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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참된 대화를 위한 시간

‘성숙한 부부 대화법’전도 나선 연세대 연문희 교수

“갈등 이겨내는 의사소통의 기술이 부부 관계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 글·이영래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3.12.10 15:12:00

연세대 교육학과 연문희 교수가 부부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화법을 연구, 소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중매로 결혼한 후 처음 3년간 많은 갈등을 겪었다는 그는 당시 자신의 문제를 풀기 위해 연구를 시작, 해법을 찾은 후 부부관계에 대한 고민들을 정리해왔다고 한다. 그가 제안하는 참 만남을 위한 부부 대화법을 소개한다.
‘성숙한 부부 대화법’전도 나선 연세대 연문희 교수

연문희 교수는 “부부관계에도 애프터서비스가 필요하다”며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법을 제안했다.


연세대 교육학과 연문희(60) 교수가 ‘참 만남을 위한 한쌍의 대화’(학지사)라는 책을 펴냈다. 지난 1년여간 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부부관계’라는 과목을 개설, 강의를 해온 그는 좌석이 부족해 옆 강의실에서 책상과 의자를 빌려와 수업을 해야 할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자 자신의 연구 내용이 보다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 책을 내게 됐다고 한다.
“사실 저도 부부문제로 많은 갈등을 겪고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부부는 결혼하기 전 교제 기간이 길면 길수록 결혼하고 갈등이 적은 편인데 전 서른네살에 중매를 통해 4개월 교제하고 결혼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결혼하고 한 3년간은 갈등과 싸움의 연속이었죠. 이건 잘못된 결혼이었나 보다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제 문제 때문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부부 관계에 대한 여러가지 연구나 제언들을 찾아보면서 해법을 찾은 거죠.”
신혼 시절, 겪었던 부부 갈등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할 만큼 심각한 고민거리였다. 서른넷.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한 터라 원숙한 결혼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나름대로 자신했건만 부인과 하는 대화는 끊임없는 단절의 연속이었고, 싸움의 시작이었다. 당시 그가 심각한 고민 끝에 얻어낸 결론은 부부간의 싸움에도 두가지 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건설적 싸움과 파괴적 싸움. 그의 표현을 빌리면 “하루 종일 싸운 뒤 눈물 흘리며 서로 껴안고 자는 싸움은 건설적 싸움이고, 밤새 싸운 뒤 아침 굶고 일터로 나가는 싸움은 파괴적 싸움”이라고 한다.

신혼 3년 동안 싸우며 부부 대화법 터득해
“건설적 싸움을 하는 요령은 사실 간단합니다. 말 뒤의 감정을 이해해야 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싸움을 할 때 꼭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져요. 가령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싸울 때도 그러잖아요. 뭔가를 따지고 있는데 ‘어, 지금 뭐라고 했어?’하면서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죠. 부부 사이에도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러면 안된다는 거예요. 감정적인 싸움을 벌일 게 아니라 말 뒤에 숨어 있는 감정을 이해하고 살펴서 ‘당신 나에게 섭섭했구나’ ‘당신 내게 실망했구나’ 하고 응답하면서 대화를 이끌어내면 서로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화해에 이를 수 있죠. 이게 바로 건설적 싸움입니다.”
결론을 말하면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입장에서 대화를 이어나가면 건설적 싸움이 된다고 한다. 파괴적 싸움은 끊임없는 반목 끝에 감정적인 골만 깊게 하는 것이라고.
“오히려 싸움이 부부관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저나 집사람이나 서로 평소에는 점잖아서 상대의 적나라한 모습을 볼 수 없었어요. 처음 파괴적인 싸움을 할 때는 그런 모습에 놀라고 실망했는데, 건설적인 싸움을 하게 되니까 서로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겁니다. 부부 사이에 무엇보다 필요한 게 대화이고, 또 올바른 대화법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걸 절실히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
부부 불화는 자녀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부부관계가 나빠지면 서로 자녀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는데 이것이 곧 가정 갈등의 양상으로 나타나게 되고,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해져 문제 행동을 일으키게 된다.

‘성숙한 부부 대화법’전도 나선 연세대 연문희 교수

결혼 후에도 부부는 각자 변한다. 상대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배우자를 사물처럼 생각하는 것. “대화가 단절된 부부는 어느 순간 너무나 변해버린 배우자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이혼을 생각하게 된다”며 연교수는 끊임없는 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렇다면 부부간 대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연교수는 대화에는 다섯 단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1단계 대화는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대화다. 보통 일상적인 인사말 정도의 대화, 즉 “잘 잤어요?” “식사는 했어요?” 등의 대화이고, 2단계는 정보나 사실을 공유하는 차원의 대화로 “당신의 양말은 둘째 서랍에 있다” “내일 출장 가면 3일 후에 올 거야” 하는 등의 대화다. 보통 현대사회에선 1, 2단계의 대화만을 주고받고 사는데 이래선 하루 2분 이상의 대화를 이어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그리고 상대의 고민이나 생각을 서로 이해할 수도 없다.
“정작 필요한 3, 4, 5단계의 대화는 거의 하지 않아요. 3단계 대화는 생각이나 견해를 교환하는 차원의 대화입니다. ‘여보, 술을 줄여야겠어요’ ‘당신은 씀씀이가 나보다 더 헤퍼요’ 등의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고 상대의 입장을 확인하는 대화죠. 그리고 4단계는 사사로운 감정을 표현하는 차원의 대화인데, ‘여보 당신이 술을 많이 드시니 난 속상해요’ ‘당신 씀씀이가 너무 커서 나는 걱정돼요’ 등 자신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대화입니다. 마지막으로 5차원의 대화는 서로 공감하는 차원의 대화입니다. 상대방의 남다른 경험세계를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이해해주는 대화인 거죠.”

인간관계·부부관계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
부부관계가 좋아지려면 대화시간을 늘리고 점점 고차원적인 대화로 진행해가야 한다는 게 그의 부부 대화법의 요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굳이 대화법까지 배워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인간관계가 점점 뒤틀어지고 있어요. 대화가 단절되고 사람들은 고립됩니다. 친구도 없고, 개별적이고 고립적인 삶을 삽니다. 한때 일본에서 사회적 교류 없이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캡슐형 인간’이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는데 우리도 점점 그렇게 돼가고 있어요. 이렇게 성장한 비사회적 인물들이 만나 결혼을 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이젠 일종의 사회화 교육으로 부부관계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겁니다.”
앞으로 부부 갈등 문제는 더욱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연교수의 진단이다. 인간관계가 뒤틀어지면서 비사회적 인간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긴장이나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노하우나 경험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이런 사람들이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루면 역시 사소한 갈등을 이기지 못해 이혼이란 선택을 하게 된다고 한다.
왜 이렇게 돼가는 걸까? 그는 현대사회를 ‘일 중심의 사회’라고 규정한다. 생산성 경쟁이 치열하고 성취지향적인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일 중심의 삶을 살게 된다. 가족끼리의 오붓한 시간, 삶의 행복을 즐기기보다 성공이라는 허명을 좇아 사무적이고, 능률적이고, 물량주의적인 삶을 강요당하는 것. 그렇게 일에 매몰돼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사람들간, 부부간의 대화 시간도 나날이 줄어들게 된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부들의 대화시간이 하루 평균 2분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관계 속에서 부부 사이가 유지된다면 그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성숙한 부부 대화법’전도 나선 연세대 연문희 교수

“요즘 이혼율이 점점 높아지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어요. 우리 사회가 일 중심의 사회이다 보니 인간관계가 붕괴되어 간다는 데 그 첫째 원인이 있고, 둘째로 경제적으로 보면 여성의 경제적 자립이라든지 가정내 발언권이 역사 이래 가장 커진 시대라는 점도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의식의 변화가 시대의 변화를 채 따라가지 못하니까 남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혼에 대한 잘못된 생각도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천생연분이라는 환상이 그것인데, 꼭 내게 맞는 누군가가 존재하고 그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은 빨리 버려야 해요. 갈등을 이겨내는 의사소통의 기술이 부부 관계엔 가장 중요한 겁니다.”
남녀는 서로 성적인 매력에 빠져 결혼에 도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부부는 그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연교수는 온전한 사랑은 친밀감, 성적 매력, 헌신과 책임감이 모두 갖춰졌을 때 완성되며 이를 위해선 배우자가 서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동아 2003년 12월 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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