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STYLE

문화유산 답사기

여섯살 현주와 엄마가 함께 둘러본 정동 & 광화문 문화탐방

낭만의 산책길, 궁궐과 미술관에서 즐기는 전통체험까지…

■ 기획·조득진 기자 ■ 글·이주영 ■ 사진·조영철 기자

2003. 12. 08

서울에서 가장 산책하기 좋은 길로 알려진 정동길.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계절의 정취에 흠뻑 젖게 된다. 엄마 아빠가 데이트할 때의 낭만이 그대로 남아 있는 그곳엔 미술관, 박물관, 궁궐 등 아이와 함께 가볼 만한 곳도 많다. 대중교통을 한번만 이용해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도심 속의 문화 거리, 정동과 광화문 일대를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여섯살 현주와 엄마가 함께 둘러본 정동 & 광화문 문화탐방

수원에 사는 현주(6)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와 함께 정동이라는 곳에 나들이를 왔다. 엄마에게 ‘임금님이랑 왕자님, 공주님이 살던 궁궐이 있고, 예쁜 낙엽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왔지만 고색 창연한 궁궐과 노랗고 빨간 단풍이 자아내는 한바탕 축제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현주 엄마 김선중씨(35)는 “청소년 시절 어느 방송국의 공개방송을 보러 정동극장에 온 적이 있는데, 이제 딸을 데리고 다시 방문하니 기억이 새롭다”며 아이만큼이나 기뻐했다.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낙엽 쌓인 길을 걷거나 여기저기서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며 현주는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엄마와 함께 바닥을 뒤덮은 은행잎과 낙엽더미를 허공으로 뿌리기도 하고 그중 예쁜 낙엽을 고르기도 했다.
열심히 단풍 거리를 뛰어다니던 현주와 엄마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서울시립미술관. 어린이를 위한 전시회는 아니지만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상설 전시하는 ‘천경자 전’은 색채가 화려해서인지 현주의 눈길을 끌었다. 시립미술관 입장료가 엄마는 7백원, 현주는 무료였다.
미술관 탐방을 끝낸 현주와 엄마가 숨을 돌린 곳은 바로 정동 로터리로 유명한 음악분수대가 있는 곳이다. 날씨가 좋을 때는 음악과 분수를 즐길 수 있지만 겨울엔 그냥 분수대를 덮어두어 아쉬운 곳. 하지만 주위의 경관이 아름다워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기에 그만이다. 맞은편 길거리 카페에서 엄마는 따뜻한 모카커피(2천원), 현주는 코코아(2천원) 한잔과 정동길의 별미인 황금잉어빵(1천원)을 먹으면서 허기도 달랬다.
다음으로 현주와 엄마가 들른 곳은 정동극장에서 진행하는 장구체험교실. 국악을 처음 접하는 현주에게 무척이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직접 장구채를 잡고 사물놀이를 하는 언니 오빠들 틈에서 신명나게 장구를 두들기다 보니 한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장구체험교실을 마치고 현주와 엄마는 광화문 쪽으로 발길을 옮겨 동아미디어센터 4층에 있는 신문박물관에 갔다. 매일 아침 집으로 배달되는 신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했던 현주는 이것저것 만져보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 특히 직접 사진을 찍고 기사를 써서 자신만의 신문을 만드는 과정은 이날 현주가 가장 흥미를 느낀 프로그램. 아직까지 글씨 쓰기가 서툰 현주지만 엄마와 함께 만드는 재미가 쏠쏠한 눈치였다.
여섯살 현주와 엄마가 함께 둘러본 정동 & 광화문 문화탐방

나들이의 마무리는 맛집이 많기로 소문난 광화문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 걸로 하기로 했다. 현주는 평소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광화문까지 온 터라 기꺼이 광화문 최고의 메뉴인 김치찌개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느라 허기가 졌는지 현주는 다소 매콤한 김치찌개에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정동과 광화문 일대는 그야말로 문화의 거리다. 옛 궁궐에서 박물관, 미술관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다소 범위가 넓기 때문에 하루에 모든 곳을 둘러보는 것은 아이나 엄마에게 힘에 부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박물관 중 아이가 흥미를 가질 만한 곳을 고른 다음 나들이에 나서는 게 좋다.
아침에 서둘러 나와서인지 오후 3시에 모든 일정을 끝냈는데 이번 나들이에 쓴 비용은 점심(김치찌개 2인분 1만2천원), 간식(황금잉어빵 1천원, 음료 4천원)에다 정동극장 장구체험 교실(강습료 6천원), 미술관 입장료(어른 7백원, 7세 이하 무료), 신문박물관 입장료(어른 3천원, 어린이 2천원) 등을 합해 총 2만8천7백원이었다.

여섯살 현주와 엄마가 함께 둘러본 정동 & 광화문 문화탐방

서울시립미술관은 경성재판소를 복원한 건물. 이곳에서 바라보는 덕수궁 전경이 좋다.


서울시립미술관
일제 강점기 지어진 경성재판소를 복원한 서울시립미술관은 담장이 없고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올라갈 수 있어 더욱 운치 있다. 건축 당시에는 르네상스 양식을 적용한 3층 규모의 석재 건축물이었으나 최근 재건축을 하면서 건물 앞쪽만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그대로 남겨두고 나머지 부분을 새로 지었다. 미술관 1층에 들어서면 로비에 백남준씨의 거대한 비디오 아트 ‘서울 랩소디’가, 2층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한 화가 천경자의 뜻을 기린 ‘천경자실’ 등이 있다.문의 02-2124-8992홈페이지 www.seoulmoa.org

덕수궁
원래 왕궁이 아니라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집이었던 덕수궁은 임진왜란 때 피난 갔다 돌아온 선조가 기거하면서 궁으로 승격되었다. 덕수궁은 다른 궁궐과 달리 일제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서양식 건물인 정관헌과 석조전이 남아 있어 볼거리가 많은데 르네상스식 석조 건물인 석조전은 1992년부터 궁중유물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에는 궁중의상과 장신구, 임금이 타던 가마와 해시계 등 다양한 궁중 유물이 전시되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각종 복식이나 궁중음식 관련 문화강좌를 들을 수 있으며 전시관 입장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 앞에서는 매일 오후 2시 왕궁 수문장 교대 의식이 열린다.문의 02-771-9952홈페이지 www.ocp.go.kr

정동극장
덕수궁 옆길을 따라 걷다보면 정동극장이 나온다. 음악과 연극을 즐길 수 있는 무대뿐 아니라 작은 미술관과 전통찻집이 있어 도심 속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복합적인 문화공간이다. 특히 찻집에는 조그마한 연못과 화단으로 꾸며진 쌈지마당이 있어 아이와 함께 들르기 좋다.문의 02-7511-500∼3홈페이지 www.chongdong.com

성곡미술관
쌍용그룹 창업자인 성곡 김성곤의 옛 자택에 지난 95년 세워진 미술관. 도심에 있으면서도 나무가 많고 야외 조각공원이 있어 미술관람과 더불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조그만 찻집에서는 전통차도 판매하고 있다.문의 02-737-7650홈페이지 www.sungkokmuseum.com



역사박물관
국내 유일의 도시역사박물관으로 서울의 역사, 생활사, 도시 발달사 등을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4개의 전시실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다. 서울 역사와 관련된 기획전시와 참여교실 등도 운영하고 있다.문의 02-724-0114홈페이지 www.museum.seoul.kr

조흥금융박물관
조흥은행이 창립 1백주년을 기념해 만든 금융박물관은 우리나라의 금융발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다. 태평로의 조흥은행 광화문지점 3층에 자리잡은 이곳에선 조선시대에 사용하던 각종 어음과 부기, 셈할 때 사용하던 산가지 등 금융과 관련된 생생한 유물을 만날 수 있다. 무료 입장.문의 02-738-6806

신문박물관
서울 광화문의 동아미디어센터 3·4층에 있는 신문박물관에서는 신문에 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첫 신문인 <한성순보>에서 현재까지의 모든 신문을 볼 수 있으며 직접 신문을 만드는 체험학습까지 해볼 수 있다.문의 02-2020-1830홈페이지 www.presseum.org

여섯살 현주와 엄마가 함께 둘러본 정동 & 광화문 문화탐방

정동 일대는 문화의 거리다.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덕수궁 석조전, 역사박물관, 성곡미술관, 신문박물관.


정동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돌담과 차도보다 넓은 붉은 벽돌보도다. 거기에 길을 따라 심은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벚나무가 오가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정오 무렵이면 돌담길 곳곳에 앉아 담소를 즐기며 김밥과 도시락 등으로 점심을 즐기는 직장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덕수궁 돌담이 끝나는 길에 작은 로터리가 있다. 네 갈래로 갈린 길은 각각 미국대사관저와 정동사거리, 그리고 서소문으로 통한다. 음악분수대가 있는 작은 로터리는 정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돌담과 벽돌색 건물, 작은 정원이 어우러져 있다. 또한 정동로터리에서 정동극장 방향의 길에 있는 수령 5백년이 넘은 회화나무도 큰 볼거리.
깔끔하면서도 이국적인 모습 때문에 야외촬영을 하는 예비 부부들을 종종 볼 수 있는 정동제일교회는 정동의 상징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건물로 1897년 완공됐으며, 붉은 벽돌로 지어진 벧엘예배당은 맞은편 신아빌딩과 정동길에 자리잡은 이화여고,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등과 함께 어울려 거리에 차분함을 더한다. 눈 내리는 날이면 더욱 더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외에도 정동제일교회를 따라 올라가면 덕수궁 돌담길과는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소담스런 돌담을 만날 수 있는데 바로 이화여고의 돌담이다. 1888년 세워진 이화여고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심슨기념관이 있다. 1915년 지어진 건물로 아치형 창문과 십자무늬를 내어 벽돌로 쌓아올린 베란다가 고풍스럽다. 이화여고 맞은편 오르막길을 따라 거닐다 보면 언덕에 덩그러니 탑만 남은 옛 아관(러시아공사관)을 볼 수 있다. 명성황후가 살해된 을미사변 이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과 왕세자가 1896년 약 1년간 왕궁을 버리고 러시아공관으로 거처를 옮긴 사건인 ‘아관파천’의 슬픈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이다.

정동 & 광화문에서 즐기는 체험학습
아이와 함께 장구 배우기 & 닥종이 인형 만들기
정동에서 문화체험을 하고 싶다면 정동극장에서 하는 강좌를 들어보는 것이 좋다. 국악기 중에서 가장 신명난다는 장구를 배워볼 수 있는 장구체험교실과 닥종이 인형 만들기 프로그램이 있다. 장구 체험교실은 소규모로 모여서 직접 장구를 두들기며 우리나라 장단을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50분 수업에 참가비는 6천원. 닥종이 인형 만들기 프로그램은 커다란 책이 펼쳐질 때마다 닥종이 인형이 튀어나오는 인형극을 본 후 배우들과 함께 공방에서 여러 가지 인형을 직접 만드는 체험으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참가비는 1만5천원. 문의 02-751-1500

궁궐 역사 탐방
덕수궁과 경희궁, 경복궁 등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는 우리나라 궁궐이 밀집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방문해도 좋지만 궁궐 탐방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의 재발견’에서 운영하는 궁궐 답사 프로그램은 전문가와 함께 다니면서 궁궐에 대한 자세한 공부를 할 수 있는데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정해진 시간에 이용할 수 있으며 홈페이지(palace.or.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참가비 무료. 문의 02-723-4206

정동 일일 문화체험
정동극장에서 운영하는 일일 문화체험 프로그램. 정동극장에서 하는 공연 1편과 주변에 있는 볼거리(덕수궁 궁중유물전시관, 덕수궁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역사박물관, 로댕갤러리) 중 한곳을 택해 볼 수 있다. 초등학생부터 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며 참가비는 1인당 7천∼8천원 정도다. 나들이를 하기 전에 미리 접수를 해야 한다. 문의 02-751-1533

미술 강좌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미술 관련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전시관도 관람하고 미술 그리기 교육도 받을 수 있는 ‘패밀리 펀’ 프로그램과 초등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미술 재료별 미술 기법을 가르치는 ‘나도 작가예요’ 프로그램이 특히 인기가 높다. 수강료는 무료이며 약간의 재료비만 부담하면 된다. 문의 02-2124-8922

여섯살 현주와 엄마가 함께 둘러본 정동 & 광화문 문화탐방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것들이 신기했는지 현주는 하루종일 싱글벙글이었다.



길거리표 간식
길거리를 다니면 아무래도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게 마련. 정동의 명물 황금잉어빵은 별미다. 찹쌀이 들어 있어 일반 붕어빵보다 쫄깃하고, 배도 든든하다. 3개 1천원. 길거리 카페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자판기 커피가 아니라 커피전문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커피를 길거리에서 마실 수 있다.

음식점
。포푸리 샌드위치 5호선 광화문역 l번 출구 외교통상부 바로 뒤에 있는 샌드위치 전문점. 3천원 정도의 가격에 맛있는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어 인기다. 문의 02-723-4570
。고릴라 한식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도 맘껏 뛰어다닌 이후라면 거뜬히 비빔밥 한 그릇을 먹어치우곤 한다. 저렴하게 고기를 즐길 수 있는 곳(소갈비살 1인분 9천원)으로 유명하지만 점심 메뉴로 나오는 된장찌개(4천원)도 별미다. 나물이 대접에 푸짐하게 담겨 나와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1·2호선 시청역 9번 출구 방향에 있다. 문의 02-756-2003
。광화문집 직장인들이 많아 유독 맛있는 식당이 즐비한 광화문에서도 소문난 맛집이다. 겉보기엔 허름한 식당이지만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 아이를 데리고 이 집을 찾아가려면 일단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달걀말이(6천원)와 돼지고기 김치찌개(5천원 공기밥 별도)는 인기 메뉴. 문의 02-739-7737

찻집
。성곡미술관 찻집 도심 속에서 우리나라 전통 정원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눈 내리는 날 찾으면 더욱 아름다운 곳으로 핸드메이드 쿠키(7백원)와 전통차(4천원 정도)가 유명하다. 문의 02-734-4130
。토담 정동극장에 있는 전통찻집. 입구에 마련된 작은 물레방아가 아이들의 시선을 끈다. 전통차(4천원 정도)에 곁들여 나오는 유과도 맛있다. 문의 02-751-1500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