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2일은 SK(주) 최태원 회장(45)이 SK 분식회계 사건으로 7개월간 수감생활을 한 뒤 보석으로 풀려난 지 만 2년이 되는 날이었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 헤쳐나가면서 부부애가 더욱 돈독해진 최태원·노소영 부부는 요즘 힘겨웠던 시절에 대한 보상을 받기라도 하듯 행복하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임직원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서는 스킨십 경영으로 회사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SK텔레콤과 SK정유 등 주요 계열사의 사업실적이 순조로운데다가 최근에는 인천정유 인수를 기반 삼아 에너지 수출기업으로의 도약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트센터 나비’의 관장을 맡고 있는 노소영씨(44)도 남편만큼이나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채로운 미술관 사업을 벌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봄 한동안 휴학했던 연세대 영상대학원에 복학해 박사과정 3학기를 마쳤다. 또한 지난 봄부터 재벌 여성들의 자선모임인 ‘미래회’ 회장을 맡아 봉사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노씨는 매일 아침 서울 종로에 있는 ‘아트센터 나비’로 출근한다. 2000년 ‘워커힐 미술관’에서 ‘아트센터 나비’로 이름을 바꾸고 서울 종로 SK타워 4층에 둥지를 튼 이 미술관은 인간의 예술적 감성과 기술의 무한한 변화, 그리고 생산의 힘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이와 관련한 예술활동을 꾸준히 펼쳐나가고 있다. 올 초부터 시작한 리뉴얼 작업을 마치고 지난 5월 새로 문을 열어 첨단기술과 비디오아트 등 현대미술 작품에 보다 어울리는 분위기로 변신했으며 지난 3월에는 인터넷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어떤 관계를 만들어나가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독특한 전시 퍼포먼스 ‘고고 바이러스’를, 지난 5월에는 어린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체험하며 디지털 세상의 시간과 공간을 배우는 ‘꿈나비 2005 : 걸리버 시간여행전’을 열어 호평을 받았다. SK의 한 관계자는 “노소영 관장이 미술관 식구들과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눈에 자주 띈다”면서 “노 관장은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미술관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내 최연소 박사로 대기업 임원이 돼 화제를 모았던 윤송이 SK텔레콤 상무(30)와 SK의 인연도 ‘아트센터 나비’를 통해 시작됐다고 한다. 윤송이 상무가 매사추세츠대(MIT)에서 수행한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진 노소영씨가 그에게 미술관이 주최하는 워크숍에서 강연해달라고 초청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는 것. 윤 상무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최태원·노소영 부부가 윤정(16), 민정(14), 인근(10) 세 남매를 데리고 중증장애아동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냈을 때 동행했을 정도로 이들 가족과 친분이 두텁다고 한다.
일요일에는 남편, 아이들과 함께 도곡동의 한 교회로 예배 드리러 가
한편 최근 노소영씨의 훈훈한 이웃사랑이 주변에 알려져 화제다. 노씨는 자신과 한솔그룹 조동길 회장의 부인 안영주씨가 주축이 되어 1999년 결성한 재벌가 여성들의 자선모임인 미래회에서 꾸준히 활동하다 지난 봄부터는 회장직을 맡아 자선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회원 모두가 자녀를 둔 어머니들인 미래회는 주로 불우청소년과 장애아동을 위한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북한어린이 돕기 성금전달(매년), 아름다운재단과 ‘길 위의 희망 찾기’ 사업 진행(2003), 부스러기사랑나눔회 부설 서울 서대문 지역 아동센터 설립(2004), 캄보디아 씨엠립 봉사(2005) 등을 그간 미래회의 활동상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 9월6일 열린 유명 디자이너 이영주씨의 ‘이영주 컬렉션 창립 10주년 패션쇼’의 수익금 1천만원이 미래회를 통해 북한 어린이 돕기 기금으로 사용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노소영씨가 회장을 맡은 후인 지난 5월에는 5백여 명의 장애아동들에게 캠프나 여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희망을 담는 여행길’ 프로젝트를 후원했다. 이 프로젝트의 실무를 맡은 한 관계자는 “미래회 회원들은 돈만 전달하는 식의 후원은 마음에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해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도 많은 참여를 해주었다”며 “노소영 회장은 마지막 회의에 직접 참가해 최종적으로 지원단체를 선발, 지원금을 배분하는 과정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미래회는 종종 ‘재벌가 여성들의 사교모임’으로 오해받곤 하지만 순수한 자선단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자선활동 이외의 모임이나 행사는 극히 자제하고, 회원 모임에 드는 비용 또한 최소화하기 위해서 주로 서울 강남의 커피전문점에서 모인다고. 미래회의 한 회원은 “정기적인 모임은 없고 1년에 한 차례씩 여는 바자회와 자선 디너파티를 한 달 앞두고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인다”면서 “보통 오전 10시에 만나 점심식사를 하기 전에 헤어진다”고 말했다.
요즘 최태원·노소영 부부는 일요일마다 세 자녀와 함께 서울 도곡동의 한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2003년 수감생활을 계기로 신앙을 갖게 된 최태원·노소영 부부가 꾸준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 다만 이들 부부가 최 회장의 친구가 목사로 있는 서울 대학로의 N교회에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최근에 노소영씨가 예전에 다니던 교회로 옮겼다고 한다. 이 교회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수감되기 전에는 노소영씨만 교회에 나왔는데, 얼마 전부터는 남편과 아이들까지 다 함께 나오고 있다”면서 “성실하고 경건하게 예배를 드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이 교회에서 최태원·노소영 부부를 우연히 만났다고 밝힌 이들의 오랜 지인은 “두 사람 모두 얼굴이 환하고 부부금실이 매우 좋아 보였다”고 전했다.
3남매를 둔 최태원·노소영 부부는 아이들과 친밀하게 지내기로 소문난 자상한 부모다. 아이들이 성인으로 자랄 때까지 부모 곁에 있으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 부부는 요즘 유행하는 조기 유학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SK의 한 관계자는 “지난 6월 초 최태원 회장과 부·차장급 직원들이 가진 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내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골프를 얼마나 하냐는 건데, 골프를 할 줄은 알지만 업무와 관계된 게 아니면 골프장에 나가지 않는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다 클 때까지는 주말에는 되도록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게 우리 부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면서 “매우 가정적인 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일요일 오후면 큰딸과 함께 종로 SK타워 지하에서 스쿼시를 함께치고 근처 서점에서 책을 구입한 뒤 최 회장이 직접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기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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