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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황주리의 그림 에세이

점을 보러 가시나요?

2004. 02. 03

점을 보러 가시나요?

자화상, 2000, 캔버스에 아크릴, 91×73cm


또다시 2월입니다. 다른 달보다 짧아서 더 빨리 가는 달, 귀인을 만나 만사형통하리라는 정초에 본 토정비결의 뻔한 구절이 어느새 슬슬 잊히는 달입니다. 우리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또 씩씩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문득 취미로 점을 보러 다니던 대학 시절이 떠오릅니다. 그 시절 무엇이 그렇게 궁금했는지 툭하면 점을 보러가곤 했습니다. 살다 보면 운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재수가 좋은 사람은 막 도망을 가도 등 뒤에 돈이 철커덕 붙는다는군요. 반면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참 신기한 것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이제나 저제나 점집을 찾은 여대생들이 빼놓지 않고 묻는 것이 결혼운입니다. 언제는 그렇지 않았으랴마는 결혼도 일종의 취직이라 ‘결혼고시’라 부른다는군요. 솔직히 저는 그 시절 결혼이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습니다.“제가 화가로 성공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을 때, 어느 역술인 한분이 예술가로 크게 성공하지 않으면 자기 손에 장을 지진다고 하더군요. 그 말 한마디가 제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희망을 주는 말 한마디, 비록 그 말이 맞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인생에 작은 촛불 하나 켜준다면 역술인의 보람이 아닐까 합니다.
불경기일수록 점집이 잘 되는 법이지요. 요즘은 역술인 자격증을 따 전문 점술가가 되려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점 같은 거 보러가지 않아도 그 마음 하나에 행복과 불행이 다 담긴, 모든 사람들의 행복한 내일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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