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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 여자가 사는 법

금연 전도사로 변신한‘여고시절’가수 이수미

기획·김명희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사진ㆍ김연정‘프리랜서’

2006. 04. 12

‘여고시절’ ‘내 곁에 있어주’로 197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이수미. 일찍 유명세를 탄 탓에 감당하기 힘든 시련을 겪으며 오랜 세월 담배를 의지해 지내던 그가 최근 금연에 성공하고 금연 전도사로 나선 사연을 들려주었다.

금연 전도사로 변신한‘여고시절’가수 이수미

가수 이수미(54)를 만났을 때 그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눈에 편안한 인생이 묻어났다.
“서정주 시인의 시처럼 지난 일은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먹구름 속에서 울었던 천둥과 같은 시절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제 오십이 넘어 털털하고 수더분한 아줌마로 인생과 마주하고 보니 젊은 날의 아픔, 고통도 별것 아니었구나 싶기도 하고요.”
‘거울 앞에 선 누님’ 같아진 그는 세상과 담을 쌓게 된 이야기를 다시 펼쳐 보이기가 뭣하지만, 금연 전도사로 나서게 된 배경에는 그 일도 무관하지 않다며 입을 뗐다.
그에게는 두 가지 큰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대천해수욕장 사건’과 ‘대마초 사건’이 그것. 그 일로 인해 그는 인기 절정의 순간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73년 지방공연이 끝나고 동료 가수들과 충남 대천해수욕장에서 쉬다 저녁 무렵 혼자 해변을 걷는데, 갑자기 괴한이 나타나 저를 찔렀어요. 동료 가수들이 밤샘 조사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문제가 커질까봐 겁이 나 얼떨결에 ‘내가 자해를 했노라’고 거짓 자백을 했는데 이런저런 소문이 덧붙여져 결국 가수협회에서 제명을 당했죠. 1년 뒤 ‘내 곁에 있어주’로 재기에 성공했지만 76년 ‘연예인 대마초 사건’에 연루돼 7년 동안 활동을 금지당했어요. 제 생일에 집으로 놀러온 동료 연예인들이 대마초를 꺼내 피웠는데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내려진 결정이었어요.”
그는 이런 일들을 겪으며 마음고생을 하면서 담배를 배우게 됐다고 한다.
“여러 차례 재기를 꿈꾸었지만 번번이 좌절되자 담배를 가까이하게 됐어요. 처음엔 호기심에서 피웠는데 습관이 되니까 못 끊겠더라고요. 교회에 나가면서 신앙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담배의 유혹을 물리치기가 어려웠어요.”
흡연 양은 하루에 한 갑 반 정도. 그는 97년 동갑내기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며 다시 한 번 담배를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서울 종로 삼청동에서 재즈카페를 운영하던 후배가 괜찮은 남자가 있는데 한번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중매를 섰어요. 첫 만남에서부터 호감을 느꼈고 ‘시간 낭비하지 말자’는 생각에 제가 먼저 프러포즈를 했죠.”
당시 그는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만난 아이를 딸 삼아 의지하며 살고 있었다. 아이가 자신을 ‘엄마’라고 불러주었을 때의 기쁨을 잊지 못한다는 그는 딸에게 제대로 된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었고 자신 또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싶어 프러포즈를 했다고 한다.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딸 하나를 두고 있었는데 두 아이가 친자매처럼 지내고, 두 사람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친구처럼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프러포즈를 했어요. 한 달 고민 끝에 남편도 동의를 했죠.”
그는 남편이 한 달이나 뜸을 들인 것에 자존심이 상했지만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해가 됐다고 한다. 남편은 “정말 다시 결혼을 해서 잘 살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는 것.
“결혼을 하자 더 이상 담배를 피울 이유가 없었어요. 가정도 생겼지, 두 딸도 있지, 신앙생활도 열심히 했으니까요. 그런데도 금연에는 매번 실패했어요. 다른 일에는 의지가 강한데 담배만큼은 아니었어요.”
하루나 이틀, 정말 대단한 의지력을 발휘해 일주일을 참았다가도 다시 피우게 되더라는 것. 결국 양을 조금 줄이는 선에서 포기하고 살았다고 한다.

97년 결혼한 동갑내기 남편과 전원주택에서 맑은 공기 마시며 살아
금연 전도사로 변신한‘여고시절’가수 이수미

30년 가까이 피우던 담배를 3개월 만에 끊었다는 이수미. 그는 좋은 경험을 나누기 위해 금연전도사로 나섰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해 겨울 완전히 담배를 끊었다고 한다.
“친구가 이탈리아에서 수입된 거라며 치약(니코덴트)을 선물로 주었어요. 양치질만 꾸준히 하면 담배를 끊을 수 있다며 써보라더군요. 오랫동안 담배를 피우다 보니 입이나 몸에서 냄새가 나 신경이 쓰인데다가 건강도 좋지 않다는 걸 친구가 알고 있었거든요.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치약을 짜서 2분 정도 닦았는데 그러고 나면 담배 생각이 사라졌어요. 결국 3개월 만에 담배를 완전히 끊었죠.”
그는 쉽게 금연에 성공하자 ‘혼자만 알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니코덴트를 수입 판매하는 회사 부사장을 맡아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게 됐다고 한다.
이수미는 2년 전부터 강원도와 맞닿은 경기도 양평에서 살고 있다. 두 딸이 각각 웹 디자이너와 영어학원 강사로 자립한 후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남편이 그를 위해 전원주택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는 전나무 숲인 뒷산이 집을 둘러싸고 있어 항상 맑은 공기를 마시고 텃밭에서 기르는 각종 채소를 먹으며 무공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집 앞에 개울이 있어 돌멩이를 들추면 가재가 ‘뽀르르’ 기어가요. 밤엔 반딧불이도 보이고요. 봄, 가을이면 집에 손님들이 끊이지 않아요. 가수 정훈희씨, 옥희·홍수환씨 커플이 주요 멤버죠.”
금연에 성공한 뒤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자신의 삶을 향기롭게 가꾸고 있는 이수미. 시련을 딛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은 그의 앞날에 늘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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