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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Global Village│그리스

그리스인들의 라이프스타일 & 음식

아테네에서 8년간 살다온 유재원·나은영 부부가 들려주는

■ 기획·정윤숙 기자 ■ 글·김영미‘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2005. 06. 16

오후 2시만 되면 집으로 돌아가 낮잠을 즐기고 해가 지면 식당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는 그리스인들. 그리스 아테네에서 8년간 유학하고 돌아와 지금도 해마다 그리스를 한두 차례씩 방문하는 유재원 교수와 부인 나은영씨에게 그리스인들의 생활문화에 대해 들어보았다.

그리스인들의 라이프스타일 & 음식

“그리스는대표적인 지중해성 기후 지역이에요. 여름이 되면 기온이 40℃를 웃돌고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뜨겁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죠. 그리스 사람들은 이런 기후의 영향을 받아 정열적이면서도 낙천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어요.”
현재 한국외국어대 그리스 발칸학과에 재직 중이며 여러 권의 그리스 관련 서적을 펴낸 그리스 전문가 유재원 교수(56)와 부인 나은영씨(54)는 그리스에 대해 작열하는 태양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주는 나라라고 말한다. 이들 부부는 8년 동안 아테네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후에도 해마다 그리스를 한두 차례씩 방문할 만큼 그리스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시에스타’라고 불리는 오후의 휴식시간은 그리스를 대표하는 이색 문화. 한낮에는 해가 무척 뜨겁기 때문에 그리스 사람들은 이른 시간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보통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7시 이전에 집을 나선다고. 그리스인들의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오후 2시에 직장이나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낮잠이나 휴식을 즐긴다. 이것을 ‘시에스타’라고 부르는데 그리스뿐만 아니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몇몇 지중해 연안의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적인 관습이다. 그리스인들은 느긋한 마음으로 낮잠을 자는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에 일을 만드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 유 교수의 설명. 이 시간에 큰 소리로 떠들거나 소음을 유발해서 남의 휴식을 방해하는 일은 법으로도 규제될 정도라고 한다.
그리스인들의 라이프스타일 & 음식

부부가 그리스에 갈 때마다 하나씩 장만한 이색적인 소품들. 부엉이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올림포스의 12신 중 제우스의 딸인 아테나 여신을 상징한다.


“그리스에서는 해가 진 뒤 식당이나 카페에 모여 앉아 정치나 그날 열렸던 스포츠 경기를 소재로 열띤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죠. 외국인의 눈에는 마치 싸우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격렬해요. 다혈질인 그리스인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식의 대화가 주먹질 등의 큰 싸움으로 번지는 일은 거의 없어요.”
그리스 사람들의 시끌벅적하면서도 낙천적이고 여유로운 생활 방식은 ‘라이키’라고 불리는 그리스 시장에 가보면 금세 알 수 있다고 한다. 지역마다 요일별로 열리는 시장인 라이키에서는 산지에서 직접 재배한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주부들이 모여든다. 특히 그리스 요리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토마토는 이곳의 인기 품목이라고.
유 교수는 그리스를 방문할 때마다 그림처럼 아름답기로 유명한 그리스의 섬을 빼놓지 않고 들른다. 크레타, 미코노스, 산토리니, 낙소스 등의 섬들은 그 환상적인 풍경으로 인해 그리스 사람들도 자주 찾는 여행지라고. 특히 파란 하늘과 바다, 흰색과 파란색의 건물이 어우러진 산토리니는 ‘에게 해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관광지. 이곳의 하얀 건물과 파란색 교회지붕, 마을에서 바다를 향해 보는 일몰 광경은 그리스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풍경이라고 한다.

올리브오일과 그릭 샐러드로 소박한 식사 즐겨
그리스인들의 라이프스타일 & 음식

그리스인의 95%가 그리스 정교회를 믿고 있어 그리스 지역 어디에서나 십자가나 종교 관련 장식품을 볼 수 있다고.


부인 나은영씨는 그리스의 어디를 가든 올리브나무를 볼 수 있으며, 그리스인들의 식탁에서 올리브와 올리브오일이 빠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매일 먹는 모든 음식에 올리브오일을 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밝고 투명한 색을 띠는 엑스트라 버진오일과 약간 탁한 색을 띠는 버진오일에 정제오일을 섞어 만든 퓨어 올리브오일 두 가지를 주로 먹는데, 그리스인들은 올리브오일을 치료 목적으로도 먹어왔다고 한다.
“그리스 사람들은 감기 기운이 있거나 소화가 잘 안될 때 약 대신 올리브오일을 듬뿍 넣은 음식을 먹어요. 그러면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몸이 자연스레 회복된다고 하더라고요. 올리브오일을 먹는 것이 일종의 민간요법인 셈이죠.”
그리스인들의 라이프스타일 & 음식

스파르타 전사의 모습을 표현한 청동상으로 역시 그리스에서 구입한 것.


올리브오일과 함께 그리스인들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그리스 사람들의 건강과 장수의 비결로 손꼽히는 그릭 샐러드.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양상추, 파프리카, 양송이버섯, 토마토 등 신선한 야채에 올리브오일과 요구르트를 섞어 만든 드레싱을 얹고 그 위에 페타치즈를 뿌려 만든다. 페타치즈의 쌉쌀한 맛이 싱싱한 야채와 어우러져 그 맛이 일품이라고.
그릭샐러드 외에 그리스를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수블라키가 있다. 수블라키는 양고기나 돼지고기를 쇠꼬챙이에 차곡차곡 꿰어 큰 덩어리로 만든 다음 숯불에 구워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맞춘 요리. 수블라키는 길거리에서 쉽게 사먹을 수 있는 그리스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굽는 과정에서 기름이 쏙 빠지고 특유의 냄새도 사라져 맛이 아주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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