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초등학교 때의 성적은 엄마의 성적’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엄마가 옆에 달라붙어 잔소리를 하고 신경을 쓰면 성적은 당연히 올라간다. 심지어 어떤 엄마는 밤새워 아이 숙제를 대신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엄마가 공부를 대신해줄 수도, 숙제를 대신해줄 수도 없다. 그때부터 성적은 아이 자신의 실력이다.
성적은 아이의 학습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학습능력은 스스로 노력해서 키워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에게 아이 스스로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라고 권하고 싶다. 재미있어야 꾸준히 노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데는 독서가 최고다. 초등학교 때는 닥치는 대로 많이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당연히 공부를 재미없어한다. 천재라면 한 번만 읽어도 다 이해가 되겠지만 극소수의 천재를 제외하면 한두 번 읽어서는 이해가 안돼 흥미를 잃게 마련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봐도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만화책이다. 아이가 만화책을 보더라도 혼내지 말고 적극 권장하는 것이 좋다. 단 그 흥미를 이어서 다음엔 학습효과가 있는 만화책으로, 그 다음엔 글이 조금 많은 책으로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흥미를 느낀 책은 집중해서 빨리 읽게 된다. 또한 여러 번을 반복해서 읽게 된다. 그런 습관을 가지고 아이가 공부를 한다고 생각해보라. 어차피 공부라는 게 다 똑같은 교과서를 가지고 하는 것이다. 누가 더 집중적으로 더 많이 교과서를 보았느냐에 따라 성적이 결정된다. 내가 대학 2학년 때 1년 동안 공부해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3학년과 4학년 때 외무고시와 행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도 집중해서 반복적으로 교재를 보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를 천재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노력을 한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나는 인생에서 커다란 좌절을 겪었다. 경기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당시 한 학년의 3분의 2가 서울대에 합격했다. 그래서 중간만 하면 서울대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똑같이 놀았다. 그런데 2학년 첫 수학시험에서 45점을 받았다. 거의 꼴찌였다.
내 머리가 좋지 않기 때문에 남들과 똑같이 노력하면 남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머리가 좋지 못하다면 방법은 한 가지, 남보다 더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꾸준히 노력한 결과 남과 똑같아진 것이 아니라 남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 세상엔 남보다 노력을 덜하고 같은 결과를 얻으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내가 더 노력하면 앞서가게 된다.
노력은 열심히 한다는 뜻인데, 주관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열심히 하는 것이다. ‘양적으로 시간을 얼마나 더 많이 투자했느냐’ ‘질적으로 얼마나 집중력을 높였느냐’다. 양적으로 매일 3시간을 공부한 사람이 4시간을 공부한 사람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확률은 있지만 매일 10시간을 공부한 사람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은 없다. 또한 느긋이 공부한 사람이 내일 당장 시험인 것처럼 집중력을 발휘해 공부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평소에 벼락치기를 하는 마음으로 공부하면 3배 정도 빨라질 수 있다. 결국 누가 더 많은 시간을, 더 많은 집중력을 발휘해 공부했느냐에 따라 성적이 결정된다.
독서 통해 흥미를 갖고 집중해서 공부하는 습관 길러야
인생이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직선으로 나타난다면 성공은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인생도 공부도 그렇지 않다. 1시간을 공부했다고 1점이 늘어나지 않는다. 처음엔 노력한 결과물이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때를 나는 ‘고통의 터널’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 단계를 넘어서면 실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고시를 준비할 때 처음엔 책을 전부 보는 데 5개월이 걸렸다. 그땐 정말 절망스러웠지만 다시 기운을 내고 두 번째 볼 때는 시간이 절반도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 일곱 번째는 열흘 만에 다 보았다. 대부분 처음에 효과가 지지부진하니까 해도 안되는구나 하고 포기한다. 그것만 견디면 된다.
누구나 자기 아이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인관계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혼자만 잘해도 됐지만 지금 사회에서는 그걸 요구하지 않는다. 방송을 하면서 느낀 게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PD치고 이사까지 올라간 사람이 없다. 자기 혼자 노력해서 만드는 프로그램은 잘 만들 수 있어도 대인관계에 대한 노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인관계도 노력이 필요하다. 대인관계와 자기 노력은 다르다. 대인관계는 남과의 문제다. 그러면 당연히 내가 아니라 남에게 신경을 써야 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을 해야 한다. 그런데 능력이 있는 PD는 남에게 너그럽지 못하다. 자기 기준으로 잘못된 점이 눈에 띄면 그걸 지적하는 자기중심형 인간이 돼버린다.
인생을 살 때 자기 입장에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대인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아무리 힘들 때라도 내 생각을 잠시 멈추고 자기의 입장보다는 상대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녀의 대인관계는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부모가 자식을 대할 때 자기 관점으로 판단하고 야단친다면 자식농사는 당연히 망친다. 자식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부모가 보기에 미흡해도 자식의 노력을 인정하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부모들은 잔소리를 많이 한다. 잔소리는 자기의 관점에서 자기 생각과 다를 때 하는 소리다. 남편이 아내에게 반찬이 맛없다고 잔소리를 하면 반찬 가짓수만 줄어든다. 못한다고 하면 아예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자식교육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행동이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내 입장에서 보지 말고 자녀의 입장에서 왜 그랬는지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아이를 남과 비교하지 말자. 처음에 아이가 말을 하고 걷기 시작할 때 얼마나 대견스러운가. 그때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내 아이보다 더 빨리 옹알이를 할 수도, 걸을 수도 있다. 그 아이들과 비교하면 내 아이가 열등아로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 대부분의 부모는 자기 아이를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그 자체가 기쁘고 자랑스러운 것이다. 철저하게 아이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아이를 남과 비교하지 않고 아이 자체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혼자서 자기만의 노력에 치우치면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되고, 대인관계만 중시하면 자기만의 노력을 게을리 해 남의 비위만 맞추는 사람이 되기 쉽다고 생각한다. 자기 노력과 대인관계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잘해야 진짜 노력형 인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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