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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유인경의 Happy Talk

빛나는 중년, 내면에서 우러나는 우아함으로 승부하자

2006. 04. 04

샤론 스톤은 마흔아홉에 당당히 섹스 심벌로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 윈프리, 마돈나, 할리 베리 등도 자신들의 20대보다 더 멋있게 보인다. 그들의 아름다움이 꼭 돈과 시간이 넉넉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그들을 더 멋있게 만드는 게 아닐까.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일을 하면서 내면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가꿔보면 어떨까.

빛나는 중년, 내면에서 우러나는 우아함으로 승부하자

올봄, 샤론 스톤(49)이 돌아왔다. 올해 초 크리스찬 디올 화장품의 모델로 선발돼 화장품 매장마다 얼굴을 보이더니 14년 전에 그를 섹스 심벌로 만든 ‘원초적 본능’의 속편이 최근 개봉돼 전 세계가 다시 한 번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됐다.
강산도 한 번 바뀌고 반쯤 또 바뀌어가는 시간이 흐른 후에 속편에 출연하게 되면 대부분 주인공의 엄마나 이모 역할을 맡기 마련인데 샤론은 여전히 주인공인 섹시한 추리작가로 등장해 전편보다 더 뇌쇄적인 모습과 숨막히는 섹스신까지 보여준다고 한다.
미국 잡지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보니 “40대에도 여전히 섹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 영화에 출연했다”면서 “열한 살 연하인 운동선수 출신 애인과 행복하게 지낸다”고 자랑했다. 전편에 출연했던 모습과 비교하면 당연히 주름도 눈에 띄고 팽팽한 탄력도 사라졌지만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혹적인 아름다움과 자신감이 그를 더욱 빛나게 한다.
샤론 스톤만이 아니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여전히 섹시하면서 동화작가로도 활약하는 가수 마돈나, 흑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탄 할리 베리 등은 그들의 20대보다 확실히 더 멋져 보인다.
미국의 ABC뉴스 인터넷판은 최근에 ‘50대, 새로운 30대인가’라는 제목 아래 30대 스타처럼 새로이 인기를 끌고 있는 중년의 스타들을 소개했다. 미국에서 40세 이상 중년여성을 표지모델로 등장시킨 잡지는 2004년에는 한 달에 한 권 정도였지만 2005년에는 한 달 평균 2∼3권으로 늘어났다는 소식도 전했다.

20대보다 빛나는 40대, 고혹적 매력의 50대
빌리 조엘의 부인이었던 수퍼모델 크리스티 블링클리는 53세에 잡지 표지모델로 활약 중이고 ‘나인 하프 위크’에서 관능미를 발산했던 킴 베이싱어는 54세에 이탈리아 명품 ‘미우미우’의 모델로 뽑혔다. 최근 마이클 볼튼과 결혼한 니콜레트 셰리던은 44세, 마돈나는 샤론 스톤과 동갑인 49세다. 세 딸의 엄마인 44세의 데미 무어는 베르사체 광고 모델로 나와 긴 생머리를 휘날린다. 30대 뉴요커 여성들의 자유분방한 생활을 보여줘 인기를 끌었던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를 비롯, 여주인공들의 실제 나이는 모두 40세 이상이다.
게다가 마돈나는 열 살 연하의 감독 가이 리치와 아직까지 잘 살고 있고, 데미 무어는 15세 연하의 꽃미남 애시턴 커처와 지난해 결혼해 임신설까지 돈다. 더더욱 배가 아픈 것은 그녀들이 예쁜데다가 돈까지 많다는 거다. 영화 한 편 출연에 수십억원씩 벌어들이고 광고나 공연 등으로 몸이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아이구, 나도 그 사람들처럼 돈 많고 시간이 널려 있으면 성형수술 받고 보톡스 주사도 여기저기 맞고, 전속 트레이너랑 요리사 둬서 운동하고 건강식만 먹어서 예쁘고 날씬할 수 있겠다. 데미 무어도 몇 년 전에 수억원 들여 가슴확대 수술에 허벅지까지 다 뜯어고쳤잖아. 샤론 스톤도 얼굴 보니까 여기저기 주사 맞은 게 역력하던걸.
그런 여자들이 남은 음식 챙겨 먹다 똥배가 생겨, 걸레질을 해서 무릎이 나오길 해. 또 매일 회사에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 쉬고 싶을 때는 마음껏 쉬잖아. 그러니 어떻게 늙어? 나도 돈이나 많으면 수시로 저금통장을 떨어뜨려 꽃미남들이 꼬이는 ‘통장 미인’ 노릇이라도 하련만 돈도 시간도 없으니 이렇게 늙어가는 거지 뭐.”
이렇게 신세 한탄을 했지만 그들이 아름다운 이유가 꼭 돈과 시간이 넉넉해서만은 아니란 걸 안다.
샤론 스톤은 최근 영화 개봉에 앞서 이스라엘과 아랍을 다녀왔다. 요즘 그녀의 관심사는 섹시함 유지만이 아니라 중동을 비롯한 세계 평화다. 지난해에도 유엔과 각종 포럼에 참석, 말라리아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어린이들과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라크 어린이들을 돕는 기금을 모으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자신의 미모와 유명세를 ‘섹시함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구평화 운동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빛나는 중년, 내면에서 우러나는 우아함으로 승부하자

마돈나와 데미 무어는 요가, 명상에 심취해 있다. 수시로 기도하고 오후 5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으며 격렬한 운동과 고요한 명상을 반복해 마음과 몸을 가다듬는다. 아이들에게 보이는 정성도 대단하다.
스무 살이나 서른 살 무렵보다 53세인 지금이 훨씬 날씬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오프라 윈프리는 뉴올리언즈에 카트리나 태풍 재해가 일어났을 때 할리우드 스타들을 총동원해 달려가 그야말로 재난극복 위원장 역할을 했다.
‘로마의 휴일’에 출연했던 스물다섯 살의 오드리 헵번은 풋풋하고 아름답지만 60대에 유니세프 홍보대사를 맡아 주름살이 자글자글한 얼굴로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을 끌어안고 있던 모습은 더더욱 우리를 감동하게 만들었다.
외신에 소개되는 세계 최고의 미남 브래드 피트의 사진을 봐도 그렇다. 사랑스러운 부인 제니퍼 애니스턴을 버리고 같은 영화에 출연해 알게 된 안젤리나 졸리를 선택했을 때 사람들은 안젤리나의 철철 넘치는 요염함에 그가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보스 포럼에 함께 참석해 각 나라 정상을 만나고, 입양한 캄보디아와 아프리카 출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보면 꼭 그녀의 섹시함에만 빠진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아름다운 헤어스타일 유지에만 1년에 1억원 정도를 쓴다는 제니퍼와 달리 생머리를 질끈 틀어올린 채 분쟁지역을 누비며 “세상엔 너무나 불쌍한 아이들이 많고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요”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안젤리나의 이념과 세계관에 더 반한 게 아닐까.
어려운 이들 돕고 자신의 내면 가꾸는 게 원숙한 아름다움의 비결
10세 연하인 영국 영화감독 가이 리치, 15세 연하인 애시턴 커처 역시 마돈나와 데미 무어의 돈이나 미모만이 아니라 젊은 여성들에게서는 도저히 찾기 어려운 원숙한 매력, 종교로 포장된 신비로움 등에 매료돼 빠져나오질 못하는 것 같다.
열두 살인가 열세 살 연하의 남자와 5년 전 결혼해 여전히 깨소금을 볶고 있는 50세의 여성도 그렇다. 화장으로 변장을 한 것도 아니고 어린 척하지도 않는다. 남편이 그에게 감사하는 것은 그가 매일 새벽마다 절에 가서 남편을 위해 기도해주는 것과 어려운 일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점이라고 한다.
봄을 맞아 주름을 펴준다는 기능성 화장품이나 레이스가 달린 로맨틱한 블라우스, 청바지를 사서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려던 계획을 수정했다. 이제 미모나 옷차림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지 않은가. 원고건 방송이건 열심히 돈을 벌어 ‘통장 미인’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맑아지고 밝아지는 책을 읽고 착한 일을 자주 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우아한 표정을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길에서 넘어져 핸드백이 쏟아졌을 때도 인조 속눈썹, 빨간 립스틱 등이 길 위에 나뒹구는 것보다는 마더 테레사의 기도문 같은 책, 자선단체에 보낸 기금 영수증, 펀드 통장 등이 보이는 게 낫지 않은가. 아, 착하고 우아하게 산다고 해놓고 또 이런 잔머리를 굴리고 있다니….
유인경씨는요
빛나는 중년, 내면에서 우러나는 우아함으로 승부하자
경향신문에서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뉴스메이커’ 편집장. 얼마 전 ‘대한민국 남자들이 원하는 것’을 펴낸 뒤 KDI, 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등 ‘아저씨’들이 많은 곳에서 강의 초빙이 부쩍 늘었다. 아내들은 어느 정도 관록(?)이 붙으면 남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심이 적어지는데 남편들은 나이가 들수록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것을 보며 한국에서 남자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구나, 안쓰러운 마음이 생겼다고. 그의 홈페이지(www. soodasooda.com)에 가면 그의 칼럼들을 읽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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