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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허브 200% 즐기기

“허브 차 한잔에 피로가 싸악∼ 농장 산책에 스트레스가 화악∼”

손범규 아나운서 가족의 허브농장 체험

■ 글·장옥경 ■ 사진·최문갑 기자 ■ 촬영협조·포천 허브아일랜드(031-535-6494)

2003. 03. 05

방송에서 늘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 SBS 손범규 아나운서. 그러나 그의 웃음 뒤엔 가슴 아린 아내의 투병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임신한 아내의 몸에서 암세포가 발견돼 아이를 8개월 만에 조산하고 항암치료를 했던 것. 지금은 완치돼 행복을 되찾았지만, 한번 건강을 잃었던 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이들 부부가 허브향이 가득한 한적한 시골마을로 휴양을 겸한 건강 나들이를 떠났다.


‘리얼 코리아’ ‘프로농구 중계석’ ‘손범규의 스포츠연예 아침’ 등 교양 프로그램과 스포츠 중계를 통해 시청자에게 친숙한 SBS 손범규 아나운서(35). 그는 아내가 아프고 나서 비로소 인생의 진실을 발견했다고 털어놓는다.
“전에는 저나 아내나 사회활동에 대한 욕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모임에도 가급적 자주 나가고 사람들도 많이 사귀려고 애썼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제 몸이 편하고, 가족들이 편안한 게 최고의 행복이란 걸 깨달았죠. 그래서 요즘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정을 나누는 시간을 늘리려고 하고 있어요.”
손씨와 아내 조복선씨는 동갑이다. 홍익대 불문과 87학번 동기로 대학 1학년 때부터 사귀어 93년 3월20일, 그가 중위 계급(장교로 군복무)을 달자마자 결혼식을 올렸다. 올해로 결혼 11년차인 손씨 부부는 석주(10)와 석현(3)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아내 조씨는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일하며 서비스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하다 실력을 인정받아 LG카드에 스카우트되어 직원교육을 담당했다.
“재작년 여름이었어요. 둘째아이를 임신중이었는데 계속해서 허리가 많이 아프다고 하더군요. 처음엔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가져서 그런가보다 했어요. 임산부는 누구나 허리가 조금 아프잖아요. 그래서 그저 허리를 주물러주면 낫겠거니 했죠. 그런데 나중엔 잠을 못 잘 정도로 심하게 통증을 호소해 병원에 갔더니 비장에 종양이 있다고 하더군요.”
당시 임신 30주였던 조씨는 항암치료를 위해 둘째 석현이를 제왕절개로 조기 출산했다. 그때 석현이 몸무게가 겨우 1.5kg. 아이는 인큐베이터에, 조씨는 암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운 좋게 암세포를 일찍 발견한 탓에 조씨는 항암치료 6개월 만인 지난해 1월 치료를 끝냈다. 요즘은 3개월에 한번씩 병원에 가서 CT촬영과 혈액검사를 하며 재발 여부를 관찰하고 있다. 손범규씨는 “지금은 편안하게 웃으며 당시를 이야기하지만 아내가 항암치료를 받으며 머리카락이 모두 빠졌던 일, 속이 메스꺼워 제대로 식사도 못하고 고생하던 일 등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려온다”고 말한다.
“석현이가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어요. 두달 일찍 나온 만큼 발육이 늦어 17개월에 걸음마를 배우고 있어요. 또래보다 늦긴 하지만,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본 아이인지라 기쁨이 더 큽니다.”
암투병 후에 사랑이 더욱 깊어진 이들 부부는 시간만 나면 여행을 즐긴다. 지난달에도 안면도에 다녀왔다. 이곳저곳 둘러보는 코스여행보다는 한곳에 머물며 휴식도 취하고 토속음식도 맛보고 온천욕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주로 떠난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허브아일랜드도 평소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의 하나였다. 석현이는 아직 어려 처가에 맡기고 석주만 데리고 떠난 이번 여행은 허브향에 대한 기대로 더욱 설레였다.
“아내의 암투병 통해 건강의 소중함 깨달아”
주차를 하고 돌계단으로 이어진 언덕에 올라 허브숍에 들어서자 세 사람은 환상의 나라에 온 듯 눈이 동그래졌다. 허브로 만든 모든 물건을 판매하는 이곳은 아로마 램프, 보디오일, 에센스, 비누, 향초, 포푸리, 허브 드라이, 허브차 등 그야말로 허브천국이었기 때문이다.
손씨 가족이 방문하자 직원이 나와 페퍼민트 에센셜 오일을 목 뒤에 발라주는 체험서비스를 해주었다. 손씨는 목 뒤에 알싸한 페퍼민트향이 퍼지자 서울에서 두시간 남짓 먼 길을 달려온 피로가 싹 가시는 듯 기분이 상쾌하다고 했다.
“에센셜 오일은 허브에서 추출한 독특한 향을 가진 방향 물질이라고 해요. 원래 허브는 ‘푸른 풀’을 의미하는 라틴어 ‘허바’에 어원을 두고 있는데 고대 국가에서는 향과 약초라는 뜻으로 이 말을 썼대요.”
평소 허브에 관심이 있어 인터넷을 통해 공부했다는 아내 조씨는 아로마 램프에서 퍼져 나오는 페퍼민트, 라벤더, 로즈메리 등의 향을 맡으며 각 향들의 특징을 음미했다. 그러자 손범규씨와 아들 석주도 가슴 깊이 심호흡을 하며 식물의 향을 가득 받아들였다.
“인공 향과 달리 천연 향은 오래 맡아도 중독되지 않고 미세한 정유입자가 인체에 좋은 영향을 주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래요.”
조씨에 따르면 중세 수도원에서 정원에 약용식물, 과수류와 함께 허브를 재배했는데, 이것이 허브가든의 시초라고 한다. 따라서 허브가든은 처음에는 단순히 실용 목적이었는데 점차 보고 체험하기 위한 ‘플라워 가든’과 식용을 목적으로 한 ‘키친 가든’으로 분화되었고, 나중엔 식물원인 ‘보태니컬 가든’으로 발전하였다는 것.

“허브 차 한잔에 피로가 싸악∼ 농장 산책에 스트레스가 화악∼”

‘우리 손으로 직접 허브 액자를 만들어 볼까’ 누가누가 잘하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약효, 건강, 미용, 방향, 장식품 등으로 다양하게 허브가 생활에 이용되고 있다”며 허브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 아내를 본 손씨의 얼굴에 ‘씩’ 하고 특유의 미소가 번졌다. 손씨는 “아프기 전 아내는 ‘준비성 조’라고 불릴 정도로 매사 꼼꼼하게 자료를 챙기고 분석해야 직성이 풀리는 완벽주의자였다. 그런데 아프고 난 후부터 그런 성격을 많이 접었는가 싶었는데, 아직도 그 자취가 남아있는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남편 손씨의 사랑스런 핀잔에 조씨는 “그렇지 않다”며 곱게 눈을 흘겼다. 이제는 예전의 자신이 아니라 화도 덜 내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 편안한 성격으로 바뀌었다는 것.
“병이 나면 ‘왜 병이 났을까’를 생각해보게 되잖아요. 저 같은 경우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평소 몸관리에 신경을 썼던 편이었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 여의도에서 살았을 땐 아침 6시에 일어나 매일 헬스와 수영을 하고 강남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할 정도로 자기관리에 엄격했어요. 임신해서도 조깅이나 산책을 빠뜨리지 않았고요. 그런데 암에 걸렸다는 것이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무엇이 원인일까? 우리 부부는 스트레스 탓이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병이 날 당시 조씨는 좋은 직책과 높은 보수로 LG카드에 스카우트되었다. 워낙 완벽주의자에다 예민한 성격인 그였기에 이직한 회사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일에 매진했고, 그것이 스트레스가 되어 돌연변이 암세포가 생기지 않았나 하는 게 손씨 부부의 생각이다.
허브숍을 나와 라벤더, 레몬그라스, 딜, 레몬밤, 마조람, 민트, 사이프러스, 샌달우드 등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2백 가지가 넘는 다양한 허브가 자라고 있다는 허브농원으로 향했다. 농원을 거닐며 허브가 뿜어내는 천연 아로마테라피에 저절로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짐을 느낀 손씨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집에 갈 때 허브 화분 몇개 사 갈까?” 한다. 그리고 대답 대신 손을 꼭 잡았다.
압화 허브액자 만들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번에 들린 곳은 허브티 하우스. 잠시 쉬어 가기로 하고 로즈메리차를 시켰다. 톡 쏘는 솔나무향이 일미인 로즈메리차에는 허브잼을 바른 빵이 서비스로 나왔다. 차를 마시며 느긋한 행복감에 젖는 두 사람. 손씨는 아내의 모습이 아프기 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칭찬한다. 몸과 마음이 편해지면서 예전보다 살도 찌고 턱 선도 부드러워져 훨씬 여유롭고 보기 좋다는 것. 실제 조씨는 아프기 전에는 169cm 키에 54kg이었던 체중이 지금은 57kg으로 살이 올랐다.
키 얘기를 하자면 손범규씨 얘기를 빠뜨릴 수 없다. 188cm로 공중파 아나운서 중에 키가 제일 크다. 그래서 방송가에서는 ‘아나운서계의 큰놈’으로 통한다. 부부가 키가 크다보니 남녀 혼성구단을 만들라는 주변의 농담 어린 주문도 들리는 편. 조씨는 ‘키 큰 사람 치고 싱겁지 않은 사람 없다’며 남편을 조금 싱거운 사람이라고 놀리며 웃는다.
허브티 하우스에서 직접 ‘압화 허브액자’를 만들어보기도 하며 허브의 색다름을 즐기던 손씨 가족은 날이 어둑해질 무렵 숙소로 들어갔다. 손씨 가족이 묵을 방은 장미룸. 이곳은 허브를 테마로 1박을 하면서 릴랙싱(이완) 효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아로마테라피룸에 들어서자 1층엔 향 치료를 위한 기계와 오일 흡입기, 발 마사지기, 월풀 욕조가 보였다. 2층 침실로 올라가자 허브로 만든 침구가 향긋한 내음을 풍긴다. 아담한 소파와 네종류의 허브차가 예쁜 병에 담겨 있다.
지난 연말에도 부모님을 모시고 수안보로 온천여행을 다녀왔을 정도로 여행을 할 때는 꼭 온천이 있는 곳을 선택한다는 두 사람은 오늘은 어떤 에센셜 오일로 피로를 풀지 향을 선택하느라 신중한 고민에 잠겼다.
“아내는 요즘 건강이 좋아져 프리랜서로 언어예절 강사 일을 하고 있어요. 저도 아나운서 일 외에 성공회대와 SBS 아카데미, 호서대 등에서 방송언어 강의를 하고요. 하지만 가장 큰 바람은 일보다 가족이 모두 건강했으면 하는 거예요. 두번째는 공기 좋고 한적한 곳에서 두 사람 이름을 걸고 스피치 예절에 관한 강의를 했으면 하는 겁니다.”
10년 후를 기대하는 두 사람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로즈메리]
고대 그리스·이집트 등에서 종교의식에 사용되었던 성스러운 향료로 유럽에서는 지금도 결혼식이나 축하행사에 사용한다. 식물 전체에서 상큼하고 강한 향기를 풍겨 그리스인들은 ‘향목’이라고 불렀다. 항균, 살균, 소독, 기억력 증진, 무기력증 해소, 두통, 피로회복, 노화방지, 비듬억제, 눈의 세정효과 등의 효과가 있다. 6월초∼7월 중순에 흰색, 보라색 꽃이 핀다.

[라벤더]
‘향의 여왕’ ‘성처녀 마리아의 식물’이라 칭송을 받고 있는 허브. 라틴어로 ‘씻다’라는 의미를 가졌다. 그리스·로마시대부터 입욕제로 쓰였으며 중세에는 세탁물의 향을 내는 데도 사용되었다. 정신을 편안하게 하여 숙면에 도움을 준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 달콤하고 상쾌한 향을 지니고 있다. 6∼8월에 보라색, 자색, 분홍색, 백색 등의 꽃이 핀다.

[민트(박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향이 일품으로 예로부터 귀중한 향료식물로 사용됐다. 40여종이 있는데 페퍼민트, 스피아민트, 애플민트, 페니로열민트, 진저민트, 코리안민트 등이 대표적이다. 두통을 없애주고, 머리를 맑게 하며, 집중력과 기억력을 증진하는 효과가 있다. 살균, 소화, 항염, 항진균, 구충, 소염진통과 구강, 구취에도 효과가 있다. 7∼9월에 분홍색, 백색의 꽃이 핀다.



[세이지]
남유럽에 넓게 분포하는 허브로 샐비어라고도 부른다. 영국에서는 ‘장수하고 싶은 사람은 5월에 세이지를 먹어라’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널리 애용하고 있다. 정신을 안정시키며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또 강장, 소독, 진정, 진통, 혈당강하, 항발진, 항염, 항균 작용이 있어 예로부터 만병통치약으로 쓰였다. 다년생 초본으로 여름과 가을에 걸쳐 붉은색, 자색, 분홍색, 보라색 등의 꽃이 핀다.

[타임]
‘사향초’라고도 불린다. 용기를 상징하여 중세시대에는 전쟁에 나가는 남편이나 연인에게 꿀벌을 수놓은 스카프와 함께 타임을 주는 관습이 있었다. 타임은 ‘티몰’이라는 살균력이 강한 에센셜 오일을 포함하고 있어 살균, 방부, 소독, 구충, 감기예방, 방충 등에 효과가 있다. 여름과 가을에 작은 꽃이 뭉쳐서 핀다.
[레몬밤]
머리를 맑게 하여 정신집중과 기억력을 증진시키므로 예로부터 공부하는 학생들이 일상적인 음료로 마셨다. 그래서 ‘학자의 허브’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상쾌한 레몬향이 있어 체력소모가 많은 여름철에 청량음료로 많이 이용한다. 강장, 진통, 살균, 해독작용이 있으며 두통과 감기에 좋다. 다년초로 6∼8월경 흰색의 소박한 꽃을 피운다.

[제라늄]
장미보다 더 강한 장미향을 지니고 있어 천연 향수의 원료로 쓰이고 있다. ‘제라니올’과 ‘시트롤’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달콤하고 상쾌한 향이 강하다. 기분을 좋게 하고 스트레스와 불안해소에 좋다. 동상, 피부염에도 효과적이다. 연중 흰색과 자색, 분홍색의 꽃이 아름답게 펴 관상용으로 가치가 높다. 집에서 요리나 음료수에 향을 낼 때 쓰면 좋다.

[스테비아]
옛날부터 인디언들에게 감미료로 사용되어왔다. ‘스테비오사이드’ 성분이 있어 설탕보다 2백∼3백배의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가 매우 낮아 당뇨병, 심장병, 충치 환자에게 필수품으로 꼽힌다. 독성이 없고 내열성이 있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 여름에 꽃이 피며, 개화 직전에 가지를 잘라서 건조시킨다. 허브차 한잔당 잎 3~4장이 적당하다.

[바질]
달콤하고 상쾌한 향을 지니고 있다. 피자나 스파게티에 주로 이용하는데 토마토요리에도 빠질 수 없는 향신료다. 두뇌 활동을 활발하게 하며 두통과 졸림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야근이나 장거리 운전자, 수험생에게 좋다. 간장, 위, 신장의 활동을 촉진하며 벌레 물린 곳의 살균작용을 하기도 한다. 7∼9월에 흰색 또는 자색의 꽃이 핀다.

[나스터튬]
모양이 연잎을 닮아 뭍에서 핀 연꽃이란 뜻의 한련(旱蓮)이란 이름이 붙어있다. 일본에서는 연잎을 닮은 황금빛 꽃이 핀다고 하여 금련화라 부른다. 잎에 비타민C와 철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괴혈병을 예방하고 강장제, 소화촉진, 살균, 항균, 감기, 머리카락, 두피의 강장제로 이용한다. 여름에 빨강, 황색, 노랑의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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