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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terior designer’s house

이정규의 자연이 숨쉬는 편안한 아파트

인테리어 디자이너 2인의 개성 엿보기 ①

기획·정소나 기자 / 사진·이창재(lighthouse pictures)

2006. 10. 12

우리 고유의 전통 장식과 소품들로 아늑하고 소박하게 꾸민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정규의 집을 찾았다.

이정규의 자연이 숨쉬는 편안한 아파트

벽, 천장, 창문을 모두 화이트 컬러로 통일해 깔끔하면서도 한층 넓어 보이는 거실. 천연 소재 광목으로 직접 만든 소파를 놓아 편안함을 더했다. 강원도에서 구입한 찻상은 조선시대 고가구로, 이곳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면서 여유를 즐긴다고.



20여년 전 국내에 ‘인테리어 코디네이터’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디자이너 이정규(60). 그가 10년 넘게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가습기도 없고 에어컨도 없다. 대신 베란다를 터서 만든 실내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세월을 따라 훌쩍 큰 나무, 올망졸망한 화분들이 집안 가득 싱그러움을 더한다. 정원 한쪽에 작은 쪽문을 내고 주방 창문과 통하는 ‘바람길’을 만들어 시원하고 상쾌한 가을바람이 들어오게 꾸민 그의 집은 차 한 잔 마시며 얘기하기 좋은 공간. 골동품 수집이 취미라는 그가 신라시대 토기에 내놓은 차를 마시며 그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 나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서양식 주거 형태인 아파트에 한옥 개념을 끌어들인 그의 집에는 발품 팔아 모은 한국 전통 골동품, 크고 작은 옹기그릇과 고가구들이 즐비해 있어 한국적인 멋과 편안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인테리어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지요. 그릇 하나도 사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으로 정성스럽게 고르다보면 실용적이면서도 감동을 주는 인테리어가 된답니다.”

이정규의 자연이 숨쉬는 편안한 아파트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정규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빼놓지 않고 그 옛날 어머니들처럼 항아리에 물을 부으며 가족의 건강을 기원한다고.

이정규의 자연이 숨쉬는 편안한 아파트

안방과 건넌방 사이의 빈 벽은 그가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꾸민 공간. 직접 만든 나무 선반 위에 골동품이나 계절 소품을 놓아 멋스럽게 꾸몄다.


단아하면서도 정겨움이 묻어나는 인테리어
그는 집과 사람이 꼭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욕심에 인테리어 디자인을 할 때면 집주인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는 것은 물론 일하는 틈틈이 심리학 공부까지 한다. 그래서인지 그가 디자인한 집에 사는 사람들은 살면 살수록 몸에 꼭 맞는 옷처럼 편안함이 느껴지는 집에 감동하게 된다고.
남편과 두 아이가 함께 살고 있는 그의 집 역시 자신의 가족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으로 꾸몄다. 거실은 나무와 광목으로 꾸미고 브라운 · 화이트 컬러로 통일했다. 벽면은 화이트 컬러의 핸디코트로 마감해 자연스러운 질감을 그대로 살리고 광목천으로 만든 소파와 고가구들로 편안한 공간을 만들었다.

가구 대신 붙박이장으로 공간 활용
그의 집에는 눈에 띄게 덩치 큰 가구가 별로 없다. 거실의 흰 소파와 주방의 키 낮은 상, 방마다 짜 넣은 붙박이장 정도가 전부. 자타가 공인하는 수납전문가인 그는 공간 활용이 뛰어나고 기능성을 겸한 장식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집안에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가구는 하나도 들여놓지 않았다고. 대신 집안 구석구석 붙박이장을 짜 넣어 수납공간을 늘리고 그 밖의 생활 소품들은 황학동이나 지방 각지를 돌며 사 모은 골동품들을 활용해 수납했다.

이정규의 자연이 숨쉬는 편안한 아파트

1 그의 뒤를 이어 인테리어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딸의 방. 뒷베란다를 트고 바닥을 높여 TV를 올릴 수 있도록 심플하게 꾸몄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침대에 누워 TV를 보며 편안히 휴식할 수 있도록 했다.
2 황학동에서 구입한 옛날 교자상을 식탁 대신 놓아 좌식으로 꾸몄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며 정을 나누기에 이만한 공간이 없다고.



이정규의 자연이 숨쉬는 편안한 아파트

3 키 큰 나무와 이끼 낀 돌멩이, 크고 작은 식물들이 집안에 싱그러움을 더하는 공간. 옹기에 나뭇가지를 꽂아 화분처럼 활용했다.
4 부부 공간인 안방은 어릴 적 시골집의 사랑방처럼 꾸몄다. 침대나 키 높은 가구를 놓지 않고 좌식으로 연출했다. 한지로 도배한 뒤 바닥에는 돗자리를 깔고 창가에 문살무늬 창을 달아 전통 가옥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렸다.

손때 묻은 정겨운 소품으로 꾸민 곳
거실과 주방 공간을 분리시키는 파티션 겸 장식장에는 주방에서 사용하는 옹기그릇과 수년 동안 모은 골동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는 “우리나라 전통 가옥을 공부하다가 골동품의 매력에 푹 빠졌던 때가 있었어요. 마음에 드는 것들을 하나씩 갖다 놓았는데 제법 멋스럽더군요. 원래는 장식장이 모자라 창고에 둘 정도였는데 딸아이가 결혼준비를 하면서 제 마음에 드는 것들을 쏙 챙겨 가는 바람에 이제는 절반도 안 남았어요”하며 웃는다.
주방에는 식탁 대신 손때 묻은 교자상을 놓고 벽 한귀퉁이에는 사다리를 세운뒤 그가 좋아하는 도자기를 올려놓아 장식장처럼 활용했다.
좌식 생활공간으로 꾸민 안방은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동나무 책상, 창호지를 바른 문살무늬 창, 한지 벽지로 토속적인 느낌이 나게 꾸몄다. 문살무늬 창은 그와 남편이 아끼는 것 중 하나로 어릴 적 시골집의 창을 통해 보던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이라고.
현관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안방과 건넛방 사이의 빈 벽은 그가 애착을 갖는 공간. 콘솔을 놓고 액자를 거는 대신 그가 수집한 골동품이나 계절 소품을 이용해 마음 가는 대로 놓아 꾸민다.
시집올 때 해왔다는 오동나무장, 깨질 위험 없고 안전해 그릇 대신 사용하는 함지박, 천연 소재라 정전기가 없고 먼지가 덜 나는 광목, 문살무늬 창, 경대, 항아리, 교자상 등 가족의 사랑과 추억이 담긴 손때 묻은 소품들이 어우러져 정겨움을 더하고 있다.
이정규의 자연이 숨쉬는 편안한 아파트

5 거실 한 쪽에 있는 골동품 항아리에는 계절마다 들꽃을 한 움큼 꽂아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6 베란다문에 알루미늄 섀시 대신 창호지를 바른 문틀을 달아 토속적인 분위기를 살렸다. 아침이면 은은한 햇살이 문살로 들어와 멋스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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