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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여성동아 독자가 다녀왔어요

독자 김미경 주부의 일본 돗토리현 여행기

“별을 보며 노천 온천욕 즐기는 정겨운 시골마을”

■ 기획·조득진 기자 ■ 글 & 사진·김미경 ■ 촬영협찬·일본 돗토리현, 투어 2000

2004. 04. 07

서울에서 비행기로 한시간이면 도착하는 일본 돗토리현은 온천과 가족 휴양지로 유명한 곳. 경치는 우리나라 동해안 여느 마을과 비슷하지만 일본 특유의 문화가 한껏 배어있는 곳이다. 지난해 12월호 <여성동아> 독자 사은 대잔치 ‘독자초청여행’에 응모해 당첨된 김미경 주부가 남편과 함께 지난 2월23일부터 3박4일간 돗토리현을 다녀왔다.

독자 김미경 주부의 일본 돗토리현 여행기

온천과 가족 휴양지로 유명한 일본 돗토리현은, 강원도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곳. 특히 내가 사는 춘천시와 미술, 스포츠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져 꼭 가보고 싶은 도시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더니 드디어 내게 큰 행운이 찾아왔다.
남편과 단둘이 여행을 떠나기는 결혼 13년만에 처음이라서 신혼여행 가는 신부 마냥 마음이 설레기도 했지만, 3박4일 동안 아이들을 떼놓고 가자니 걱정과 미안함이 앞섰다. 아이들은 말로는 “잘 다녀오라”고 했지만 엄마 아빠랑 며칠 동안 떨어져 있을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는 눈치였다.
가기 전날 들뜬 마음과 내일 혹시 늦으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 때문에 몇 번이나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새벽 5시30분에 춘천에서 출발한 우리는 오전 11시40분 인천공항을 떠나 오후 1시에 요나고 공항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공항에 비치된 한글로 된 돗토리 안내 책자. 그걸 보니 일본이라는 나라가 먼 나라가 아니라 가까운 이웃처럼 느껴졌다.
한국인이 처음 표류한 한·일 우호교류공원에 세워진 전적비와 유에미나도 공원 안에 있는 역사관에서 한복과 우리나라 문화를 소개한 것을 보면서 그런 느낌은 강해졌다. 43m나 되는 유에미나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잊을 수 없는 장관이었다. 전망대에서 호텔로 향하는 꼬불꼬불한 길과 푸른 바다빛, 바닷가에 서있는 소나무는 마치 우리나라 동해안 어느 마을인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우리는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 하마무라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이라고 해서 침대 방을 예상하고 들어갔는데 전통적인 일본 다다미방이었다. ‘한국 하면 온돌방, 일본 하면 다다미방’이라는 걸 왜 생각지 못했을까? 다다미방은 습기가 많은 일본 기후 때문에 생겨났다고 한다.

일본 최대의 사막 돗토리 사구도 보고 족욕탕 체험도 해
독자 김미경 주부의 일본 돗토리현 여행기

미즈키시게루 거리에 있는 요괴 조각상. 거리에 요상하고 앙증맞은 요괴 조각들이 많다.


저녁을 먹고 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온천시간. 일본에서는 남녀가 같이 탕에 들어가는 혼탕도 자연스럽다고는 하나 투숙객이 거의 한국사람이었기 때문에 여자와 남자들이 따로 시간을 정해 놓고 탕에 들어갔다. 시원한 밤 공기와 함께 별을 보면서 노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나니, 하루의 피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둘째날은 ‘20세기 배 기념관’에 들러 일본 배는 물론 배로 만든 과자, 배로 만든 주스를 맛보았다. 배로 과자를 만들다니 참으로 신기하기만 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물건 계산법이 다름을 아카가와리 마을에서 쇼핑하면서 실감했다. 일본 간장이 맛있다고 해서 두 병을 샀는데, 가격표에는 800엔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거스름돈이 모자라서 물어봤더니, 가격표에는 세금이 포함되지 않아 따로 5% 세금을 붙여서 받는다고 했다.
점심은 뷔페식으로 삼겹살, 생선 초밥, 회, 해산물, 과일 등을 양껏 먹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것을 보고 소식을 하는 일본사람들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음식 먹는 것에서도 문화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독자 김미경 주부의 일본 돗토리현 여행기

① 시골 간이역 정취가 풍기는 병촌역. 역앞 광장에는 족욕탕이 있다. <br>② 일본 최대의 플라워 파크인 ‘하나 카이로’ 앞에서. <br>③ 아카가와리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스모선수 동상 앞에서.


셋째날 일본의 최대 사막이라고 하는 돗토리 사구에 들러 낙타 구경도 하고 장화를 빌려 신고 모래사막을 거닐었다. 또 프랑스식으로 지은 건물인 인풍각에서 안주인처럼 사진도 찍고, 장난감 백화점에 들러 아톰, 몬테소리 교구 등 다채로운 장난감을 보고 만지고, 일본 동요와 동화도 감상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왔으면 굉장히 좋아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우리가 묵은 돗토리현에서는 화려한 밤 문화를 보기 힘들었다. 카페와 상점이 오후 8시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내기가 너무 아쉬워 밤 12시가 넘은 시각에 남편과 낮에 봐두었던 병촌역 광장에 있는 족욕탕을 찾아 발을 담갔다.
아침식사를 하고 짐을 챙겨 호텔을 나오는데, 전 직원이 나와서 버스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해 주었다. 국적은 달라도 이별이 아쉽기는 마찬가지인가보다.
중국 정원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엔초엔 정원, 수백 종류의 꽃이 만발한 플라워 파크, 자스코 쇼핑센터, 요나고 공항으로 가는 중간에 미즈키시게루의 거리에서 본 요상하고 앙증맞은 요괴조각들은 3박4일 동안 행복한 추억 쌓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시골의 정취를 흠뻑 느끼게 해 준 돗토리현 여행은 일본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해산물을 넣고 튀긴 어묵과 대게, 식후에 마시는 녹차는 여행의 즐거움을 배로 느끼게 해주었다. 활짝 핀 벚꽃을 보면서 돗토리현의 이른 봄이 부러워지기도 했다.
여행을 통해서 감사할 대상이 너무 많음을 느꼈다. 바쁜 가운데도 흔쾌히 휴가를 허락해준 원장님과 기쁜 마음으로 내 빈자리를 메워준 직원들, 아이들을 돌봐준 부모님, 우리 부부 사진을 열심히 찍어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코감기에 걸려 눈물 콧물을 흘려가면서도 열심히 안내해준 오승은 가이드와 부부애를 돈독하게 쌓게 해준 <여성동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김미경 주부는…92년 두 살 연상의 김희문씨와 결혼해 초등학교 6학년, 3학년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두고 있는 김미경 주부(39)는 현재 이비인후과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평소 온천과 사우나를 좋아해 일본 온천여행을 꿈꿔왔는데 이번 ‘여성동아’에 당첨되어 너무나 기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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