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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살림솜씨 공개

한옥에서 요리하는 여자, 서양요리 선생님 최미경의 ‘맛있는’ 살림 이야기

기획·오영제 기자 / 사진·지호영‘프리랜서’

2006. 10. 20

삼청동의 맛집 ‘8 Steps’의 주인이자 인기만점 쿠킹 클래스의 요리 선생, 이탈리안 요리책의 저자이기도 한 프로주부 최미경(45). 전통의 멋이 묻어나는 한옥에 서양식 편리함을 더한 개성 넘치는 그의 주방에는 곳곳에 살림 & 요리 노하우가 가득 숨어있다.

한옥에서 요리하는 여자, 서양요리 선생님 최미경의 ‘맛있는’ 살림 이야기

고즈넉한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최미경씨의 부엌은 보글보글 찌개 끓는 경쾌한 소리와 솔솔 배어 나오는 맛있는 냄새로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유혹하는 곳이다. 주부들에게 서양요리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스웨덴인 남편과 결혼 후 스웨덴에 살면서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고 한국에 돌아와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에 다니며 프랑스 요리를 마스터했다. 서양요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시절, 즐겨 가던 레스토랑의 주방을 구경하기 위해 첫 발을 내디뎠을 때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장에 걸어들어갈 때보다 더 떨렸다는 그는 요리를 ‘잘해서’가 아닌, ‘좋아서’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종종 들르던 작은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맛을 낼 수 있는지 비결이 궁금했어요. 한번은 용기를 내서 주방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는데 의외로 흔쾌히 승낙하더라고요. 그때의 흥분과 설렘이란, 정말이지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죠. 그 이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열심히 따라 만들어 보고 책도 열심히 봤어요.” 그가 공개한 요리 잘하는 비결은 간단하다. 배운 레시피에 충실하게 여러 번 만들어 보라는 것. 레시피를 보며 그대로 연습하다 보면 요리가 손에 익고 ‘감’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나만의 요리가 만들어지게 된다.

프로주부의 요리 노트를 공개합니다!
서양요리 만들기


Cooking Note 1 신선한 재료 고르기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신선한 재료 고르기.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 따로 양념을 하지 않아도 맛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소스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재료의 맛을 감추기 위한 것이죠. 양념을 최소한으로 사용해 맛을 내 보세요. 소스로는 낼 수 없는 재료의 감칠맛을 살릴 수 있답니다.”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조리하기 전 반드시 냄비나 프라이팬을 데우라는 것. 야채, 해산물, 육류 모두 달궈진 팬에 조리해야 수분이 유지돼 본래 재료의 맛이 살아난다.

한옥에서 요리하는 여자, 서양요리 선생님 최미경의 ‘맛있는’ 살림 이야기

Cooking Note 2 똑똑한 올리브오일 사용법
이탈리아 요리의 감초 올리브오일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직접 짜서 만드는 압착식과, 올리브를 가열해 기름을 추출하고 산도를 조절한 정제식으로 나뉜다. 압착오일과 정제오일이 어느 정도 섞였는가에 따라 사용법이 나뉘는데 보통 순수 압착으로만 얻은 엑스트라버진과 버진 올리브오일은 드레싱·소스·무침요리에, 정제오일에 버진오일을 8:2 비율로 혼합한 퓨어오일은 튀김이나 볶음요리에 사용한다. 버진 올리브오일은 맛과 향이 뛰어나 그냥 먹기에 좋고 가격도 비싸지만 무조건 버진오일을 쓴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버진 올리브오일은 끓는점이 높지 않아 튀김요리의 바삭한 맛을 살리기 어렵기 때문. 구이나 볶음, 튀김 등 열을 가하는 요리에는 퓨어오일을 사용해야 고소한 맛을 낼 수 있다. 빵 만들 때 역시 퓨어 올리브오일을 넣어 반죽하는 것이 부드럽고 쫀득한 맛을 내는 비결이다.

Cooking Note 3 발사믹식초 활용법
새콤달콤한 맛이 입맛을 돋우는 발사믹식초는 와인식초의 한 종류로 발효되지 않은 포도주스를 오크통에 넣고 숙성시켜 만든다. 숙성기간이나 만드는 노하우에 따라 맛도 가격도 천차만별! 보통 샐러드에 뿌리거나 빵에 찍어 먹고 저렴한 것은 뭉근하게 졸여 튜브에 넣은 다음 접시 장식에 사용하거나 샐러드소스, 케이크드레싱으로 이용한다. 은근한 불에 발사믹식초를 졸여 걸쭉하게 만든 소스는 시큼한 맛이 사라지고 단맛이 돌아 디저트에 곁들이기 그만이다.



Cooking Note 4 소금은 좋은 것으로
그는 서양요리가 전문이지만 집에서만큼은 토속적이고 걸쭉한 한식을 즐겨 먹는다. 서양요리는 서양요리답게, 한국요리는 한국요리답게 해야 맛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의 요리는 항상 극과 극을 달리며 ‘제대로’ 만들어진다. 두 가지 요리에 공통점이 있다면 소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어떤 요리에든 소금만큼은 좋은 것을 사용해야 된다는 생각에 늘 최상의 것을 사용한다.

Cooking Note 5 천연 양념 사용하기
인공조미료 사용은 금물! 표고버섯, 새우, 멸치, 다시마를 갈아 양념통에 넣어두고 조미료 대신 넣는다. “고기 재울 때나 찌개 끓일 때 천연 조미료로 맛을 내면 맛이 깔끔하고 진해진답니다. 요즘은 시장에 말린 재료를 가지고 가면 즉석에서 빻아주니 쉽게 만들 수 있어요.”

Cooking Note 6 특제 양념 만들기
다마리간장은 한번 만들면 두고두고 여러 요리에 사용하는 그의 기본 양념이자 특제 양념이다. 간장에 맛술, 레몬, 사과 등을 넣어 맛을 내는데 향긋하면서도 혀끝에 착 감기는 맛이 일품! 그 자체가 멸치 등 볶음요리의 소스가 되고 마늘만 넣으면 훌륭한 불고기양념이 된다. 간장을 대신해 각종 요리에 넣어 사용하면 독특한 풍미를 더할 수 있다.

Cooking Note 7 밥도둑, 새송이장아찌 만들기
간장에 조린 새송이버섯을 고추장에 박아두었다가 먹는 새송이장아찌는 입맛이 없을 때나 반찬이 없을 때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게 만드는 밥도둑이다. 새송이버섯은 작은 것으로 골라 씻지 않고 적당한 크기로 찢는다. 간장과 맛술을 1:1 비율로 섞은 뒤 센 불에 올리고 끓으면 불을 끈 다음 버섯을 넣고 뚜껑을 닫는다. 그러면 버섯은 짠물을 먹고 수분을 적당히 뱉어낸다. 한김 식으면 버섯을 건져내 고추장에 박아둔다. 새송이를 재웠던 간장은 고기 재울 때 사용하고 새송이장아찌를 다 먹고 남은 고추장은 고추장양념으로 쓰거나 김치찌개에 넣는다.

최미경의 한옥 이야기
한옥에서 요리하는 여자, 서양요리 선생님 최미경의 ‘맛있는’ 살림 이야기

외국에 살면서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흔한 말을 몸으로 실감했다는 그는 마음 한구석에 담고 있던 한옥에 대한 동경을 3년 전 현실로 이루었다. 전통 한옥의 매력은 살리면서 편리한 서양 스타일을 조화시킨 집, 그리고 주방에서는 그의 삶이자 즐거움인 맛있는 요리 냄새가 끊이지 않는다.
주방은 그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인 동시에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이어야 했기 때문에 넉넉한 수납공간을 가진 싱크대와 널찍한 아일랜드 식탁을 만들어 실용성을 높였다. 이곳에서 그는 요리를 가르치고 남편과 두 아들을 위한 식탁을 차린다. 그는 한옥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비가 오면 창호지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마치 옆에서 떨어지고 있는 것처럼 소리가 타닥타닥 들려요. 눈이 내릴 때는 고요함이 온 집안을 감싸 세상에서 분리된 듯한 기분마저 들죠. 도시 안에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곳도 드물어요. 일하고 살림하며 웰빙할 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죠.”
그는 가회동 집부터 그가 운영하는 삼청동 레스토랑까지 걸어서 출퇴근한다. 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8 Steps’ 역시 한옥으로 지었는데 이름을 지은 동기가 재미있다. “레스토랑까지 올라오는데 계단은 물론 10개가 넘어요. 하지만 10계단 하면 왠지 꽉 찬 느낌이 들고, 끝까지 올라가면 내려가는 길밖에 남지 않으니 재미없잖아요. 차근차근 올라가지만 다 올라간 것은 아니라는 의미의 8계단이랍니다.(웃음)” 그를 꼭 닮은 레스토랑 이름처럼, 그는 스스로를 모든 일을 빈틈없이 해내는 ‘완벽한 주부’가 아닌 뭐든지 열심히 배우는 주부라고 평한다. 수많은 수식어를 달고 있음에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겸손함과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는 그에게서 ‘프로주부’라는 이름이 더욱 빛을 발하는 듯하다.

한옥에서 요리하는 여자, 서양요리 선생님 최미경의 ‘맛있는’ 살림 이야기

1 주방에 놓인 테이블은 10년이나 된 골동품이다. 마음에 드는 식탁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을지로 철물거리에 세워져 있던 철판을 발견하고는 분필로 슥슥 모양을 그려 즉석에서 잘라와 재봉틀대에 얹었다.
2 여행할 때마다 벼룩시장을 다니며 사 모은 조리도구들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든든해진다.
3 새송이장아찌는 한번 만들어 두면 반찬이 없거나 입맛이 없을 때 요긴하게 쓰인다.
4 뒷맛이 깔끔한 하와이 소금. 양념을 많이 쓰지 않는 대신 소금만큼은 좋은 것을 써야한다는 게 그의 고집이다.
5 이탈리아 요리의 주역인 토마토와 발사믹식초, 올리브오일.

한식 만들기
다마리간장
한옥에서 요리하는 여자, 서양요리 선생님 최미경의 ‘맛있는’ 살림 이야기

준·비·재·료
야채즙(양파 1개, 생강 1쪽, 마늘 1통, 물 2컵), 간장 2ℓ, 청주 1컵, 맛술 1½컵, 설탕 1kg, 사과·레몬 1개씩
만·들·기
1 양파, 생강, 마늘은 깨끗이 손질한 후 물을 넣고 절반으로 졸아들 때까지 끓인다.
2 ①을 체에 걸러 받은 야채즙을 간장과 함께 냄비에 넣고 끓이다가 우르르 끓으면 불을 끈다.
3 청주, 맛술, 설탕을 넣고 다시 한번 끓이다가 거품이 올라오면 불을 끈다.
4 사과와 레몬을 슬라이스해 넣고 뚜껑을 덮은 다음 실온에 두었다가 12시간이 지난 후 체에 밭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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