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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주몽’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인기 끈 허준호

기획·김명희 기자 / 글·이경란 ‘중앙일보 JES 기자’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06.07.25 10:40:00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주몽’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는 허준호다. 주몽의 친아버지 해모수 역을 맡아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연기를 펼친 그가 촬영 뒷얘기, 이혼 후 생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려주었다.
드라마 ‘주몽’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인기 끈 허준호

허준호(42)는 요즘 이름보다‘허셀 크로’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린다. 이는 MBC 드라마 ‘주몽’에서 해모수 역을 맡아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그의 모습이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로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 지난 6월 초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만난 그는 드라마 속에서의 강한 인상과 달리 무척 부드러웠다.
“요즘 가는 곳마다 드라마 얘기만 하네요. 악역을 많이 맡아 여성들의 사랑을 못 받았는데 요즘엔 식당 가면 아주머니들이 수고한다고 밥도 많이 퍼주세요. 기분이야 당연히 좋죠.”
그는 처음 해모수 역 제의를 받았을 때 비중이 작아 망설였지만 ‘좋은 얘기’라는 점과 드라마 ‘허준’ ‘상도’ 등을 집필한 최완규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 호감을 가지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당초 6회에서 죽는 것으로 설정됐던 해모수는 오히려 주인공인 주몽보다 더 주목받으며 11회까지 출연하게 됐다.
“사실 해모수는 6회에 죽는 배역이라고 해서 매니저가 대본도 읽지 말라고 했어요. 그러다가 작가가 최완규란 말에 대본을 받아 읽었고, 6회까지 대본을 보곤 곧장 출연을 결심했죠. 큰 뜻을 품은 해모수가 주변의 간교한 무리들 때문에 뜻을 펴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내용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대박이 나다니…. 참, 인생이 재밌어요.”
그는 과격한 액션장면을 촬영하느라 손목 인대와 무릎 십자인대가 늘어났고 목 디스크도 생겼다. 그럼에도 몸을 사리지 않는 그의 모습은 유명한 액션배우이던 그의 아버지 허장강과 닮은 구석이 있다.
“제가 열두 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어요. 다만 늘 연기연습을 하셨던 건 기억이 나는데, 집에서도 대사연습을 쉴 새 없이 하셨고 대역이 필요할 때 제가 아버지 상대역을 했죠.”
어린 시절 그의 놀이터는 아버지의 영화 촬영장이었다고 한다. 그와 같은 ‘연기자 2세’ 박준규는 그 시절 놀이터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죽마고우.
“준규랑 영화 촬영장에서 매일 놀았죠. 제 나이 또래에 명동 국립극장, 충무로 스타다방, 운현궁 같은 촬영장을 아는 사람 별로 없을걸요? 촬영장에서 (박)준규랑 ‘너는 박노식, 나는 허장강’ 하고 놀았어요. 그 놈이 정말 욕심 많고 나쁜 게 자기는 매일 착하고 멋진 역을 하고, 전 늘 죽거나 잘못되는 역만 했다니까요(웃음).”
아버지에게 연기자의 뜨거운 피를 물려받았고 스타 아버지를 둔 덕분에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아버지의 죽음은 열두 살 소년의 인생에 급반전을 가져왔다. 학교에 다니는 것만도 ‘호강’으로 여겨야 할 정도로 생계가 곤란해졌던 것.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사업을 시작했는데 3년 만에 망했어요.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죠.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에 중·고교 시절 야구를 했어요.”
‘뭘 하고 살아야 하나’ 고민이 컸던 대학 2학년 때인 1985년, 이규형 감독이 그에게 영화 ‘청블루스케치’의 출연을 제의했고, 이를 계기로 그는 연기와 인연을 맺었다.

“제게 연기는 그야말로 밥줄이었어요. 무용과에 다녔는데 실력은 꽤 괜찮았지만 우리나라에서 남자무용수가 밥을 벌어먹고 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무조건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시작해서 20년 동안 연기를 한 것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연기 때문에 먹고살 수 있게 됐으니 감사해야죠. 그 덕분에 식구들이 모여 살 수 있었고 어머니도 모실 수 있었어요.”

“연기에 빠져 살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은 딸아이와 함께 있을 때예요”
드라마 ‘주몽’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인기 끈 허준호

연기를 시작한 이유는 ‘돈’이었지만 이제 연기는 그에게 생활이 됐다. 뮤지컬 무대를 수시로 오가고 있는 것도 ‘배우는 한눈팔지 말고 연기에 매달려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하는 방법 중 하나다.
“배우는 무대에 서야 할 때가 있어요. 무대에 서면 스스로 연기가 느는 걸 느낄 수 있거든요.”
대부분의 시간을 일에 빠져 지내지만 그래도 가장 즐거운 건, 역시 아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다. 2003년 탤런트 이하얀과 이혼한 후 아홉 살 난 딸은 전처가 키우고 있는데, 그는 주말마다 아이를 데려와 함께 지낸다고 한다.
“아이와 주말에 노는 시간이 가장 큰 기쁨이에요. 얼마 전에는 ‘‘주몽’에서 아빠가 감옥에 갇혀있는 장면을 봤는데 너무 고생한 것 같다’며 펑펑 울더라고요. 만약 연기자를 하고 싶다면 시키고 싶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무조건 시켜야죠.”
재혼해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해선 “지금은 절대 그럴 계획이 없다”고 못 박는다.
“결혼은 한 번이면 족해요. 언제 생각이 바뀔지 모르지만 지금 생각은 그래요. 사실은 다시 연애를 하고, 누굴 만나는 게 겁나기도 하고…. 이혼 후 외로움에 술에 매달려 봤지만 이젠 일에만 전념할 생각이에요. ‘주몽’이 끝나면 또 곧바로 뮤지컬에 출연할 예정이고, 내년엔 제가 대표로 있는 장강엔터테인먼트에서 뮤지컬 ‘해어화’를 제작해서 무대에 올릴 계획입니다.”
“20년간 연기를 했지만 여전히 어렵고 재미있다”는 그의 목표는 쉰 살 이후 감독 데뷔라고 한다.
“감독은 연기하는 사람들의 꿈 같아요. 그래서 꾸준히 공부를 하는 것이고 지금 찍으면 ‘오버’라고 할 테니, 쉰 살 이후에 해보려고요. 그리고 그전에 영화 ‘양들의 침묵’의 앤터니 홉킨스 같은 ‘진짜’ 악역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얼굴이 험하게 생겨 강한 역을 많이 했지만 정말 뼛속까지 비열한 역은 해본 적이 없거든요.”

여성동아 2006년 7월 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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