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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사건 추적

자신의 BMW 승용차로 납치당한 유명 여자 연예인 A양 인질강도 사건의 전말 & 감춰진 뒷얘기

‘BMW만 노리던 범인에게 납치돼 곤욕 치른 A양 끝내 사건 부인’

■ 글·김범석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스포츠조선 제공

입력 2003.07.02 14:00:00

지난 6월초 한밤중에 자신의 BMW 승용차를 강탈당하면서 인질범에게 끌려다니다 풀려난 유명 여자 연예인 A양 사건이 벌어져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피해 당사자가 누군지 촉각을 세웠지만 경찰은 이례적으로 피해자 신원을 일절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범인은 어떤 목적으로 A양을 범행 대상으로 지목했을까?
납치 당일부터 범인 검거 과정, 경찰 조사 당시 벌어진 비하인드 스토리 입체 취재.
자신의 BMW 승용차로 납치당한 유명 여자 연예인 A양 인질강도 사건의 전말 & 감춰진 뒷얘기

지난 6월1일 밤 11시 서울 용산구 하얏트 호텔 주차장. 이곳 호텔 커피숍에서 몇달 후 막이 오를 뮤지컬의 관계자를 만나기로 한 A양은 약속 시각까지 여유가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운전석에서 실내등을 켠 채 혼자 앉아 있었다. 며칠 전 장만한 자신의 BMW 승용차 안에서 차량 작동법이 적혀 있는 사용설명서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낯선 남자가 차 문을 연 뒤 칼을 들이대며 차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늦은 시간인데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람도 없어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낀 A양은 범인이 시키는 대로 뒷자리로 이동했고, 핸들을 잡은 범인은 자동 잠금장치로 승용차의 모든 문을 통제했다. 이후 A양은 6시간 동안 경기도 일대를 끌려다니며 평생 잊을 수 없는 공포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A양 인질 강도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 사건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 건 6월3일 오전, KBS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였다. 아침 뉴스를 전하던 앵커는 “지난 1일 인기 여자 연예인 A씨가 6시간 동안 인질 강도범에게 끌려다니며 현금 1백60만원을 빼앗겼고, 풀려난 직후 경찰에 신고, 현재 용산 경찰서 수사관들이 범인 검거에 나섰다”고 전했다.
A양은 6월2일 오후 3시경 용산 경찰서에 직접 출두해 납치 경위와 이동 경로, 피해 사실에 대해 무려 8시간 동안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A양은 담당 경찰에게 “연예인이 아닌 한 여성으로서 이런 일을 당했다는 사실을 절대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간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들은 피해자 인권을 존중, 기자들에게 A의 존재에 대해 일절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피해자 진술 조서를 위해 경찰서를 찾은 A양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 A가 누구인지 금세 소문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한 의무경찰은 “당시 A는 선글라스를 착용했지만 한눈에 보더라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담당 경찰들도 “A가 000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오프 더 레코드(기사화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얘기하는 것)’를 요청한 뒤 부인하지 않았다.

납치 6시간 만에 풀려난 A양 남자친구 설득으로 경찰에 신고
사건을 담당한 용산 경찰서 강력 3반은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일단 동일 전과 수법의 전과자들을 용의선상에 올리고 범인 검거에 나섰다. 경찰은 특히 범인이 납치 당시 모 편의점에서 A양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할 때 찍힌 CCTV 화면을 통해 몽타주를 작성했다.
당시 범인에게 차를 빼앗긴 A양은 겁에 질려 고개를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숙인 채 있었고 그런 A양의 뒷덜미에 칼을 올려놓고 한 손으로 운전을 한 범인은 “말만 잘 들으면 죽이진 않겠다”며 안심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건강이 안 좋아 돈이 필요하다. 당장 신용카드로 뽑을 수 있는 현금이 얼마냐”고 다그쳤다. A양으로부터 지갑을 통째로 건네받은 범인은 A양의 신용카드를 꺼내 일일이 전화로 인출 가능액을 조회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A양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범인은 30대 후반의 낯선 사람이었다. 가끔씩 고개를 들어 바깥을 보니 교통 표지판에 김포, 남양주 등이 적혀 있어 경기도로 끌려간다는 걸 알았다”고 진술했다. 범인은 편의점에 들러 현금 1백60만원을 인출한 뒤 A양을 납치했던 하얏트 호텔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오늘(2일) 정오까지 현금 5천만원을 갖고 약속 장소로 나오라”고 했고 A양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뒤 간신히 풀려났다. 납치당한 지 6시간 만이었다.

자신의 BMW 승용차로 납치당한 유명 여자 연예인 A양 인질강도 사건의 전말 & 감춰진 뒷얘기

범인 김모씨는 사건이 공개된 후에도 A양에게 돈을 요구하다 사건발생 3일만인 6월4일 전격 검거됐다.


범인에게서 풀려난 직후 A양은 자신의 남자친구 B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전화를 받은 B는 그 즉시 A양에게 달려왔다. A양과 남자친구 B는 한때 같은 소속사에 있을 때 알게 된 사이로 이후 서로 호감을 가지며 만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SBS ‘야인시대’에 출연하기도 한 B는 A양에 비해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탤런트.
A양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B는 “범인을 잡을 수 있다”며 A양을 설득해 112로 신고했다. 112 상황실은 관할 경찰서인 용산서로 이 사건을 배정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당시 경찰은 범인을 유인하는 데 성공했지만 1차 검거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양과 함께 범인을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잠복했는데 이를 눈치챈 범인이 도주하는 바람에 놓쳤던 것. 당시 한 경찰은 “범인의 BMW 차량을 추격했지만 교통이 혼잡해 놓치고 말았다. 권총을 사용해서라도 검거하려 했으나 시내 한복판이라 시민 안전을 먼저 고려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당시 범인이 타고 있던 BMW 차량은 번호판 조회 결과 도난 차량으로 밝혀졌다.
사건에 대한 경찰의 공식 브리핑이 없자 매스컴은 연일 각종 추측성 보도를 경쟁적으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특히 A양이 풀려난 후 범인을 만나 5천만원을 건네주려 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알몸 사진을 찍혔거나 성폭행을 당하지 않았겠냐는 추측도 난무했다. 뭔가 약점을 잡히지 않았다면 왜 범인에게 돈을 주려 했냐는 말이 설득력을 얻으며 나돌기 시작한 것.
이 과정에서 한 스포츠신문은 “합의 하에 나체사진을 찍었다. A양은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생명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가지런히 누워 사진촬영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벌거벗은 A양을 성폭행하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었지만 A양과의 약속 때문에 성폭행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김씨의 측근은 전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렇듯 매스컴의 뜨거운 관심을 받자 수사팀은 서울 경찰청을 비롯해 수도권 일대 모든 경찰서에 CCTV 속 용의자 사진을 배포하며 공조 수사를 의뢰했다. 결국 범인은 6월4일 자정경 경기도 일산 장항동 미관광장 근처에서 전격 체포됐다.
범인은 이 사건이 매스컴에 대서특필되자 A양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왜 신고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어겼냐. 지금이라도 5천만원을 갖고 와라”고 협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양의 전화로 발신자 위치 추적에 나선 경찰은 범인이 경기도 일산의 그랜드 백화점과 마두역, 정발산역 등을 옮겨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 포위망을 좁혀가다 결국 한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A양에게 전화를 하던 범인을 검거했다.
일산경찰서측은 “범인은 검거될 당시 환각 성분이 있는 알약을 40알 가량 복용한 상태였다.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고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했다. 바지 주머니에 60알의 약이 더 있었으며 그의 차 안에서 범행에 사용된 잭나이프를 압수했다”고 말했다. 또한 범인은 체포된 직후 “내가 A를 납치했다. 세상 BMW는 다 내 것이다” 하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는 것.
일산경찰서 유재철 형사과장은 “범인 김모씨(42)는 이미 우리 관내에서 차량 특수 강도범으로 용의선상에 올랐던 인물”이라며 “그는 BMW만 골라 훔치고 강도행각을 벌여온 흉악범”이라고 설명했다. 범인은 이혼 후 별다른 직업 없이 일산에서 자신의 내연녀와 함께 지내왔으며 병원비 마련과 불안정한 생활 때문에 범죄를 저질러왔다고 밝혔다. 그의 주거지는 서울 성북구지만 경찰 모니터에는 주거 불명으로 기록돼 있었다.
한편 경찰은 범인 김씨가 범행 동기와 경로, 범죄 사실 등에 대해 피해자의 주장과 엇갈리게 진술할 경우 제3의 장소에서 A양과 대질 심문을 벌일 수 있다고 밝혀 취재진을 긴장시켰지만 결국 대질 심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범인 김씨가 순순히 자신의 범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때 심적 동요를 일으켰는지 김씨는 “A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녀를 당장 불러달라.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알몸 사진이나 성폭행에 대해 “모르겠다. 말하지 않겠다”는 애초 진술과 달리 “그런 사실은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경찰도 혹시 존재할지 모르는 나체 사진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차량과 범인의 집 등을 수색했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자신의 BMW 승용차로 납치당한 유명 여자 연예인 A양 인질강도 사건의 전말 & 감춰진 뒷얘기

A양은 납치 3일 전 BMW 차량을 구입했다(위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음).


이후 경찰 공식 브리핑을 통해 A양 인질 강도 사건에 관한 의혹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먼저 A양이 6월1일 오후 11시께 혼자 하얏트 호텔을 찾은 이유는 조만간 무대에 올려질 팝페라 공연 출연을 위해 관계자와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날 밤 12시에 만날 약속을 한 A양은 1시간이나 여유가 생기자 BMW 안에서 설명서를 읽으며 기기 조작법을 살피고 있었다. 이때 마침 옆을 지나던 범인이 BMW 차량을 발견, 범행을 저지른 것. 불행하게도 A양은 사건 3일 전 BMW를 구입했고 그동안 BMW만 강탈해온 범인과 맞닥뜨려 사고를 당했다.
A양이 포박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6시간 동안 끌려 다니면서도 도망치지 않은 이유는 범인과의 인간적인 대화를 통해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당시 자신의 건강 악화와 경제적인 어려움 등을 호소했고, A양 역시 자신의 연예계 생활을 솔직히 털어놓으며 피의자의 추가 범행을 막은 것으로 경찰은 추측했다.
마지막으로 동료 탤런트 B가 왜 이번 사건의 신고자였는지 하는 부분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01년 함께 연극공연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됐고, 이후 연극계 선후배 사이로 발전했다. 또 한때 같은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됐던 인연 때문에 A양이 B에게 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B는 A양이 피해자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두할 당시 동행했고, A양은 경찰조사에서 B를 남자친구라고 말했다는 것.
범인은 애초 A양이 연예인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신용카드 등을 찾기 위해 지갑을 뒤지다가 A양의 사진을 보고 낯익은 얼굴이라고 느껴 A양에게 물어본 뒤 알게 됐다는 후문.
한편 A양은 범인 검거 소식을 접한 뒤에도 별로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예정된 방송 스케줄을 대부분 거뜬히 소화해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건장한 보디가드를 고용,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고 이 사건에 대해선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한 측근은 “처음엔 나에게조차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말하다가 하루가 지난 후 ‘어떻게 하면 좋겠냐’며 조언을 구해왔다. 아무리 강심장이라 해도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끔찍한 사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인 검거 후 일산경찰서에는 “범행 수법이 비슷하다”는 제보 전화가 빗발쳤다. 한 여성은 “나도 지난주 서울 아미가 호텔 근처에서 BMW를 타고 있다가 범인에게 3시간 동안 납치됐었다. 당시 범인도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이짓을 한다’고 했고 ‘이짓 때문에 교도소도 들락날락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는 것. 그 여성은 또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납치됐다는 사실을 말하라고 했다는 점,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뒤 처음 납치한 장소로 돌아온 점 등이 흡사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범인은 “난 BMW만 노린다”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여죄를 추궁하는 도중 김모씨가 BMW 매장에서 차를 살 것처럼 위장한 뒤 시승하며 조수석에 탄 차량 회사 직원을 칼로 위협, 내리게 한 뒤 차량을 훔친 사례가 몇건 더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범행 1주일 만인 지난 6월7일 김씨를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6월12일 검찰로 송치했다.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BMW 등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연예인들은 “나도 언제 범행 대상이 될지 모른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후문. 연예계 일각에서는 사설경호원을 채용하거나 자동차와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연예인들은 자신의 직업으로 말미암아 누리는 혜택도 많은 만큼 말 못할 고통도 함께 겪는다는 걸 이 사건이 똑똑히 보여준 셈이다.

여성동아 2003년 7월 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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