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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화제의 인물

수많은 여성의 마음 뒤흔든 ‘파리의 연인’ 박신양

“이제 한기주는 잊고 아이 자전거에 태우고 돌아다니며 놀고 싶어요”

■ 글·최호열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SBS홍보실 제공

2004. 09. 01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를 통해 가장 화제가 된 이는 역시 ‘한기주 신드롬’을 몰고 온 배우 박신양. 전국을 뜨겁게 했던 그가 최고의 명장면과 촬영 뒷얘기, 따뜻한 가족사랑 등을 들려주었다.

수많은 여성의 마음 뒤흔든 ‘파리의 연인’ 박신양

SBS주말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8월15일 마지막 회에서 57.4%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숱한 화제를 낳았던 이 드라마의 성공 한가운데에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박신양(36)이 있었다.
그의 인기는 ‘신드롬’이라 할 만했다. 드라마 초반부터 그가 매고 나온 광폭넥타이는 올 여름 최고의 인기상품이 되었고, 그가 입고 나온 신사복 브랜드와 데이트 장소로 종종 등장한 극장은 매출이 20% 이상 늘어났다. 또한 그가 사용한 휴대전화 모델은 두 달 만에 7만 대가 팔려 나갔고, 그가 부른 사랑의 세레나데인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는 휴대전화 벨소리와 연결 음악 등으로 유료 서비스돼 2억원 정도의 부수입을 올렸다.
‘박신양 영화 다시 보기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멜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던 98년 영화 ‘약속’과 지난 4월 개봉한 ‘범죄의 재구성’은 ‘꼭 봐야 할 필수 영화’가 되었고, 그가 카메오로 단 2분 등장한 ‘달마야 서울 가자’도 박신양을 보기 위한 팬들이 줄을 섰을 정도.
이런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GM대우자동차는 그와 CF계약을 맺기도 했다. GM대우자동차는 극중에서 한기주가 사장인 GD사의 협찬사다. 광고 제품도 한기주가 타고 다니던 중형 자동차여서 연상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아파트, 노트북 등 모델계약 섭외가 잇따르고 있어 그가 벌어들일 광고수입이 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외에도 많은 남자들로 하여금 “애기야”를 연발하게 하고, ‘~하나’ ‘~하지’ 같은 말투를 입에 달게 하고, 심지어 피아노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든 박신양. ‘내 마음을 뺏어봐’ 이후 6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그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드라마 캐스팅 단계에서 한기주 역할로 배용준, 이정재, 이서진 등이 물망에 올랐었다.
하지만 사랑을 모른다는 이유로 첫 부인에게 이혼당할 정도로 딱딱하고 일만 알았던 남자가 강태영(김정은 분)이라는 ‘솔직털털’한 여자를 만나 조금씩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모습은 그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실감나게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라는것이 시청자들의 평. ‘파리의 연인’을 통해 그는 연기력과 대중성에서 모두 정상에 오른 배우가 되었다.

어릴 적 가수가 꿈, 충분히 준비해서 앨범 낼 계획
드라마가 끝난 다음날인 8월16일 저녁,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종방기념 파티장에서 만난 박신양은 무척 밝은 표정이었다. 두 달여 동안 하루 1~2시간밖에 못 자고 촬영을 하는 강행군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매니저에 따르면 마지막 보름은 인간의 한계를 느낄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하루를 푹 쉬었기 때문일까, 그의 표정엔 여유가 느껴졌다.
평소 인터뷰를 안 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이날도 무척 말을 아꼈다. 축하연 진행을 맡은 사회자가 드라마를 끝낸 소감을 묻자 “홀가분합니다. 최선을 다했기에 아쉬운 것은 없습니다. 재미있게 작업을 했습니다” 하고 짧게 대답했다. 사회자가 다시 “‘파리의 연인’ 속편이나 일일드라마를 만든다면 출연하겠냐”고 묻자 미소만 지을 뿐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이튿날인 8월17일 방영된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을 통해 드라마 뒷이야기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수많은 여성의 마음 뒤흔든 ‘파리의 연인’ 박신양

‘파리의 연인’ 한 장면.


“당분간 한기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는 정은아의 말에 그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전에는 난해한 배역을 맡으면 아예 그 배역에 몰입해버려 드라마나 영화가 끝난 후 헤어나기 힘들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다는 것. 비교적 담담하고 편안하게 한기주 역할을 한 것 같다며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고 한다.
“이젠 배역에 쉽게 빠져들고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부터 한기주를 잊으려고 해요(웃음).”
그는 이번 드라마처럼 옷에 신경을 쓰며 연기를 하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원래 헐렁한 티셔츠에 청바지, 야전 점퍼를 걸치는 스타일이라 처음엔 고생을 하기도 했다고.
“처음엔 옷이 몸에 꽉 끼어 어색하고 움직이기 불편해 고생을 했어요. 그런데 자꾸 입다보니까 오히려 옷이 몸에 긴장을 주는 것 같아 좋았어요. 약간의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한기주의 캐릭터인 것 같아서 연기에 몰입하기도 편했고요.”
그동안 그는 영화에서 지나치게 경직되고 진지하고 까다로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반면 한기주는 긴장된 삶을 살면서도 어딘가 빈 구석이 있는 캐릭터다. 진짜 성격이 어느 쪽에 가깝냐는 정은아의 질문에 “원래 농담도 잘 안 하고, 말도 잘 안 하고, 인간관계도 새로운 사람을 사귀기보다는 알던 사람과 계속 가깝게 지내는 스타일”이라며 “한마디로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분 좋을 때는 애교도 많고 장난도 잘 친다”는 게 함께 출연한 탤런트 김정은의 귀띔. 지치고 긴장된 촬영장 분위기를 곧잘 풀어주는 역할을 하곤 했다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는 질문에 그는 제일 먼저 김정은과 파리에서 춤추는 장면을 꼽았다. 또한 최 이사를 몰아세우는 장면들도 기억에 남는다고.
“15회를 촬영할 때까지 속으로 최 이사가 한기주의 친아버지라면 나중에 한기주가 어떤 기분이 들까, 그렇게 되면 드라마가 재미있겠다는 상상을 하기도 했어요.”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는 파리에서의 부상을 꼽았다. 불어로 인한 스트레스와 밤샘촬영, 시차적응 실패 등으로 무척 힘들었는데 결국 물속에 돈 가방을 던지는 신을 찍다 허리를 다쳐 귀국 후 디스크수술까지 받아야 했던 것. 하지만 이젠 아이스하키를 할 정도로 완전히 나았다고 한다.
방송에서 그는 앨범을 내고 싶다는 수줍은 고백을 하기도 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촬영 중에도 하루에 몇 번씩 아내와 전화 통화하며 사랑 확인
“원래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저도 몰랐는데 얼마 전에 우연히 중학교 때 쓴 일기장을 보니까 가수가 되고 싶다고 썼더라고요. 잘하지는 못해도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와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 충분히 연습을 해서 부끄럽지 않을 때 앨범으로 낼 생각이에요.”

드라마에서 멋진 아이스하키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던 그는 아이스하키와 얽힌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아이스하키부가 있어 배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당시 장비가 너무 비싸 배울 엄두를 못 냈었다는 것. 그래서 경기장에 떨어져 있던 장갑 한 짝을 몰래 가져가 보관하며 아쉬움을 달랬었다고 한다. 그 후 러시아로 유학을 갔는데, 그곳은 아이스하키 장비가 저렴해 장비를 사서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그는 아마추어 클럽에 가입해 활동을 했을 정도로 아이스하키 마니아다.



수많은 여성의 마음 뒤흔든 ‘파리의 연인’ 박신양

그는 또한 남다른 손재주를 가지고 있어 가구를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기도 한다. 이따금 지인들에게 가구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는 그는 지금은 바빠서 직접 제작은 못하지만 살림에 필요한 가구는 직접 디자인을 한다고. ‘파리의 연인’에서도 한기주의 사무실 가구 몇 개는 직접 디자인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는 “세계적인 명품가구와 어깨를 견줄 정도의 가구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야심을 피력하기도 했다.
지난 6월 말 미국에 있던 부인 백혜진씨와 딸 승채가 한국에 돌아와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그는 “가족과 함께 마음 놓고 동물원에 가기도 힘들어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지만 실은 다정한 아빠고 자상한 남편. 숨 가쁘게 이어지는 촬영 스케줄 속에서도 하루에 몇 번씩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는 것. 특히 키스 신이 방영될 때는 짓궂게 먼저 전화를 해서 방송을 본 소감을 물어본다고 했다. 아내가 “좋은데 키스 장면은 좀 그랬어”라고 하면 “연기인데 그런 것 가지고 질투하면 안 되지” 하고 놀려준다고.
또한 그는 드라마가 끝난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17개월 된 딸과 함께 노는 것이라고 했다. 평소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를 껴안고 노는 게 일이라는 그는 “프랑스 현지촬영을 하고 돌아오면서 자전거에 다는 아이 의자를 사가지고 왔다”며 “이제 드라마도 끝났으니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돌아다녀야겠다”고 했다.
“하루에 아빠를 1백 번은 부른대요. 특히 텔레비전에 제 얼굴이 나오면 ‘아빠’ 하며 손으로 가리키고요.”
그는 승채가 어떤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냐는 정은아의 질문에 “건강하게 자라는 것 이외에 다른 소망은 없다”고 했다.
현재 새로운 영화나 드라마 출연 계획이 없는 상태인 박신양은 한 스포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드라마가 끝나면 내게도 조만간 ‘안식년’처럼 오랜 시간 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며 “그때 뉴욕으로 가서 연기에 대한 공부를 마저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유학을 가는 이유에 대해 “뉴욕에서 공부를 마친 뒤 후학들을 양성하고 싶다”며 “완성도 높은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욕심은 많지만 연기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 역시 중요하다”고 했다. 더구나 뉴욕은 그의 처가 식구들이 있어 마음 편히 쉬면서 연기공부를 하기에 딱 알맞은 곳이다.
그가 현재의 인기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 연기 유학을 통해 더 한층 발전된 모습, 또 다른 모습으로 팬들에게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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