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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충격 사건 그 후

5개월 만에 종결된 황우석 사건 수사 뒷얘기

글·이남희 기자 / 사진ㆍ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6.06.21 14:57:00

온 국민에게 희망을 줬던 황우석 박사팀의 줄기세포 연구가 결국 사기극이었다고 지난 5개월간 수사를 해온 검찰이 밝혔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었던 만큼, 검찰의 수사 뒷얘기도 무성하다. 검찰이 발표한 황우석 박사의 연구논문 조작사건의 전말과 수사과정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취재했다.
5개월 만에 종결된 황우석 사건 수사 뒷얘기

검찰에 출두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황우석 박사팀의 줄기세포 관련 연구는 김선종 연구원이 단독으로 저지른 ‘줄기세포 섞어심기’와 황 박사가 진두지휘한 ‘논문 조작’이 결합된 사기극이었다.”
검찰은 지난 5월12일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28억원의 연구비를 횡령하고 2004·2005 ‘사이언스’ 논문 조작을 총괄지시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월 서울대 수의대 연구실 등 26곳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시작한 지 5개월 만의 일이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 특별수사는, 홍만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을 주임검사로 해 60명이 넘는 수사인력이 총동원됐다. 서울대와 미즈메디병원 연구원 등 검찰에 소환된 인원만 해도 9백50여 명. 7차례의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컴퓨터 80대와 CD 2백40장, 관련자들의 이메일 5만 통과 60여 명의 통화내용도 모두 분석대상이었다. 검찰이 배포한 수사결과 보고서만 해도 무려 1백44쪽에 이른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줬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김선종 연구원이 줄기세포 배양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다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훔쳐 황 박사팀의 줄기세포 배양용기에 ‘섞어심기’를 한 것. 황 박사는 세포 배양부분에 관한 한 김 연구원을 자신의 ‘선생님’이라고 불렀고, 김 연구원의 의견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적 객관성 확보가 수사의 신뢰성을 결정하는 만큼 검찰은 황 박사가 주장하는 줄기세포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줄기세포 샘플 3백40여 점에 대한 DNA 지문분석을 1백50개 기관에 의뢰해 일일이 확인했다. 연구원들의 공모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도 동원됐다. 김선종 연구원이 단독으로 줄기세포를 섞어심기했고, 황 박사는 공모하지 않았다는 데 두 사람의 반응이 일치했다고 한다. 검찰은 또 연구원들이 말을 바꾸지 못하도록 박종혁·권대기 연구원 등 핵심 관계자 7명을 조사할 때 모든 진술을 녹음하고 동영상까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박사는 자신을 세계적으로 알린 2004·2005 ‘사이언스’ 논문 조작을 직접 진두지휘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2004년 1월 미국 제럴드 섀튼 교수의 연구실에 도착한 황우석 박사는 한국에서 가져간 1번 줄기세포(NT-1) 관련 사진의 해상도가 좋지 않자 박종혁 연구원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줄기세포 사진도 괜찮으니 좋은 사진을 보내라”고 요청해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가짜 사진을 게재했다.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도 그는 줄기세포 개수와 DNA 지문분석 결과, 테라토마(기형종) 형성, 배아체 형성, 면역적합성 결과 등 각종 데이터를 조작하도록 연구팀에 직접 지시했다.
“연구에만 몰두하느라 집 살 돈도 없었다”는 황우석 박사가 정부와 민간 후원단체에서 받은 거액의 연구비를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검찰의 발표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던졌다. 논문 조작으로 국민적 신망을 얻자 황 박사는 줄기세포 수립의 효율성과 실용화 가능성을 가장한 뒤 지난해 9월 SK와 농협에서 각각 10억원씩 20억원을 타냈다는 것. 그는 2004년 11월부터 3개월 동안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돼지구입비 명목으로 정부지원연구비 1억9천여만원과 신산업전략연구원의 연구비 5천만원을 가로챘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이 가장 혀를 내두른 대목은 황 박사의 비자금 관리 및 자금세탁 수법. 그는 연구원과 매제, 고교 선배 등의 이름으로 63개의 차명계좌를 만들었으며, 고액 현금거래에 대한 금융정보분석원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은행지점들을 돌아다니면서 10분 간격으로 현금을 나눠 인출하는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지인을 통해 ‘환(換) 치기’를 시도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재미교포 강모씨에게 2억원을 주고, 두 달 뒤 강씨로부터 2억원을 달러로 되돌려 받았다는 것. 황 박사는 달러 사용처에 대한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강씨가 현재 소재 불명 상태여서 검찰은 황 박사의 외화 불법환전혐의에 대해서는 내사를 중지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황 박사는 2004년 연구비 운영통장에서 2천6백여만원을 빼내 부인에게 승용차를 사줬다. 2001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여야 정치인 수십여 명에게 5천4백여만원을 후원금으로 보내기도 했다. 또 줄기세포 논란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난해 12월 그는 2억9천여만원을 통장에서 찾아 자신에게 우호적인 연구원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황 박사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업무상 횡령, 생명윤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하고 다섯 달 동안 진행해온 수사를 종결했다. 황 박사와 함께 기소된 김선종 연구원에게는 업무방해와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이병천·강성근 서울대 수의대 교수 및 윤현수 한양대 교수에게는 사기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검사의 기 누른다’며 목검을 지니고 다닌 황우석 박사
5개월 만에 종결된 황우석 사건 수사 뒷얘기

지난 3월 서울대 본관 앞에서 열린 황우석지지연대 회원들의 시위. 황우석 박사 지지자들은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 5월12일 서울중앙지검 앞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수사 중반인 3월2일 검찰에 첫 소환된 후 두 달 가까이 출퇴근 조사를 받았던 황우석 박사는 여러 가지 기행을 보여 화제가 됐다. “검찰에 맞서 이길 수 있다는 의미로 스님이 줬다”며 조그만 목검(木劒)을 목에 걸고 나타나 수사팀의 눈길을 끈 것. 그는 또 3월 한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검찰이 황 박사를 독살하려고 한다’는 황당한 소문이 퍼지자 검찰이 제공한 식사는 물론, 물 한잔도 입에 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진에 대한 황우석 박사 지지자들의 압력도 컸다. 일부 열성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사이트에 특별수사팀 검사들의 자녀 이름과 다니는 학교명을 올리며 은근한 위협을 가했다고 한다. 검찰은 수사팀과 가족의 신변안전을 위해 경찰에 자택 경비를 요청했다. 수사발표를 앞두고 검찰은 황 박사 지지자들이 검찰 청사에 난입하거나 투신자살을 시도할 것이란 정보를 입수하고 발표장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한편, 서울중앙지검 인근 고층빌딩 관리인들에게 옥상 출입문을 봉쇄하도록 당부했다고 한다.
한편 황우석 박사 측은 검찰의 기소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찰의 수사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기소되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개인연구소 설립 등 연구재개의 의욕을 보였다는 것. 황 박사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건행 변호사는 “검찰 수사 전반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 황 박사는 줄기세포가 있는 줄 알았고 김선종 연구원에게 속은 것”이라면서 연구비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열악한 환경에서 연구하는 연구원들에게 등록금과 생활비를 대준 것으로 항목을 바꿔 쓴 것인데 횡령이니 사기니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연구비를 부인 차량을 구입하는데 썼다는 검찰의 발표에 대해, 황 박사는 “아내의 차량은 인지세로 샀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힌 황우석 박사의 변호인단은 “법정 공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법정 공방’을 통해 황우석 박사는 재기의 날갯짓을 할 수 있을까. ‘줄기세포의 존재를 끝까지 믿었다’는 황 박사의 주장을 규명하는 일은 여전히 숙제거리로 남아있다.

여성동아 2006년 6월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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