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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①

상징 속에 꼭꼭 숨은 삶의 교훈 ‘대사들’

글·이주헌

2005. 07. 07

상징 속에 꼭꼭 숨은 삶의 교훈 ‘대사들’

홀바인(1497~1543), 대사들, 1533, 나무에 유채, 206×209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독일출신 화가 한스 홀바인이 그린 ‘대사들’에는 두 사람의 남자가 등장합니다. 왼쪽에 있는 사람은 영국 주재 프랑스 대사이고, 오른쪽 사람은 그의 친구인 주교입니다. 둘의 나이가 각각 29세, 25세에 불과하니 이른 나이에 출세한 사람들이지요. 잘 차려입은 의상과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서적, 악기, 지구의, 천체의 등을 보니 부유할 뿐 아니라 학식과 교양도 풍부한 사람들인가 봅니다.
화가는 이들을 화사하게 빛내주는 그림을 그리면서 동시에 겸손한 삶을 살라고 권면하는 내용도 첨가했습니다. 지금 이들이 누리는 부귀영화도 결국 풀잎 위의 이슬과 같고 인생은 유한하고 덧없다는 것, 따라서 제아무리 잘나고 훌륭한 사람이라도 늘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을 채찍질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담은 것이지요. 화가는 이런 교훈을 숨은 그림 찾기처럼 그림 속에 숨겨놓았습니다. 십자가상의 예수와 해골의 이미지가 바로 그 상징물입니다. 십자가상의 예수는 배경의 커튼 맨 왼쪽 끝에 회색으로 보일 듯 말 듯하게 그려놓았습니다.
그렇다면 해골은 어디에 있을까요⑦ 두 사람이 서 있는 자리 앞에 마치 커다란 접시처럼 공중에 비스듬히 떠 있는 것이 바로 해골입니다. 이 그림은 애초에 계단 벽에 붙여질 목적으로 그려졌다고 합니다. 오른쪽에서 계단을 내려오다가 일정한 지점에 오면 어느 순간 이 접시 모양이 해골로 둔갑해 보이도록 한 것이지요. 보이지 않던 해골이 갑자기 나타나는 순간 보는 사람은 신기해하는 한편 삶의 의미를 새삼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매우 의미심장한 초상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가지 더∼
‘왜상’이란 정면에서 보면 매우 왜곡된 모양이지만 특정한 지점에서 비스듬히 혹은 구부러진 각도로 보면 정상적인 모양으로 보이는 형태를 말합니다. 유럽에서는 원근법이 발달한 뒤부터 이런 왜상을 즐겨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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