸들이다. 지난 2001년 친생자확인소송 당시 이들이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J회장은 74년 한 방송국 탤런트이던 이들의 어머니 K씨를 만났고, 그가 임신하자 세간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시켰다. 이후 79년과 81년, 두 사람 사이에서 두 딸이 태어났지만 J회장은 이들을 호적에 올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80년대 초반 서울에 고급 주택을 사주고, 회사 관계자의 이름으로 꾸준히 생활비를 보내는 등 생활을 지속적으로 돌봐줬다고 한다. 미국 시민권자인 이들은 미국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J회장 가족과는 교류 없이 지내다 2001년 J회장 사망 직전 친생자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들과 J회장의 관계는 그해 6월 서울대 법의학팀의 DNA 감정을 통해 친자로 확인됐고, 이후 이들은 J회장의 호적에 올라 친자 자격으로 상속 과정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후 두 딸과 J회장 가족 사이는 또다시 단절됐다고 한다.
두 딸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사실 B씨와 C씨는 J회장 가족들에게 서운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이들의 어머니는 방송국 공채 탤런트로 들어가 막 연기를 시작할 즈음 J회장을 만났고, 이후 별다른 활동도 하지 못한 채 줄곧 ‘숨겨진 여인’으로 살았다. 자신들 또한 평생 아버지의 정을 모른 채 자라지 않았나. 그런데 친자 관계가 확인된 뒤에도 여전히 가족들에게 아무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해 마음 아파한다”고 전했다.
유산 상속 당시엔 친자로 확인된 기쁨이 컸고, 상속액에 대해 다툼을 벌이는 것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른 형제들이 정해주는 액수를 아무 말 없이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가족들의 무관심이 이어지면서 서운한 마음이 커졌다는 것.
이 측근은 “평소 다른 형제들의 연락이 없는 건 당연하고, J회장 제사 때가 돼도 언제 어디서 제사를 모신다는 소식조차 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로 인해 두 자매가 느낀 마음의 상처는 상당히 깊은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J회장 생전에 이미 경영권을 받은 다른 형제의 자산가치가 1조원에 이른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면서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2001년 상속재산협의분할계약 당시 상속액은 말 그대로 J회장이 사망 당시 남긴 재산이 전부였어요. 그걸 형제들끼리 나눴죠. 그런데 다른 형제들은 이미 회장 생전에 좋은 교육을 받고, 주식이나 경영권도 받지 않았습니까. 돌이켜보면 그런 사람들과 두 자매가 같은 액수를 받는 건 공평하지 않은 일이죠. 유언장 문제도 그렇습니다. 당시엔 경황이 없어 그냥 넘어갔지만, J회장처럼 막대한 재산을 가진 분이, 게다가 생전에 이미 형제들 사이의 경영권 분쟁을 직접 본 적 있는 분이 유언장 없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믿기 힘들죠. 그러니까 자꾸 그분이 생전에 미리 다른 자식들에 대해 배려해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상속재산 분배 뒤 가족들의 박대를 받다 보니 이런 의혹과 불만이 커진 겁니다.”
이 측근은 “일반인이 보기엔 50억원이 큰 액수로 느껴지겠지만, ‘똑같은 형제인데 왜 나는 다른 형제가 받은 돈의 1%도 못 받나’라는 생각이 들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지금이라도 유언장을 공개하고 가족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해달라는 게 딸들의 요구”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민사조정을 신청한 것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더 시간을 끌다가는 문제제기를 할 기회조차 놓칠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둘이 각각 50억원씩, 1백억원을 추가로 요구한 것도 꼭 얼마를 달라는 게 아니라, 가족으로서 상속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얘기를 하자는 정도의 의미라고.
“처음엔 소송을 제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재벌가 형제들끼리 상속재산 문제로 다투는 게 세상에 알려지면 고인의 명예나 회사 이미지 면에서 좋을 게 없을 것 같아 민사조정을 먼저 신청한 거죠. 조정은 양쪽 대리인이 비공개로 만나 속내를 털어놓고 합의하는 절차니까 조용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난해 12월 조정 신청 후 5개월여가 흐르는 동안 조정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상대방의 대표격인 큰아들의 대리인은 “이미 6년 전에 끝난 일”이라는 입장이고, 유언장 공개에 대해서도 “유언장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두 딸 측은 지난번 조정 기일 때 법원에 한 번 더 조정을 시도해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직권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직권 조정은 법원이 권한을 이용해 양자를 조정시키는 것으로, 한쪽에서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무산된다. 이 경우 자매 측은 바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 조정 기일은 6월13일로 정해졌다.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조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번에라도 저쪽에서 구체적인 의견을 갖고 오면, 그것을 갖고 논의를 이어갈 수 있겠죠. 하지만 계속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결국은 그동안의 모든 과정을 공개하고 소송으로 나가게 될 텐데 딸들은 이 사건이 소송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이 관계자는 “우리가 바라는 건 두 딸이 가족으로 대우받는 것, 형제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뿐”이라며 “이 아이들이 언젠가 결혼할 때 오빠들이 친정 식구로 한 자리 차지해준다면 뭘 더 바라겠나. 그런 분위기만 만들어진다면 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한 J회장 가족 측의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회사측은 “할 얘기가 없다”고 했고, 담당 변호사 등 관련자들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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