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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 남자가 사는 법

드라마 ‘연인이여’로 주목받는 이형철

글·구가인 기자 / 사진·조세일‘프리랜서’

2007. 05. 18

SBS 금요드라마 ‘연인이여’에서 결혼한 뒤에도 옛사랑을 잊지 못해 갈등하는 인물로 출연 중인 이형철. 95년 KBS 슈퍼탤런트 선발대회에 입상하며 연기를 시작한 그가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연기를 할 수 있어 행복했던 지난 시간 & 앞으로의 포부를 들려줬다.

드라마 ‘연인이여’로 주목받는 이형철

#1 낯선 이름의 친숙한 얼굴
SBS 드라마 ‘연인이여’에서 장현석 역으로 출연 중인 이형철(35)은 이름보다 얼굴이 더 친숙한 배우다. 연기생활 13년차인 그는 소위 말하는 ‘대박’ 드라마에 출연한 적은 없지만 그간 드라마 ‘남자의 향기’ ‘매화연가’ ‘분이’ ‘바람꽃’ ‘자매바다’, 영화 ‘달마야 서울 가자’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왔다.
“95년 KBS 슈퍼탤런트 선발대회 출신이에요. 박상아·송윤아·차태현 등이 동기죠. 중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 가서 그곳에서 대학을 다니던 중 연기가 하고 싶어서 무작정 한국으로 왔어요. 그리고 우연히 슈퍼탤런트 선발대회에 나갔다가 동상까지 받게 됐죠. 아주 어렸을 적부터 연기자가 꿈이었어요.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연기를 따라했죠(웃음). 사실 딱히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었는데도 막연히 ‘난 크면 연기를 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어요.”
하지만 그의 집에서는 하나뿐인 아들이 연기자의 길을 걷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방학을 맞아 잠시 한국을 방문하는 줄로만 알았다고.

드라마 ‘연인이여’로 주목받는 이형철

“학교(뉴욕시립대)에서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거든요. 그때까지 저희 부모님은 제가 졸업 후 평범하게 회사에 들어가길 바라셨고 연기하는 건 반대하셨죠. 슈퍼탤런트 대회에서 상을 받고 나서 며칠 뒤 미국에서 한국 뉴스를 보신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어요. ‘내가 텔레비전에서 널 본 거 같은데, 네가 맞냐’고 물으시더니 한숨을 쉬셨죠(웃음). 저는 ‘시도도 안 하고 돌아가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 지켜봐달라’면서 설득했고요.”
연기를 시작할 당시 그의 나이 스물셋, 처음 시작은 순조로운 편이었지만 이후 연기생활은 그다지 운이 따르는 편은 아니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굉장히 좋은 편이었죠. 그때 제가 동상을 받았는데 방송국 차원에서 많이 밀어주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뭔가 잘 안 맞았어요. 배역이 확정됐다고 해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데 당시 스타급 배우들로 캐스팅이 바뀌어 취소될 때가 많았죠. 자꾸 밀리다 보니 ‘나 혼자 잘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구나’ 하는 비관적인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에이, 안 해’ 그러면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갔어요.”
결국 98년에 미국으로 돌아가 1년 반 정도를 쉬었다고 한다. 하지만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이 텔레비전에 나와 연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연기를 향한 욕구를 누르지 못했던 그는 다시 카메라 앞으로 돌아왔다.
“포기하고 돌아갔는데도 자꾸 남이 연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밟히니까, 내가 갈 길은 저건(연기)가 보다 싶었어요. 2000년 말 한국에 들어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죠. 그렇게 공백기가 있다 보니 많은 분이 분명히 봤던 얼굴인데 사라졌다가 신인처럼 다시 나오니까, 헷갈려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그래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감사할 일이죠.”

#2 강한 인상, 섬세한 성격
“외모에 불만이 많아요. 평범하게 생겼으면 좋겠어요.”
서구적이고 강한 외모가 마냥 부러워할 만한 일은 아닌가보다. 다양한 색깔의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그에게 외모는 되레 콤플렉스라고.
“인상이 강하다 보니까 기억해주시는 분이 많은 건 좋아요. 하지만 ‘느끼하다’거나 ‘잘생겼다’식의 평을 떠나서, 편해 보이는 얼굴이면 좋겠어요. 인상이 강하면 배역의 폭이 줄어들거든요. 그리고 사실, 잘 보시면 또 그렇게 강한 외모는 아니에요. 같이 작품 해보신 분들은 처음엔 강한 인상인 줄 알았는데 눈빛 같은 건 그렇지 않다는 평을 하세요. 시켜주시면 옆집 아저씨나 오빠 같은 모습도 가능한데…(웃음). 앞으로는 내면연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역을 맡고 싶어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소 남성적인 역, 부잣집 아들 역으로 등장했지만 실제의 그와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여자 형제 3명에게 둘러싸여 자라서 남성적이기보다는 “여성적이며 감성적인” 성격에 “열여섯 살 이후로는 부모님께 돈을 받지 않고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험하게 살아왔다”며 웃는다.

드라마 ‘연인이여’로 주목받는 이형철

현재 SBS ‘연인이여’에 출연 중인 이형철은 지난 95년 KBS 슈퍼탤런트로 데뷔했다.


“미국에 이민 가서 한동안 가족들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힘들어서 울기도 했고요. 사실 이민을 간 것도 다 저 때문이었거든요. 한창 사춘기 때 ‘영웅본색’ ‘천장지구’ 이런 홍콩영화들 보면서 따라한답시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니까, 자식 걱정에 아버지가 하시던 일을 다 접고 쉰이 다 돼서 이민을 가신 거죠. 그런데 이민생활이 쉽지 않아요. 평생 남의 집 일 한 번 안 하시던 분들이 하루 종일 남의 집에서 노동을 하시고… 처음엔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워서 저와 제 여동생들도 다 나서서 도와야 했죠. 미국에서 가졌던 아르바이트 만 해도 스무 가지는 넘을 거예요. 항상 주말이나 학교가 끝나고 나면 일을 했어요. 대부분이 몸으로 때우는 것들인데 접시닦이나 회사 바닥 청소는 기본이고 겨울에 중장비 트럭을 닦고, 자동차 폐부품 처리… 그런 거 하면서 철이 들었죠. 돈 버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감사한 경험이에요. 물론 지금은 다시 하라면 못할 거 같지만요. 저도 나중에 아들 생기면 고생을 좀 시키려고요(웃음).”
어린 시절 고생했던 경험이 연기는 물론 인생 전반에 큰 도움이 됐다는 그는 특히 ‘밑바닥 인생’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최민식 선배를 가장 좋아하는데, 언젠가는 저도 최민식 선배 같은 느낌을 가진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

#3 꾸준히, 발전하는 배우
이형철이 현재 출연하고 있는 ‘연인이여’는 네 남녀의 얽힌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는 드라마. 그는 오랫동안 사귀어온 애인(김서형)과 헤어진 후 느낌이 편한 아내(윤손하)와 결혼해 살지만 옛사랑을 잊지 못해 갈등하는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윤손하씨나 유오성씨가 하는 배역은 처음부터 끝까지 깨끗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가는데, 저는 캐릭터가 변하거든요. 처음에는 정신적인 사랑을 믿지 않다가 나중에는 깨닫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아직 미혼인 그는 어떤 사랑을 추구하는 타입일까.
“저는 한번 빠지면 푹 빠지는 타입이에요(웃음). 그렇다고 극에 등장하는 배역들처럼 극단적으로 정신적인 사랑만을 추구하거나 반대로 육체적인 사랑만을 추구하거나 하는 타입은 아니고요. 글쎄, 플라토닉한 사랑만으로 평생을 갈 수 있을까, 그건 좀 힘든 거 같아요. 누군가를 사랑하면 당연히 안고 싶을 텐데… 그렇지 못하면 괴롭지 않을까요.”
윤손하와는 ‘파트너’ ‘눈꽃’ 이후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데, 익숙한 사람들이 모여 하는 만큼 촬영장 분위기가 좋다고.
“촬영장 분위기도 좋고, 연기는 늘 즐겁죠. 드라마에서 제 연기를 본 사람들이 그에 반응할 걸 상상하면 정말 재미있거든요. 제 연기에 예상대로 반응을 보이면 좋고, 또 예상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왜 그런지 궁금해지고요.”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연기를 해오고 있는 이형철은 아직 ‘한방’을 터뜨리진 못한 상태다. 하지만 일부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이며 주연급 연기자로 발돋움했고, 그새 팬들도 꽤 많이 생겼다. 무엇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젠 예전처럼 조급한 마음이 들진 않는다고 한다.
“아직 못 올라갔다는 말은 앞으로 올라가야 할 곳이 있다는 말이니까요. 그리고 사실, 배우가 작품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죠. 많은 신인들이 연기를 하겠다고 도전하지만 오래가는 사람은 흔치 않거든요. 그런 점에서 전 지금도 충분히 만족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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