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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첫딸 출산하고 방송 복귀한 강수지

“집에서 아기 키워보니 친정부모님 마음, 전업주부의 고충 알겠더군요”

■ 글·구미화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장소협찬·더 가온

입력 2004.07.05 16:04:00

지난해 5월, KBS 라디오 ‘강수지의 가요광장’을 진행하던 중 임신 사실을 알고 방송활동을 중단했던 강수지. 그가 1년 만에 방송활동을 재개했다. 2001년 깜짝 결혼으로 화제를 모았던 강수지가 들려준 결혼생활 & 사랑스러운 딸 이야기.
지난해말 첫딸 출산하고 방송 복귀한 강수지

지난 90년 ‘보라빛 향기’로 데뷔한 이후 청순미의 대명사로 불려온 가수 강수지(37)가 엄마가 돼서 돌아왔다. 지난해 11월28일 2.8kg의 건강한 여자아이를 출산한 그가 최근 각종 오락프로그램과시트콤에 출연하며 방송활동을 재개한 것. 바람 불면 날아갈 듯 가녀린 몸매가 트레이드마크였던 그도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거치며 어쩔 수 없는 ‘아줌마’가 되었으려니 했다.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그는 여전히 날씬했다.
“임신했을 때 몸무게가 최고 59kg까지 나갔어요. 그때는 얼굴이 통통해져서 정말 보기 좋았는데 아기 낳고 너무 힘들어서 살이 도로 빠졌어요. 평생 처음으로 살이 좀 찌려나 했는데 쭉쭉 빠지더라고요. 임신 전 체중으로 돌아가려면 5kg 정도 남았는데 이건 쉽게 빠질 것 같지 않아요. 더 빠지면 제가 너무 힘들 것 같고요. 아기 보려면 힘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는 2001년 5월, 두살 연상의 치과의사 황정빈씨(39)와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프러포즈는커녕 반지조차 주고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결코 조용히 치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혼인신고에 앞서 같은 해 1월, 동생의 결혼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다가 가족과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간단한 결혼 서약만 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결혼생활 4년째에 접어든 요즘도 결혼식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이 전혀 없다고 한다.
“결혼한 지 10년쯤 됐을 때 파티 같은 걸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때도 물론 결혼식을 하는 건 아니고 그저 편한 차림에 식구들이 모여서 가볍게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면 좋을 것 같아요.”

바깥일 해도 아기 우유 먹이고 목욕시키는 건 직접 해야 마음 놓여
지난해말 첫딸 출산하고 방송 복귀한 강수지

결혼생활을 시작한 지 2년6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강수지는 미국에서 아기를 낳았다. 친정 식구들이 모두 미국에 머물고 있는데다 병원 일로 바쁜 남편을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 미국행을 택했다고. 그런데 미국에 머무는 동안 아기가 잠을 잘 못 자고, 우유를 먹는 족족 토해내는 바람에 그는 산후조리는커녕 너무 힘들어 울기만 했다고 한다.
“친정엄마가 도와주시는데도 너무 힘들었어요. 아기가 잠을 못 자고 뭘 못 먹으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오죽하면 서울에서 이모가 오셔서 세 사람이 아기를 봤겠어요.”
생후 6주 만에 다시 서울로 돌아온 아기는 한국에 와서도 한달 반 동안 엄마를 힘들게 했는데 다행히 생후 3개월째로 접어들면서부터 잠도 잘 자고, 먹기도 잘해 토실토실 살이 올랐다고 한다. 아기의 몸무게는 8.6kg. 생후 12개월 된 아기의 평균 몸무게가 10kg이라고 하니 아기는 비교적 건강한 편이다.
아기 이름은 비비아나. ‘꽉 찬 인생(full of life)’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비비안 리의 비비안과 같은 의미라고 한다. 강수지는 순 우리말로 이름을 지어보려 했으나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던 중 예전에 책에서 본 ‘비비아나’라는 이름이 떠올랐다고. 그의 말을 들은 남편도 “너무 예쁘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지난해말 첫딸 출산하고 방송 복귀한 강수지

강수지는 딸 셋을 낳아 아웅다웅 친구처럼 지내고 싶지만 비비아나를 돌보느라 둘째를 계획할 겨를이 없다고 한다.


“친정 식구들은 비비아나가 제 아기였을 때 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빠를 많이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제가 아기를 안고 있으면 남편도 비비아나가 제 표정을 많이 닮았다고 해요. 제 생각엔 아빠 엄마 반반씩 닮은 것 같고요(웃음).”
다소 늦은 결혼이라 강수지는 결혼 초부터 아이를 갖고 싶어했다. 때문에 지난해 5월, 임신 소식을 접하고는 곧바로 라디오 진행을 그만뒀다. 처음 도전했던 DJ라 아쉬움이 컸을 듯한데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는 아기를 건강하게 낳을 생각밖에 없었어요 . 임신부는 약도 함부로 먹을 수 없으니까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사람들을 많이 접하는 게 겁났거든요.”
임신 초기 입덧이 심했던 그는 임신 중기로 접어들면서부터 다리에 쥐가 나 고생했다고 한다. 통증이 워낙 심했던 탓에 그는 요즘도 “쥐가 나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으면 아기 낳는 건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고.
비비아나가 생긴 뒤로 그의 모든 일상은 비비아나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 5월20일 결혼기념일이자 생일을 맞은 그는 남편에게 생일선물을 받지 않은 대신 딸의 옷장을 사달라고 했을 정도. 비비아나가 생긴 뒤로 요리를 할 시간조차 못낸다는 그는 한달에 한번 동료 연예인들과 모여 맛집을 찾아다니던 것도 중단했다.
“요리를 하기는커녕 남이 해주는 음식도 제때 못 먹는걸요. 맛집 모임도 저녁에 만나는 경우가 많아 아기 낳은 뒤로는 통 못 나갔어요. 저녁엔 비비아나 목욕도 시켜야 하고 할 일이 많거든요.”
도우미 아주머니가 있지만 아기 목욕시키고, 우유 먹이는 건 직접 해야 마음이 놓인다는 그는 간혹 저녁에 스케줄이 잡히면 낮에 아기를 목욕시키고 나온다고.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그대로 쓰러져 자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먼저 아기를 살피게 된다는 그는 “그게 바로 모성애가 아니겠냐”며 웃었다.
방송 때문에 밖에 나와 있는 동안에도 그는 비비아나가 눈에 밟혀 수시로 집에 전화를 걸어 딸의 상태를 확인한다. 이렇듯 온 관심이 비비아나에게 쏠려 있는 지금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고, 굳이 방송활동을 시작한 이유가 궁금했다.
“11월말에 아기를 낳았으니까 실질적으로 얼마 못 쉬었어요. 좀더 쉬려고 했는데 아기랑 있는 게 너무 좋으면서도 가끔씩 좀 우울하더라고요. 그래서 생활에 활력을 주고 싶었어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 아니고, 오락 프로그램 등을 쉬엄쉬엄 하면서 방송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요. 1년밖에 안 쉬었는데도 아기를 낳아서 그런지 아주 오래 쉰 기분이에요. 방송을 너무 오래 쉬었다가 앨범을 내면 제가 적응을 못할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고 당장 음반을 낼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그는 공연을 해보자는 제의도 받았지만 아직은 비비아나를 두고 일에 몰두할 수 없다고 한다. 더욱이 음반 작업은 밤에 진행되는 일이 많아 엄두도 못 낸다고.
“지금처럼 가끔씩 낮에 나와서 일하는 건 상관이 없지만 음반 작업하고, 노래 시작하면 밤샘 작업도 많고, 라디오 생방송도 많아서 아직은 좀 무리일 것 같아요. 비비아나가 말이라도 할 수 있게 되면 그때는 가능할 것 같아요”
누구보다 그의 새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바로 남편이 아닐까 싶다. 남편 황정빈씨는 그의 열성팬으로 2000년 9월 그가 노래를 하고 있던 미사리의 한 라이브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병원 직원들과의 회식 장소를 물색하던 남편이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미사리까지 찾아온 것. 그날 명함을 두고 간 것이 인연이 되어 부부의 연을 맺었다. 요즘도 남편은 차에 그의 CD를 가지고 다니며 그의 노래를 듣는다고 한다.

지난해말 첫딸 출산하고 방송 복귀한 강수지

강수지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그의 남편은 ‘아주 로맨틱하지는 않지만 배려가 깊은 사람’. 요즘도 그를 태우고 운전을 할 때면 항상 타고 내릴 때 문을 열어줄 정도로 자상하다고 한다. 퇴근길에 그에게 전화를 걸어 아기 우유가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뭐 필요한 건 없는지도 챙겨 묻는다고.
“남편은 할머니, 아기 할 것 없이 모든 여자들에게 참 잘해요. 레이디 퍼스트 주의거든요. 차 문 열어주는 건 기본이에요.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남자들이 연애할 때는 잘해주다가 결혼하고 나면 아내에게 소홀해지잖아요. 근데 남편은 오히려 연애할 때보다 결혼한 뒤에 더 잘하는 것 같아요.”

아내 노래 들으며 운전하고, 차 타고 내릴 때 문 열어주는 자상한 남편
다정한 남편이지만 아기를 돌볼 기회(?)는 별로 없다고 한다. 퇴근하고 돌아와 아기를 한번 안아보려고 하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 강수지가 말리기 때문.
“어설퍼 보여서 잠시도 못 맡기겠더라고요. 우유 먹고 아직 트림도 안 했는데 아기를 안으려고 하니까 제가 안 된다고 하죠(웃음). 마음은 있는데 잘 놀아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딸을 대하는 아빠의 마음은 애틋하게 마련. 그는 “벌써부터 남편은 닮은 두 사람이 함께 다닐 생각을 하면서 좋아하는데 나중에 정말 비비아나만 데리고 다니면 샘이 나서 눈뜨고 못 볼 것”이라며 ‘하하’ 웃었다.
강수지와 남편은 애정표현에 적극적인 편이라고 한다. “비비아나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아마 엄마 아빠를 보고 ‘어휴∼ 우리 엄마 아빠는 닭살 커플이야’ 하고 놀릴 것 같다”며 기분 좋은 걱정을 할 정도. 남편은 주말을 대부분 가족과 함께 보내는데 그는 그때마다 아기를 잠시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고 남편과 공원 산책을 한다고.
그는 올해로 91세 된 시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시부모가 계시지만 시할머니께서 남편을 거의 키우다시피 해 함께 지내기로 했다고. 그는 “처음에는 좀 어려웠지만 손자며느리와 증손녀를 아주 귀여워해주신다”며 큰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
가수활동을 하는 동안 10년 넘게 부모와 떨어져 한국에서 혼자 지냈던 그는 요즘 부쩍 미국에 계신 부모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한다. 비비아나를 돌보느라 육체적으로 고되면서도 평생 비비아나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노심초사할 자신의 모습이 벌써부터 그려지기 때문. 그는 “아기를 낳을 때까지만 해도 잘 몰랐는데 막상 길러보니 부모님 마음을 알겠더라”고 말했다.
“엄마가 날 이렇게 예쁘게 키우려고 잠도 못 주무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어려서 많이 울었다고 들었거든요. 엄마가 정말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그는 비비아나가 강하면서도 정이 많은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한다. 학교나 학원에 얽매이지 않고,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가족들이 여행할 기회가 생기면 학교 수업을 빠지더라도 함께 다닐 생각이라고.
아기를 낳고 집에서 주부로 지내다 보니 전업주부의 고충을 알게 됐다는 그. 과거에는 막연히 집에서 아기를 키우고 있으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기를 키워보니 행복한 감정만 느껴지는 게 아니더라고 한다. 아기를 키우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어느 날 문득 40대 50대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 너무 슬플 것 같다고. 그가 서둘러 가끔씩이나마 방송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자신을 잃어가는 듯한 허무함 때문이었다고 한다.
요즘은 일주일에 한번씩 공방을 찾아 도자기 빚는 것도 배우고 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찰흙을 만지고 있다는 그는 비비아나에게 그릇세트를 선물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쌓고 싶다고. 결혼 초 딸만 조르르 셋을 낳아 친구처럼 지내고 싶었다는 그는 지금으로선 둘째를 계획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당분간 비비아나에게 온 정성을 쏟을 생각이라고 한다.

여성동아 2004년 7월 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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