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DJ DOC(이하 DOC)의 메인 보컬을 맡고 있는 김창렬(32). 한때 악동 스타로 이름을 날리던 그가 최근에는 자상한 아빠의 모습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네 살배기 아들을 둔 그는 요즘 제2의 전성기라고 할 정도로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KBS ‘스타 골든벨’ 등 오락 프로그램에 패널로 참여해 자신의 끼를 맘껏 발산할 뿐 아니라, 지난해 가을부터는 SBS 러브FM ‘올드스쿨’의 진행도 맡고 있다.
소문난 맛집의 체인점 1호 내기 위해 삼고초려
이처럼 본업인 가수 외에도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그가 얼마 전에는 창업에 도전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이하 이대) 앞에 30평 규모로 유럽풍 카페 스타일 퓨전 분식집 ‘스쿨푸드’를 개업한 것이다.
사실 그는 초보 사업가는 아니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 인근에서 클럽을 1년 6개월 동안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왜 클럽 운영을 그만두고, 여러 업종 중에서도 분식집을 택했을까? 현역 가수로서 음악성과 인맥을 두루 갖춘 그가 클럽을 운영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분식집은 생경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클럽을 닫으면서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클럽은 손님들이 모두 저를 보러 오다 보니 방송 때문에 며칠 빠지면 매출이 급락했거든요. 그래서 가수라는 직업과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았죠. 그러다 반할 만한 음식을 맛보게 됐고 창업까지 하게 됐어요.”
퓨전 분식집은 ‘투잡스’가 가능한 창업 아이템이었다. 그는 1년 전 방송 녹화 중 야식을 먹다 퓨전 분식집 ‘스쿨푸드’를 알게 됐다고 한다.
“매니저가 오는 길에 김밥을 사왔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하도 맛있어서 메뉴를 종류별로 전부 시켜 먹어봤는데 집에서 만든 음식처럼 든든하면서 질리지 않고 먹을 때마다 맛있는 거예요. 그러다 ‘이것 봐라, 가게 열면 잘되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음식 맛에 반한 그는 창업을 결심했지만 그 과정이 만만치는 않았다. 그는 퓨전 분식집 스쿨푸드의 체인점을 내고자 ‘삼국지’의 유비처럼 삼고초려도 불사했다.
“스쿨푸드에 대해 알아보니 이미 20~30대 젊은층 사이에서는 소문난 맛집이었어요. 더욱 창업 성공에 대한 확신이 들어 본사를 찾아갔는데 체인점은 내주지 않는다면서 거절하는 거예요. 세 번을 찾아가 본사 사장님께 읍소를 한 끝에 겨우 허락을 받았어요. 동업하는 형의 힘도 컸어요. 형은 거의 매일 찾아가서 살다시피 하며 체인점 내달라고 떼 아닌 떼를 썼거든요.”
그의 노력에 감동한 스쿨푸드 본사 대표는 체인점 1호 계약에 동의했다. 인기 스타가 분식집 하나를 내기 위해 세 번씩 찾아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정말 해야겠다’고 결심한 일을 위해 과감히 자신을 낮췄다. 창업의 성공 조건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불필요한 자존심 따위는 버릴 줄 아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체인점 계약을 추진하면서 그는 동시에 창업 장소도 찜해 두었다. 바로 이대 입구다. 그가 운영하는 스쿨푸드 체인점은 이대 정문 근처에 새로 문을 연 대형 쇼핑몰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입지로 보면 A급이다. 주변에는 이대를 비롯해 연세대, 서강대 등 여러 대학과 중·고등학교도 많아서 10대부터 20대 초반까지 고정인구 확보가 쉽다. 또 전통적인 시내 중심 상권인 만큼 20대 중반부터 30대 후반까지 젊은층의 유동인구가 두꺼운 지역이다.
지난해 여름 이대 입구 상권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그는 이 지역을 눈여겨본 터였다. 특히 그의 가게가 입점한 대형 쇼핑몰에는 주로 의류 및 패션소품 매장들이 들어서 있다. 사람들이 쇼핑을 즐기다 출출해질 때쯤 손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입지가 확정되자 이대 주변 상권의 맛집 탐색에 들어갔다.
“제가 ‘이대 입구파’거든요.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젊음의 열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스쿨푸드란 점포 이름과도 환상적인 궁합이죠. 입지를 정한 후에는 3개월 동안 맛집으로 소문난 분식집이나 음식점에 많이 가봤는데 그분들한테는 죄송한 얘기지만 맛이 그냥 그랬어요. 개업하면 우리집 맛에 끌리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죠.”
개업하기까지 그가 들인 시간은 6개월. 그는 이 기간에 음식 레시피부터 인테리어, 주방설비 등을 꼼꼼히 준비했다. 창업비용은 가맹비 3천만원을 포함해 총 2억원. 점포 임대료는 따로 들지 않았다. 숍인숍으로 개업을 했기 때문이다. 숍인숍이란 매장 내 매장이란 뜻으로 가게 안에 세를 드는 형식이기 때문에 임대 보증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용은 동업자 박상수씨와 반반씩 부담했다. 수익도 절반씩 나눈다. 박씨는 그가 가수로 데뷔하기 전 클럽 DJ를 하던 시절 만나 지금까지 형 동생하며 절친하게 지내온 사이다.
실평수 30평에 좌석수가 55석인 점포의 개업 첫달 매출은 3천만원. 요즘처럼 불경기에 상당히 괜찮은 성적표다. 그는 방송에서 창업했다는 소리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맛집은 맛으로 승부해야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오픈 두달째부터 매출이 5천만원을 기록하고 있는데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등을 제하면 실제 수익은 전체 매출의 30% 정도라고. 동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수익은 15%다. 하지만 현재까지 수익은 점포 운영에 고스란히 재투자되고 있다. 더욱 크게 사업을 일으키고 싶은 욕심에서다.
개업한 지 4개월 된 초보 창업자라고 겸손해하지만 이런 매출을 올리기까지 그는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바쁜 방송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오전이 됐든 오후가 됐든 1주일에 3일은 출근해 매장에서 음식을 나르고 전단지를 나눠주며 입구에 서서 정중히 손님을 맞은 것.
고객 취향 반영한 기념품으로 점포 홍보, 메뉴 가격은 낮추고 서비스 질은 높여
또한 그는 전화번호가 인쇄된 개업 기념품도 준비했다. 기념품은 손톱 손질용 미용세트. 고객의 80%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에 착안, 볼펜 등 흔한 아이템 대신 미용세트를 준비한 것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창업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념품은 점포를 알리고 고객의 재방문율을 높여 단골을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연예인이 운영을 하고, 사은품을 돌려도 음식점의 메뉴가 맛이 없으면 이만한 매출을 단시간에 올리기 힘들다. 스쿨푸드는 김밥류, 면류, 샐러드, 밥류 등 50여 종의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다. 특히 인기 메뉴는 장아찌 김밥, 날치알 김밥, 누드김밥 등 김밥류와 학교냉면, 길거리표 떡볶이, 김치찜, 누룽지탕 등이다. 평균 가격대는 5천~7천원 정도. 장아찌 김밥은 단무지 대신 무장아찌를 넣어 매콤하면서 아삭거리고 씹히는 맛으로 젊은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장아찌 스페셜 모듬롤을 시키면 모든 김밥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사업가’ 김창렬의 꿈은 스쿨푸드를 전국 최고의 맛집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가 운영하는 음식점은 벌써부터 맛집으로 소문이 나 인터넷의 각종 블로그에 심심치 않게 소개되고 있다. 그가 음식 맛에 들인 공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그는 체인점 계약이 성사된 후 개업하기 3개월 전부터 본사에서 맛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본사 메뉴 레시피 교육은 1~2주에 걸쳐 주방장이나 점주 본인이 받는 게 보통인데 그는 3개월간 4명의 주방 인력을 투입해 레시피를 익히도록 했다. 또 그는 교육과정에서 주방팀들이 본사의 노하우를 전수해 만든 음식을 메뉴별로 일일이 맛봤다. 본사 직영점의 음식과 똑같은 맛을 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음식점인 만큼, 가장 중요한 건 맛이라고 판단했어요. 제대로 맛을 내려면 주방팀 전원이 요리 노하우를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야 누가 만들었든 음식의 질이 한결같을 테니까요.”
유럽풍 카페 스타일 인테리어도 이대 스쿨푸드를 알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벽면 두 쪽이 전면 유리창으로 된 실내에는 마호가니색 원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는데, 음식을 먹으면서 밖의 풍경도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다.
서비스도 고급스럽다.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유니폼을 갖춰 입은 직원들이 입구에서부터 손님을 안내하고 주문을 받는다. 김밥이나 떡볶이를 먹더라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는 이 점을 간파해 가격은 낮추고 서비스의 질은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는 1월 말이나 2월부터는 배달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그가 직접 배달 서비스도 할 생각이라고.
“손님 중에 배달도 되면 좋겠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배달 주문도 적지 않게 오고요. 마음 같아서야 바로 제가 뛰어가서 갖다 드리고 싶죠. 하지만 체인점 1호다 보니 브랜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본사와 그 문제로 협의를 해 배달도 곧 시작할 겁니다.”
인테리어도 계속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4~5월 햇살이 좋은 봄부터 2층 테라스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소풍 온 듯한 기분으로 음식을 맛보게 하겠다는 전략도 세워뒀다.
사업가 김창렬의 꿈은 전국 최고의 맛집을 만드는 것이다.
“소문난 맛집은 구석에 있더라도 발품을 팔아서 어떻게든 찾아가잖아요. 저는 김창렬의 스쿨푸드가 그런 곳이 될 수 있는 그날까지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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