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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새로운 도전

음반 내고 가수 데뷔한 탤런트 허윤정

“인기에 치명상 입힌 마약사건이 내게 준 깨달음, 아직 포기하지 않은 현모양처의 꿈…”

글·김명희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 ■ 헤어 & 메이크업·까사라 ■ 장소협찬·보나세라(02-543-6668)

입력 2006.09.21 15:26:00

탤런트 허윤정이 가수로 데뷔했다. 2년여의 준비 끝에 지난 8월 중순 음반을 발표한 것. ‘첫사랑’ ‘억새풀’ 등의 드라마로 80년대 중반 스타덤에 올랐다가 90년 마약사건으로 한 차례 굴곡을 겪은 후 불혹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그를 만났다.
음반 내고 가수 데뷔한 탤런트 허윤정

자신에게 도전장을 낸다는 의미에서 가수로 데뷔하게 됐다는 허윤정.


“흰머리가 나서 염색을 했어요. 몇 년 전부터 앞쪽에 자꾸 흰머리가 나네요. 66년생이니 그럴 나이도 됐죠. 한동안은 70년생이라고 나이를 속이기도 했지만 70년생들이 30대 중반을 넘어선 다음부터는 그것도 의미가 없더라고요(웃음).‘어떻게 먹은 나이인데, 그걸 속이나’하는 생각도 들고요.”
지난 8월 중순 음반을 내고 가수로 데뷔한 허윤정(40)을 만났을 때 그는 대뜸 나이 얘기부터 꺼냈다. 불혹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그는 “나 자신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대학강단에 서고 있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항상 ‘꿈을 가지라’고 말했지만 정작 저 자신은 꿈을 잃고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칫하면 20년 넘게 한 연기도 매너리즘에 빠질 것 같고…. 무엇보다 노래가 하고 싶었고, 부족한 저를 채찍질한다는 의미에서 용기를 냈죠.”
그는 타이틀곡의 가사를 직접 쓸 정도로 음반작업에 열정을 쏟아 부었지만 “대박을 바라는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노래를 듣고 즐거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것.
“성공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물론 주변 사람들은‘망하면 어떡하냐’며 걱정을 하지만 음반 판매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한 5년이 지난 후 제대로 노래 한 곡을 부를 수 있다면 그게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쉽게 얻은 건 쉽게 날아간다는 깨달음 얻은 후 사는 게 편안해졌어요”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가장 먼저 익히는 것은 안전하게 넘어진 다음 다시 일어나는 요령이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다음에는 몸에 힘을 빼고 시선을 멀리 두게 된다. 허윤정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통해 자전거를 잘 타게 된 연기자다.
철없던 어린 시절부터 ‘윤정아! 넌 커서 뭐가 될래?’ 하고 물으면 두 손까지 번쩍 들어가며 ‘배우요’라고 대답했다는 그는 계원여고 2학년이던 83년 나이를 속이고 응시한 MBC 탤런트 공채시험에 수석으로 합격, 연기자로 데뷔했다.

음반 내고 가수 데뷔한 탤런트 허윤정

허윤정은 제자들에게 “좋은 배우가 돼 나를 왕비처럼 모셔라”라고 말할 만큼 가르치는 데 최선을 다한다고.


“합격자 발표 후 나이가 들통났어요. 응시제한 연령보다 한 살 어렸거든요. 방송국 간부가 저를 부르시기에 ‘큰일났다’ 싶었는데 그분이 저를 보시더니 ‘자네, 열여섯 살 맞아? 스물 두 살처럼 보이는데…’ 하시고는 아무 말씀이 없으시더라고요. 제 첫인상이 나쁘지는 않았나봐요(웃음).”
단 한번 엑스트라로 출연한 그는 이후 ‘첫사랑’ ‘억새풀’ 등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을 연달아 맡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MBC 신인 연기상(85년), 백상 예술대상 신인상(86년)을 수상하며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운은 딱 여기까지였다. 90년 마약사건에 연루돼 인기에 치명상을 입은 것.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그는 “마약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아니라고 해명해도 가족 외에는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더라”며 씁쓸해했다. 하지만 한 차례 악몽을 겪은 후 그는 오히려 홀가분해졌다고 한다.
“억울하고 속상했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어요. 한창 잘나갈 때 너무 거만했던 거죠. 결국 쉽게 얻은 것들은 내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게 됐어요.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되는 거, 그게 얼마나 허망한 건 줄 아세요? 그때 쉽게 벌었던 몇 억원의 돈보다 지금 땀 흘려 버는 몇 만원이 더 소중해요.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다져가며 쌓아올린 건 무너지지 않거든요.”
그런 그에게 힘이 된 것은 공부였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수석으로 입학할 정도로 공부에 재능이 있던 그는 중앙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한양대, 성균관대 강사를 거쳐 현재 안양대 연극영화과 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기는 끊임없이 배우는 작업이에요. 할머니가 다섯 살 아이에게도 배울 수 있는 게 연기거든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 시간 강사부터 시작했어요. 제자들한테는 ‘빨리 잘돼서 나를 왕비처럼 모셔달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있어요(웃음).”
그는 지난해에는 연기활동과 학교수업을 병행하느라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 정도로 바빴다고 한다. 한 학기 14학점을 강의하는데 지난 학기 이론수업에는 2백여 명, 실기수업은 30명의 학생이 수강신청을 했다고 한다. ‘교수 허윤정’은 어떤 모습일까.
“학창시절 딴짓을 하면 선생님이 어떻게 알까 싶었는데, 교단에 서니 아이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한눈에 들어오더라고요(웃음). 발걸음만 봐도 학생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죠. 이론수업은 되도록이면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실기는 트레이닝복 입고 무대 위에서 학생들이랑 같이 뛰면서 가르쳐요.”
그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역시 제자들이 발전된 모습을 보일 때라고 한다. 재능이 부족하거나 주인공을 맡지 못해 낙담하던 학생들을 잘 다독여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을 때 그는 자신이 무대 위에 선 것보다 더 큰 희열을 느낀다고.
“제가 연기를 할 때 부모님 반대가 심했기 때문에 한 번도 칭찬이나 격려를 듣지 못했어요. 그래서 제 학생들한테는 되도록이면 용기를 주려고 해요. 재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넌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면 그 학생은 한 학기 뒤엔 반드시 전보다 나은 모습으로 제 앞에 서더라고요.”

무대 위에서 주목받는 사람은 주인공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사람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지만 가끔 한없이 외로울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결혼이란 걸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지난해 연극 ‘황진이’ 공연을 하고 나서 문득 외로워지더라고요. 결혼도 안 했지, 아이도 없지…. 거울 보며 ‘허윤정, 너 그동안 뭐했니’라고 저 자신에게 물어봤어요. 그때 생각해보니 20대, 결혼이 정말 하고 싶을 때가 있었는데 그 시기를 넘기니까 자꾸 핑계거리가 생겼던 것 같아요. 공부도 해야 했고, 논문도 썼고, 연극도 했고…. 이젠 가수활동을 해야 하니 당분간은 어렵지 않을까요?”
청소하는 걸 좋아하고 요리 실력도 수준급인 그의 젊은 시절 꿈은 현모양처였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그 꿈을 버린 것은 아니라고.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해서 몇 년 전부터 김치도 직접 담가 먹어요. 제가 결혼을 하면 음식 하나는 예술일 텐데…(웃음). 청소도 좋아해요. 일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즐기는 거죠. 깨끗하게 쓸고 닦고 나면 제 마음도 환해지거든요. 제 성격상 결혼을 하면 집안을 반짝반짝 윤이 나게 가꾸고 식사도 멋지게 차려내야 하는데, 아직은 일 욕심이 많아서 그럴 만한 여유가 없네요.”
가난해도 당당한 남자가 그의 이상형이라고 한다. 가진 것 없어도 리어카 끌고 앞장서서 ‘자, 한번 해보자’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뒤에서 밀어줄 자신이 있다는 것.
“작은 배역임에도 불구하고 무대 위에서 유난히 시선을 끄는 배우들이 있어요. 연극에서 주목받는 사람은 주인공이 아니라 관객에게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거든요. 어떤 조건에 처해 있든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고 저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시련과 아픔을 겪은 후 단단해진 허윤정. 그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연기와 배움에 대한 열정인 듯했다. 그가 직접 작사한 앨범 타이틀곡 제목도 ‘열정’이다.

여성동아 2006년 9월 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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