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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남편 VS 아내

자린고비형 VS 과소비형

■ 글·최희정 ■ 일러스트·정지연

입력 2003.03.04 10:34:00

‘너무 지나쳐도 탈, 너무 모자라도 탈’이라는 말이 있다. 돈 씀씀이도 마찬가지다.
팍팍 쓸 때야 기분도 좋고 인심도 넉넉해 보이지만 너무 지나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용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 반대로 너무 허리띠만 졸라매며 사는 사람도 그리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자린고비 남편과 아내, 과소비를 일삼는 남편과 아내를 둔 부부가 지닌 남모르는 고통을 통해 바람직한 가정경제에 대해 알아본다.
명품 없으면 못살아
자린고비형 VS 과소비형

남편과 나는 직장 상사의 소개로 만났다. 처음 소개받는 자리에 나타난 남편의 모습은 그야말로 연예인 뺨치는 준수한 외모에다 옷맵시도 근사했다. 그 당시 남편은 회사원치고는 좀 사치스럽다 싶을 정도로 한벌에 1백만원이 넘는 외제 양복을 입고 있었고, 구두 역시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외제 명품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한편으로는 사치스럽게도 여겨졌지만 솔직히 품위 있어 보이고 말쑥해 보여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남편의 자상한 매너는 남편이 몸에 두른 명품과 상당히 잘 어울리는 것 같은 착각도 일었다.
남편과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하면서부터 남편은 늘 자신의 자가용으로 나를 출퇴근시켜 주었고, 발렌타인데이, 백일째 만남 등 각종 기념일을 일일이 챙겨 나를 감동시켰다. 남편에게 약간의 카드 빚이 있는 것이 좀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총각 때 빚 없는 사람이 어딨어? 결혼하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했고, 우리는 1년 정도 교제 끝에 결혼을 했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남편의 ‘명품 사랑’은 멈출 줄 몰랐고, 사치심과 허영심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국내 기성복은 폼이 나지 않는다며 늘 수입 명품 브랜드만 사 입었다. 넥타이 하나만 해도 15만원이 넘는 것을 맨다. 주말에는 골프를 치러 간다며 외출한다. 이러다 보니 남편은 생활비를 주기는커녕 늘 빚에 허덕인다. 남편 월급은 한달에 2백만원이 채 안되는데, 무슨 수로 명품 의상에 명품 골프채, 수입 양주 값을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얼마 전에는 같이 골프를 치는 친구들 중에서 자신이 가장 작은 차를 갖고 있다며 멀쩡한 차를 헐값으로 팔아넘기고 중형차를 뽑았다. 현금이 없으면 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아서 사용하기도 한다. 남편이 지금 갖고 있는 카드만도 6개나 된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카드 결제 금액이 연체됐을 때 내가 미리 알면서도 갚아주지 않았다며 나를 구타한 사실이다. 남편은 내가 비교적 안정된 공무원 신분이니까 나를 믿고 돈을 마구 쓰는 것 같다.
남편의 사치벽을 막아보려고 이혼하겠다고 으름장도 놓고, 가출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다. 그런 날이면 내가 근무하는 직장으로 찾아와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며 싹싹 빌기도 하다가, 그도 안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들어가고, 남편의 밀린 카드 대금을 갚아준다.
결혼 3년째인데 명품족 남편 때문에 아이도 갖지 못하고, 저축은커녕 빚만 2천만원이 넘는다. 결혼 전, 남편의 빚과 명품 사랑을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했어야 하는데 남편의 외모와 매너만 보고 결혼을 한 것 같다. 이런 내가 너무 한심스럽다. (경기도 구리시 K씨 32세, 결혼 3년차, 맞벌이 주부)

아내는 지금 쇼핑중
종종 TV에서 ‘과소비’ ‘ 쇼핑중독 아내’ 이런 말이 나오면 그때마다 나는 혀를 끌끌 차며 남의 일로만 여겼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내 아내도 쇼핑중독증이 의심될 정도로 거의 매일 쇼핑을 하곤 한다.
아내가 좀 사치스럽다는 것은 결혼 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대학 때 캠퍼스 커플로 만났는데, 그때도 아내는 대학생답지 않은 화려한 복장과 액세서리로 주위의 시선을 모았다.
대학 시절 내내 “싸구려 음식은 먹을 게 없다”며 한번도 구내 식당에 가지 않았다. 커피 한잔을 마셔도 값비싼 원두커피만 찾았고 미용실도 연예인들이 단골로 가는 곳에 갔다.
아내의 사치벽이 내심 걱정스러웠고, 이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헤어지려고 했지만, 4년 내내 사귀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결국 헤어지지 못하고 결혼했다.
아내의 과소비가 ‘결혼 후에는 좀 달라지겠지’ 한 내 예상은 빗나갔다. 아내는 결혼 후에도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면 바로 사야 직성이 풀렸고, 하루라도 백화점에 가지 않으면 몸살이 날 정도로 매일 백화점을 들락거렸다. 어느 날은 매장 점원이 자신에게 맞는 옷이라고 권해주었다며 1백20만원짜리 외제 정장을 한벌 사 갖고 왔다. 갓 돌 지난 딸아이 내복을 하나 사 입혀도 외제 브랜드 아니면 아예 입히지를 않는다.
이러다 보니 결혼 2년째에 접어들었을 때 아내의 카드 빚은 1천5백만원이 넘었고, 나는 회사에서도 내내 카드회사의 빚 독촉 전화에 시달렸다.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며 아내의 카드를 자르고 심지어 아내에게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몇달이 지나면 아내는 다시 쇼핑을 하고 분수에 넘치는 물건을 마구 사댄다. 얼마 전에는 집안에 ‘홈시어터’를 만들겠다며 나랑 상의도 하지 않고 수백만원이나 되는 가전제품을 들여왔다. 아니 4천5백만원짜리 전셋집에 살면서 무슨 홈시어터란 말인가?
아내의 씀씀이를 두고 “이러다간 우리 둘 다 파산한다. 아이하고 살려면 저축도 하고 집도 장만해야 하는데, 어쩌자고 마구 돈을 쓰는 거냐?”고 말하면, 아내는 “내가 언제 푼돈 쪼개가며 구질구질하게 살려고 결혼을 했는 줄 아냐?”며 오히려 나를 “가난한 남편, 큰 돈 못 버는 남편”으로 몰아세운다.
어린 시절 캠퍼스 커플로 만나 연애할 땐 정말이지 지금의 이런 모습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영등포구 신길동 P씨, 34세, 결혼 4년차, 회사원)

자린고비 영감도 울고 간 짠돌이 내 남편
자린고비형 VS 과소비형

남편은 아주 심한 구두쇠다. 아니 구두쇠란 말도 아까울 정도로 인색하다. 그러다 보니 어른들 말처럼 ‘사람구실’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 때가 많다.
고아로 어렵게 자란 남편은 고학으로 전문대까지 졸업한 아주 성실한 사람이다. 전문대를 졸업하기 전에 국가고시 자격증을 4개나 취득할 정도로, 목표로 삼은 일에 아주 열심이었고 또 성실했다. 자그마한 중소기업의 전기기술자로 근무하는 남편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멀쩡하고 성실한 보통 남자다.
그러나 결혼생활 1년 만에 남편의 지독한 ‘짠돌이’ 행동에 나는 그만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남편은 그 흔한 신용카드 한장 없다. 요즘 카드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많이 생기고 파산하는 사람도 많아 신용카드 한장 없는 남편이 든든하게도 여겨질 때도 있다. 하지만 남편은 근검 절약이 지나쳐 아예 세상 돌아가는 것하고는 담 쌓고 나 혼자만 잘살면 된다는 식으로 살고 있다.
한달에 2백만원 정도 되는 월급을 타면 남편은 바로 1백40만원을 적금으로 붓는다. 나머지 60만원으로 자기 용돈 10만원, 아이 학습지 비용 3만원, 공과금 10만원을 뺀 나머지를 생활비로 쓰라며 나에게 준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30여만원 정도로 한달을 살려면 ‘안 먹고 안 입는 방법’밖에 없다. 물론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는 것은 나도 찬성이다. 그러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생활은 그저 무시되어도 좋단 말인가?
결혼 6년 동안 미장원 한번 못 갔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퍼머를 할 때도 퍼머 재료를 사와 옆집 아줌마한테 대충 머리 자르고 말아달라고 할 때 그 참담한 심정을 남편은 알기나 하는지.
남편이 생활비를 적게 주는 것은 그래도 참을 만하다. 내가 못 견디는 것은 남편의 ‘지독한 돈사랑’ 때문에 제대로 사람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회사 동료가 결혼을 할 때도, 아는 사람이 부친상을 당해도 남편은 축의금이나 부조금 내는 것이 아깝다며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절대로 가지 않는다.
친정집과 한시간 거리에 있는 곳에 살면서도 친정에 가는 일은 명절 때뿐이다. 자주 가면 장인 장모께 용돈이라도 드려야 하는데, 남편이 그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다. 내 동생들은 남편 생일을 잊지 않고 꼬박꼬박 케이크와 선물을 사들고 오는데 남편은 처제나 처남에게 생일 선물은커녕, 행여 밥이라도 사달라고 할까봐 축하전화 한통 안 해준다.
한달에 30만원을 갖고 늘 아등바등 사는 나를 보고 친구들은 “너, 왜 그렇게 사냐? 요즘 너처럼 사는 주부 하나도 없다. 저축도 중요하지만 인생을 즐길 줄도 알아라”고 말한다.
친구들한테 이런 말을 들으면 자존심도 상하고 마치 내 결혼생활이 무척 불행한 것같이 여겨져 이혼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돈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는 게 그게 아닌데, 남편은 돈 모으는 데만 혈안이 되어서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작은 정마저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아 아쉽다.(인천시 주안동 J씨, 35세, 결혼 6년차, 전업주부)


내 아내는 중고 수집가
아내는 중고 물건을 아주 좋아한다. 남이 쓰다가 버린 물건을 집어 오는 일, 얻어 오는 일이 마치 취미인 것처럼 날이면 날마다 물건을 얻어 온다.
물론 아내가 다른 아내들처럼 새것만 좋아해 성능이 멀쩡한 가전제품을 디자인이 촌스럽다고 바꾼다거나 백화점 물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거나 하지 않아서 안심이지만, 그래도 아내의 경우는 절약의 도를 지나쳐 너무 궁상맞은 느낌이다.
내가 생활비를 적게 주는 것도 아니고, 우리집 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서로 아끼고 저축한 덕에 결혼 7년째에 30평형 아파트도 장만했다.
그런데도 아내는 이웃집에 갈 때 늘 그 집에서 쓰다 버리는 물건을 집어 오거나 먹다 남은 음식을 싸갖고 온다. 처음에는 ‘알뜰해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그런 아내의 행동을 점점 이해할 수 없다.
아파트를 장만해서 처음 이사 오는 날부터 아내는 아파트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남이 버린 서랍장, 콘솔 등 자그마한 가구를 집어 와 집안을 꾸몄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지, 남이 쓰다 버린, 칠이 다 벗겨진 낡은 가구까지 집어 오는 것을 보니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또 어쩌다 아이들이 군것질한다며 용돈 좀 달라고 하면 “군것질할 돈이 어디 있냐?”고 하면서 “한푼이라도 아껴야 너희들 대학까지 공부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아이들도 제 또래 아이들처럼 먹고 싶은 것도 많고 가지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아내는 전혀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무조건 아끼라고만 한다.
지난 설 때에는 중학생, 고등학생 되는 조카 세뱃돈으로 달랑 1천원을 내놓았을 때는 형수님 얼굴 보기가 민망해 절로 고개가 숙여지기도 했다.
언젠가는 이런 일도 있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윗집 남자를 만났는데, 그 남자가 내 넥타이를 유심히 보더니 슬쩍 웃는 거였다. 나는 속으로 ‘넥타이가 촌스러워서 그러나 보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날 내가 매고 있던 넥타이는 얼마 전까지 윗집 남자가 매던 것으로, 유행에 뒤졌다고 버리려고 했던 것을 아내가 얻어와 나를 준 것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매고 있었으니, 윗집 남자가 웃을 만도 하다.
억척스러울 정도로 짠순이고 쓸만한 물건은 무조건 얻어 오고 보자는 아내가 어쩔 땐 너무 미울 때도 있다. 나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체면을 차릴 때가 있고 자존심도 있는데 아내는 내 월급 중 교통비를 포함해 20만원을 떼어 용돈으로 주고 무슨 일이 있어도 더 주지 않는다. 내가 돈을 못 벌어오는 것도 아니고 남들 버는 만큼 버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궁색하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물론 나 역시 사치스럽게 사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동네 사람 만나서 얼굴 붉히며 살고 싶지는 않다. 지금 아내는 아파트 주민 사이에서도 짠순이로 유명하고 ‘고물상’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아내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지만 솔직히 너무 창피하다. (은평구 신사동 S씨, 39세 결혼 9년차, 회사원)

아내도 한때는 명품족이었다
자린고비형 VS 과소비형

아내는 처녀시절부터 명품 브랜드를 아주 좋아했다. 소개로 만나 연애를 할 때는 그저 ‘보너스 탈 때마다 한 두 벌 장만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내는 부자들이나 유명 연예인이 가는 명품숍에 수시로 들락거렸고 각종 패션쇼의 표는 어디서 구하는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갔다.
신혼여행도 굳이 홍콩을 고집한 것도 알고 보니 홍콩에 가면 외제 브랜드가 많아 쇼핑하기 좋아서였던 것이다. 어쨌든 아내의 일그러진 명품사랑 덕분에 난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렀다. 아내는 자기 명의로 된 카드가 연체되어 거래중지가 되자, 내 명의로 카드 2장을 만들어서 1천만원 정도의 물건을 나 몰래 샀다. 몇달 후 이런 사실을 안 나는 큰 결심을 했다. 이참에 아내의 버릇을 고치지 못하면 이혼도 불사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아내를 너무 다그치기만 하면 더 어긋날 것 같아,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갔다. 혹시 스트레스가 쌓여 쇼핑으로 대리만족을 하는지 슬쩍 물어보았다.
처음에 아내는 무조건 자기가 다 갚을 테니 걱정 말라며 내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지만, 며칠을 두고 설득하자 슬슬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아내는 나에게 성적인 불만이 있고 시댁에서 자기를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아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털어놓았다. 아내는 스트레스가 심하고 욕구불만일 때 쇼핑을 하거나 명품을 사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기분도 날아갈 듯 좋아진다고 했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푸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내 아내가 바로 그런 주인공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고민 끝에 나는 집에만 있어 답답해하는 아내에게 취미활동을 하라고 권유했다. 쓸데없는 값비싼 물건만 사들이지 않는다면 취미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든지 대주겠다고 장담했다. 아내가 스트레스를 소비로 풀려고 하니,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금 아내는 사진동호회에 가입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물론 카메라 기자재 비용도 만만치 않고 한달에 한번씩 야외촬영을 나가 하루종일 집을 비울 때도 있다. 그럴 때 육아는 모두 내 몫이다. 그래도 나는 아무 말하지 않고 아내의 취미활동을 도와준다. 취미활동 후 아내의 쇼핑은 눈에 띄도록 줄어들었고, 명품 브랜드를 찾아다니는 일도 없어졌다. (일산 신도시 P씨, 36세, 결혼 5년차, 자영업)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맞불 작전
남편은 왕소금보다 더한 짠돌이다. 결혼 7년이 다 되도록 돈이 아까워 가족들과 외식 한번 안한 사람이다. 남들은 결혼 기념일이다 생일이다 하며, 가끔 외식도 하고 꽃다발도 선물로 받고 하는데 우리 부부에게 그런 일은 그저 꿈같은 일이다.
돈 쓰기 아깝다며 친구들도 안 만나고, 어쩌다 만나도 술값 내기 아깝다며 슬쩍 술자리를 빠져나온다. 그 일을 나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할 때는 내 남편이지만 너무 얄밉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사람처럼 여겨져 오싹할 때도 있다.
남편과 같이 살려면 내가 남편처럼 아예 짠순이가 되던가, 아니면 남편의 생활방식을 바꾸던가 해야 했다. 남편의 생활방식이 하루 아침에 바뀔 리는 만무. 짠순이 소리를 듣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짠순이가 되어 남편의 생활방식을 한번 고쳐보겠다고 결심하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먼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짠돌이 남편에게 짠순이 아내로 맞섰다. 양말은 일부러 구멍이 난 것을 주면서 남편을 민망하게 만들었다. 남편이 양말에 구멍났다고 하면 “꿰매 신으면 된다. 구멍 좀 난 걸 가지고 뭘 그러냐? 양말 한 켤레에 돈이 얼만데…” 하면서 구멍 난 양말을 그냥 신으라고 했다. 생활비를 아낀다며 반찬은 두 가지 이상 만들어놓지 않았고, 한번 목욕하고 남은 욕조 물은 버리지 않고 그대로 다음 사람을 씻게 했다.
어쩌다 시집식구나 친정식구가 전화해 경조사를 알리면, 남편 들으라는 듯이 “우리는 요즘 생활이 어려워 축의금 없어 가지 못한다, 미안하다”고 일부러 큰소리로 말했다.
남편은 처음에 이렇듯 나의 알뜰해진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런 짠순이 생활이 6개월이 지나자 남편은 스스로 항복하고 말았다. 이젠 자기도 짠돌이 기질을 고칠 테니, 제발 억척 좀 부리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지금도 역시 짠돌이다. 그러나 1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집안의 경조사도 챙길 줄 알고 적어도 두서너 달에 한번씩은 아이들 데리고 외식을 하거나 놀러도 간다.
돈을 아끼고 절약하는 것은 나도 찬성이다. 그러나 현재 생활도 중요하다. 미래를 위해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고 현재 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사는 것보다 조금씩 쓰면서 즐겁게 지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성북구 길음동 M씨, 35세, 결혼 8년차, 전업주부)


여성동아 2003년 3월 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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