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등 이슬람 세계에서 전래된 목욕탕으로 밀폐된 방에 열기를 가득 채워 땀을 내고 나서 목욕을 함.’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증기탕에 대한 설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증기탕’은 대표적인 퇴폐윤락업소의 하나로 손꼽힌다. 은밀한 내부공간에서 온갖 퇴폐적인 행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여성전용 증기탕’이 암암리에 성업 중이다.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외모를 가진 황호준씨(27). 그는 지난해 초부터 1년여 동안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여성전용 증기탕에서 남성도우미로 일했다. 20대 초반 웨이터 생활을 하다 알게 된 업주가 여성전용 증기탕을 운영하면서 ‘남성도우미’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성전용 증기탕이라고 하면 다소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남성들이 이용하는 증기탕이나 안마시술소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요. 고객이 여성이고 서비스를 하는 사람이 남성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죠. 증기탕 내부시설은 남성들이 이용하는 곳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깨끗해요.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시설의 청결 여부에 굉장히 신경을 곤두세우거든요. 실내장식도 고급스러운 편이고요.”
또한 여성들의 ‘웰빙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아로마 허브 오일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목욕을 할 때 넣으면 체내 독소 제거에 효과가 있다는 ‘바이칼 소금’까지 구비해놓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여성전용 증기탕은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지 않고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어요. 그곳을 이용한 고객의 소개를 받은 사람이나 업주 등이 영업을 통해 확보한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죠. 업소 내부는 손님들이 잠깐 앉아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응접실과 ‘룸’으로 나눠져 있어요. 룸은 고급 모텔의 내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요.”
황씨가 설명한 여성전용 증기탕 ‘룸’의 내부시설은 이렇다. 방 한쪽에 고급스런 욕조와 함께 샤워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은은한 조명이 욕조를 비추고 있고, 욕조 옆에는 간이침대가 놓여 있다.
“손님이 남자도우미를 ‘찜’하면 함께 룸에 들어가서 두 사람 다 옷을 전부 벗어요. 그리고 물을 가득 받아놓은 욕조에 손님이 몸을 담고 있으면 깨끗이 씻어주는 일부터 시작해요. 씻기는 과정에서 간단히 안마를 하기도 해요. 손님이 본론부터 들어가기를 바라는 경우 안마를 생략하기도 하고요.”
샤워를 마친 여성이 간이침대에 누우면 남자도우미는 자신의 몸에 오일을 바른 후 온몸으로 여성의 몸을 마사지해주는 보디마사지를 한다고 한다. 보디마사지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서비스 중 하나. 미끈거리는 몸으로 여성의 몸 구석구석을 애무하기 때문.
“고객들의 취향이 다 달라요. 욕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머물면서 애무해주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고, 보디마사지를 더 원하는 사람도 있어요. 또 어떤 사람은 오럴섹스를 원하기도 하고, 자신의 성감대를 가르쳐주면서 집중적으로 애무해달라고 하는 고객도 있어요. 여성증기탕을 찾는 사람들은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는 요구사항이 많은 편이에요. 보통 자신의 남자친구나 남편에게 그런 요구를 못하고 살다 증기탕에 와서 자신이 받고 싶은 ‘서비스’를 맘껏 요청하는 것 같아요.”
남성들이 이용하는 퇴폐증기탕의 경우 일명 ‘탕순이(남성들이 이용하는 증기탕에서 서비스하는 아가씨를 일컫는 은어)’들이 가슴과 음부를 이용해 남자 손님들의 몸을 마사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전용 증기탕에서 일하는 남자도우미를 일컫는 ‘탕돌이’ 또한 성기 부분을 이용해 마사지한다고 한다.
여성전용 증기탕은 룸살롱이나 안마시술소와 같은 유흥업계 여성 종사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엔 평범한 가정주부들이나 이혼 여성들도 자주 찾는 편이라고 한다. 나이로는 30대 중반부터 40대 사이의 여성이 많다고.
“손님들 중에 주부도 많아요.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직업이 있는 여성인지 전업주부인지 금방 표가 나요. 가장 힘든 손님이 30~40대 주부들이죠. 요구사항이 많거든요.”
한번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50만~60만원인데도 일주일에 두세 번씩 찾는 손님이 있어
남자도우미가 가장 힘들 때는 발기가 안될 때라고 한다. 혈기왕성한 20대 남성 도우미라 해도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몸’이 말을 듣지 않기 때문.
“(섹스를)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안 드는 손님이 들어오면 발기가 안될 때가 있어요. 그럴 경우 어쩔 수 없이 발기를 돕는 ‘칙칙이’ 등을 사용해요. 그런데 그런 손님은 꼭 애무도 길게 해주기를 바라고 자극적인 마사지를 원하죠. 마지막 서비스는 섹스예요. 한마디로 섹스를 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얼굴에 철판 깔고 이것저것 다 해달라고 해요. 물론 삽입을 원치 않는 손님도 있어요. 성병 등의 우려 때문인 것 같아요.”
일부 손님은 여성용 자위기구를 이용한 섹스를 원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그저 ‘딜도’(661쪽 설명) 수준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외국에서 수입된 ‘진동 딜도’를 비롯해 상하좌우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첨단형까지 가지각색의 도구가 동원되기도 한다고. 다양한 여성을 상대했다는 황씨는 “오르가슴을 느낀 이후에도 끊임없이 애무와 마사지 등을 요구할 때가 적잖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손님이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전까지 사정하지 않는 것도 고역이에요. 손님이 ‘그만 하라’고 할 때까지 계속하는 것도 힘들고요. ‘탕순이’들은 남자가 사정하면 서비스가 끝나니까 그나마 나아요. 여자는 남자와 달리 여러 번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잖아요. 분명 오르가슴을 느꼈는데도 계속 해달라고 요구할 때는 미치죠. 서비스하는 시간은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려요.”
현재 서울 장안동과 강남 지역 일부에서 운영되고 있는 여성전용 증기탕의 이용가격은 한번에 50만~60만원. 하지만 의외로 강한 중독성을 갖고 있어 한번 ‘맛들인’ 손님들이 자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떤 손님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찾아오기도 하더라고요. 손님들 중 일부는 서비스가 마음에 들 경우 증기탕 이용료보다 더 많은 팁을 주기도 해요. 제가 그곳에서 일할 때 팁을 제외하고도 한 달에 7백만~8백만원 정도 벌었어요. 보통 하루에 2건 정도 뛰었어요. 그 이상은 힘들어요. 더 일하고 싶어도 발기가 안 되거든요. 여자 두 명에게 서비스하고 나면 온몸이 녹초가 되고요.”
여성전용 증기탕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남성들을 ‘그저 돈만 주면 언제든 살 수 있는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기 때문에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열심히 돈 벌어 내 사업체 마련한 후 단란한 가정 꾸리는 게 꿈
그는 지금도 여성전용 증기탕에서 일할 때 돈을 모으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한다. 고생해서 일을 했지만 그만큼 스트레스 푸는데 허비하게 되더라는 것. 그는 지금은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북창동식 룸살롱 ‘울프’에서 영업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돈 모아서 나만의 사업을 하고 싶어요. 업종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일하면서 사업 밑천을 마련할 생각이에요. 요즘에는 영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요. 다음 카페에 ‘강남에 북창동’이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 반응이 아주 좋은 편이에요. 그곳을 통해 저를 찾는 손님이 많거든요.”
그의 톡톡 튀는 영업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주로 직장인들에게 자신의 명함을 돌리는데, 사람들의 눈에 띄게 70~80년대 교복을 입고 길거리를 누비기도 한다.
“영업부장이 하는 일이 손님을 끌어모으는 일이에요. 철저히 능력에 의해 자신의 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영업을 하죠.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까 고민하기도 하고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영업 노하우를 배우기도 하고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곤 해도 그건 이론일 뿐이잖아요. 하지만 지금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어요. 현재 제 모습을 발판 삼아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거죠.”
서울 역삼동의 오피스텔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그의 취침시간은 오전 6시. 새벽 4~5시에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그제야 잠이 든다고 한다. 그가 일어나는 시간은 오전 11시. 점심시간에 식당으로 향하는 직장인에게 영업하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거리로 나선다.
“단골손님의 기념일에 편지나 선물을 보내기도 하고 자주 찾아오는 손님에게 양복을 맞춰주기도 하죠. 그래서 그런지 단골 고객이 많이 생겼어요. 친구들 만날 시간도 없고 여가를 즐길 만한 마음의 여유도 없이 사는 게 때로는 서글프지만 어깨를 다독이며 열심히 살라고 격려하는 분들이 적지 않아서 기죽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어요.”
자신이 하는 일을 당당하게 여기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과거의 경험조차 자신이 걸어온 ‘삶’이라며 숨기지 않는 황호준씨. 그는 “내 사업체를 마련한 후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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