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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새로운 출발

솔로 음반 내고 3년 만에 컴백한 클론의 멤버 구준엽

“3년 동안 실직했다 복직한 기분, 원래와 무대에 오를 올여름이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 글·김지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4.01.05 14:05:00

강원래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자 활동을 중단했던 클론의 멤버 구준엽.
최근 그가 첫 솔로앨범을 발표하고 가요계로 돌아왔다. 데뷔 8년 만에 처음으로 홀로 무대에 선 그가 친형제나 다름없는 단짝친구 강원래와의 특별한 우정과 공백기 동안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솔로 음반 내고 3년 만에 컴백한 클론의 멤버 구준엽

클론의 멤버 구준엽(35)이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솔로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을 재개한 것. 찬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겨울의 문턱에서 만난 그는 오랜 공백을 깨고 컴백한 감회가 남다른 듯 “3년 동안 실직했다가 복직한 기분”이라고 했다.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형광등’ 머리에 구릿빛 근육질 몸매, 직접 디자인한 밀리터리룩, 힘이 넘치는 화려한 댄스. 데뷔 후 처음으로 솔로로 나선 그에게서는 클론으로 활동할 때와는 또 다른 남성미가 물씬 풍겼다.
“솔로 앨범인 만큼 저만의 개성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의상, 음악, 재킷 사진에도 남성적인 매력을 더 강조했고요. 남자는 남자답고, 여자는 여성스러운 게 좋거든요.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몸을 날렵해 보이도록 만들었어요. 춤은 타이틀곡인 ‘도피’의 전주가 러시아풍이라 제식 훈련처럼 절도 있는 동작으로 만들었죠. 원래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무척 맘에 들어하더라고요. 어쩜 그렇게 자기와 ‘필’이 딱딱 맞냐면서요.”

단짝친구 강원래 사고 후 술로 방황의 나날 보내
강원래가 사고를 당한 후 활동을 접었던 그가 앨범 준비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부터. 강원래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며 복귀 시기를 미루다 강원래의 보험금 문제가 해결되고 결혼, 재기 계획 등의 기쁜 소식을 접하면서 솔로 음반을 내기로 결정한 것.
하지만 그의 솔로 활동이 클론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이니셜을 딴 이번 앨범의 타이틀 ‘K’에 영원한 클론이라는 의미를 담았듯 그는 여전히 클론의 멤버다.
“솔로 앨범으로 2월까지 활동하고 그 다음에는 원래와 함께 클론 앨범 작업에 들어갈 거예요. 그동안 원래는 사고 후유증으로 폐활량이 떨어져서 노래하기가 힘들었는데 이번 앨범 수록곡 ‘오빠생각’을 함께 녹음하면서 클론으로 복귀해도 되겠다는 결론을 냈어요. 원래가 몸이 불편해서 자주 무대에 오르기는 힘들겠지만 여름에는 클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솔로 음반 내고 3년 만에 컴백한 클론의 멤버 구준엽

부모님의 이혼으로 사춘기 시절 방황하면서 노래와 춤에 빠졌다는 구준엽.


학창시절부터 20년 가까이 강원래와 실과 바늘처럼 붙어다니며 동고동락을 해온 구준엽. 그는 여러 사람에게 마음을 나눠주기보다는 좋아하는 한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애정을 쏟는 스타일인데 그에게 단짝친구 강원래는 바로 그런 존재다.
“우리는 친형제나 다름없어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죠. 아무리 친구여도 그렇지, 같은 날짜에 입대해서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다가 같은 날짜에 제대하는 사람이 어디 흔한가요? 그건 나라에서 정해주는 거지, 우리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정말 우연이라고만 볼 수 없는 그 이상의 뭔가가 있는 느낌이에요. 떨어져 있어도 항상 같이 있는 느낌이죠.”

솔로 음반 내고 3년 만에 컴백한 클론의 멤버 구준엽

지난 2000년 강원래에게 갑작스럽게 닥친 불행은 그에게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강원래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게 가장 가슴아팠다고 한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강원래의 병석을 지키는 김송이 기운을 낼 수 있도록 위로하고 돌봐주는 것뿐이었다.
“원래가 깨어나면 가장 먼저 송이를 찾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원래가 일반 병실로 옮길 때까지 한달 동안 송이와 밥도 같이 먹고, 말벗도 돼주었어요. 그 당시에 송이에게 격려 편지도 줬어요. 지금까지 편지를 서너 번 쓴 것 같은데, 여자친구한테도 쓴 적이 없는 편지를 송이한테 보냈죠. 하하하.”
강원래가 의식을 찾고 재활치료를 받으며 재기의 의지를 불태울 때도 그는 술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방황의 나날을 보냈다. 하반신이 마비돼 가수 활동이 불투명해진 강원래를 두고 솔로로 나선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캐릭터 디자인, 의류 사업 등을 하면서도 ‘혼자 무대에 서지 않겠다’는 의지만큼은 굽히지 않았다.
“항간에는 제가 나다니지 않으니까 자폐증에 걸렸다는 얘기도 나돌았대요. 대인기피 증세가 좀 있었거든요. 친구는 그러고 있는데 사람들과 어울려 다닌다는 게 내키지 않아서 집에 틀어박혀 있었어요. 가족들은 그런 저를 걱정스러워하면서도 묵묵히 지켜봐주셨어요. 어려서부터 뭐든 제가 알아서 해왔으니까 잘할 거라고 믿어주신 것 같아요.”

가수라는 직업과 건강의 소중함 새삼 깨달아
그는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즐기자’는 각오로 현실을 인정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끔찍했던 상황이 차츰 견딜 만해졌다고 한다.
“군대에서 참 많은 것을 배웠어요. ‘악으로 깡으로’, ‘피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즐겨라’ 등의 말도 그때 배웠는데 정말 명언이에요. 원래도 저처럼 안되는 일은 금방 털어버리기 때문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열심히 활동하는 원래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에요.”
놀랍게도 그는 강원래에게 걱정하는 기색을 보인 적이 없다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전화해 아픈 데는 없는지, 힘들지는 않은지 꼬치꼬치 묻고 싶었지만 일부러 자제했다고.
“통화할 때도 전과 다름없이 담담하게 대했어요. 괜한 말로 상처를 주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렇다고 저희 사이에 변한 건 없어요. 여자들은 끊임없이 관심을 보여주고, 자주 어울려야 진짜 우정이라고 생각하지만 남자들은 달라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삐치는 일도 없고, 내일 뭐할 건지 궁금해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정말 필요할 때는 서로 통해요. 몇년만에 만나도 어색해하지 않고,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은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죠.”
그는 지난 3년간 인기와 돈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친구와 신의를 끝까지 지키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가수라는 직업과 건강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고.
“그동안 클론을 걱정해준 팬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원래가 빨리 기운을 차릴 수 있었던 것도 팬들의 성원 덕분이에요. 무엇보다 절실히 느낀 것은 우리가 장애인들에게 너무 무관심했다는 거예요. 친구 때문에 알게 됐지만 장애인들이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게 살아가는지 헤아려줘야 해요. 선진국에서 장애인을 무조건 우대해주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우리도 하루 빨리 그런 사회를 이루었으면 좋겠어요.”

솔로 음반 내고 3년 만에 컴백한 클론의 멤버 구준엽

지난해 11월 결혼식을 올린 강원래와 김송을 누구보다 축복해주었던 주인공 구준엽. 요즘 그는 부쩍 결혼 계획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더욱이 그는 그동안 돈을 버는 족족 열심히 모아온, 준비된 신랑감이다.
“돈은 필요한 데 쓰기 위해 안 쓰는 것뿐, 짠돌이는 아니에요. 가장 많이 지출하는 항목이 의상비인데, 명품이나 브랜드는 따지지 않는 편이라 외국에 나갈 때 싸고 특이한 옷으로 여러 벌을 구입해요.”
현재 사귀는 여자친구가 없다는 그가 찾는 여성상은 김송 같은 여자. 강원래와 김송의 사랑을 지켜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이 높아진 탓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랑보다 조건을 우선시하는 요즘, 애인에게 불행이 닥쳐도 끝까지 함께할 수 있는 여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으리란 것을 그도 잘 알고 있다.
“송이는 정말 대단한 여자예요. 두 사람의 사랑이 부러울 뿐이에요. 사실 어릴 때는 이상형이 있었지만 지금은 나이가 많든, 적든 간에 뜻이 잘 통하고 마음이 맞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어요. 서로 도와주고 의논 상대가 될 수 있는 친구 같은 여자가 좋거든요. 일하는 여자도 좋아요. 자기 일을 갖고 있으면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남편의 마음을 많이 헤아려줄 것 아니에요. 가장 좋은 상대는 연예인인 것 같아요. 서로 일하는 패턴을 잘 아니까 이해의 폭이 넓어서 그런지, 실패하는 경우도 별로 없고요.”
솔로 음반 내고 3년 만에 컴백한 클론의 멤버 구준엽

강원래가 결혼한 후 부모님까지 “언제 장가 갈 거냐”고 재촉하지만 나이나 주위의 등쌀에 밀려 억지로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특히 오랜만에 활동을 재개한 만큼 당분간은 일에만 매진하고 싶다는 그는 경제적으로 좀더 안정된 기반을 갖춘 후에 결혼을 생각해보겠다고.
“부모님이 결혼에 실패하셨는데 저는 자식들에게 그런 아픔을 주고 싶지 않아요. 부모님이 남남으로 갈라서는 것을 지켜보면서 사춘기 시절 많이 방황했어요. 제가 춤추고 노래하게 된 것도 그 영향이 커요. 그런 아픔을 안고 살자니 갑갑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것을 그림, 춤 같은 예능적인 끼로 풀었는데, 다행히 잘 풀려 가수가 됐어요. 부모님의 이혼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커요. 아무리 부부가 맞지 않더라도 아이를 생각해서 신중하고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봐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온 구준엽. 그동안 열망해온 클론의 복귀가 이뤄지는 2004년 새해를 맞아 그는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 모두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의 불행을 함께 나누며 ‘가장 행복한 삶은 아침에 눈떠 저녁에 잠들 때까지 무사하게 보내는 것’이라는 인생의 진리를 터득한 까닭이다.

여성동아 2004년 1월 4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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