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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홍성묵 교수의 굿섹스 레슨

‘속궁합 맞추기 노하우’

‘이혼으로까지 이어진다’는 부부의 성 트러블 해결법 조언

정리·최호열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5. 08. 09

불감증, 발기부전, 조루 같은 성기능 장애가 없는데도 성적 불만을 갖고 사는 부부들이 많다. 이런 경우 흔히 ‘속궁합이 안 맞는다’고 하는데, 이는 자신과 배우자의 성적인 차이를 모른 채 섹스를 하기 때문. 홍성묵 교수가 알기 쉽게 들려준 ‘부부의 속궁합 맞추기 노하우’.

‘속궁합 맞추기 노하우’

한국에와서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속궁합(섹스궁합)’이다. 속궁합은 섹스를 할 때 성적 즐거움의 일치 여부를 말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최근 ‘성적 차이,’ 즉 ‘속궁합이 맞지 않아’ 이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호주에서도 내게 상담을 해오는 부부들 중에 불감증이나 조루, 발기부전 같은 전문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성기능 장애가 없는데도 성 트러블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적 차이로 인해 어느 한쪽 또는 양쪽 모두 섹스를 할 때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속궁합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다. ‘속궁합이 맞지 않아도 결혼할 것인가’ 하는 설문에 ‘사랑하니까 안 맞아도 상관없다’는 응답이 남자 37%, 여자 44%로 절반도 되지 않았기 때문. 46%의 남녀가 ‘일단 노력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헤어진다’고 응답했는데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해결 방법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슨 노력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혼한 부부도 마찬가지다. 막연히 속궁합이 안 맞는다고 고민만 하고 갈등하는 부부들을 위해 이 달엔 성적 차이가 벌어지는 다양한 원인과 그 해결 방법을 사례별로 소개하겠다.

“서로 원하는 섹스의 횟수가 달라요”
성 상담을 하다 보면 부부가 서로 원하는 섹스의 횟수가 달라 고민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예를 들어 남편은 매일 섹스를 하고 싶은데 아내는 일주일에 한 번만 하고 싶어 하는 경우다. 양쪽 다 성적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서로 양보를 해서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하는 것으로 합의를 해도 남편은 욕구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때는 자위행위가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아내는 남편이 자위행위하는 것을 혐오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내가 남편의 자위행위를 혐오하면 남성은 밖에서 욕구를 해소하려고 하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남편과의 섹스 횟수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남편이 아내의 자위행위를 도와 주거나 자위기구를 사주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아내가 원하는 횟수보다 더 자주 섹스를 하고 싶어 하는 남자에게 ‘참아가면서 하는 것이 성적인 쾌감 강도가 훨씬 더 높다’고 조언한다. 사정을 한 지 오래 될수록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해 성적 욕구가 강해져 사정을 할 때 쾌감이 커진다. 1주일만 참았다 사정을 하면 자주 할 때에 비해 느낌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저녁엔 그냥 자고 아침에 하자고 깨워요”
남자는 아침에 하는 걸 좋아하는데 아내는 저녁에 하는 걸 좋아하는 데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남자는 하루 종일 직장생활을 하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아무것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피로가 풀리고 원기가 왕성해지면서 성욕이 일게 된다. 그런데 아내가 아침잠이 많은 스타일이면 아침에 깨어 섹스를 하는 게 싫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오르가슴이 느껴질 리가 없다.
이런 경우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날짜를 정해 한 번은 아침에 하고 다음엔 저녁에 할 수도 있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한쪽이 배우자에게 완전히 맞출 수도 있다. 이렇게 부부간에 합의를 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친밀성이 있어야 한다.

‘속궁합 맞추기 노하우’


“무드 하나 없는 곳에서도 하자고 졸라요”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욕구가 생기면 삽입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야외에서 하자고 할 때도 있고, 문밖에 사람이 있어도 하자고 조르는 경우도 있다. 반면 여자는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는 안정된 공간에서 이왕이면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감미로운 분위기에서 섹스를 하고 싶어 한다.
이런 성적 차이로 인해 갈등이 빚어지는 대표적인 경우가 카섹스다. 카섹스는 어느 정도 개방된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스릴이 느껴져 남자들이 선호한다. 그런데 누가 볼까 하는 두려움에 절대 하지 않으려는 여성도 있다. 또한 섹스를 할 때 꼭 불을 끄고 싶어 하는 여성이 있는 반면 남자들은 섹스를 할 때 여자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확인하고 싶어 불을 켜고 하는 걸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듯 남자와 여자는 서로 기호가 다르기 때문에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섹스는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에 남자들이 절제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만 행동하는 동물과는 다르다. 분위기가 조성된 상태에서 섹스를 하면 더 멋지고 아름답게 성을 즐길 수 있다.

“좋아하는 체위가 서로 틀려요”
한쪽이 특정 체위만을 선호해 상대가 성적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상담을 요청한 부부 중에 아내가 여성상위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었다. 아내는 여성상위를 해야 자기 마음대로 섹스를 조절할 수 있고 쉽게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했다. 반면 남편은 아내가 한 체위만을 고집하니까 재미가 덜해 섹스가 안된다며 하소연을 했다. 이 역시 대화를 통해서 상대가 원하는 체위를 수용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남자가 섹스를 주도하고 여자들은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 성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렵다면 에로틱한 영화나 새로운 피임법, 자녀의 성교육 같은 소재를 먼저 화제로 꺼낸 후 자연스럽게 본론에 들어가는 게 좋다. 성과 관련된 책을 배우자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두는 것도 좋다. 그러면 배우자는 호기심에 그 책을 읽게 마련이다. 그걸 확인한 후에 책을 화제에 올려 이야기를 시작할 수도 있다.
단 남편이 보수적인 성향이면 자녀가 있을 때는 성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보수적인 남성은 자녀가 있으면 ‘가장’이라는 의식 때문에 속마음과 달리 가부장적인 말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남편이 가장이 아닌 남자의 위치에 있을 때 성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좋다.



“변태 같은 요구에 성욕이 싹 사라져요”
섹스를 할 때 남편이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심한 말을 하는 바람에 성욕이 뚝 떨어진다고 말하는 여성도 있다. 남자들 중에도 아내가 괴성을 질러 성욕이 사라진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성학에서는 섹스를 할 때는 평소 입에 담지 못할 험한 말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소리도 마음껏 지르는 것이 좋다고 본다. 얌전하게 할 때보다 성적 자극이 훨씬 강하게 오기 때문이다.
변태적인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누구나 새디즘이나 마조히즘적인 면이 있다. 아내나 남편이 사랑스러우면 엉덩이를 찰싹 때려주고 싶거나 볼을 깨물어주고 싶어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그 강도의 차이일 뿐이다. 섹스에 있어선 부부가 합의만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강한 것을 원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이 아니다. 성학에선 부부끼리 합의가 된다면 어떤 도착적인 행위도 괜찮다고 본다.
가끔 성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 고민하는 부부도 있다. 남자는 섹스는 맛있게 즐겨야 하고 많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내는 섹스가 아이를 낳는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며 섹스를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남편이 아내에게 성 관련 서적을 보여주거나 함께 성 세미나에 참여해 아내의 가치관을 바꾸어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테크닉도 하나 없고 목석 같아요”
흥분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남자 혹은 여자가 테크닉이 없기 때문인 경우도 많다. 터치에도 기술이 있고, 섹스 체위에도 방법이 있다. 즐거운 섹스를 위해서는 부부가 함께 테크닉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속궁합이 안 맞는다고 불평만 하면 갈등을 키울 뿐이다.
한 남성이 찾아와 상담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오늘 아침에 직장에 출근했다 집에 놓고 온 것이 있어 집에 갔더니 안방에서 아내의 괴성이 들렸다. 살며시 문을 열어봤더니 아내가 자위행위를 하고 있었다. 바로 어젯밤에 부부관계를 하면서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했는데 12시간도 안돼 자위행위를 한다면 색녀가 아니냐”고 했다. 나는 그에게 “부인이 어젯밤 보여준 행동은 당신을 위해 한 거짓 행동일 뿐이다. 욕구충족이 안되니까 자위행위를 하는 거다. 아내를 위해 자위기구를 사주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타이밍이 안 맞아요”
‘속궁합 맞추기 노하우’

많은 부부들이 속궁합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르가슴에 오르는 타이밍이 안 맞기 때문이다. 부부가 같은 시간에 함께 절정에 올라 희열을 느껴야 하는데 아내가 막 좋아지려고 할 때 남편이 사정을 끝낸다면 아내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지난 ‘여성동아’ 7월호에 설명한 케겔운동을 부부가 함께 열심히 연습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반대로 남자는 섹스가 즐거운데 여자가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며 상담을 해오는 경우도 많다. 이것 역시 지난 ‘여성동아’ 6월호에 설명한 ‘오르가슴에 이르기 위한 7단계 훈련법’을 통해 여성의 성감대를 찾고 개발하는 훈련을 하면 자연히 해결된다.
우리나라 부부들은 삽입 위주의 섹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신혼 초에는 작은 숨결만으로도 흥분이 되고 짜릿함을 느끼기 때문에 삽입 위주의 섹스를 해도 큰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렇지 않다. 삽입 위주의 섹스를 하면 여자는 흥분을 느끼지 못하고 이내 질액이 말라버려 성교통증이 올 수밖에 없다. 남자가 삽입을 하기 전에 충분히 전희를 해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속궁합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에는 신체적인 원인도 있다. 예를 들어 여자의 질 위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미간이 넓은 사람이 있고 좁은 사람이 있듯이 질이 음핵 쪽에 가까운 여자도 있고 항문 쪽에 가까운 여자도 있다. 이런 신체구조의 특징에 맞는 성 테크닉을 사용해야 한다. 질이 항문 쪽에 가까우면 정상체위로는 오르가슴을 느끼기 힘들다. 후배위 체위를 해야 여성이 쉽게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정상체위만 하니까 속궁합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대로 질이 음핵에 가까우면 후배위 체위를 해서는 오르가슴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오르가슴이 안 느껴져요”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속궁합은 성상담을 받거나 부부끼리 대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 뿐이다. 성적 차이가 나는 원인이 뭔지 솔직히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면 다 해결 방안이 생긴다. 성적 차이를 이유로 이혼까지 가는 것은 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상대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성적인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습관적으로 섹스를 하다 보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연애할 때는 밤을 꼬박 새워 일한 후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하면 행복하고 즐겁지 않았는가.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길 권한다. 이번 호는 ‘속궁합 맞추기’란 주제를 가지고 사례별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지만 구체적인 지침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다음달엔 섹스 트러블로 상담을 요청해온 부부들의 상담 내용과 해결과정을 보다 생생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부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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