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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또다른 도전

연극배우 출신 아내와 연기 아카데미 문 연 김갑수가 말하는 “나의 가족, 꿈, 연기인생…”

“언제나 묵묵히 저를 이해하고 후원해주는 아내 덕분에 오랜 꿈 이뤘어요”

■ 글·김지영 기자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4.08.03 11:53:00

KBS 대하사극 ‘무인시대’에 출연중인 중견배우 김갑수가 최근 대학로에 연기 아카데미 ‘액팅 스튜디오’를 열었다. 연기 지망생들에게 연기를 지도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는 그가 말하는 18년 결혼생활 & 요즘 사는 이야기.
연극배우 출신 아내와 연기 아카데미 문 연 김갑수가 말하는 “나의 가족, 꿈, 연기인생…”

지난 27년 동안 연기 외길을 걸어온 김갑수(47)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대학로에 연기 아카데미 ‘김갑수 액팅 스튜디오’를 연 것. 그가 새삼 연기 아카데미를 문연 것에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는 오래 전부터 꿈꿔온 일이라고 한다.
“연기를 시작한 것도 실은 연기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였어요. 좋은 지도자가 되려면 연기 경험을 많이 쌓고,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받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연기생활을 하다보니 제 꿈을 좀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실현시킬 만한 개인 스튜디오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연기는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빛이 나는데 외적인 매력이나 인기만 믿고 재능을 썩히는 연기자들이 많거든요. 또 연기자는 자신에게 부족한 연기력이나 발성, 동작 등을 집중적으로 익혀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럴만한 곳이 없고요. 그래서 배우 지망생은 물론 그런 연기자들을 위해 만든 거예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액팅 스튜디오를 연 후 연기생활이 더욱 바빠졌다. 현재 KBS 대하사극 ‘무인시대’에 최충헌 역으로 출연하고 있는데다 MBC ‘영웅시대’, SBS ‘토지’, KBS ‘해신’에 줄줄이 캐스팅된 것. 이로 인해 스튜디오를 내내 지킬 수 없는 그를 대신해 운영을 돕고 있는 사람은 바로 연극배우 출신인 동갑내기 아내 현분숙씨다. 지난 86년 그와 결혼한 후 지금까지 한번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소리 없는 내조를 고집해왔던 아내가 스튜디오 운영을 돕겠다고 나섰을 때 그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웠다고 한다.
“아내는 연극을 하다 만났는데 당시 기대주로 꼽힐 만큼 연기를 잘했어요. 하지만 결혼과 함께 연기활동을 접고 가정생활에만 충실했죠. 그래서 저도 연기에 대한 미련이 없는 줄 알았는데 나름대로 아쉬움이 많았던 모양이에요. 제가 너무 바빠서 아내가 스튜디오 운영을 도맡다시피하고 있는데 한번은 그러더군요. 무대와 관련된 일인데다 밖에서 활동하니 젊어지는 기분이라고요.”
연극배우 출신 아내와 연기 아카데미 문 연 김갑수가 말하는 “나의 가족, 꿈, 연기인생…”

딸 아리를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는 밝고 진취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김갑수.


많이 요구하기보다 서로 양보하며 맞춰가는 부부
현씨는 그가 지방 촬영이 많아 일주일에 한 번밖에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데다 하루 두 갑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라 무엇보다 건강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좋은 산천을 보고 있으면 담배맛이 더 나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만 내심 담배를 줄이고 마음의 살을 찌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사실 저는 아내한테 그다지 잘하는 남편은 못돼요. 대신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아요. 그건 아내도 마찬가지에요. 아내는 연기를 해본 사람이라 그런지 제가 촬영 때문에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도 잘 이해해줘요. 그동안 일을 많이 하지 않아서 집에 돈을 많이 갖다주지 못했는데도 투정 한번 부린 적 없고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맞춰가면서 사는 것이 결혼생활이라 많은 기대와 요구를 하면 싸움밖에 안돼요. 부부 간에는 무엇보다 서로 이해해주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아내와 아이에게 좀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황혼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열심히, 후회없이 일하고 싶어요.”
문득 그가 오래 전에 찍은 영화 ‘금홍아 금홍아’와 ‘지독한 사랑’의 정사신이 떠올랐다. 아무리 연기고, 속 좋은 아내라 하더라도 그의 알몸 노출을 반기지는 않았을 듯했다.
“저는 연기니까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내가 한마디 하더라고요. ‘꼭 필요하지 않은 눈요깃 거리의 장면은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출을 줄이더라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지 않냐’고요.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저라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 영화인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를 찍을 때는 벗는 신을 거부했어요. ‘그동안 벗어보니 큰 효과가 없더라. 위는 벗을 수 있다’고 했죠(웃음).”

연극배우 출신 아내와 연기 아카데미 문 연 김갑수가 말하는 “나의 가족, 꿈, 연기인생…”

현재 그는 중학교 2학년생인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부모의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딸 아리는 가수가 되고 싶어한다고. 하지만 그는 딸이 연예계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일했으면 하고 바란다.
“아직 어려서 꿈이 자주 바뀌더라고요. 그림을 잘 그리고 예능에 소질이 있어서 한때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네가 원하면 유학을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가수가 되고 싶대요. 사실 저는 기자가 됐으면 해요. 활동적이고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멋진 직업이잖아요. 또 아이가 글을 잘 써서 상도 받고 그러길래 기자가 되면 어떠냐고 했더니 싫다고 하더군요. 결국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맡겨둘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는 딸 아리를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는 밝고 진취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한 적이 없고,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학원에도 보내지 않았다고.
“저는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둬요. 공부는 학교 교육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부족한 것은 아이가 원하면 배우게 하고요. 학원에 다니지 않으니까 공부를 아주 잘하지는 못해도 뒤처질 정도는 아니에요. 아이의 장기와 개성을 살려주고,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나눔의 집’ 도우미로 일하며 이웃사랑 실천
그는 현재 ‘나눔의 집’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2년전 ‘나눔의 집’ 송경용 신부의 권유로 도우미 활동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전에는 남을 도우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도우미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분들에게 돈보다 더욱 절실한 건 문화생활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점 살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도 돈이 없어서라기보다 마음이 각박해져가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연극이나 공연을 통해 그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어 지난해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사단법인 열린문화를 만들었어요.”
그가 속해있는 사단법인 열린문화는 지난해 지방 10개 도시를 순회하며 장애인과 노인 등 정부에서 생활 보조를 받는 어려운 이웃을 대상으로 연극을 보여주는 뜻깊은 행사를 펼쳤다.
“전에는 굶어 죽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요. 그만큼 복지가 좋아졌는데, 문제는 상대적인 빈곤감인 것 같아요. 다들 자기 살기 급급하고, 끼리끼리 모이려고만 하잖아요.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문화적 혜택도 함께 누려야 해요. 열린문화를 통해 어려운 분들에게도 문화생활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일깨워주고 싶어요.”
그는 ‘나눔의 집’이나 ‘열린문화’의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봉사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연기자는 연기를, 미용사는 미용 기술을, 음식점 주인은 음식을 어려운 이들에게 베풀면 그게 바로 봉사라는 것.
“이제는 잘살든, 못살든 모든 사람들이 봉사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동참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도 미약하나마 그런 풍토가 정착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는 거예요.”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연기자로서의 긍지와 자존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배우 김갑수. 옆집 아저씨처럼 편안하고 평범한 외모를 지닌 그의 연기가 평범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성동아 2004년 8월 4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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