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2002, 캔버스에 아크릴, 91×73cm
원하는 대로 꿈을 꿀 수 있다면,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오늘밤 당장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싶은가?
나는 우선 서른살쯤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고 싶다. 그래서 착하고 성실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한번 해보는 거다. 이왕 꾸는 꿈, 돈 많고 잘생기고 여자 비위 또한 기차게 맞춰주는 사람이 좋겠지? 아니, 꿈속에서도 나는 안전제일주의를 지향하련다. 그토록 괜찮은 사람이 꿈이 끝날 때까지 내 곁에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되는 꿈은 어떨까? 아니다. 골치 아플 정도로 많은 돈을 갖고 그 짧은 꿈 속에서 허둥댈 필요가 있을까?
꿈을 꾸고 싶은 대로 꾼다는 것은 자신이 대본을 쓰고 감독을 하고 주연을 맡는 영화 한편을 찍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한다. ‘돈을 갖고 튀어라’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고, ‘왕과 나’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추억의 명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아웃 오브 아프리카’나 ‘닥터 지바고’의 주인공역을 해보는 건 어떨까?
아주 고통스러운 상황을 꿈에서 겪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일지 모른다. 깨고 나면 지금 나에게 주어진 상황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꿈이란 역시 즐거워야 제 맛이다. 오늘은 근사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되어 빙판 위를 멋지게 나는 꿈을 꾸고, 내일은 발레리나가 되어보는 거다.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내 어린 날의 아버지를 꿈 속에서나마 만날 수 있다면? 바야흐로 세상은 멋진 신세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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