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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집에서 생활습관 이렇게~

두 아들 키우는 소아과 전문의 정소정 조언 “내가 실천해온 소아 비만 예방·치료법”

글·송화선 기자 / 사진ㆍ지호영‘프리랜서’

2006. 07. 30

최근 소아 비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어린 시절 비만이 성인병으로 직결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뚱뚱한’ 자녀를 둔 부모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 초등학생, 중학생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도 한 소아과 전문의 정소정 박사를 만나 소아 비만 예방과 치료를 위해 가정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 들어보았다.

두 아들 키우는 소아과 전문의 정소정 조언 “내가 실천해온 소아 비만 예방·치료법”

지난해 서울시내 초·중·고교생 신체검사 결과 전체 학생의 12%인 17만4천여 명이 비만 판정을 받았다. 지난 5월 중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 신체 발육상태 연구’ 결과에서도 만 20세 성인 남자의 평균 키가 지난 40년 새 5cm 자란 반면, 몸무게는 12.7kg이나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제는 우리나라도 미국·유럽의 경우처럼 소아 비만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소아과 전문의 정소정 박사(40·건국대병원)의 의견은 다르다. “소아 비만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것. 소아 비만은 생활습관 및 식습관과 깊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정 박사는 소아 비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역사적·문화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에 처음 햄버거와 피자가 소개된 건 1988년 서울올림픽 때였어요. 제가 대학생 때였는데, 이태원에서 처음 피자를 먹어보곤 그 새로운 맛에 ‘감동’을 받았죠. 나중에 알고 보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시기에 처음 서양 인스턴트 음식을 접하고 빠져들었더라고요. 비만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지만, 사실 그 씨앗은 20여년 전부터 싹트고 있었던 거예요. 생활습관의 변화 없이 소아 비만이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고 보는 건 이 때문이죠.”
그래서 정 박사는 소아과를 찾아와 “우리 아이 살 좀 빼달라”고 하는 부모에게는 “저는 아무것도 해드릴 게 없습니다”라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소아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실생활이 이뤄지는 가정의 협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지난 98년부터 소아 비만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온 정 박사는 가정에서 몇 가지 규칙만 정하고 실천해도 소아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자녀에게 ‘소아 비만은 병이 아니다’라고 말해준다
소아 비만 어린이들이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학교와 가정에서 ‘왕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소아 비만 어린이들이 당뇨,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을 앓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뚱뚱한’ 아이들은 학교에서 ‘환자’라는 놀림까지 받게 됐다고 한다. 문제는 또래 집단의 따돌림 때문에 소외감과 상실감을 느낀 아이들이 자포자기해 비만 탈출 노력 자체를 포기하거나, 오히려 더 먹는 것에 탐닉해 고도비만(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가 30이상인 상태. 체질량 지수가 23이상이면 과체중, 25부터 30까지인 경우엔 비만으로 분류된다)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 이 때문에 정 박사는 자녀가 다소 비만한 경우, 부모가 미리 아이에게 “뚱뚱한 건 병이 아니며, 네가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살을 뺄 수 있다”고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부모 자신도 자녀의 비만을 생활습관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아 비만은 ‘고무줄’과 같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소아 비만문제를 접근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들이 아직 성장과정에 있다는 사실. 이 때문에 성인 비만문제를 해결할 때보다 좀 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정 박사는 아이들의 상황을 ‘고무줄과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비만인 아이들은 고무줄이 팽팽히 당겨져 있는 것과 같은 상태로, 천천히 고무줄을 놓아줄 경우 본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지만 갑작스럽게 놓아버릴 경우 오히려 거꾸로 튕겨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굶기거나 무리하게 운동을 시키는 방식으로 체중을 조절한다면 오히려 성장기 어린이들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정 박사는 부모는 아이의 비만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일상생활을 통해’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박사가 생각하는 소아 비만의 치료기간은 ‘평생’. 그는 “일부 부모들은 처음 병원을 찾는 순간부터 ‘몇 달 안에 좋아지느냐’고 묻는데 “이 경우 아이의 비만은 영영 치료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아들 키우는 소아과 전문의 정소정 조언 “내가 실천해온 소아 비만 예방·치료법”

아이의 성장발달 상황을 꾸준히 체크한다
정 박사는 부모들을 상담하며 이들이 자녀의 건강에 대해 상상 밖으로 무지하다는 점에 크게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아이가 지난 학기에 몇 등을 했는지는 기억하면서, 아이의 직전 학기 키와 체중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정 박사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아이의 건강기록부만 살펴봐도 아이의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여력이 된다면 매해 건강검진을 받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부모가 아이의 성장발달 상황을 알게 되면 ‘키와 몸무게에 의한 비만도’(표 참고)를 통해 아이의 변화를 체크,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의 칼로리 낮추는 방법을 찾아낸다
“어떤 엄마가 오셔서 ‘아이가 라면을 워낙 좋아해 도저히 안 먹일 수가 없다’며 고민하시더라고요. 생활습관의 변화가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되죠. 그럴 때 좋은 방법은 냄비 두 개로 라면을 끓이는 거예요. 라면 칼로리의 주범은 튀김 기름이거든요. 면을 한 번 삶아낸 물을 버리고, 다른 냄비에 끓여둔 뜨거운 물을 부어 다시 끓이는 것만으로도 칼로리를 크게 낮출 수 있어요.”
참치를 먹을 때 캔의 기름을 모두 따라내는 것, 저지방 우유를 마시는 것, 샐러드 드레싱을 마요네즈에서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음식의 칼로리는 크게 낮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정 박사는 주말이면 요리책을 펴놓고 아이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칼로리를 낮출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쇠고기가 들어가는 요리를 닭가슴살로 해보고, 올리브유를 이용해 새로운 샐러드 드레싱을 개발해보는 식이다. 이렇게 매주 새로운 요리를 만들다보니 요새는 아이들이 먼저 “엄마, 오늘은 나랑 무슨 실험을 해볼 거야?” 하며 재미있어한다고. 정 박사는 아이가 새로운 요리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게 조리과정에 아이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 경우 아이는 음식의 맛이 전과 비교할 때 다소 떨어지더라도, 흥미를 갖고 먹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판단 기준을 세워준 뒤 ‘방목’한다
정 박사는 초등학교 3학년, 중학교 1학년 두 남자아이를 기르는 주부. 그러나 바쁜 의사생활 때문에 평일에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어렵다. 그래서 정 박사가 사용하는 방법은 아이들을 ‘방목’하는 것이다.
“방목이라고 하면 흔히들 놓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부모가 아이들에게 울타리를 세워주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
정 박사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며 ‘먹고 싶은 것 사먹어라’라고 말하는 것은 방목이 아니라 ‘방치’라고 강조한다. ‘방목’은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슈퍼마켓에 들러 먹을거리를 사며 “엄마는 이게 더 맛있을 것 같은데”라든가 “이걸 먹으면 살이 덜 찌겠다. 엄만 이거 먹을래”와 같은 방식으로 아이의 선택을 도와주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독립심이 강하기 때문에 부모가 일방적으로 선택을 강요하면 오히려 반발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자연스럽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할 경우 부모의 선택을 따르면서도 스스로 결정했다고 믿기 때문에 나중에도 같은 종류를 선택하게 된다고 한다.

일상 생활습관을 바꾼다
소아 비만문제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먹는 음식에 비해 쓰는 칼로리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헬스클럽에 올라가서 운동한 뒤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잖아요.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움직이지 않으니 운동량이 늘 부족할 수밖에요. 아이들의 경우는 더 심각해요. 예전에는 학교라도 걸어다녔는데, 요새는 엄마들이 학교 앞까지 차로 태워주고 데려오거든요. 그렇다보니 하루 종일 거의 걷지 않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요즘 아이들 중에는 겉보기엔 날씬한데 내장 지방은 쌓여있는 비만 환자들이 있습니다. 이런 비만이 뚱뚱한 비만보다 더 심각하죠.”
정 박사는 성인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어릴 때 자녀들에게 운동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 진료와 대학 강의, 주부로서의 역할까지 1인 3역을 하느라 늘 바쁜 정 박사의 경우 만보계를 차고 다니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오가는 등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공부하느라 바빠서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건 다 핑계예요. 부모가 나서서 함께 움직여줘야 합니다.”

부모와 아이는 한 팀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네가 너무 많이 먹잖아.” “엄마는 안 먹어?”
정 박사의 진료실을 처음 찾은 비만 어린이와 부모 사이에는 늘 이런 충돌이 벌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것은, 비만 탈출이 아무리 힘들어도 부모와 자녀는 ‘한 팀’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
“모든 가족이 한마음으로 달리지 않으면 ‘소아비만’이라는 장애물을 절대 뛰어넘을 수 없어요. 비만은 뚱뚱한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뚱뚱한 아이를 만든 그 가정의 생활습관 문제거든요.”
정 박사는 아이에게만 저칼로리식을 먹이고 운동을 시키는 것은 ‘벌’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온 가족이 함께 새로운 식단을 먹고 운동해야 한다는 것. 부모와 자녀가 서로 원하는 바에 대해 꾸준히 대화를 나누고 함께 노력해야만 소아 비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정 박사의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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