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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궁금한 이 사람

화제의 드라마 ‘불새’ 그림 그린 화가 양승예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조희숙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4.06.10 13:58:00

“호호호, 까르르” 5분 간격으로 웃음을 터뜨리며 오밀조밀 수다를 풀어놓는 품이 영락없이 아줌마다.
MBC 드라마 ‘불새’로 덩달아 ‘뜬’ 동양화가 양승예씨. 전업주부에서 동양화가로 변신한 데 이어 드라마 속 ‘불새’ 그림을 그린 인기 화가로 떠오른 그를 만났다.
화제의 드라마 ‘불새’ 그림 그린 화가 양승예

인기 드라마 ‘불새’의 애청자들인 불새리안(드라마 ‘불새’ 안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신조어) 사이에서 주인공 이서진, 이은주, 에릭만큼 사랑을 받는 ‘불새’ 그림. 덕분에 실제 ‘불새’ 그림을 그린 화가 양승예씨(43)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벌써 홈페이지 용량을 3번이나 늘렸어요. 하루 수백명씩 다녀가니까 자꾸 홈페이지가 다운되더라고요. 요즘은 중고등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불새 그림이 너무 멋있다, 그림엽서를 어디서 살 수 있느냐는 질문이 가장 많아요. 제 그림이 인기가 있다니 기분이 좋아요.”
뒤늦게 ‘팬 관리’를 하느라 분주하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양승예씨. 갑자기 늘어난 방문자들로 인해 홈페이지(gosun.netian.com)가 다운될 정도라며 극중에 등장하는 청춘스타들의 인기가 부럽지 않다고 한다.
MBC 드라마 ‘불새’는 그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드라마. 극중 이서진과 이은주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불새’ 그림이 등장하면서 양씨의 존재가 알려지게 되었다.
불새는 이집트 신화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 서로 엉켜 있는 두 마리의 불새를 그린 그의 그림은 사랑을 갈망하는 극중 이서진과 이은주의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도 드라마에 제 그림이 그렇게 자주 나올 줄은 몰랐어요. 초반에 두 주인공(이서진과 이은주)이 그림을 보고 각자가 추구하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만 나올 줄 알았거든요. 며칠 전 드라마 작가한테 전화가 왔는데 앞으로도 매회 서너번씩은 더 나올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불새 그림은 100호 크기와 엽서 크기의 그림 두 종류. 아크릴화로 그려진 100호짜리 그림은 두 마리의 불새가 서로 비비고 있는 것을 형상화한 것. 한데 엉켜 있는 두 마리의 불새 그림은 서로를 태울 듯한 불꽃도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사랑하는 것처럼 두 마리의 불새가 엉켜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거예요. 그런데 두 마리의 불새를 서로 엉키게 만드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고요.”
양씨가 그린 불새 그림은 동양화가의 그림이라기보다 서양화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색채감과 힘있는 터치가 특징이다. 이는 그가 강렬한 이미지의 불새를 형상화하기 위해 묵 대신 아크릴 물감을 선택했기 때문.
화제의 드라마 ‘불새’ 그림 그린 화가 양승예

그가 ‘불새’ 제작진으로부터 그림 의뢰를 받은 것은 올해 초. 평소 양씨의 팬이었던 드라마 작가 이유진씨의 추천으로 불과 방송을 보름 앞두고 불새 그림을 의뢰받았다.
“의뢰를 받긴 했는데 구상도 제대로 못할 만큼 시간적으로 촉박했어요. 그런데다 1차로 작업을 마쳤는데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빨간 물감으로 칠하고 위에 노란 금가루를 뿌렸더니 촌스러웠어요. 결국 폐기하고 하루 만에 그린 작품이 드라마에 나오는 그 그림이에요.”
초등학교 4학년 때 국제 미술대회에 입상해 일찌감치 바다 건너 미국까지 다녀왔다는 양씨. 어릴 때부터 미술에 재능이 남달랐던 그는 동양화가로서는 드물게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화가다. 지난 5년간 정동문화축제의 단골 초대 작가가 된 그의 대표작은 섬세하게 그려진 300호 크기의 ‘산동마을의 봄’.

화제의 드라마 ‘불새’ 그림 그린 화가 양승예

드라마 속 불새 그림 덕분에 중고생 팬들이 생겼다는 양승예씨는 대중에게 친숙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그는 전업주부 출신의 동양화가. 결혼 후 육아에만 매달려온 그는 틈틈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술지도를 해오다 지난 98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입선하면서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수요일과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화실에 나가요. 아침에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면 저녁시간까지는 제 시간이죠. 화실에 있을 때는 집안일은 완전히 잊어버려요. 아이들한테 신경을 많이 못 써줘서 늘 미안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엄마 인생도 중요하다며 이해해줘요.”
대신 집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완벽한 주부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양승예씨. 요리부터 집안 인테리어, 똑 부러지는 살림솜씨까지 가족은 물론 주변에서도 인정할 정도라고 한다.
“남편이 술손님을 집으로 자주 모시고 와요. 그때는 집안에 있는 예쁜 그릇을 총동원하고 최대한 요리솜씨를 발휘하죠. 집을 비울 때는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하다는 짧은 편지를 써놓고요.”
그는 LG건설 중역으로 재직중인 남편과 올해로 결혼생활 20년째. 남편 임춘희씨는 고시공부를 포기하면서까지 그에게 구애를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큰 고비 없이 단란한 가정을 이끌어온 비결을 묻자 그는 각자의 생활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것이 금실 좋은 부부로 살아가는 노하우라고 털어놓는다.
늦게 화가의 길로 들어선 탓일까. 창작활동에 목마르다는 양씨는 6월에 있을 개인전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국화라고 하면 대체로 섬세한 산수화를 떠올리잖아요. 저는 강렬한 터치나 색채감이 강한 그림들이 좋아요. 제 그림을 처음 본 사람들이 남자로 오해할 정도로 터치가 강하죠요. 제 그림의 테마는 미래예요.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을 표현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바예요.”
정동문화축제를 통해 적지 않은 마니아를 갖게 되었다는 양승예씨. 그의 팬들은 학생부터 호호 할머니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고 한다. 언젠가 그에게 그림을 배운 팔순 할머니가 동양화를 그리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는 그는 대중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리고 좀더 나이가 들면 일반인들이 미술을 배우거나 감상하는 일에 길잡이가 되고 싶다고 한다.

여성동아 2004년 6월 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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