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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밀착 취재

또다시 이슈로 떠오른 국내 스와핑 실태

국내 최대 스와핑 사이트 부부플러스 회원 5천명!

■ 기획·송화선 기자 ■ 글 & 사진·강지남‘주간동아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5. 05. 02

지난 3월 말 회원 5천 명이 가입한 국내 최대 규모의 스와핑(부부교환 성행위) 사이트 ‘부부플러스’가 경찰에 적발되면서 ‘스와핑’이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번 사건은 특히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금세 5천 명의 회원이 몰려들었고, 이 가운데 고소득 전문직과 사회 지도층 인사까지 다수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돌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 사이트 회원들과의 접촉을 통해 국내 스와핑 실태를 추적했다.

또다시 이슈로 떠오른 국내 스와핑 실태

지난 3월 말 충격 뉴스 하나가 보도됐다. 부산 강서경찰서에서 지난 3월22일 회원을 5천여 명이나 가진 국내 최대 규모의 스와핑 사이트 ‘부부플러스’의 운영자 유모씨(37)를 음란물 게시 혐의로 구속한 것.
“호기심에 가입한 거예요. 실제로 스와핑(부부교환 성행위)을 해본 적은 없어요. 하고 싶기는 하죠. 스와핑 하는 부부들이 부러워요. 그런데 아직은 아내를 설득할 엄두가 안 나요.”
자신을 번역가라고 소개한 A씨(41)의 스와핑 사이트 가입 이유다. 그는 인터넷 스와핑 사이트 ‘부부플러스’의 평생회원.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A씨는 지난 3월24일 부산 강서경찰서까지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이 사이트에 음란물을 올린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의 나체 사진을 6장 정도 올렸어요. 이 사이트 운영원칙상, 다른 데서 퍼온 사진은 안 되고 회원들이 직접 찍은 사진만 올려야 하거든요. 아내 사진을 보고 회원들이 댓글을 달아주는데, 그게 참 재밌어요. 예쁜 여자와 같이 길을 걸으면 사람들이 부러운 시선을 보내잖아요. 그때 느끼는 기분과 똑같은 거예요. 회원들이 아내 몸이 예쁘다고 하면 아내가 자랑스럽게 느껴져요. 제가 변태 같은가요? 이런 사진을 올리는 게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는 건 몰랐습니다….”
사실 금전적 거래가 있지 않은 이상 자유 의사에 따라 행해진 성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다. 2003년 10월 서울 강남경찰서가 경기도 양평에서 벌어진 스와핑 현장을 적발했을 때도 스와핑 장소를 제공한 노래방 주인과 레스토랑 주인만 각각 ‘음반 및 비디오물과 게임물에 관한 법률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을 뿐, 스와핑에 참가한 30쌍의 부부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때문에 이남식 부산 강서경찰서 지능범죄수사1팀장 역시 “이 사이트의 운영자 유모씨 등 음란물을 게시한 회원 1백여 명을 소환해 조사·처벌할 방침이지만, 회원들끼리 실제로 스와핑을 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수사 대상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구속된 운영자 유씨 주장에 따르면 부부플러스는 2003년 9월 후지타 가즈오라는 일본인에 의해 개설됐다. 유씨는 일본에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던 중 지난해 2월 손님 후지타에게 이 사이트 운영권을 넘겨받았다고 진술했다. 유씨는 이후 가짜 명의의 ‘대포통장’을 통해 가입비 3천만원을 받아 챙겼다. 5천여 명의 회원 중 유료 회원은 1천여 명. 이중 절반이 12만원의 가입비를 내고 ‘평생회원’이 됐다.
경찰은 이 사이트 회원들의 실제 스와핑 여부에 대해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사이트의 주된 목적이 스와핑이었음은 확실해 보인다. 서울·경기, 강원, 충청, 경상, 전라, 제주 등 6개 지역별 게시판에는 스와핑을 원한다는 2천여 건의 글들이 빼곡히 올라 있다.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부부를 만나고 싶습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낮 시간에 스와핑 가능하신 분’ ‘토요일 오후 서울 강남 오피스텔에서 스와핑합시다’ ‘부산 사는 40대입니다. 저와 함께 활동할 40대 여성을 찾습니다’. 회원들 대다수는 남성인데, 자신과 배우자의 나이, 키, 몸무게, 신체 사이즈 등을 알리며 이메일을 통한 연락을 선호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는 IT 컨설턴트라는 한 30대 남성회원은 “결혼 3년 차의 딩크족(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부부)이며 외모와 매너가 청담동에 어울리는 스타일리시한 부부”라며 “우리와 비슷한 부류의 부부를 원한다”고 써두었다.

또다시 이슈로 떠오른 국내 스와핑 실태

최근 경찰에 적발된 스와핑 사이트 ‘부부플러스’ 초기화면.


정회원 아이디를 입수해 이 사이트 게시물과 사진 등을 검색한 결과 구체적인 스와핑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내를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으며, 외모와 성격이 마음에 드는 상대 부부를 만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며, 스와핑 모임을 가진 후 부부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많은 회원들이 직접 자신과 배우자의 나체 사진을 찍어 올리면서 ‘스와핑을 원한다’고 밝혔다. 실제 스와핑 모임을 가진 회원들의 그룹 성행위 장면을 담은 동영상도 있었다. 아내를 설득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한 30대 남성은 스와핑 경험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2년 전 아내에게 스와핑을 하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으나 두 달 동안의 설득 끝에 정핑(정례 스와핑 모임)에 참석했다. 이제 아내는 스와핑을 취미의 일종으로 생각하게 됐다. 모임에 나갈 때면 친정 집에 아이들을 맡겨야 안심이 된다고 한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와 꼭 성 관계를 갖는다.”
개별적인 스와핑 만남뿐만 아니라 집단적인 스와핑 모임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에서 가면 파티가 벌어지기도 했으며, 펜션이나 콘도 등을 대여해 3~8쌍이 모여 스와핑을 즐기기도 했다. 매달 정기적인 스와핑 모임이 열리기도 한다. 자신을 서울 압구정동에 산다고 소개한 한 40대 남성은 2004년 3월 스와핑 모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매달 스와핑 모임을 갖는다. 지난달 4쌍의 부부가 서울 강남에 있는 호텔 스위트룸을 빌려 낮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간단히 술을 마시며 얼굴을 익히고 야한 게임을 하면서 친해졌다. 가족 같은 분위기로 진행되어 모두 가족 나들이를 온 것 같다고들 했다. 성관계는 아무나 골라서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성관계일 뿐이다. 그 이상의 다른 의미는 두지 않는다.”
“돈 벌 목적으로 1대2 성행위를 돕는 것은 아닙니다. 자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넉넉하거든요. 그저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2년 전에 인터넷에 집단 성행위를 주선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금전적 거래가 없었기 때문에 무혐의로 풀려났어요.”
미혼남성인 부부플러스 정회원 B씨(35)는 5년 전부터 1대2 성행위에서 ‘초대받는 남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가끔씩 여자친구를 데리고 스와핑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1대2 성행위는 스와핑이나 집단 성행위로 가는 전단계”라고 설명했다. 스와핑을 원하는 남편이 아내를 설득하는 방법으로 1대2 성행위를 주선하며 그 다음 아내를 스와핑 모임에 데리고 나가 구경하도록 하면서 부부가 함께 스와핑에 탐닉하게 된다는 것.
“제가 알기론 부부플러스처럼 스와핑을 전면에 내세운 사이트는 없습니다. 대부분 각종 변태적인 성행위를 알선하는 사이트인데, 그 안에서 스와핑도 주선되는 거죠. 그런데 10쌍 중 진짜 부부는 3쌍 정도에 불과해요. 나머지는 윤락여성을 데리고 나온 유부남이라든가, 미혼 커플이죠.”
호기심 채우려 가입한 눈팅족들 ‘리얼한 경험담’에 대리 만족
부부플러스 운영자가 구속된 후 각종 언론은 최소 1천여 명의 회원들이 이 사이트를 매개로 스와핑에 참여했을 것으로 추측했지만, 이보다 훨씬 적은 회원들이 실제 스와핑에 나섰을 뿐 대부분 ‘눈팅’을 즐겼다는 것이 접촉이 가능했던 회원들의 추측이다. 각종 변태적인 성경험담으로 가득한 게시물의 절반 정도도 ‘가짜’라는 것이 이들의 짐작. 경찰 조사까지 받은 번역가 A씨는 가상의 성경험을 연재했다. 그는 “스와핑이나 집단 성행위 등 변태적인 내용을 담아야 회원들의 반응이 좋기 때문에 그런 내용으로 썼다”고 털어놓았다. 사이트 자기소개란에 ‘스와핑 경험이 있는 41세, 37세 부부’라고 밝힌 김모씨(41) 또한 실제 스와핑 경험이 없다.

또다시 이슈로 떠오른 국내 스와핑 실태

“호기심에 가입했습니다. 해보고는 싶은데, 해본 적은 없어요. 아내에게 말조차 꺼내보지 못한걸요. 남들이 하는 건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그러기는 쉽지 않네요.”
김씨는 지난해 가을 인터넷에서 ‘스와핑’이란 단어를 검색하다 이 사이트에 접속하게 됐다. 아내를 설득할 자신이 없어 다른 여성을 구해 데리고 나갈 심산으로 ‘스와핑이 하고 싶다’며 연락처를 남겨두었다. 서울 영등포에서 사업을 한다는 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지만, “아직 아내를 설득하진 못했다”고 하니 전화가 뚝 끊겼다. 김씨는 “리얼하게 묘사된 스와핑 경험담을 읽으면서 대리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 중 연락이 닿은 이곳 회원들은 모두 ‘권태기에 빠진 중년의 부부가 관계 회복을 위한 방편으로 스와핑을 즐긴다’는 스와핑에 관한 고정관념을 거부했다. 자신들을 변태 혹은 성도착증 환자로 보는 시각도 거절했다. 자신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며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과 스와핑에 대한 호기심이 공존한다고 주장했다. 호기심으로 이 사이트에 가입했다가 아내와 함께 두 차례 스와핑을 했다고 밝힌 30대 중반의 남성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결혼한 지 4년째이기 때문에 아직 권태를 느낄 단계가 아닙니다. 아내를 많이 사랑하며 아내를 믿습니다. 아내가 나 몰래 외도할까봐 걱정하기보다는 함께 서로가 보는 앞에서 성적 욕구를 발산하는 게 낫지 않나요. 가끔 여행을 떠나듯, 즐거운 영화를 관람하듯 스와핑을 즐기는 겁니다. 그뿐이에요.”
부부플러스의 남성회원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아내가 나를 변태 취급했지만 끈질긴 설득에 넘어갔고, 처음엔 어색해하더니 점차 즐기기 시작했다”면서 “그런 아내가 사랑스러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이 설득력 있는 얘기일까.
이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들과 심리학자들은 “스와핑의 초기 단계에서 느끼는 감정에 불과하다”고 못 박는다. 스와핑을 경험한 후 배우자를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는 것은 단순히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일탈 행위를 함께 해냈다는 데서 오는 동류 의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다시 이슈로 떠오른 국내 스와핑 실태

스와핑 후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일탈 행위를 함께 해냈다는 동류 의식일 뿐
한양대 구리병원의 박용천 정신과 전문의는 “배우자에 대한 불만, 결혼생활에 대한 권태라는 근본 원인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스와핑이란 재미로 덮어둔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 부부 사이의 갈등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스와핑 사실은 서로를 공격하는 치명적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가현 전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을 지켜보며 성적 흥분을 느끼지만, 아내가 다른 남자와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해갈수록 남편은 질투를 느끼게 돼 부부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기 쉽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번 스와핑 사이트 적발 사건을 사회적 배경에서 해석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특별법에 의해 성매매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욕구 좌절의 수준이 높아진 남성들이 ‘합법적인’ 성적 일탈 행위인 스와핑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 윤 교수는 “평소 성매매 경험이 없는 남성이라도 성매매특별법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로 욕구 불만이 커지게 되면서 스와핑에 더욱 호기심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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