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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푸근한 이 남자

우리시대 소시민 연기해 인기 모으는 이두일

글ㆍ김유림 기자 / 사진ㆍ박해윤 기자

2006. 03. 08

넉넉한 풍채,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사랑받는 탤런트 이두일. KBS 주말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와 MBC 일일드라마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에 출연 중인 그를 만나 연기 인생 & 가족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시대 소시민 연기해 인기 모으는 이두일

결혼 7년 만에 얻은 딸 은오는 부부에게 세상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다.


지난해 MBC 주간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 1·2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뱀파이어 일당을 보살피며 왜소하지만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우리시대 아버지상을 그려 주목받은 탤런트 이두일(42). 그가 현재 KBS 주말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에서 소심하지만 마음 따뜻한 남자 간호사 나만철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번 푸근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커다란 덩치에 걸맞지 않게 마음이 여린 그는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니어 간호사 우연실(김민희)과 알콩달콩 사랑을 시작한다.
현재 그는 MBC 일일드라마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에도 출연 중인데, 이 작품에서도 누구에게든 싫은 소리를 못하는 호인으로 하나뿐인 처가 식구인 처제를 마음으로 아끼고 보살피는 따뜻한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처가살이하는 남자 역을 세 번이나 연달아 맡았어요(웃음). 우선 제 외모와 말투에서 풍기는 지나친 여유로움(?)이 가장 큰 원인이겠고, 한번 해서 어울린다 싶으면 계속 비슷한 역할로 섭외가 들어오는 방송 현실도 이유가 되겠죠. 또한 저 자신도 소심한 캐릭터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이 분야를 더욱 집중탐구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실제 그의 성격도 드라마 속의 캐릭터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한다. 특히 말수가 그리 많지 않아 “답답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 편인데, 93년 방송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기 전까지 줄곧 연극을 하면서 무대에서는 상대방의 연기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상대방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평상시에도 말을 하기보다 듣기를 더 좋아하는 그는 간혹 부부싸움을 할 때도 일방적으로 아내의 말만 듣고 있다가 원망을 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극단 연우 출신으로 고3 시절 연극반 친구와 함께 교내 축제 때 2인극을 한 것이 계기가 돼 연극에 뛰어들었다. 대학에 가서도 4년 내내 전공과목인 경영학은 뒤로하고 연극에만 몰두한 그는 결국 대학 졸업과 동시에 극단 연우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두 달 과정의 연극교실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는데 수강료를 다 못내 대신 연극을 하게 됐어요. 그때 공연한 ‘꿈꾸러기’라는 제목의 아동극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제 생애의 첫 무대였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가장 마음 편했던 것 같아요. 경제적·기술적 측면에서는 방송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했지만 인간적이고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연기를 할 수 있었거든요.”
극단 연우는 그가 배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밑받침해준 곳인 동시에 아내 오영란씨(40)와의 사랑을 꽃피우게 해준 고마운 곳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선후배 사이로 지내다 일년 정도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하고, 지난 97년 결혼에 골인했다. 그의 아내는 결혼과 동시에 연기활동을 그만두었으며 지금은 27개월 된 딸아이의 육아와 집안 살림에 전념하고 있다고.
“아내는 저랑은 많이 달라요. 뭐든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똑순이’ 스타일이죠. 결혼 전에는 연극도 상당히 열심히 했어요. 결혼하면서 ‘이제는 좀 쉬고 싶다’고 했을 정도예요. 무엇보다도 연극판에 있어봤기 때문에 제가 하는 일을 잘 이해해주고 힘들어할 때면 위로도 해줘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말수는 적지만 편지로 아내 감동시키는 로맨티스트
우리시대 소시민 연기해 인기 모으는 이두일

평소 집에서 말이 많지 않은 그가 아내에게 점수를 따는 한 가지 비법이 있다고 한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 아내에게 잘못을 했을 때, 혹은 아내가 집안일로 힘들어할 때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건네는 것. 편지를 읽고 기뻐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그 역시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현재 27개월 된 딸 은오는 결혼 후 7년 만에 얻은 세상에서 둘도 없이 귀한 존재. 그는 아기가 태어나던 순간을 회상하며 “그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던 나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며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드라마 녹화 중에도 문득문득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는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와 많이 놀아주려고 애쓰는 편이지만, 요즘처럼 방송 스케줄이 바쁠 때는 하루 한 번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도 쉽지 않다고. 또한 예전에는 아기 보기에 여념이 없는 아내를 대신해 집안일을 잘 도와줬지만 요즘에는 그것도 여의치 않아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한다.
그는 올해 들어 아내를 도와주지 못하는 대신 아내의 잔소리를 줄여주기로 마음먹은 뒤 결심한 게 두 가지 있다고 한다. 바로 금주와 금연. 한번 술을 마시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과음한 적이 많았던 그가 얼마 전부터는 술자리의 횟수를 현격히 줄이고 마시더라도 과음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또한 얼마 전 무릎 연골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받는 바람에 자연스레 술을 멀리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금연은 언제부터라고 날짜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끊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자신이 이번에는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끊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만으로도 큰 변화라 할 수 있다고.
3년 전부터 자전거를 즐겨 타기 시작했다는 그는 시간이 있을 때면 짧게는 30km, 길게는 60km까지 달리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고 한다. 또한 ‘인생이여 고마워요’ 촬영을 위해 배운 스포츠 댄스도 생각보다 재미있고 운동 효과도 커 배우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난 2000년도를 끝으로 연극무대를 떠났던 그가 올 가을에는 오랜만에 대학로를 찾을 계획이다. 그는 “‘연극 무대에 설 때 가장 행복해 보인다’는 아내의 격려에 힘입어 그동안 잊고 있었던 고향을 다시 찾게 됐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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