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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ceo #issue

임오그룹과 코렐의 아름다운 이별

EDITOR 김지은

2018. 05. 31

임오식 회장이 코렐 임직원들과의 송별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오식 회장이 코렐 임직원들과의 송별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진도모피, 코렐 등의 브랜드로 사랑받아온 임오그룹이 40여 년을 함께해 온 코렐을 떠나보냈다. 4월 16일 임오그룹 본사에서는 다른 길을 걷게 된 임직원들이 서로의 앞날을 축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옮기지만 몸만 가고 마음은 놓고 가세요. 정일랑 잊지 말고 간직했다가 힘들고 어려울 때, 기쁠 때 연락 주시고 대소사에도 기별을 주세요. 지금 이렇게 헤어지더라도 다시 만났을 때 따뜻한 차 한잔 할 수 있는 매니저님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에서 근무하든 어느 곳에 있든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정말 두 손 모아 빌겠습니다.” 

애써 밝은 목소리로 송사를 낭독하던 임오식(69) 임오그룹 회장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4월 1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임오그룹 본사에서는 긴 세월 함께해온 임오그룹과 코렐 브랜드 백화점 매니저들 간의 송별식이 열렸다. 지난해 코렐 경영권을 월드키친에 넘긴 임오그룹이 백화점 매니저들에게 경영권 인수인계에 관한 정확한 상황을 설명하고, 그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임 회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임오를 잊지 말고 앞으로의 길에 행운이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행운의 열쇠를 선물했다. 임오그룹에서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참석한 43명의 백화점 매니저들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해 장내는 끝내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지난 40여 년 임오그룹의 역사는 그야말로 코렐의 역사였다. 



임 회장에게도 코렐은 자식 같은 브랜드였다. 1977년 1평도 안 되는 작은 가게에서 코렐 제품을 판매하며 시작된 임오그룹이 오늘날 코렐이 속해 있던 ㈜임오를 비롯해 물류를 담당하는 ㈜임오산업, 냉동·냉장 물류 보관 업체 ㈜임오냉동, 모피 전문 패션기업 ㈜진도, 테이블웨어 전문 업체 ㈜화인센스 등을 거느린 내실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그가 쏟아부은 땀과 노력의 전부가 코렐에 녹아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임 회장의 각별한 사랑이 없었다면 지난 세월 코렐이 국내 혼수 1위 브랜드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는 것 또한 불가능했을 것이다. 제품을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여느 수입 판매업자들과는 달랐다. 밥과 국을 기본으로 하는 한국형 밥상에 맞는 제품군을 직접 기획해 본사에 건의하는가 하면, 국내 소비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각 식기의 명칭까지 직접 지어 소개하곤 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렐의 경영권을 인수한 ‘월드키친’이 본사 직영으로 한국 판매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그는 한순간에 사업권을 내놓게 되었다. 그가 가장 걱정한 것은 고용 승계였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투자금과 그간의 노고에 대한 보상은 차후의 문제였다. 외환위기를 비롯한 숱한 위기를 겪는 동안에도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고 함께 해왔다는 자부심, 그 동지애는 오늘날 임오그룹과 코렐이 있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존경을 받았으니 성공한 인생

임오그룹과 코렐이 함께하는 동안, 한 해의 업무를 시작하는 시무식은 그야말로 임오그룹 축제의 장이었다. 그런 날이면 으레 그는 선물과 경품을 푸짐하게 준비해두고 직원들을 기다렸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도 보너스와 선물을 함께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5월에는 임직원들의 부모님에게 드릴 용돈이며 초등학생 자녀를 위한 적금 또는 호텔 뷔페 식사권까지 살뜰하게 준비했다. 6월이면 3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동남아 또는 유럽 여행을 선물했다. 무더운 여름에는 전 직원이 함께 삼계탕을 먹었고, 11월에는 맛있는 귤과 김장을 보너스로 지급했다. 연말이면 성과급도 두둑하게 건넸다. 

코렐의 사업권이 다른 회사로 넘어간 후, 몇 개월간의 고군분투 끝에 다행히 100% 고용승계를 주장하는 임 회장의 뜻이 받아들여졌다. 끝까지 함께할 수 없음은 아쉽지만, 그래도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그간의 투자금에 대한 보상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고, 상품대금마저 1년 6개월 후에 받는 것으로 합의되었지만 그래도 임 회장은 “감사하다”고 말했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임 회장이 직원들을 아끼는 마음만큼이나, 임 회장에 대한 직원들의 믿음과 애정도 컸다. 직원들이 송별식에서 임 회장에게 전한 작별의 글에는 그런 그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성공은 돈을 벌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주변과 회사의 모든 임직원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다.”
 
지난 3월 SBS CNBC의 CEO 인터뷰 프로그램 ‘이기는 전략, 촉’에서 임 회장이 남긴 말이다. 코렐 사업권을 넘기면서 많은 것을 잃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스스로가 ‘성공한 사람’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별의 순간, 그는 참석한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손을 맞잡고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나누었다. 손을 맞잡은 직원들의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언젠가 꼭 다시 함께 일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울고 웃으며 함께 고생한 숱한 시간들이 추억으로 남게 되었지만, 지금의 이별이 끝이 아님을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코렐 백화점 전현직 매니저들이 임오식 회장에게 보낸 작별 메모

회장님, 안녕하세요.
평택 매니저 원분희입니다. 건강하시지요? 5월이면 벌써 그만둔 지 1년이 다가옵니다. 다닐 때도 직장이 소중하다는 걸 알았지만 그만두니 정말 더없이 좋은 회사였답니다. 전 요즘 운동하며 산에 다니고 자전거도 열심히 배우고 있답니다. 많이 건강해졌어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임오만 한 직장은 없더라고요. 임오그룹에 다녔던 소중한 기억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고맙고 감사하고 훌륭한 회사였답니다. 회장님, 건강하십시오. 늘 건강해 보이셔서 참 좋았습니다. 살아보니 건강이 최고더라고요. 행복하십시오. 회장님 생각날 때면 안부 전하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정이 넘치는 우리 회장님. 뵈면 뵐수록 기분 좋은 분. 마지막이었지만 영원히 기억에 남는 만남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회장님. 오래도록 건강하세요. 그리울 거예요.

좋은 아침입니다, 회장님.
2009년 9월부터 임오 가족과 함께한 날들이 주마등처럼 쭉 지나가네요. 회장님 말씀처럼 좋은 기억과 함께했던 일들이 살면서 내내 생각날 것 같습니다. 우리 임오와 같이 가족처럼 생각하고 서로 격려하고 챙기는 회사는 다시 없을 듯합니다.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또 뵐 날을 기다리면서 늘 그랬듯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롯데 미아점 고영주 드림


기획 김명희 기자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임오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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