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주말드라마에서 문희의 시샘 많고 이기적인 이복동생 역을 맡아 인기를 모으는 탤런트 이재은(27). 드라마에서는 표독스런 모습을 선보이지만, 조명이 꺼지면 그의 얼굴엔 곧 행복한 웃음이 가득해진다. 지난해 4월15일 결혼한 아홉 살 연상의 남편 이경수씨(36)와 알콩달콩 신혼생활을 만끽하고 있기 때문. 안무가인 이씨는 이재은이 중앙대에 재학하던 시절 강의를 들었던 ‘교수님’으로, 두 사람은 사제의 벽을 넘어 2년 열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1주년을 맞은 이 부부를 만난 날, 처음 나온 얘기도 바로 그 ‘사제 관계’였다.
“처음엔 엄마가 ‘공부하라고 대학에 보냈더니 선생님과 연애를 해?’ 하며 놀리더라고요. 사실 공부는 좀 덜했지만 그래도 괜찮은 남자를 만났으니 더 큰 수확을 얻은 거 아닌가요?(웃음) 결혼하고 나서 가장 좋은 건 함께 기쁨을 나누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 생겼다는 거예요. 문제는 마음이 느긋해져서인지 자꾸 살이 찐다는 거죠. 다른 아줌마들도 다 저처럼 행복해서 살이 찌는 게 아닌가 싶어요(웃음).”
절약하며 빠듯하게 살아도 함께 있으면 마냥 즐겁다고.
재잘재잘 얘기하는 이재은을 환한 미소를 띤 채 바라보던 남편 이씨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맞장구를 쳤다. 결혼하고 6개월이 지난 뒤인 지난해 가을 이재은이 SBS 드라마 ‘연개소문’에 출연했는데 화면에 비치는 아내의 ‘빵빵한’ 얼굴을 보고 아내가 살이 많이 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번은 아내와 함께 수영장에 갔는데, 사람들이 수영복 입은 아내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와, 연예인인데 진짜 뚱뚱하다’ 하는 거예요. 아내에게 물어보니 결혼하고 몸무게가 10kg이나 늘었다고 하더군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지난 1월부터 같이 운동을 시작했죠. 한 달 동안 매일 1시간씩 동네를 산책한 뒤 2월엔 뒷산 오르내리기를 했고, 3월부터 스포츠센터에 등록해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어요. 지난 석 달 사이에 아내는 5kg쯤 빠졌다고 하데요(웃음).”
이들이 함께 산책한 동네는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동. 두 사람이 결혼하면서 부모의 도움 없이 마련한 33평형 아파트가 있는 곳이다. 많은 여자 연예인들이 재력가와 만나 화려하게 결혼하지만, 이재은은 늘 결혼의 첫째 조건으로 ‘진실한 사랑’을 꼽았다고 한다. 그리고 비록 부유하지는 않지만, 함께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상대로 이씨를 선택한 것이다.
“저희는 결혼할 때 예물을 따로 하지 않고 커플링만 주고받았어요. 혼수나 예단도 안 했고요. 두 사람 다 그런 곳에 쓸 돈을 모아 집 사는 데 보태는 게 낫다고 생각했거든요(웃음). 양가 부모님도 다행히 저희의 결정을 이해해주셨죠. 남편이 총각 때 사뒀던 25평짜리 아파트를 팔고, 결혼 자금과 은행 대출금까지 모아 집을 마련했어요.”
혼수 예단 생략하고 커플링 하나 주고받으며 시작한 결혼생활
처음엔 방송국과 가까운 강남이나 용산 쪽 아파트를 알아봤지만, 가진 돈으로는 전세를 얻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이재은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번듯한 전세를 구하느니 실속 있는 ‘우리집’을 마련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저희는 재테크 차원에서 집을 산 게 아니에요. 아이를 낳아서 편히 기를 수 있는 안정감 있는 공간을 바란 거죠. 하지만 처음에는 이웃 사람들이 ‘연예인이 왜 서울에서 안 살고 여기까지 왔어요?’ 하고 물어볼 정도로 호기심 가득한 시선에 시달렸어요. 연예인은 다 화려하게 사는 줄로만 알았나 봐요. 직업이 연예인일 뿐, 저희도 사는 건 다 똑같은데(웃음).”
이재은은 보통사람들처럼 자신들도 집 살 때 대출받은 돈을 갚기 위해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짠순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결혼 전 ‘사야 할 물건이 있으면 꼭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고민한 뒤 구입하자’라는 수칙까지 정해뒀다고.
“월말이 되면 둘이 함께 가계부와 카드대금 명세서를 꼼꼼히 살펴보죠. 필요 없는 곳에 돈을 쓴 게 있으면 ‘다음 달에는 이런 지출을 삼가자’고 반성해요. 저희 집은 차가 한 대뿐이라 제가 차를 갖고 나가면 아내는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녀요. 처음엔 그게 참 미안해서 ‘차를 한 대 더 사자’고 했는데, 아내가 ‘괜찮다. 운동 삼아 버스 타고 다니겠다’고 하더라고요.”
“부가 넘치면 그만큼 행복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는 이 부부는 가끔 함께 낚시터를 찾아 직접 끓인 찌개에 소주잔을 기울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유지비를 아끼기 위해 차를 구입하지 않았다는 이재은은 결혼 후 택시도 거의 타지 않았다고 말했다. 택시비와 버스 요금의 차이를 생각하면 택시 탈 엄두가 안 난다는 것. 이제 겨우 결혼 2년차에 접어든 새댁이지만, 이재은의 깐깐한 살림 솜씨만큼은 ‘주부 9단’의 경지에 오른 듯 보였다.
“결혼 초 한 번 택시를 탄 적이 있는데 서울에서 집까지 택시비가 3만원이 나오는 거예요. ‘이 돈이면 한 달 전기요금을 낼 수 있는데…’ 하고 생각하니 그 뒤로는 절대 택시를 못 타겠더군요(웃음). 남편은 순수 예술을 하고, 저 역시 일이 없으면 백수나 다름없기 때문에 저흰 늘 아끼고 저축해야 해요.”
이재은은 “재력가와 결혼해 풍요롭게 사는 동료 연기자를 보면 가끔 부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시어른들이 부자는 아니지만, 배울 점이 많아 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자식에게 손 벌리기 싫다며 경비원으로 일하는 시아버지, 야간 고등학교에서 못다 한 공부하는 시어머니
“저희 시아버지는 일흔이 가까운 연세인데도 아직 건물 경비원으로 일하세요. ‘이제 좀 쉬시라’고 말씀드리면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게 행복’이라고 말씀하시죠. 남편이 성실하고 반듯한 건 바로 그런 아버지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이재은은 얼마 전 코끝 찡한 경험을 했다는 얘기도 털어놓았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한 시어머니가 올 2월 야간 중학교를 졸업한 것. 그는 졸업식 날 ‘얼굴 알려진 아이가 이런 데 오면 창피하지 않겠냐’는 시어머니의 만류를 무릅쓰고 학교를 찾았다고 한다.
“못다 한 공부를 해내신 어머니가 얼마나 자랑스러운데 무슨 말씀이시냐고 했죠. 그리고 졸업식에 가서 마음껏 축하해드렸어요. 오지 말라고 하셔놓고 막상 가니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몰라요. 어머니는 지난 3월부터 고등학교 과정 공부도 시작하셨는데, 제가 ‘졸업하실 때 예쁜 한복 선물해드리겠다’고 약속했어요. 저희 어머니 정말 멋있죠?(웃음)”
이재은·이경수 부부는 이런 부모님의 성실함을 본받아 최근 부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 3월 말 서울 용산역 아이파크몰에서 ‘누르(NOOR)’라는 액세서리 가게를 오픈한 것. 장사가 처음이라 힘은 들지만 보람도 크다는 이씨는 “처음엔 제자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할 때 창피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내가 체면 차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걸 보면서 그런 마음을 털어버렸다”고 한다. 그는 “아내가 드라마 촬영하느라 힘들 텐데도 시장에서 액세서리 재료를 사와 직접 제품을 만들고 가게에 나가 파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이라고 털어놓았다.
“부가 넘치면 그만큼 행복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는 이 부부는 가끔 함께 낚시터를 찾아 직접 끓인 찌개에 소주잔을 기울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내년쯤 아이를 낳기 위해 당분간은 더 아끼고 절약하며 살겠다는 이들의 얼굴 가득 행복한 웃음이 번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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