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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배우로의 변신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몸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 선보인 김하늘

■ 글·조득진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4. 03. 04

청순 가련한 이미지의 김하늘이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이후 코믹 배우로 대변신하고 있다.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실제의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친 것. 어느덧 진짜 ‘배우’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는 그를 만났다.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몸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 선보인 김하늘

편안한 니트에 청바지 차림이 아니었다. 영화를 통해 달라진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듯 강렬한 빨간색 모자에 짧은 주름치마, 흰 재킷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한껏 발랄한 모습이었다.
김하늘(26)의 스크린 공략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이후 올초 ‘빙우’에 이어 2월에는 ‘그녀를 믿지 마세요’까지 개봉한 것. 지난해 ‘동갑내기…’로 이제까지의 ‘청순 가련형’ 이미지에 반기를 들었던 그는 이번에는 아예 사기꾼으로 변신, 능청스러우면서 밉지 않은 연기를 펼쳤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욕심이 많이 나는 작품이었어요. 제 마음껏 연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 만큼 연기 욕심도 많이 부려 열심히 찍었어요.”
청순 가련형으로 알려져 있지만 보신탕, 곱창 등 못 먹는 음식 없어

영화 ‘빙우’에서 두 남자와 가슴 아픈 사랑을 나눴던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발랄하고 당당한 표정이었다. 이번 영화와 자신의 연기에 자신 있는 모습.
영화에서 그는 교도소에서 가석방된 뒤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순박한 시골 약사 강동원의 집을 찾아가 약혼녀 행세를 하는 프로 사기꾼으로 등장한다. 결혼하는 언니를 위해 교도소 안에서 깎은 기러기 조각을 강동원이 가져간 것으로 오해해 그것을 찾을 때까지 머물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결국 여러 사건을 벌이다가 강동원과 사랑의 싹을 틔운다.
“여배우라면 누구나 욕심낼 만한 배역이에요. 사기치는 코믹한 부분에 멜로적인 요소도 들어 있어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동갑내기…’ 때는 권상우씨에게 주눅든 역할이었지만 이번엔 마음껏 윽박지를 수 있어 좋더군요(웃음).”
그는 이번 영화에서 달리는 기차를 잡기 위해 하이힐이 부러져라 뛰어가고, 창문으로 몰래 도망치려다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신세가 되는가 하면, 삼류 나이트클럽 댄서 차림으로 촌스런 가무를 펼치는 등 몸 사리지 않은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그의 이런 모습은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 드라마 ‘해피투게더’ ‘햇빛 속으로’ ‘피아노’로 청순 가련형의 ‘표본’이 되었던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의 잠재된 끼를 활짝 내보였다.
“예전에는 멜로 연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청순하다, 나쁘게 말해 청승맞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웃음). 또 그런 배역만 주어졌고요. 하지만 코믹 연기를 하니 뭐든 많이 발산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더군요.”
그에게는 ‘청순’ ‘청승’ ‘내숭’ ‘새침데기’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다녔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이자 겉모습만을 보고 판단한 편견’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노래방에 가면 절대 마이크 안 놓고, 보신탕 곱창 닭가슴살회 등 못 먹는 게 없는 털털한 성격인데…. 드라마 ‘로망스’와 영화 ‘동갑내기…’에서 그렇게 망가졌는데도 관객들은 여전히 저에 대한 이미지를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몸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 선보인 김하늘

영화 ‘그녀를…’의 배형준 감독은 김하늘을 “밑바닥 인생의 슬픔만 표현할 수 있다면 크게 될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배우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는 그는 현재 공포영화 ‘령’을 촬영중이다. 옆은 함께 출연한 강동원.


사실 그는 호리호리한 몸매와는 달리 시원시원한 성격에 강한 체력을 가졌다. 한번 분위기를 타면 흥에 젖어 주변 사람들을 압도하는 기분파. ‘동갑내기…’에서 전교생앞에 나서 코믹하게 ‘성인식’을 부르던 장면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순간 돌변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최근 전국 관객 1천만명을 넘어선 영화 ‘실미도’와 무서운 속도로 최단기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우고 있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등 블록버스터 사이에 끼여 개봉하는 데 대한 부담은 없는지 묻자 돌아오는 대답이 씩씩하다.
“요즘 개봉하는 국내 영화들이 대작이어서 걱정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영화들과는 장르도 다르고, 또 정말 재미있고 잔잔하게 만든 작품이니까 관객의 반응이 좋을 거라고 믿어요.”
그는 요즘 코믹 배역 캐스팅 1순위로 지목되고 있다. 기존에 자신에게 덧씌워진 ‘청순 가련형’ 이미지를 벗고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첫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보았어요. 촬영할 땐 몰랐는데 부족한 것이 참 많더군요. 하지만 제게 주어진 기회는 아직 많다고 생각해요. 늘 가능성 있는 배우, 연기 폭이 넓은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신세대 스타를 넘어 ‘연기에 맛들인 배우’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는 김하늘. 그의 활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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