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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 극복한 우리만의 공부법’

미국 11개 명문대 합격, 하버드대 진학한 쌍둥이 형제 안재우·재연군

입력 2006.06.27 18:17:00

‘콤플렉스 극복한 우리만의 공부법’

지난해 존스 홉킨스, 듀크, 컬럼비아, 뉴욕, 보스턴 등 미국 11개 명문대에 나란히 합격한 뒤 하버드대에 진학한 안재우·재연 형제(20). 미국 펜실베이니아 밸리포지 사관학교(Valley Forge Military Academy)를 졸업한 이들은 불과 3분 차이로 형과 동생으로 갈린 쌍둥이다.
형제는 1986년 2월, 체중 1.4kg, 1.9kg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34주 만에 조산한 어머니 김진례씨(49)는 간호사가 왕개구리만한 아이들을 보여줬을 때 너무 놀라 아들인지 딸인지도 묻지 못하고 “살아 있냐”고만 간신히 물었다고 한다.
생후 초기 고생을 많이 한 형제는 그 후에도 썩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다. 형제가 생후 3개월 됐을 무렵 당시 교사이던 김씨가 간염으로 입원했는데 이것이 간경화로 악화돼 10년 넘게 고질적으로 그를 괴롭힌 것. 고등학교 영어교사이던 아버지 안기섭씨(50)마저 보통 밤 10시가 넘어 귀가하는 터라 쌍둥이 형제는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고모와 이모 등 일가친척들에게 맡겨지기 일쑤였다고 한다.
“조기 교육이나 영재교육은 생각해볼 여력이 없었어요. 재연이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 갑자기 ‘커튼 뒤에 여우가 숨어있다’ ‘거인들이 나와서 가위 바위 보를 한다’며 이상한 소리를 해서 정신과에 데려갔더니 의사가 ‘몸이 허약한데다 부모가 충분히 돌봐주지 않아 생긴 공허감으로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부부는 고민 끝에 교직생활을 접고 자영업을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책을 굉장히 좋아한 형제는 엄마가 아픈 것도 모르고 밤마다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졸랐다고 한다. 김씨는 아이들이 한글을 깨치면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네 살 무렵부터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운동 가리지 않고 한 덕분에 콤플렉스였던 약한 체력 극복해
“아이들이 다섯 살 때부터 그림책을 읽었어요. 헌책을 사다 읽게 하고, 다 읽으면 다시 들고나가 팔고 다른 것을 사다줬죠. 워낙 약골이라 책에 너무 몰입하면 안 될 것 같아 하루는 책을 읽지 못하게 했는데 그만 둘째 재연이가 없어진 거예요. 서너 시간을 돌아다니며 찾다가 낙심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글쎄 장롱 안에 숨어서 책을 읽고 있지 뭐예요.”
형제는 어려서부터 약한 체력이 콤플렉스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더 운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는 축구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축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달리기 실력이 밑받침돼야 하기에 매일 부지런히 달린 결과 체력이 좋아졌다고. 강해진 체력은 유학생활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2002년 여름 전주 해성고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재우·재연군은 국내에 있을 당시 반에서 3등 정도 하는 실력이었다고 한다. 상위권에 속했지만 워낙 장난이 심해 학교에서도 알아주는 말썽꾸러기였다고.
“아이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됐을 때 학부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에 갔어요. 재우, 재연이 엄마라고 하니까 수학선생님께서 ‘내가 전근을 가든지, 걔들이 전학을 가든지 해야겠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형제가 공부보다는 반 아이들을 선동해 나가서 노는 것만 열심이라면서요.”
어머니 김씨는 미국 명문대에 합격한 것도 말할 수 없이 기쁘지만 한국에 있을 당시 말썽꾸러기였던 아이들이 철이 들어 돌아온 것이 더 고맙고 즐거운 일이라고 한다.
형제의 유학은 학원 영어강사의 권유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미국에서 유학한 강사가 쌍둥이 형제를 규율이 엄격한 밸리포지 사관학교에서 교육받도록 하면 어떻겠냐고 권한 것. 재우·재연군과 부모는 사관학교 졸업 후 군인이 되어 한국에 파견 근무를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유학을 결정했다고. 형제는 면접과 에세이 시험을 거쳐 사관학교에 입학하자 한국에선 좀처럼 보이지 않았던 적극성이 발휘됐다고 한다.
“입학하자마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ESL반에 배정이 됐어요. 보통 1~2년은 있어야 ESL반에서 정규반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하루빨리 원어민과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능한 한 빨리 ESL반을 탈출하기로 결심했죠.”

형제는 영어단어와 뜻을 빽빽이 적은 종이를 들고 다니며 외우는 등 지독하게 공부했다고 한다. 그 결과 3개월 만에 10학년 정규 수업을 들어갈 수 있었다고. 그 후에도 악착같이 공부해 정규반에 들어간 첫 해부터 졸업할 때까지 상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
“학교 규율이 아주 엄격해요.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5분 만에 세수와 제복 갖춰 입기를 마치고 연병장으로 집합해야 하죠. 한 사람이라도 낙오자가 있으면 전원이 기합을 받아요.”
식당에 갈 때도 대열을 만들어 질서 있게 행진을 하고, 식사하는 동안 주위를 돌아보거나 잡담을 하는 것도 금기라고 한다. 식사를 마치면 기숙사 청소를 해야 하는데 검사가 아주 까다롭다고.
“침대의 경우 시트를 아주 팽팽하게 정리해야 해요. 동전을 떨어뜨려서 3번 튕겨지지 않으면 불합격이죠.”
형제는 입학 당시 같은 방을 배정받았는데 함께 있으면 영어 실력이 늘지 않을 것 같아 각각 다른 방을 쓰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방은 따로 썼지만 수업과 과외 활동을 할 때면 늘 붙어 다녔다고.
수업은 보통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2시 반에 끝나는데 30분 정도 각 과목 교사들이 남아 학생들의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형제는 교사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이 시간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고 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빼놓지 않고 질문하고, 질문거리를 만들기 위해 예습 복습을 더 철저히 했다고. 덕분에 성적도 날로 향상되고, 형제에게 별 관심을 두지 않던 교사들도 그들의 노력을 인정해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공부만 한 것은 아니다. 운동을 좋아한 형제는 축구부와 육상부에 가입했고, 현악부에서 악기도 배웠다. 어릴 적 축구를 잘하기 위해 달리기 연습을 부지런히 했던 형제는 상체가 튼튼해야 치고 나가는 힘이 좋아진다는 말을 듣고 미국에서 매일 팔굽혀펴기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 공부를 하다가도 잠이 오면 바닥에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하며 잠을 쫓았다고.
“정규 수업이 끝나면 오후 3시 반부터 축구 연습이 시작돼요. 보통 2시간 정도 하는데 6시부터는 합창반 활동을 해야 해서 대개 저녁밥은 포기했어요. 축구를 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 샤워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샤워와 식사 둘 다 하기엔 30분으로 부족해서요.”
1시간 정도 노래 연습을 하고 기숙사로 돌아오면 7시15분. 그때부터 2시간 동안 전체 자율학습을 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가 끝이 난다.
“10시가 취침시간인데 대개 1시간 정도는 봐줘요. 11시를 넘어서까지 불을 끄지 않고 있다가 걸리면 기합을 받죠. 그런데도 늘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져서 소등을 한 뒤에도 손전등을 켜고 새벽까지 책을 봤어요. 그러다 발각돼 완전군장을 하고 운동장을 돈 적도 여러 번이고요.”

형은 수학·과학을, 동생은 영어·사회를 잘해 서로 도와가며 공부
형제는 ‘이렇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나, 학교를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들 때도 있었지만 첫째 재우군이 유학 첫 해에 수학과 과학에서 1등을 차지하자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재연군은 “엄마 아빠도 보고 싶고,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형과 함께 있어서 큰 힘이 됐다”며 “특히 형은 수학, 과학을 잘하고 나는 영어와 사회를 잘해서 공부할 때 보완이 잘됐다”고 말했다. 결국 형제는 이듬해 주요 과목에서 1등을 휩쓸었다고 한다. 영어·사회는 둘째 재연군이, 수학·과학은 첫째 재우군이 1등을 차지한 것. 동생 재연군은 그해 성적과 과외활동이 모두 최고로 우수한 단 한 사람에게 주는 상까지 받아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쌍둥이 형제는 다른 학생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다고.
미국에서 군인이 돼 돌아올 생각으로 유학을 떠났던 형제는 공부에 흥미를 붙이면서 둘 다 생명공학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앞으로 생명공학을 전공해 세계적인 생명공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형제는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성공엔 독서가 가장 유용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책을 열심히 읽었는데 미국에 가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달라진 게 있다면 한국말이 아닌 영어로 된 책을 읽었다는 거죠. 영어선생님께서 수업에 필요하니 읽으라고 했던 책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두루 읽었어요. 주말에 주로 한 일이 책읽기였거든요. 저희 둘 다 스포츠를 좋아하기 때문에 마이클 조던 같은 스포츠 스타들의 인생을 다룬 책들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요. 자기 관심 분야의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면 독서가 재미있어지고 자연히 영어 실력도 늘 거라고 믿어요.”

여성동아 2006년 6월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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