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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멋진 출발!

고난이도 춤 선보이며 가수 데뷔한 ‘40대 동방신기’ ‘파파스’

글·김수정 기자 / 사진·조세일‘프리랜서’

입력 2007.06.21 16:57:00

일반인이 출연해 춤과 노래 등 다양한 장기를 선보이는 SBS 오락프로그램 ‘스타킹’. 올 초 이 프로에 출연, 3연승을 거둬 화제를 모은 ‘40대 동방신기’가 최근 트로트 그룹 ‘파파스’로 데뷔했다. 젊은 시절 가수를 지망했던 이들이 마침내 가수의 꿈을 이루기까지 걸어온 인생행로와 다섯 남자의 우정을 들었다.
고난이도 춤 선보이며 가수 데뷔한 ‘40대 동방신기’ ‘파파스’

올초 마흔이 넘은 다섯 명의 아빠들이 ‘40대 동방신기’란 이름으로 SBS ‘스타킹’에 출연, 고난이도의 브레이크댄스를 선보이며 3주 연속 우승을 차지한 일이 일어났다. 그들이 우승한 3주 동안 ‘스타킹’ 인터넷 게시판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40대 동방신기’는 삽시간에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가 됐다.
“유노윤호·시아준수·영웅재중·믹키유천·최강창민 등이 속한 동방신기를 모델로 해서 ‘40대 동방신기’라고 팀명을 붙였고, 각자 이미지에 맞게 유노정우(한정우·43)·시아영석(이영석·44)·영웅용석(최용석·42)·믹키준진(장준진·45)·최강원영(백원영·43)이라 이름 지어 출연했어요. 15년 만에 춤을 춰 어깨도 결리고 무릎인대도 파열됐지만 다시 20대로 돌아간 것 같아 가슴이 뛰었어요. 이렇게까지 유명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고요.”
헤드스핀(머리를 땅에 대고 360도 회전하는 춤), 린댄스(발목을 땅에 고정한 채 45도 이상 몸을 기울이는 춤), 윈드밀(달에서 걷듯 발을 부드럽게 앞뒤로 이동시키는 춤) 등 10대 비보이를 능가하는 춤 솜씨를 보여 ‘스타킹’에 오른 그들은 80년대 인순이와 리듬터치·박남정·김완선의 백댄서, KBS2 ‘젊음의 행진’의 짝꿍 등으로 활약한 ‘춤꾼’들이다.

고난이도 춤 선보이며 가수 데뷔한 ‘40대 동방신기’ ‘파파스’

‘스타킹’ 출연을 계기로 15년 만에 다시 가수에 도전하는 한정우·이영석·최용석·장준진·백원영(왼쪽부터).


그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 대학로와 이태원 등지에 모여 함께 춤 동작을 연구했던 사이다. 언젠가 가수가 돼 무대에 서겠다는 결심도 그때부터 했다고.
하지만 그들은 90년대로 접어들면서 경제적 어려움과 군 입대 등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졌고 ‘춤꾼’이 아닌 ‘평범한 30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백원영과 한정우가 SBS ‘진실게임’에 출연하면서 방송 관계자와 인연이 닿았고 ‘스타킹’까지 나오게 됐다고.
“온갖 곳을 수소문한 끝에 연락처를 알아내 다섯 명이 다 모였고 딱 1주일간 연습했죠. 뻣뻣하게 굳은 몸을 푸느라 힘들었지만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는 기쁨에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춤을 췄어요. 친구들과 헤어지기가 싫어 3연승에 도전한 것이니만큼 상금은 한 노인단체에 기부했습니다. 한창 백댄서로 활약할 때 ‘우리 배 나온 아저씨들이 됐을 때 다시 한번 뭉치자’며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으니 꿈만 같았죠.”

IMF로 인한 사업실패, 화재, 이혼… 고단했던 제2의 인생
가수의 꿈을 접은 뒤 한정우는 식당주방장, 이영석은 정육업자, 최용석은 헬스트레이너, 장준진은 화물운송업자, 백원영은 옷가게 주인 등으로 생업에 나섰지만 그 생활도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이영석은 IMF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마장동에서 정육업을 해서 번 돈으로 친구와 레스토랑을 차렸는데 하필 개점하는 날 IMF가 터지더군요. 전 재산을 투자한 사업이라 어떻게든 일으켜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문을 닫게 됐어요. 빈털터리가 돼 마장동 우시장으로 다시 돌아가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한정우는 식당주방장이라는 직업을 갖기 전 뮤지컬 배우로 잠시 활동한 뒤, 방송무용단원 가르치는 일을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화재로 모든 재산을 잃고 큰 빚까지 지게 됐다고. 더욱이 암으로 투병하던 어머니가 화재발생 후 17일 만에 돌아가시자, 그는 술로 힘든 세월을 이겨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한순간에 돈과 꿈, 그리고 가족… 이 모든 게 사라졌어요. 무용단원 하나가 라이터불로 장난을 치다가 연습실 방음벽에 불이 붙은 거였죠. 4분 만에 건물 100평이 모두 탔어요. 불이 난 후엔 경찰서와 법원을 오가며 진술서를 써야 했고 다친 단원들도 챙겨야 했죠. 조금이나마 보상을 받으려고 불을 낸 단원의 집에 찾아갔는데 저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걸 보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제가 합의해주지 않으면 그 단원이 교도소에 가야 한다는데 기가 막힐 노릇이었죠. 다 타버린 건물 앞에서 연예계를 완전히 떠나겠다고 결심한 뒤 식당에서 주방일을 배웠어요.”
그래도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응원 덕분이었다고 한다. 사업에 실패했을 때도 ‘괜찮다’며 토닥여준 아내들은 자칫 무모하게 생각될 법한 그들의 가수활동 역시 지원해줬다고. ‘스타킹’ 출연 전까지 남편이 백댄서 출신인지도 몰랐던 아내들은 처음에는 “당신이 도전한다고?”라며 반신반의했지만 점차 그들의 열정에 반했고, 지금은 서는 무대마다 따라다니며 의상과 메이크업을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아빠를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다고.
“이제 준진이만 다시 장가보내면 돼요. 저희들 중 유일한 싱글남인데 좋은 여자가 있으면 꼭 맺어주려고요.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지 결혼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딸이 크면 엄마 손이 더 많이 필요할 거예요. 지금은 다른 멤버들의 아내가 이것저것 챙겨주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을 테니까요.”
장준진은 4년 전 이혼을 한 ‘돌아온 싱글’. 이혼 후 일곱 살배기 딸을 홀로 키우며 친척집을 전전했던 그는 지금은 방을 얻어 딸과 단둘이 살고 있다. 아내 없이 키웠지만 딸이 구김살 없이 자라줘 고맙다는 그는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고 딸이 말할 때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운다”면서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부지런히 뛸 것”이라고 말했다. 네 명의 멤버들은 이런 사정을 잘 아는 터라 때때로 딸의 학교 행사 때문에 그가 연습에 빠지는 것도 이해해준다고. “그래서 친구 아니겠냐”며 웃는 그들은 “모든 속내까지 알고 있어서 우정이 더 돈독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난이도 춤 선보이며 가수 데뷔한 ‘40대 동방신기’ ‘파파스’

코믹 댄스부터 고난이도의 댄스까지 선보이는 파파스.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마음은 20대, 이제 친구들과 함께 인생 헤쳐나가고 싶어요”
그들은 ‘40대 동방신기’에서 ‘파파스’로 팀명을 바꿔 지난 3월부터 트로트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위문공연을 다니거나 봉사활동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노래를 하면서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마음이 뿌듯하다는 그들은 “애초에 돈을 벌자고 뛰어든 일이 아닌 만큼 베푸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두 차례의 방송출연과 가수 데뷔는 너무도 다른 문제기 때문에 그들은 갈등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하던 일까지 그만둬야 했기에 주위 사람들의 만류도 심했다고. 20대처럼 열정만 가지고 일에 뛰어들기엔 나이가 너무 들었고 가장으로서 책임져야 할 가족도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걸었으니 절대 후회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물론 지금의 상황보다 힘들어질 수도 있죠. 하지만 이왕 시작한 거 최선을 다해 ‘가수왕’에도 올라보자고 다짐했고, 60세가 넘어서도 음반을 계속 내자고 약속했어요(웃음). 요샌 하루에 5~6시간씩 연습하면서 대한민국 아빠들의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친근한 옆집 아저씨처럼, 삼촌처럼 다가가고 싶어서 팀명도 ‘파파스’(아빠들)라고 지었고, 나이에 맞는 노래를 부르게 된 거죠.”
각자의 사비를 털어서 만든 1집 앨범에는 타이틀곡인 ‘까짓거’가 수록돼 있다. ‘까짓거’는 트로트곡으로, 백댄서로 활동했을 때부터 알고 지낸 작곡가 전달현씨가 써준 곡이라고. 중간 반주 사이에는 그들의 화려한 브레이크댄스도 볼 수 있어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다섯 멤버의 사연을 담아 썼다는 가사에는 그들의 삶이 담겨져 있다. 그래서 멜로디는 경쾌하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일곱 번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라’라는 노랫말처럼 그들은 앞으로도 오뚝이처럼 일어날 거라고 말했다.
“특히 40대 가장들에게 저희 노래가 힘이 된다면 좋겠어요. 꿈을 잃어버리면 아무것도 되지 않거든요. 돌고 돌아서 다시 시작하게 된 일이지만 꿈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기회가 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친구들과 가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그들은 함께 백댄서로 활동했던 친구들에게서 가끔 연락이 올 때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몫까지 잘해달라’는 말을 전해들을 때마다 힘이 솟는다고. 그들은 더 많은 친구들과 연락이 닿아 정기적으로 모일 수 있길 바란다는 소망도 털어놓았다.
“그동안 가족과 함께 인생의 힘든 시기를 겪었다면 이제 친구들과 함께 인생의 고비를 넘어갈 차례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우정만은 변치 않았으면 좋겠고, 큰 부상 없이 꾸준히 활동할 수 있길 바랍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지만 마음은 벌써 20대로 되돌아갔어요. 당당한 아빠, 듬직한 남편, 건강한 40대 아저씨들의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여성동아 2007년 6월 5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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