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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과정 이수하고 30대에 재취업 성공한 주부 3인 체험기

기획·송화선 기자 / 글·이동주‘자유기고가’ / 사진·김성남 박해윤 홍중식 기자

입력 2006.12.21 14:06:00

일자리를 원하는 주부들은 많지만 전업주부를 직원으로 채용하려는 회사는 흔치 않다. 젊은 층 취업도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운 요즘, 전문능력 부족, 적잖은 나이, 경력의 단절이라는 3중고를 뚫고 재취업에 성공한 주부 3명의 체험기를 들었다.
자바 프로젝트 과정 수료 후 프로그래머로 취업한 김선미
전문과정 이수하고 30대에 재취업 성공한 주부 3인 체험기

“남편은 아직도 둘째 아이를 낳았으면 하고 바라요. 하지만 아유~ 전 못하죠. 이제 겨우 일자리 구했는데 어떻게 다시 포기해요. 정부에서 일하는 엄마들 육아 문제를 조금만 도와주면 아이 하나 더 낳고, 일도 더 잘할 자신 있지만요(웃음).”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자바 프로젝트 과정’을 수료한 뒤 현재 각 이동통신 회사의 기지국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유지, 보수해주는 기업 ‘이턴’에 근무 중인 프로그래머 김선미씨(34)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보람이 대단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김씨는 학창 시절부터 집에 있는 컴퓨터를 해체했다가 다시 조립해보곤 했을 정도로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결혼 전엔 초등학교 컴퓨터 과목 특기적성 교육교사로 일했고, 결혼 뒤에도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한동안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업체에서 일했다고.
“그런데 2002년에 아이를 낳고 나니 일을 계속 할 수가 없더라고요. 우리나라 현실이 엄마가 일을 하면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잖아요.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일하는 남편이 ‘내가 버는 것만 갖고도 우리 세 식구 충분히 살 수 있는데 왜 아이를 고생시키느냐’며 제가 전업주부가 되기를 바라는 눈치였어요.”
하지만 아이가 두 살쯤 되자 다시 직장 생활을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졌다고 한다. 문제는 이미 서른이 훌쩍 넘은 ‘아줌마’를 써줄 회사를 찾기 어려웠다는 점. 막연히 컴퓨터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한 번도 그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다는 자격지심도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고 한다.
“그러다 여성 IT인력을 양성하는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를 알게 됐어요. 마침 올 초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게 돼 시간도 생겼고요. 그때부터 매일매일 배움의 즐거움에 푹 빠져서 센터를 다녔어요. 늘 부족하다고 느꼈던 컴퓨터 기본기 분야를 확실히 익히고, 일을 쉬는 동안 개발된 새 프로그램들도 배웠죠.”
김씨는 5개월 과정의 자바 프로젝트 코스를 수료했는데, 처음 석 달 동안 이론수업을 듣고, 나머지 두 달 동안은 현장 실무 프로그램을 익혔다고 한다. IT분야는 실무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업종이라 이곳에서 수업을 들으며 실무 적응력과 응용 능력을 키운 것이 현재 직장에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과정을 수료한 뒤 지난 봄 한 웹 에이전시 회사에 인턴으로 취업했다가, 지금 회사의 정식 직원으로 옮겨왔어요. 저와 함께 공부한 주부 수강생이 20명이었는데, 그 가운데 16명이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자바 프로그램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든요.”
현재 그가 근무하고 있는 ‘이턴’에는 김씨와 같은 전업주부 출신 직원이 세 명 있다고 한다. 회사에서는 ‘일하는 엄마’인 이들의 상황을 배려해 일주일에 한 번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대충 일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IT 업종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거든요. 한밤중에라도 문제가 생기면 회사로 달려가야 하죠. 아직 전 그런 경우를 겪은 적이 없지만,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피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아줌마’도 제대로 일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으니까요.”
처음 일을 시작할 무렵 “급해서 쓰긴 쓰지만 저 아줌마는 도대체 뭣 때문에 이 어려운 일을 하려는 걸까” 하는 시선에 마음을 다친 적이 많다는 김씨는 “그럴 때마다 아줌마라고 차별받지 않으려면 더 실력 있는 직장인이 돼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다”고 말했다. 그가 취업을 꿈꾸는 주부들에게 하는 충고도 “누가 뭐라든 절대 기죽지 말고, 그럴 때마다 한 번 더 노력하라”는 것이다.
김선미 주부가 들려주는 ‘인정받는 직장인이 되기 위한 Tip’
▼ 회사에서 주부라 봐주겠다는 식의 과도한 배려를 베풀 경우 과감히 거부하라. 중요한 회의를 하면서 “OO씨는 집안일 있으면 빠져도 좋다”고 하는 건 그만큼 내가 회사에서 중요한 인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 면접 볼 때 전업주부였다는 이유로 고개 숙이고 들어가지 마라.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업무 능력을 더 많이 키운 뒤 당당하게 행동하라.
▼ 새로운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키워라. 한 가지 보다는 두 가지, 두 가지 보다는 세 가지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취업의 문이 더 쉽게 열린다.


주부만화교실 수료 뒤 그림동화 작가로 데뷔한 김정희
전문과정 이수하고 30대에 재취업 성공한 주부 3인 체험기

김정희씨(37)는 ‘내 일’을 꿈꾸는 주부들 사이에서 요즘 꽤 유명한 사람이다. 지난 5월 그가 펴낸 그림동화책 ‘똥장군’이 그동안 3천부 이상 팔려나가며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전업주부로 살던 그가 그림동화 작가로 화려하게 변신할 수 있었던 건 지난 2004년 경기도 부천만화정보센터에 개설된 ‘주부만화예술대학’을 수료한 덕분.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부천만화정보센터 어린이 만화교실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가 “어른을 위한 강좌는 없느냐”고 물어본 게 계기가 됐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고 만화 보는 걸 무척 좋아했거든요. 결혼 전 제약회사를 다닐 때도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결혼 뒤 두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그 꿈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거기를 가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담당 직원이 ‘지금은 없지만 생길지도 모르겠다’고 하면서 연락처를 남겨 보라고 하기에 전화번호를 적어 놓고 돌아왔어요.”
그런데 몇 달 뒤 센터에서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유명 만화작가의 좌담이 열리니 한 번 참석해보라는 내용이었다. 그날 행사에는 김씨 외에도 만화에 관심 있던 주부들이 많이 자리했고, 이날을 계기로 다음 학기부터 부천만화정보센터에 주부만화예술대학이 신설됐다고.
“주부들이 가장 여유 있는 시간인 오후 2시부터 수업이 열렸어요. 그러다 보니 수강생이 전부 저 같은 전업주부였죠. 그리기에서부터 스토리와 콘티 구성까지 그림동화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실무 작업을 두루 배웠어요. 유명 만화가 선생님들과 여러 가지 주제를 두고 대화하는 시간도 많았고요. 프로 만화가로 일하시는 분들의 경험과 조언을 들으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죠.”
3개월의 수강 기간이 끝났을 때 김씨에게는 스스로 만든 첫 그림동화 ‘똥장군’이 남았다고 한다. 70년대를 배경으로 재래식 변소를 치우는 아버지와 그를 부끄러워하는 아이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이 작품은 주부만화예술대학 강사들에게 호평을 받았고, 몇몇 강사는 그에게 출판사를 찾아가보라고 권했다고.
“작품 출판이 쉽지는 않았어요. 7번 정도 퇴짜를 맞고 난 뒤에야 비로소 제 작품을 마음에 들어 하는 출판사를 만났거든요. 하지만 기는 전혀 안 죽었어요. 백번을 퇴짜 맞아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오히려 운이 좋았죠(웃음).”
그는 ‘똥장군’을 그리는 동안 피로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일반 직장인처럼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집안일을 하면서 작품까지 만드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함께 사는 시어머니가 살림을 많이 도와준 덕분에 그림동화 작가로서의 일과 집안일을 7 대 3 정도로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3학년생인 두 아이도 “엄마는 정말 그림이 그리고 싶다. 하지만 그러려면 너희에게 지금까지보다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는데 괜찮겠느냐”고 묻자 “우리는 엄마가 좋아하는 일 하는 게 더 좋다”며 선선히 이해해줘 큰 도움을 받았다고. 남편 역시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그를 격려해줬다고 한다.
“‘똥장군’은 곧 일본에서도 출간될 예정이에요. 내년 초에 속편도 낼 거고요. 많이 도와주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이제 더 열심히 일해 볼 생각입니다. 내 아이에게 권해도 부끄럽지 않을 만한 소박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계속 그려나갈 거예요.”
김정희 주부가 들려주는 ‘동화 작가를 꿈꾸는 주부들을 위한 Tip’
▼ 출근하듯 서점에 가라. 동네 아줌마들과 어울려 수다 떨며 시간을 보내지 말고, 매일 서점에 가 여러 종류의 책을 읽다보면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구상할 수 있다.
▼ 그림동화 작가는 자기 그림에 직접 글을 쓸 수 있어야 원하던 모습의 책을 낼 수 있다. 글쓰기에 자신이 없다면 수백 번 고쳐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때까지 써라.
▼ 원하는 일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움직여라. 자신의 작품을 대한민국 모든 출판사에 보내겠다는 각오와 오기로 무장하라.


모바일 콘텐츠 과정 수료 후 웹 디자이너로 취업한 안순해
전문과정 이수하고 30대에 재취업 성공한 주부 3인 체험기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했기 때문에 직장 생활은 해볼 틈이 없었어요. 제게는 가정이 첫 직장이었죠.”
안순해씨(32)는 결혼 뒤 6년 동안 남편 내조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전업주부였다. 사회생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그게 당연한 삶이려니 생각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랄수록 마음 한 구석에서 ‘나는 도대체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커져가기 시작했다고. 직장에 다닌 적이 없는 탓에 남편이 회사 일에 대해 얘기할 때 좋은 대화 상대가 되지 못하는 점도 속상했다고 한다.
“같은 생각이 반복되니까 나중엔 우울증을 앓을 만큼 힘이 들더라고요. 몸도 계속 아팠죠. 세상에 나가서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아줌마’라서 이력서 한 줄 쓸 게 없었어요. 그러다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전업주부 취업 교육을 시켜준다는 얘기를 들었죠. 컴퓨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웹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모바일 콘텐츠 과정에 등록했습니다. 한 달 수강료가 1만5천원이어서 부담도 크지 않았어요.”
그는 그곳에서 8개월 동안 초급 과정을 들으며 컴퓨터에 대한 기본 지식을 익힌 뒤 중급 ‘프로젝트’ 과정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이 때 그를 가르친 강사가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플래시 게임을 만드는 회사를 창업하면서 안씨를 직원으로 채용했다고. 안씨가 다니는 회사는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내 창업지원실에 ‘비즈 8팀’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성이 인터넷 등 정보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창업할 경우 1년 동안 무료로 입주시켜주는 경기도 창업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 이 안에서 회사 규모를 키운 뒤 세상 속으로 나가게 된다고 한다.
“웹 디자이너가 되고 보니 정말 제 적성에 딱 맞더라고요. 컴퓨터를 이용해 그림 그리는 게 재미있어서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일하고 있어요. 웹 디자인 분야는 실력과 재능만 있으면 늦게 시작해도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전업주부가 뒤늦게 뛰어들기에 상대적으로 좋은 분야인 것 같아요.”
안씨는 “게다가 웹 디자인의 기본기를 익히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도전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요즘 그는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직장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일곱 살, 네 살 된 두 아들은 친정 어머니가 돌봐 주신다고.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마음 아프지만, 안씨는 “일을 할수록 능력 있는 사회인이 되고 싶다는 꿈이 점점 커져간다”고 말했다.
“웹 디자인을 배울 때, 낮에는 집안 일 하고 밤을 새우며 포트폴리오를 만드느라 참 지쳐 있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 저를 가르치던 강사분이 ‘정말 힘들어서 자기도 모르는 새 눈물이 흐르는 걸 세 번은 버텨내야 뭐든 이룰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전 다행히 그런 눈물을 세 번 흘리기 전에 취업이라는 목표를 이뤘습니다. 이젠 ‘능력있는 웹 디자이너’로 인정받고 싶다는 새 목표를 이룰 때까지 더 열심히 일할 겁니다.”
안순해 주부가 들려주는 ‘취업 꿈꾸는 주부들을 위한 Tip’
▼ 자신이 모르는 분야라고 시작하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마라.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일단 배우기 시작하면 누구나 새로운 분야를 익힐 수 있다.
▼ 절실하게 취업을 원한다면 발로 뛰어 다녀라. 앉아서 정보지만 뒤져서는 알찬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직접 사람들을 만나며 직업 관련 정보를 수집하라
▼ 자신의 적성을 미리 정해두지 마라. ‘내 적성이 아닌 것 같아 못하겠다’는 말은 사실 힘든 일을 포기하기 위한 변명거리일 경우가 많다.

직업 교육과 취업 정보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주부 인터넷 사랑방’
http://women.work.go.kr 여성전문 취업포털 사이트
www.vocation.or.kr 여성인력개발센터
www.itwomen.or.kr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IT 전문교육
www.ggw.or.kr 경기여성e러닝센터
www.comicsmuseum.org 주부만화예술대학
http://womancenter-app.seoul.go.kr 서울특별시립여성발전센터
www.women-net.net 여성부운영 공익포털 사이트


여성동아 2006년 12월 5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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