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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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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재활용품 매장 ‘아름다운 가게’3호점 서경화 점장

■ 글·박윤희 ■ 사진·정경택 기자

2003. 06. 09

재활용품 통해 환경 보호와 나눔의 사랑 일깨우는 인터넷에서 ‘눈팅’과 ‘손팅’만 잘해도 환경을 보호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 아름다운 가게는 ‘나눔과 순환의 리사이클 운동’을 표방한 온·오프라인 알뜰 가게. 크리스마스가 아니어도 매일 ‘착한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아름다운 가게’3호점 서경화 점장이 들려주는 ‘자선’과 ‘기부’에 관한 신바람 나는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자.

사랑의 재활용품 매장 ‘아름다운 가게’3호점 서경화 점장

‘아름다운 가게’ 판매 수익금은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된다고 하는 서경화씨.


인터넷을 통해 내가 쓰던 물건을 내다 팔고 남이 쓰던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면? 그것도 단순히 중고물품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클릭하면 할수록 어려운 이웃과의 나눔이 커지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재활용품 전문매장이 있다면?
‘나눔과 순환의 리사이클 운동’을 표방한 아름다운 가게(www.beautifulstore.org)는 이처럼 신나는 일을 벌이는 온·오프라인 알뜰 가게. 시민들로부터 헌 물건을 기증받아 판매한 후, 그 수익금으로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다. 지난해 10월 종로구 안국동에 아름다운 가게 1호점이 처음 생긴 이래 2호점 삼선교점, 그리고 3호점 독립문점이 최근 문을 열었다.
지난 5월1일 3호점 서경화 점장(47)을 만나 아름다운 가게의 살림살이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역주민들이 보이는 기대 이상의 반응으로 사뭇 상기된 얼굴이었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재활용품 가게가 그렇게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는 기대를 안 했어요. 그런데 지난 4월18일 처음 문을 연 날부터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대단했어요. 하루 평균 3백∼4백명의 고객들이 매장을 찾아요. 어떤 남자분은 갓난아기의 장난감을 찾느라 매일 매장에 찾아와 샅샅이 뒤질 정도니까요.”
그런데 이곳 3호점은 기존의 아름다운 가게들과는 뭔가 다른 특별한 것이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임대료를 후원했어요. MS사 고현진 사장이 명예점장이고요. 또한 각국 주한 대사 부인들이 물건을 기증하는 후원자들이에요. 아름다운 가게가 국제화되었다고 할 수 있죠. 앞으로 ‘지구촌 코너’를 따로 운영해 주한 외국인들의 자원봉사활동도 활성화시킬 계획이에요. 한국에 거주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지역 공동체와 좀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장이 없었잖아요. 아름다운 가게가 외국인과 한국 지역사회를 묶어주는 사랑방 구실을 하도록 만들 겁니다.”
사랑의 재활용품 매장 ‘아름다운 가게’3호점 서경화 점장

아름다운 가게 3호점은 서대문구 독립문공원 맞은편에 있다.


서씨는 서울국제여성협회(SIWA) 부회장 출신으로 주한 외국인들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56년에 만들어진 서울국제여성협회는 주한 대사 부인들을 비롯해 다국적기업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외국인들의 친목단체로 세계 60개국 6백여명의 여성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만큼 풍부한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해보겠다는 것이 서씨의 남다른 포부다.
아름다운 가게 독립문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은 아동도서, 학용품, 의류, 구두 등 그 종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데 모두 시민들이 기증한 물건들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의류 중심 매장으로 특화시켜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앞으로 제3세계 빈민구제를 목표로 ‘대안무역’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네팔, 방글라데시 등 제3세계 노동자가 만든 수공예품을 한국에 들여와 아름다운 가게에서 판매한 뒤 그 수익금을 다시 제3세계 생산자들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사랑의 재활용품 매장 ‘아름다운 가게’3호점 서경화 점장

“매장에서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물건을 기증하고 구입할 수 있어요. 아름다운 가게 홈페이지에서 ‘이 물건 쓸 만해요’ 코너를 클릭하면 자기가 쓰던 중고용품을 기증할 수 있고요. ‘이런 물건 필요하셨죠?’ 코너에는 다른 사람들이 기증한 중고물품 목록이 올라와 있죠. 윤도현밴드는 자신들이 쓰던 기타를 기증하기도 했어요.”
또한 아름다운 가게 홈페이지에서 ‘손때 묻은 보물창고’를 클릭하면 수경스님이 쓰던 염주, 히딩크 감독의 사인이 담긴 피버노바 축구공, 실상사 도법스님이 쓰던 다기세트 등 그동안 아름다운 가게 후원자들이 기증한 다양한 물품과 독특한 사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아름다운 가게는 구 벼룩시장 ‘파인드유즈드(www.findused.co.kr)’에도 입점해 헌책, 헌옷, 문구용품 등도 사고 팔 수 있도록 꾸몄다.
서씨는 아름다운 가게가 추구하는 ‘나눔’과 ‘자선’의 정신이 온라인으로 점점 더 확산될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인성교육을 하는 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갖가지 아이디어를 고민중이다.
“처음 하는 일이라 힘들 때도 많았어요. 그럴 때면 아름다운 가게 홈페이지 ‘도란도란 사랑방’ 코너에 오른 환경을 생각하고 나눔을 희망하는 시민들의 마음의 담긴 글들을 보며 힘을 얻어요. 그런 순수한 사람들의 마음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야겠다는 의욕도 생기고요.”
‘도란도란 사랑방’엔 일반 네티즌의 따뜻한 격려와 따끔한 비판의 글, 신선한 아이디어 제안에서부터 자원봉사 체험기, 탤런트 이종원씨가 독립문점에 기증한 유아용 침대와 장난감 등을 수거하러 간 체험담 등 다양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현재 아름다운 가게는 서울 안국점, 삼선교점, 독립문점 세 곳에서만 상설 운영되고 있는데 앞으로 매장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올해만 해도 20여 군데 매장이 새로 생긴다.
아름다운 가게가 집에서 먼 사람들은 ‘움직이는 가게’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온라인 아름다운 가게’를 이용하면 환경을 생각하는 나눔과 순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움직이는 가게는 2.5톤 트럭에 아름다운 가게를 꾸미고 아파트 단지나 지역 벼룩시장, 대학 캠퍼스 등을 찾아다니는 서비스예요. 재활용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즉석공연을 펼치나 전시회를 열기도 하죠.”
지난 4월만 해도 관악 현대아파트, 동숭아트센터, 성공회대학 등에서 ‘움직이는 가게’가 열렸다. 아파트 단지를 방문할 때는 주방용품이나 의류용품 등 주로 살림살이에 필요한 생활물품들을 트럭에 실어가고, 대학 캠퍼스나 젊음의 거리를 방문할 때는 20대들이 좋아할 만한 청바지, 액세서리, 책을 가지고 나가는 등 만나는 소비자에 따라 재활용 판매물품의 구색을 달리한다.
‘움직이는 가게’를 만나고 싶은 사람은 아름다운 가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움직이는 가게 출동 요청서’를 작성하면 본부에서 일정한 심사를 거친 후 해당 지역으로 움직이는 가게를 출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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