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장수 국가로 손꼽히는 일본에서는 지금 ‘안티에이징(노화방지)’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나이 먹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늙는 것까지 당연한 건 아니라는 인식이 급속히 퍼지면서 안티에이징을 내세운 각종 영양식품과 비타민제, 다양한 운동법이 넘쳐난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니혼게이자이 신문사가 발행하는 월간 문화교양지 ‘오토나노 OFF’ 3월호는 안티에이징을 특집으로 다뤘다. 그중 “뇌를 활성화시키면 인위적으로 노화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오시마 기요시 교토대 명예교수(大島淸·79)의 글이 눈길을 끈다. 일본 최고의 대뇌생리학자인 오시마 교수는 최근 배용준에게 열광하는 일본의 많은 중년 여성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해졌고,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의 의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노력하면 늙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유명 연예인과 데이트하는 상상만 해도 뇌의 움직임 활발해져
오시마 교수에 따르면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면 뭔가에 도전해 힘들게 성공했을 때의 쾌감과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의욕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고 두근거리는데 이때 뇌에서는 일종의 쾌감물질인 베타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 이 호르몬은 다시 의욕을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진 도파민의 작용을 활발하게 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성취감과 쾌감이 증폭되는데, 이러한 원리 때문에 사람은 한번 맛본 쾌감을 다시 체험하려고 하고 그러기 위해서 머리를 쓰게 돼 자연 뇌도 활성화된다고. 그런데 쾌감을 느끼게 하는 베타 엔도르핀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이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피부를 윤기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사랑을 하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해지는 것.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는 말이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오시마 교수는 “그 상대와 데이트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레고 뇌의 움직임이 아주 활발해진다”며 “뇌의 근원적인 욕구를 무시하지 말고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이성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거나, 마음에 드는 유명인의 팬이 되는 것도 젊어지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같은 이유로 용사마의 팬은 더 이상 인생에 대해 무기력해지는 ‘아줌마’가 아니라며 “용사마로 인해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고 있고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는 것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오시마 교수 자신도 몇몇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데, “거기서 만난 여성이 모두 매력적”이라며 “이성 친구는 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오시마 교수는 ‘감동’과 ‘호기심’ 또한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설레는 감정을 느낄 때처럼 뇌를 자극해 노화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감동의 정보가 감정과 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와 편도체에 전달되면 호르몬이 분비되고, 호르몬이 자율신경을 지배하는 시상하부를 자극하는데 이러한 기능이 저하될 경우 실제 연령 이상으로 뇌가 노화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나이가 들수록 수다쟁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사람에게 ‘수다스럽다’ ‘말이 많다’ 하는 것은 흉이 되지 않는다. 정말 멋지다고 느꼈을 때 이를 곧바로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라. 그러면서 자기 마음속에 아직 남아 있는 감동을 되살려 고양된 기분을 만끽하라. 이것이 바로 감동의 ‘호순환’인 것이다.”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국 연예 스타 사진 전시회’ 개막식에 한류 스타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일본 여성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도 뇌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고 한다.
오시마 교수는 “요즘 각종 첨단제품이 넘쳐나면서 전원을 켜고 끄는 일이 간편해지고, 작은 문제만 생겨도 금세 ‘재시동’ 버튼을 눌러버리는 탓에 쉽게 좋아하고 쉽게 싫어하면서 관심의 영역도 좁아지고 얕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호기심이 적고, 머리 쓰는 것 자체를 귀찮게 생각하는 태도는 뇌의 활성화를 막는 최대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40대가 되자마자 갑자기 자신이 중년이 되었다며 우울해하거나 혹은 인생의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며 꿈을 접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생각 자체가 뇌에 사망선고를 내리는 꼴”이라며 “40, 50대에는 뭐든지 배워 뇌를 쌩쌩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시마 교수 70세에 첼로 배우기 시작, “흥미 자체가 젊음 유지시킨다” 주장
오시마 교수는 일단 부딪쳐 보라고 권한다. 그 마음가짐이야말로 중요한 첫걸음이며, 뇌를 건강하고 젊게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도 70세 때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관심과 흥미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 적극적으로 관련 자료를 모으고, 눈 딱 감고 필요한 도구나 장비를 세트로 구입하는 것도 좋을지 싶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움직일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뇌가 활발하게 기능하면 되는 것이다.”
오시마 교수는 “어렸을 적 몸에 익힌 것은 수십 년이 지나도 잊어버리지 않는데, 어른이 되어서 다시 도전해 보면 당시와는 또 다른 발견과 감동이 있다”며 “자전거 페달을 처음으로 밟았을 때를 떠올리면서 산악자전거 타기를 시작해도 좋고, 냇가에서 마음껏 뛰놀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낚시에 도전해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시마 교수는 뇌를 활성화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씹는 행위’를 꼽았다. 그는 “인간의 운동정보 가운데 팔과 다리를 통한 것이 각각 25%이며, 나머지 50%는 턱 운동”이라며 “인간의 입과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뇌의 활성화와 직결된다”고 했다. 따라서 바쁘다는 핑계로 아침에 음식을 어금니로 씹지 않고 삼키듯이 허겁지겁 먹고, 점심조차 후루룩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우는 현대인의 식생활은 뇌의 노화 속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꼭꼭 씹어 먹는 생활습관은 뇌만이 아니라 온몸의 건강증진과도 이어진다. 잘 씹으면 침 분비가 활발해지는데, 침 속에는 암 예방효과가 있는 물질과 충치 및 잇몸병을 막는 물질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씹는 과정에서 귀밑이 자극되어 인슐린과 같은 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 다시 말해 혈당치가 내려가 당뇨병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입 먹고 20회 이상 씹으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30회가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뇌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편안한 마음으로 ‘참 예쁘게 차렸다’ ‘향기롭다’ ‘맛깔스럽다’ 하며 음식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시각, 후각, 미각 등 모든 감각을 동원할 때 뇌의 자극이 더욱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음식을 꼭꼭 씹으면 영양섭취만이 아니라 운동신경을 관리하는 뇌의 활성화, 전신의 건강증진과도 직결된다”고 쓰고 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