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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 _ ‘내 남자의 여자’ 3인방

‘불륜녀’로 변신, 농염한 연기로 눈길 끄는 김희애

글·김유림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7.05.21 10:34:00

친구의 남편과 두려움 없이 사랑을 속삭이는 ‘불륜녀’ 화영. 줄곧 정숙한 아내 역을 맡았던 탤런트 김희애가 SBS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색다른 빛깔을 내뿜고 있다. 등이 깊게 파인 은빛 드레스, 한껏 부풀린 파마머리 등으로 도발적인 자태를 연출한 그에게 ‘이유 있는 변신’에 대해 들었다.
‘불륜녀’로 변신, 농염한 연기로 눈길 끄는 김희애

“소(황소)를 사랑한 미노스왕의 왕비 파시파에, 처음 본 외간남자에게 반해 트로이전쟁의 빌미를 제공했던 헬레나, 그리스 신화 속 미친 사랑들은 모두 아프로디테의 장난이래. 나도 아프로디테의 장난에 걸려든 것 같아.”
가장 친한 친구의 남편과 사랑에 빠진 불륜녀 화영(김희애). 재미동포 남편을 만나 부족함 없는 결혼생활을 누렸지만 남편이 사업 실패 후 자살해 혼자가 된 그는 귀국해 여고동창 지수(배종옥)에게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다. 하지만 지수의 남편 준표(김상중)와 ‘미친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을 두려워하거나 멈추려 하지 않는다. 결국 지수의 언니 은수(하유미)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들켜버린 그는 은수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맞아서 시퍼렇게 멍든 눈으로 지수를 찾아가 “나, 니 남편 사랑해. 니 남편도 날 사랑하고”라고 뻔뻔하게 말한다.
요즘 SBS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가 화제다. 그동안 빈틈없고 반듯한 이미지만 보여온 김희애(40)가 이번 드라마에서는 농염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어 시청자들의 반응이 더욱 뜨겁다. 특히 드라마 첫 회 그가 보여준 준표와의 진한 키스신과 과감한 애무 장면은 보는 사람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다. 또한 그는 지수의 언니와 육탄전을 벌이는 장면을 촬영하기 전 무술전문가로부터 상대방을 움켜잡는 방법, 아프지 않게 넘어지는 방법 등을 배웠다고 한다. 파마로 부풀린 헤어스타일 역시 이번 드라마를 위해 새롭게 시도한 것인데, 미용실을 스무군 데 넘게 다니면서 준비한 것이라고. 이처럼 몸을 사리지 않고 180도 변신에 성공한 그는 “철저하게 나 자신을 버리고 연기에 임하고 있다”고 말한다.
“첫 회부터 속옷만 입고 촬영을 하는데, 정말 쑥스럽더라고요. 키스신도 처음에는 리얼하게 하지 못하다가 모니터를 보고 가짜로 하는 게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대로 하자’고 했죠. 하유미씨와 몸싸움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연기인데도 여자로서 수치심이 들 정도로 힘이 들었어요. 하지만 촬영이 다 끝나고 나서는 집에 돌아와 와인을 한 잔 마시고 편하게 잠들었는데, 때린 사람은 마음이 편치 않았던지 하유미씨는 그날 저녁도 못 드셨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나쁜 여자’ 연기하면서 재미 느껴요”
‘불륜녀’로 변신, 농염한 연기로 눈길 끄는 김희애

연기자에게 변신은 필수이지만 선뜻 ‘나쁜 여자’ 역할을 맡기가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그는 오히려 “지금까지 화영과 같은 캐릭터를 기다려왔다”고 말한다. 그동안 이미지가 한쪽으로 정형화되는 것에 대해 많이 고민해왔기에 기존 이미지를 깬다는 점에서 이번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많은 분이 배종옥씨와 저의 역할이 바뀐 게 아니냐고 물으세요. 하지만 고정관념을 깨는 데서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를 찾으려는 게 김수현 선생님의 의도인 것 같아요. 저 역시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연기를 하니까 재미있고, 그동안 미처 몰랐던 또 다른 제 모습을 찾은 것 같아 기뻐요. 화영의 거침없는 행동이 시청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화영을 통해 대리만족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내 남자의 여자’는 지수만의 ‘내 남자’가 아니라 화영의 ‘내 남자’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처럼 김수현 선생님은 화영과 지수를 일방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정당성을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대본을 받아들 때마다 섬세한 심리묘사에 넋이 나갈 정도죠.”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눈꽃’ 이후 한동안 휴식을 취할 계획이었던 그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작품을 선택한 것도 전적으로 김수현 작가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김 작가에 대해 “캐릭터 하나하나에 존재감을 불어넣고,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연기자 개개인의 독특한 색깔을 끄집어내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40대가 되니 나 자신이 완성돼가는 느낌, 사는 게 더 재미있어요”
‘불륜녀’로 변신, 농염한 연기로 눈길 끄는 김희애

도발적인 불륜녀로 변신한 김희애. 하유미와의 격투신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화영과 같은 캐릭터를 내심 기다려왔지만 막상 섭외가 들어오자 가족들이 가장 신경 쓰였다고 한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 2학년인 두 아들에게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잠시 고민을 했다고.
“남편한테는 ‘이번에는 조금 미안한 역할’이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단번에 ‘그럼 하지 마’ 하더라고요(웃음). 아마 드라마도 안 볼 거예요. 사실 남편보다 아이들 걱정이 더 컸어요. 학교에서 놀림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하고요. 아이들에게 미리 설명을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촬영 전 아이들을 불러서 살짝 얘기를 해줬어요. ‘엄마가 이번에 맡은 역할은 결혼한 아저씨를 사랑하는 거야. 남녀가 사랑하면 어떻게 하지? 손도 잡고 뽀뽀도 하고 그러지?’ 하면서 조심스럽게 설명을 하는데, 갑자기 아이 둘 다 ‘그게 뭐 어때서?’ 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학교 친구들도 엄마가 탤런트인 거 다 알고, 거짓말로 그러는 거 다 아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고는 오히려 저를 안심시키더라고요(웃음).”
결혼 후에도 꾸준히 연기활동을 하고 있는 김희애는 “아이들 키우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요즘처럼 밤낮없이 촬영이 이어질 때면 ‘옆에서 돌봐주지 못할 바엔 걱정을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연기에 전념한다고 한다.
“남자아이들이라 얼마나 말썽꾸러기인지 몰라요. 집에 있어도 윽박지르고 화내는 시간이 많아서 어쩌면 오래 붙어 있지 않고 떨어져 지내는 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웃음). 아이들도 아마 제 잔소리 듣는 것보다 가끔 만나서 예쁨받는 게 더 좋을 거예요. 일을 하는 동안에는 아이들에게 ‘짧고 굵게’ 잘해주려고 해요. 다행히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마워요.”
불혹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군살 하나 없는 몸매, 투명한 피부를 유지하고 있는 그는 평소 자기 관리가 철저한 연기자로 유명하다. 그에게 연기자로서 그리고 여자로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의외로 그는 “나이 드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이렇게 오랫동안 연기를 하며 살 줄 몰랐어요(웃음). 20대 때는 40대가 되면 여자로서 매력도 없어지고 사는 게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나이가 돼보니까 사는 게 더 재미있다는 걸 알겠어요. 어리고 미숙했던 나 자신이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완성되어간다는 느낌이랄까. 다시 20대로 돌아가라고 하면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웃음).”
그는 화영이 누구에게나 손가락질 받을 불륜녀인 건 사실이지만, 거짓말하지 않고 자기 감정에 솔직하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파격적인 변신으로 드라마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그가 극이 진행되면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자못 기대된다.

여성동아 2007년 5월 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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