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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아빠는 철야근무, 엄마는 신문배달 나간 사이 화재로 3남매 잃은 가슴 아픈 사연

■ 기획·최호열 기자 ■ 글&사진·김순희‘자유기고가’

입력 2005.01.10 16:04:00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서울경찰청 특수기동대 금장호 경장 부부는 최근 불의의 사고로 세 자녀를 한꺼번에 가슴에 묻어야 했다. 경찰관인 아버지가 철야근무를 하고 어머니는 새벽 신문배달을 나간 사이 화재가 발생해 3남매가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연을 담았다.
경찰관 아빠는 철야근무, 엄마는 신문배달 나간 사이 화재로 3남매 잃은 가슴 아픈 사연

“미안하다.엄마가 돈 벌러 나가지 않았으면 너희들을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내지 않았을 텐데….”
야근으로 자주 집을 비운 경찰관 아버지와 생계를 꾸리기 위해 새벽에 신문배달을 한 어머니는 지난 12월10일 오후 서울 강동성심병원 영안실에 차려진 자식들의 빈소에서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서울경찰청 특수기동대 금장호 경장(35)과 부인 정혜경씨(37)가 서울 천호동 집에서 3남매를 한꺼번에 잃는 화를 당한 것은 12월9일 오전 5시25분. 강동소방서 대원들이 잿더미로 변한 문간방에 들어갔을 때 첫째 정민이(11)와 셋째 경철이(6)는 침대 위에, 둘째 청훈이(8)는 방바닥에 누워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몸 전체 또는 일부가 그을린 상태였지만 몸부림을 친 흔적은 없었다고.
소방대원들은 ‘혹시 살아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아이들의 가슴에 손을 갖다 댔지만 세 아이 모두 숨을 멈춘 뒤였다.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함께 꽂아둔 콘센트에서 발생한 전기합선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질식사한 것이다.
특수기동대 분대장인 금 경장은 최근 노동계의 파업으로 인해 한 달여 동안 철야근무를 해왔다. 자식들이 세상을 떠나던 바로 그 시각에도 영등포에 있는 민주노총 사무실 근처에서 경비를 서고 있었다.
“사고 직후 강동경찰서에서 사고 소식을 알려왔는데, 차마 금 경장에게 아이들이 죽었다는 말을 할 수 없었어요. 유족 진술을 위해 금 경장을 데리고 강동경찰서로 가면서 손을 꼭 잡은 채 ‘마음 단단히 먹으라’는 말만 했어요. 저도 자식 키우는 부모인데…,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금 경장의 동료 신현우 경장은 사고 소식을 접할 당시의 상황을 전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금 경장은 강동경찰서에 도착해서야 3남매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죽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자세히 얘기해달라”던 금 경장은 사고 경위를 설명하는 형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찬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을 터뜨렸다고.
신문을 돌리다 비보를 접한 정씨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불이 119 소방대에 의해 진화됐고 3남매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였다. 병원에 달려가 자식들이 숨진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불쌍한 내 새끼들 살려달라”고 몸부림치다 그 자리에서 실신하고 말았다.
기자가 빈소를 찾았을 때도 정씨는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는 3남매의 영정을 붙든 채 통곡하고 있었다. 그는 “엄마가 잘못했어, 미안해” 하며 울부짖다가 혼절하곤 했는데, 주위 사람들이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줘 정신이 들면 또다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내 새끼들을 따라가겠다”고 오열하기를 반복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보증금 5천만원인 전셋집에 살고 있는 정씨가 신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5년 전. 평소 알뜰한 정씨가 박봉의 남편을 조금이라도 돕겠다는 뜻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이들이 곤히 잠들어 있는 새벽 2시30분 신문보급소로 향했다. 서울 천호동 일대에 신문 4백여 부를 돌리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오전 7시. 정씨는 집에 오면 3남매를 깨워 아침밥을 먹인 후 막내는 인근 어린이집에, 딸과 작은아들은 학교에 보내고 나서 잠시 눈을 붙였다.
정씨가 새벽에 신문 돌리는 일을 선택한 것은 낮 시간에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서였다. 한창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시기라 아이들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금 경장 부부는 좀더 큰 집으로 이사갈 희망에 부풀어 있었는데, 이제 3남매를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려던 계획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이들 부부는 “아이들이 다 떠나고 없는데 넓은 집이 무슨 소용이냐”며 탄식했다.

경찰관 아빠는 철야근무, 엄마는 신문배달 나간 사이 화재로 3남매 잃은 가슴 아픈 사연

어려운 형편에서도 단란하게 가정을 꾸려온 금 경장 부부는 일요일이면 다섯 식구가 손잡고 교회로 향했다고 했다. 평소 이들 가정을 지켜본 이웃주민은 영안실을 찾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 정말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부부였는데…”라며 목이 메어 말끝을 흐렸다.
금 경장의 자식들에 대한 애정은 여느 아버지보다 각별했다고 한다. 빈소를 지키고 있던 그의 동료 경찰관들은 한결같이 “경찰이라는 직업 때문에 쉬는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시간 날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보내려 애썼다”며 애통해했다. 새벽일을 하면서도 힘든 기색을 조금도 내보이지 않았던 정씨는 며칠 전 받아쓰기 시험을 잘 못 봤다는 이유로 막내아들을 야단친 게 못내 후회가 돼 가슴을 쳤다고 한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에 3남매를 잃은 금 경장 부부에게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김우식 비서실장을 비롯해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 등 정치인들이 빈소를 방문해 열악한 근무환경과 박봉 탓에 자식을 지키지 못한 이들 부부를 위로했다. 또 금 경장이 소속된 서울경찰청 특수기동대는 대원들이 모은 성금을 전달했다.
시민들의 따뜻한 온정도 잇따랐다. 한전검침사업본부 검침원들과 기아자동차 노조가 성금과 장례용품을 전달했는가 하면, 접시닦이로 요리사 생활을 시작해 35년 만에 서울 유명 호텔 이사가 돼 화제를 모았던 정영도씨(53)도 금 경장 계좌로 성금을 보냈다. 숨진 딸과 둘째 아들이 다니던 서울 강동초등학교 학생들도 빈소를 찾아 조문한 후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3남매는 가족회의 끝에 화장을 하기로 결정했으나 12월11일 오전 6시30분, 발인을 마치고 경기도 벽제 화장장에 도착한 금 경장 부부는 “불에 타 숨진 내 자식들을 또다시 불구덩이에 넣어야 하냐”며 오열을 멈추지 못했다.
“엄마가 죄인이야. 엄마를 용서해줘.”
정씨의 피 맺힌 절규 속에 세 아이는 한줌의 재가 돼 엄마의 가슴에 안겼다.

여성동아 2005년 1월 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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